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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세미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조폭의 제주도 푸른 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동지세미
작품등록일 :
2024.03.06 00:20
최근연재일 :
2024.04.23 1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285
추천수 :
46
글자수 :
177,433

작성
24.03.11 23:30
조회
194
추천
2
글자
10쪽

포제당

DUMMY

건달의 법칙!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지면 모든 게 끝이었으니까.


그래서 기세가 중요하다. 실력은 그 다음, 눈빛만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고수가 괜히 고수가 아니다. 눈빛 하나를 움직였을 뿐인데 공기가 변한다. 건달 시절, 내가 그랬다. 나를 상대했던 덩치들은 모두 안다. 나, 다마네기 강대한을 건드렸다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하지만 문제는 피라미들.


겁이라는 게 없다. 상대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은 더더욱 없고. 덩치와 허세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자신들이 세상의 왕인줄 안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있는 것이다. 아니, 개구리도 후하다. 우물 안 올챙이 정도.


“에구 우리 형님 큰 실수했네. 이걸 어쩔쓰까나이, 얘들 성질 X같거든. 성질 건드리면 눈 앞에 뵈는게 없어요, 눈 앞에 뵈는 게.”


백상구가 영락없는 올챙이! 덩치 둘을 믿고 낄낄거렸다. 참교육이 필요한 시점.


“후훗 그래, 그럼 어디 맘대로 해보시든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눈에 힘을 줘 봤자 내 눈만 아플게 뻔한 일! 지금의 난 강대한이 아닌 차대풍이니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씹새가 정말 제삿날을 받아놨나, 말이 완전 예술이시네. 덩치믿고 까부신다 이건가.”


노랑머리가 입에 물었던 내 담배를 휙 낚아챘다.


“좋은 말 할 때 담배 제자리로 갖다 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야.”


“오우 쩌는데! 땅만 파는 분인줄 알았는데 웬 액션 영화 주인공?”


녀석들이 낄낄 거렸다.


“어서!”


“뭐래, 이 꼰대가! X이나 드세요, 이 시벌놈아!”


노랑머리가 낄낄거리며 가운데 손가락을 눈 앞으로 내밀었다.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될 녀석들이었다. 재빨리 녀석의 손가락을 낚아채 옆으로 돌렸다.


뿌득!

“아아아악-!”


둔탁한 뼈가 금이 가는 소리와 녀석의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이, 이 씹새가 정말!”


이번에는 문신! 녀석이 주먹을 높이 들었다.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싸움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생초보! 재빨리 녀석의 턱 밑으로 발을 갖다 댔다. 백상구와 문신이 뜨악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분명 말했다. 크로캅만큼은 아니더라도 크로캅만큼 발차기의 달인이 바로 나, 강대한이었다고. 그런데 이런 피라미들 쯤이야.


“담배!”


노랑 머리의 손을 풀어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털썩-녀석이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네, 네엣?”


문신이 이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말했잖아, 좋은 말 할 때 제자리로 갖다 놓으라고!”


백상구와 문신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서로를 봤다.


“누, 누구꽝 형님은?”


백상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린가 싶어 녀석을 쳐다봤다. 꿀꺽 침을 삼키며 녀석이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그게 제가 아는 형님이 아닌 것 같아서.”


“후훗 나? 연화리장 차대풍! 이제 됐어?”


말해 놓고도 솔직히 나도 궁금했다. 차대풍, 누구냐 넌?


* * *


“늦었구나, 눈이 아직 녹지 않았던 거야?”


다시 집으로 복귀! 어머니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요, 몸도 불편하신데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지 않구요.”


겨우 이틀! 어머니란 말이 슬슬 나왔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마치 예전 내 어머니를 보는 느낌.


“오랫만에 햇살이잖아. 볕도 보고 좋지, 이렇게 우리 아들도 기다리고.”


미소를 머금은 채 어머니가 가만히 나를 봤다.


“왜, 왜.....?”


“후훗 좋아서. 이렇게 아들이랑 다시 함께 있게 돼서.”


병원에 있는 동안 노심초사 했을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를 보는 눈빛이 더없이 따스했다.


“병원에 가는 일.....다시는 없을 거예요.”


“암 그래야지. 병원은 이 어미 혼자서 족해. 솔비랑 너는 아예 출입할 생각을 말아야지.”


“후훗 네.”


“들어가자, 밥 차려놨다.”


가만히 어머니가 내 어깨를 툭툭 어루만졌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평생 피냄새와 함께 했던 나에게 이런 어머니라니!


* * *


“그런데 큰일이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덜컥 수술을 해놨으니.”


언제나처럼 정갈한 밥상! 어머니가 국그릇을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수, 수술이요....?”


하다가 아차 싶었다. 동철이 녀석이 그랬었다. 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받았다고. 아마 평생 농사일로 험하게 몸을 쓰셨던 탓! 얼핏 들었던 인공관절수술이 틀림없었다.


“그러게 올 겨울만 지내고 하자고 했잖아. 네가 그렇게 고집만 안 부렸어도.”


어머니가 툭툭 무릎을 두드리며 말끝을 흐렸다.


숟가락을 들다가 다시 상 위로 내려놓고 가만히 어머니를 봤다. 곱게 늙은 모습! 하지만 어제는 미처 몰랐던 손가락이 보였다. 마디마디가 휘어진 채 노인의 손가락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거친 손가락!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몸을 많이 움직이면 저런 고운 얼굴에 저런 손가락이 나올 수 있을까.


“제가 고집 안 부렸으면 어머니, 평생 밭에서 사셨을 거예요. 보는 내 마음 날마다 무너졌을테구요.”


뭔지 모르지만 일단 감으로 때려잡았다. 반드시 무릎수술이 필요했을 상황, 아들인 차대풍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게 뻔했다.


“후훗 산더미같은 일을 놔두고 이렇게 방구들이나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하는 이 어미 마음은 안 무너지고?”


“제가 할게요, 그 산더미같은 일!”


어머니가 흠칫 나를 봤다.


“후훗 고생하셨잖아요, 그동안! 아들인 제가 당연히 해야죠.”


말해 놓고도 웬지 어색한 느낌. 이렇게 살살 녹는 말투는 내 체질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노인을 앞에 두고 터프하게 조폭 말투로 소리를 높일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런데 대풍아, 너.....!”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괜찮니 정말?”


“뭐, 뭐가요?”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말을 조근조근 하는 녀석이었나 싶기도 하고.”


뜨끔했다. 나이가 들었다지만 어머니 역시 한 명의 여인! 여인의 촉감이란게 그만큼 무섭다. 잘못하면 내 정체가 금방 탄로날 판!


“다, 달라지다뇨, 에이 제가 설마요.”


“후훗 좋다구. 이렇게 아들이 살갑게 대해줘서. 눈만 뜨면 밭밭하다가 이제야 내 아들 같기도 하고.”


어머니가 피식 웃었다. 따라 웃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싶었다. 당분간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할 판! 어떻게 해야 아들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흠칫!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서동철! 내 기억을 맞춰 줄 마지막 퍼즐!


* * *


‘항우 농장’!


물어물어 찾아간 녀석의 농장이었다.


녀석에게 농장의 주소를 물었다. 녀석이 흠칫하는가 싶더니 조심스레 전화기 너머로 입을 열었다. 괜찮냐고.


물론 괜찮고 말고. 녀석이 일러준 주소를 검색에 녀석의 농장으로 갔다. 집에서 겨우 10분 거리! 저수지가 한 눈에 내다보이는 산 중턱에 있었다. 주변은 온통 감귤 과수원, 마을과는 동떨어진 위치였다.


“형님 허꼼만(조금만)거기 이십셔예. 이것만 하고예.”


언뜻 봐도 백 마리는 훨씬 넘어 보이는 한우들이 모여있는 축사 건물! 모두 세 동이었고 동철이 가운데 축사에서 트럭으로 사료를 주고 있었다.


음머어-!


트럭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소들이 길게 소리를 높였다. 신기했다. 한우라면 고기로 입에 넣을 줄만 알았지 이렇게 눈 앞에서 통통 튀는 녀석들을 보게 될 줄이야.


“어떵 잘 찾아왔쑤다예. 전화허는 걸 보니 제대로 찾아올까 싶어신디.”


녀석이 트럭을 멈추고 씨익 웃으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송아지는?”


“송아지요?”


“병원에서 그랬잖아. 한 녀석이 속을 썩인다고.”


“아, 그 황둥이 녀석마씸. 저기 저렇게 잘 있주 마씸.”


동철이 껄껄 웃으며 축사 구석쪽을 가리켰다. 산만큼 덩치가 큰 녀석들이 어슬렁거리는 사이로 황색빛 송아지 한 마리가 쭉쭉 어미젖을 빨고 있었다.


“역산이라서 걱정해신디 다행히 별 탈없이 나와신게 마씸. 털이 유난히 노래 황둥이라고 붙여줬고 마씸.”


“황둥이라, 좋은 이름이네. 너랑도 잘 어울리고.”


“무,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씀을. 쟤랑 내가 마씸?”


“아니 황둥이, 저 녀석이 조금 더 나은가. 얼굴도 그렇고.”


“혀, 형님, 정말 사람 놀리기우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좋았다. 녀석과 함께 이렇게 허물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게.


“이제야 형님 닮은게 마씸. 이렇고 농도 다 칠 줄 알고.”


동철이 장난스레 힐끔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 고맙다, 다시 한 번.”


녀석이 흠칫 나를 봤다.


“네 덕분이야. 이렇게 내가 다서 너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누가 들으믄 연애헌덴 놀리쿠다. 형님과 나 사이에 무슨 그런 인사 치레는.”


큼- 녀석이 헛기침을 하더니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정말 괜찮은거지예, 이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박, 우리 연화리 이제 살 판 나게 됐쑤다. 이렇게 형님이 다시 돌아왔으니.”


연화리장! 내 직함이었다. 적어도 꿔다놓은 보릿자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녀석이 두 손을 들고 복귀를 환영하는 것을 보면.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녀석과 찾고 싶은 곳이 있었다.


“동철아.”


“네 형님.”


“포제당이라고 했지, 내가 눈길에 쓰러졌던 곳.”


“잘 알암신게 마씸. 뒷산에 있는 마을 포제당 입구주 마씸. 지금도 아마 핏자국이 있을 것 같은디 마씸.”


가만히 녀석을 보다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부탁 한 가지만 하자, 동철아.”


“무슨?”


“어디야, 그 포제당?”


“혀, 형님!”


“ 그냥 궁금해서. 내가 어떻게 미끄러지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포제당! 새해를 맞아 마을의 축복을 비는 토신제가 열리는 곳! 말만 들어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하지만 가봐야 했다. 단서가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모습으로 차대풍으로 회귀하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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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나 혼자가 아니다 24.04.23 28 2 14쪽
29 백종훈 24.04.19 41 1 20쪽
28 위로 24.04.16 58 1 11쪽
27 함정 4 24.04.14 60 1 13쪽
26 함정 3 24.04.11 61 1 11쪽
25 함정 2 24.04.07 63 1 14쪽
24 함정 1 24.04.04 80 1 13쪽
23 실타래 24.04.03 90 1 16쪽
22 바늘과 실 24.03.30 90 1 14쪽
21 새끼 손가락의 약속 24.03.29 90 2 13쪽
20 양아치의 법칙 24.03.28 102 1 12쪽
19 판을 벌이다 24.03.27 104 1 14쪽
18 묘책 +2 24.03.26 126 1 12쪽
17 나는 아빠다! 24.03.23 137 1 13쪽
16 악연 +2 24.03.22 135 1 14쪽
15 그 녀와의 데이트 24.03.21 139 1 11쪽
14 양주먹 놔두고 말싸움이나 하라고 24.03.21 132 1 14쪽
13 조합원 +2 24.03.19 147 2 13쪽
12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24.03.17 144 2 12쪽
11 백경덕 24.03.16 159 2 13쪽
10 나의 절친은 읍장님 24.03.14 176 2 13쪽
9 아내 24.03.13 194 2 13쪽
8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4.03.12 182 2 14쪽
» 포제당 24.03.11 195 2 10쪽
6 참교육 24.03.10 200 3 13쪽
5 이렇게 따스한 밥이라니! 24.03.09 210 2 12쪽
4 어머니 24.03.08 242 2 14쪽
3 토끼같은 딸 24.03.07 265 2 11쪽
2 연화리장 차대풍 +2 24.03.06 29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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