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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삼키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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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캣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3 14:30
최근연재일 :
2024.06.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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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75

작성
24.06.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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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불꽃을 삼키는 플레이어 (001)

DUMMY

주혁에게 어떤 배우냐고 묻는다면, 성실한 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소극장의 단역부터 시작하여 차근히 경력을 쌓았다.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하였다.


누가 보아도 가여웠던 시절이었다. 라면 부스러기로 끼니를 때웠다. 곰팡이가 가득한 지하 방에서 쪽잠을 잤다.


그래도 주혁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씩 이름을 알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되었다.


「파워 포스 워리어.」


공영방송에서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이었다. 팀을 이루어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하였다.


“레드라이언, 변신!”


주혁은 붉은색 쫄쫄이를 입었다. 검게 선팅된 헬멧을 갖추어 썼다. 팔짱을 끼고는 멋있는 척을 하였다.


창피하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일이었다. 배우이자 어른으로서 보람이 있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촬영도 무사히 끝났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화였다. 환호성과 함께 케이크가 들어왔다. 서로 축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주혁도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하였다. 스태프와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세심하고 친절한 성격이었다.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었다.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잘생겼다. 눈코입이 모두 또렷하였다.


눈썹은 짙었고 눈매는 길쭉하였다. 겉으로는 시원스러웠고, 속으로는 그윽하였다. 코는 높고 곧았다. 입술은 도톰하여 따뜻한 인상을 주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르고 열정적인 이미지였다. 아쉬움을 달래고 차에 올랐다. 오래된 스타렉스였다. 직접 운전하였다. 아직 그렇다할 기획사가 없었다.


-♬


한적한 도로로 빠져나왔다. 그때 전화가 왔다. 보육원 원장님이었다. 주혁은 그곳 출신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연락을 나누었다.


-주혁아, 이번에 또 피자를 보내주었네. 고맙구나. 애들이 무척이나 좋아해. 주혁 삼촌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보육원에서는 외식이 어려웠다. 피자나 치킨 같은 것들이 귀하였다. 주혁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다행이네요, 식기 전에 드세요. 다음에 찾아뵐게요.”


애써 쑥스러움을 묻었다. 안부를 나누고 통화를 끊었다. 라디오를 켜고 터널로 진입하였다.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별 헤는 밤이면, 들려오는 그대의 음성,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 되어, 그대 꽃 위에 앉고 싶어라.”


노래를 작게 흥얼거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뒤쪽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침이 없었다.


-부와아아앙!


주혁은 순간 어깨를 움츠렸다. 백미러를 보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가드레일을 박았다.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주혁이 타고 있는 차를 때렸다.


-콰앙!


차량은 손쓸틈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앞쪽에 있던 버스와 추돌하였다. 운전석의 에어백이 터지고 고개를 처박았다.


“으윽!”


다행히도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주혁은 힘겹게 눈을 떴다. 온몸이 저렸다. 창이 깨지고 유리 조각이 박혔다.


-뚝뚝.


붉은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얀 티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곧 빈혈이 일어났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으아아앙!”


앞쪽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추돌당한 버스였다. 어린 유치원생들이 타고 있었다. 노란 등원복을 입고 있었다. 창문에 작은 손자국을 남겼다.


-화르륵.


그 옆으로 쓰러진 덤프트럭이 보였다. 불길이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타고 있던 기사는 생을 다한 듯하였다. 고개가 완전히 꺾여 있었다.


-땡그랑.


트럭에서 회색의 통이 떨어졌다. 바닥을 구르며 취익 소리를 내었다. 통에 화재 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인화성 물질로 보였다.


그대로 터진다면 모두 위험하였다. 덜덜거리는 손으로 안전띠를 풀었다. 우그러진 문틈을 발로 찼다. 겨우 바깥으로 나섰다.


-타닥!


비틀거리며 버스에 닿았다. 앞문이 깨져 있었다. 손으로 남은 유리를 젖혔다. 조심할 겨를이 없었다. 손아귀가 깊게 베었다.


-퍼석!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로 기절해 있었다. 어깨를 부여잡고는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숨이 붙어 있었다.


“기사님, 기사님!”


다급하게 불렀다. 기사님이 힘겹게 눈을 떴다. 의식을 찾은 것이었다. 주혁은 치솟는 불길을 가리켰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기사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전띠를 풀고는 겨우 일어섰다. 주혁을 따라서 버스의 뒤편을 살폈다.


“괜찮니?”


하늘이 도왔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였다. 안전띠가 잘 매어져 있었다.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을 뿐이었다.


“선생님이, 으앙···.”


그런데 함께하던 선생은 무사하지 못하였다. 일어서서 아이들을 살핀 듯하였다. 그러다가 추돌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좌석 통로에 쓰러져 있었다.


“기사님, 아이들을 바깥으로.”


아이들을 기사님에게 맡겼다. 터널에서 벗어나도록 하였다. 기사님이 아이들을 인도하였다. 터널의 바깥쪽으로 향하였다.


다행히도 터널의 길이가 짧았다. 또 오가는 차량이 없었다. 사고 난 차량이 전부였다. 뒤쪽의 차들은 모두 멈추었다.


-스윽.


주혁은 여선생을 살폈다. 얼굴이 하얗고 여렸다. 사회 초년생으로 보였다. 기절하여 일어나지 못하였다.


“흡!”


여선생을 앞으로 들었다. 무릎 사이에 팔을 넣었다. 다른 팔로는 어깨를 받쳤다. 앞문으로 조심히 내렸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앙!


전복된 트럭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폭발을 일으키더니 주혁의 등을 때렸다. 아찔한 충격이 전해졌다.


“으윽!”


주혁은 여선생을 바닥에 놓았다. 옷이 그을리고 불똥이 흩날렸다. 겨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불꽃이 몽우리를 만들었다. 또다시 폭발의 전조였다.


“아!”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주혁은 여선생을 감쌌다. 눈을 질끈 감았다. 화마가 자신만을 덮쳤으면 하였다.


-콰아아아앙!

-화르르르륵!


검붉은 화염이 폭발을 일으켰다. 파도를 이루어서 주혁을 덮쳤다. 전신을 휘감고 한 줌의 재로 만들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화염의 성좌들이 당신의 희생에 관심을 가집니다. 자신의 대리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승낙한다면, 각성이 진행됩니다.」


주위가 느릿하게 흘렀다. 눈앞으로 반투명의 창이 떠올랐다. 각성자들이 겪었다던 계시였다. 그들의 증언이 뉴스에 소개되었었다.


‘아···. 이것이 시스템.’


시스템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각성자를 돕는 신의 의지였다. 성좌의 능력을 설명해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데 성좌들이라니?’


보통의 각성자는 하나의 성좌를 따랐다. 그런데 주혁은 아니었다. 이런 일은 처음 들어보았다. 시스템에게 물어보았다.


‘성좌들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성좌는 별자리를 의미하였다. 신화 속에 존재하던 영웅과 신을 아울렀다. 대부분 출신지가 정해져 있었다.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던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을 선택한 성좌는, 묵시록의 붉은 용입니다. 그리고 무한의 불사조(不死鳥)입니다.」


한국과 관련된 성좌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더욱이 거대한 존재들이었다. 그 영향력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꿀꺽.


주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 선택으로 일생이 달라질 것이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승낙하겠습니다.’


곧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가슴에 작은 불꽃이 트였다. 이윽고.


「붉은 용의 힘을 받아들였습니다. 용의 숨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스킬창을 확인하세요.」


용의 힘이 먼저 스며들었다. 창을 여는 방법은 생각이었다. 눈앞으로 스킬창을 떠올렸다. 그러자 반투명의 창이 나타났다. 주혁이 가진 스킬을 보여주었다.


「용의 숨결 LV1. 붉은 용의 숨결을 터득합니다. 붉은 용은 화염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뱉는 것만큼, 삼키기도 쉬운 일입니다.」


설명만으로는 어려웠다. 직접 해보기로 하였다. 발동 조건은 스킬명을 제창하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이 틈을 이용하였다.


“용의 숨결!”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위의 불꽃이 휘감아졌다. 회오리를 일으키더니 주혁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삼킨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다. 화염이 밀려왔는데도 몸속은 멀쩡하였다. 불에 그을리거나 타들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든든하였다. 뜨뜻한 국밥을 먹은 듯하였다.


「레벨 최대치의 불꽃을 삼켰습니다. 연계할 수 있는 스킬이 있습니다.」


이어서 스킬창이 떠올랐다.


「용의 비늘 LV1. 붉은 용의 비늘을 소환합니다. 용은 영겁의 세월 동안, 불과 유황의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그리하여 화염에 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방화복이었다. 머금은 화염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 꼭 필요한 것이었다. 스킬을 제창하였다.


“용의 비늘.”


그러자 손아귀에 화염이 트였다. 붉은빛으로 굳어졌다. 비늘이 되어서 매끈한 막을 씌웠다.


-투두두둑.


비늘이 팔뚝을 타고 올랐다. 이내 전신을 감쌌다. 형태는 주혁이 바라는 대로 되었다. 익숙한 모습을 상상하였다.


‘파워 포스 워리어.’


촬영하면서 입었던 유니폼이었다. 붉은색 전신 슈트였다. 가슴에는 은색의 사자가 윤곽 되었다. 근엄하고 웅장한 모습을 하였다.


얼굴에는 헬멧이 씌워졌다. 비늘이 촘촘히 엮이면서 매끈해졌다. 눈 주위로는 검은 막을 형성하였다. 여러 정보가 함께 떠올랐다.


「하루에 삼킬 수 있는, 불꽃의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최대치는 용의 숨결 레벨에 영향을 받습니다.」


「비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꽃이 소모됩니다. 충격을 입을 시, 소모 속도가 빨라집니다. 주의해주십시오.」


퍼센티지로 불꽃의 양을 표시해주었다. 99%가 되었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이해하였다.


‘뜨거움이 사라졌다.’


몸이 쾌적하였다. 불길이 더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전신의 비늘이 휘몰아치는 불길을 밀어내었다.


-스윽.


주혁은 여선생을 다시 안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내달렸다. 검붉은 화염을 등지고 바깥으로 향하였다.


-위애애애애앵!


바깥은 부산스럽고 정신이 없었다. 소방차와 응급차가 도착하였다. 경찰차도 도착하여 후미에서 오는 차량을 통제하였다.


“터널에 아직 사람이 남아있어요!”


기사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슬린 얼굴로 안쪽을 가리켰다.


“진입해!”


소방사들이 호스를 들고 안쪽으로 향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안쪽에서 폭발이 또 일어났다. 콰앙 소리가 났다.


“윽!”


머리 위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어서 불길이 휘몰아쳤다. 소방대원들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안쪽으로의 접근이 어려웠다.


“위험해요!”


바깥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발을 동동 굴렀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벅.


안쪽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신형이 드리워졌다. 바로 주혁이었다. 화염의 파도 속에서 걸어 나왔다. 여선생을 품에 안은 채였다.


“아!”


어른들이 모두 놀랐다. 넋을 놓고 주혁을 바라보았다. 특이한 차림새였다. 그런데도 걸어 나오는 모습이 멋있었다.


“와아-”


반면에 어린아이들은 주혁의 복장을 알아보았다. 팔짝 뛰면서 좋아하였다. 티브이 속에서 보았던 영웅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름을 크게 불러주었다.


“레드라이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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