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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판타지 세계에서 복싱 좀 하자는데 왜 뭐가 불만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1.02.07 23:39
최근연재일 :
2021.03.19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021
추천수 :
43
글자수 :
165,203

작성
21.02.08 23:50
조회
124
추천
3
글자
10쪽

2화 - 뚝배기 깨는 남자

DUMMY

부락의 오크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인간 노예와 족장 사이에서 태어난 천덕꾸러기 하프 오크의 손에는, 족장이 아끼는 두 아들이 다진 고기처럼 두들겨진 사체가 되어 매달려 있었다.


“자아, 어느 쪽이지? 대답해주지 않겠어?”

“꾸웨에엑!!”

오크들이 경악성을 지르고, 천막 안에서 걸어 나오던 족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꾸륵, 바스타프···. 네 이놈! 잘도 우리 아들들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도끼를 꺼내든 족장.

기껏해야 잡역부 일이나 하던 저 머저리가 잘도 자신의 후계자들을 피떡을 쳐 놓다니.


하지만 바스타프의 시선은 족장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귀찮다는 듯 사체를 냅다 바닥에 팽개친 그는, 모닥불 위에서 끓고 있는 솥단지로 다가갈 뿐이었다.


“힘을 좀 썼더니 배가 고프단 말이지···어이, 이거 뭘 요리하고 있는···.”

솥 안에 걸쳐져 있던 주걱을 집어들고 휘젓던 그가 멈칫했다.

솥 안에서 둥실거리는 그것은, 명백히 사람의 발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순간, 바스타프, 아니 강백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들이···.”

“꾸엑! 바스타프-! 설명해라···! 어째서 나의 소중한···!”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나무로 된 주걱의 손잡이가 그의 손에 쥐어진 채로 으스러진다.


“꾸르르?!”

힘차게 솥을 걷어차 엎어버린 바스타프는, 발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려 자세를 취했다.

언제라도 튀어나갈 수 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로.


“······.”

의식주를 위탁?

이런 놈들에게?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었다.


바스타프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오크 부락의 오크들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시원찮은 약골이던 하프오크가 갑자기 괴수가 되어 돌아왔다.

만약 계속 그때의 바스타프를 생각하고 비웃는다면, 죽는 것은 그들이 될 터였다.


“바스타프으-!!”

“뚝배기-!!”

바스타프의 눈에서 오렌지 빛 안광이 터져 나왔다.

백우 시절, 상대의 머리를 집요하게 두들겨 상대 선수 중 두 명은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고 은퇴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상대를 미친놈처럼 팰 적에 외친 것은 언제나 ‘뚝배기’였다.

외침과 함께 바스타프의 상체 근육이 울컥거리며 한층 부풀어 올랐다.

“크아아아아아아-!!”

“한 놈-!!”


외침과 함께 가장 먼저 달려오던 어린 오크의 머리통을 혼신의 레프트 훅으로 후려갈긴다.


단단한 두개골이 흡사 스낵처럼 바스라지며 안에 든 내용물이 사방으로 솟구쳐 오른다.

소중한 머리를 잃은 땅딸막한 동체가 끈을 잃은 꼭두각시처럼 공중에서 휙휙 회전하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사방으로 내용물이 튀어 바스타프의 얼굴에까지 피칠갑이 되었지만 그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얼굴에 상큼한 미소가 찢어지도록 벌어졌다.


“두 놈째-!!”

발끝으로 빠르게 좌우로 몸을 흔드는 위빙 동작과 함께 근처에 있던 냄비를 들고 휘둘러오는 여자 오크의 머리마저 라이트 훅으로 꿰뚫었다.


“세엣-!! 네엣!!”


폭발음과 함께 계속해서 오크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있었다.

오크의 머리가 하나 터질 때마다 바스타프의 움직임과 근육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필시 자신의 부족이 저 흉물스런 하프오크 놈에게 몰살을 면치 못할 터.


“꾸아아아아악!!”


다른 부족원들을 물러서게 한 뒤 족장이 힘차게 달려와 도끼를 내리그어 보지만,


스팟.


체격에 걸맞지 않는 날렵한 동작으로 사이드 스탭을 밟아 피하는가 싶더니,


터억.


마치 약 올리는 듯이 지그시 한 발로 족장의 디딤발 발등을 눌러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꾸헬?! 이, 이 자식! 무슨 짓을···!”

“왕 뚝배기이이이이-!!”


족장은 직감했다.

이대로 저 주먹에 맞으면 그 자신의 머리통도 다른 오크들처럼 일격에 박살이 날 것임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도끼를 횡으로 그어 보았지만, 발까지 밟힌 상황에서 완전히 상대의 간격에 들어와 있는 만큼 도끼날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죽어라 이 쓰레기 자식아-!!”

“뀌에엑!!”


빠악!


“······!!”

“꾸헥···! 크륵···! 죽는 건, 너다!!”

노련하게 박치기를 밀어붙여 놈의 흉악한 펀치를 빗나가게 만든 후, 완전히 도끼의 간격을 만들어냈다.

곧바로 손에 쥔 도끼를 힘차게 횡으로 그어 놈의 목을 베는 순간,


휙.


간발의 차로 몸을 숙이며 더킹을 구사해 피하는가 싶더니,

“다서어어어엇-!!!”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번개같은 어퍼컷으로 족장의 몸을 공중으로 내팽개친다.


“꾸에에엑?!”

“씨발! 안 터졌잖아! 이 쓸모없는 돌대가리 새끼가!”

성질을 부리는 바스타프 였지만, 그의 손에는 상대의 턱뼈가 작살이 난 감촉을 전해주고 있었다.


우당탕!


거의 5미터 정도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맥없이 팽개쳐진 족장 오크.

턱에서 찢어지는 통증이 엄습해오며 승산이 없음을 알려 왔다.


이대로는 자신뿐 아니라 부족원 전체가 저 괴물 놈에게 맞아 죽을 것이 확실했다.

무언가 다른 생존 방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꾸륵···케헥! 큭···!”


쓰러진 자신을 상쾌한 함박웃음과 함께 내려다보고 있는 그를 보며 한 가지 깨달았다.

바스타프 이 녀석은, 쓰러진 상대는 공격하지 않는 것 같다.

노련한 전사로서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꾸륵···! 주, 죽이지 않는 거냐?!”

확인을 위해 도발하듯 엎드린 자세 그대로 올려다보며 소리치면, 그는 고개를 살살 내젓는다.

“안 돼. 난 서 있는 놈을 주먹으로 패서 터뜨리는 게 제일 즐겁단 말이다.”

“······!!”

“나의 룰이다. 그러니··· 엄살은 그만 피우고 일어나시지?”


기회다.

놈은 역시 쓰러진 상대는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딴에는 전사의 흉내를 내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끄흐···!”

족장 오크가 입에서 피를 게워내면서도 필사적으로 천막 쪽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일어서면 곧바로 공격당할 것 같으니 꼼수를 쓰는 것인가.

역시 그냥 때려죽일까 생각하던 바스타프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뭐가 되었건 이 시퍼런 돼지 놈들에게 내일의 태양은 비치지 않을 것이다.


“꼴에 도끼 들고 센 척 하더니 비굴하네.”

큭큭 웃으며 도발을 해 보았지만, 족장 오크는 꿈쩍도 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망할 놈 같으니, 흥이 깨지려고 하잖아.


결국 바스타프는 생각을 바꿨다.

놈이 도망칠 생각이라면···.


“여서어어어엇-!!”

“꾸히이익?!”

돌변하여 갑자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아기 오크를 안고 있던 여성 오크의 머리통을 터뜨렸다.

그 소리를 들은 족장 오크가 멈칫하여 그쪽을 바라보면, 마치 보란 듯이 무너지는 여성 오크의 품에서 보자기에 싸인 어린 오크를 집어들어 높이 들어올렸다.


“끄힉···?! 너, 너 이 새끼···! 그러고도 네놈이 사람 새끼냐···!”

“···일어서라. 돼지새끼야.”

“꾸히익···!!”

이를 갈면서도 족장 오크는 일어서려던 것을 그만두고 다시 천막을 향해 기어간다.

정면승부로는 저 괴물을 이길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스타프의 표정이 차게 식기 시작했다.

놈이 일어서야 어서 빨리 다섯 번째 뚝배기를 터뜨릴 텐데, 놈이 그의 즐거움을 망치고 있었다.

손에 든 보자기의 어린 오크가 울어대자 그것이 또 그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시끄러-!!”

힘차게 바닥에 그것을 팽개친 후,

“야! 왕돼지! 이쪽을 봐라!”

“꾸힉···!!”

“안 볼 거냐?!”

재차 도발해보았지만 이번엔 돌아보지도 않고 더 힘차게 기어갈 뿐이었다.


그 모습에 바스타프도 표정이 일변했다.

뭔지는 몰라도 저 왕돼지 놈이 저렇게 필사적이라는 건, 필시 바스타프 자신에게 치명적인 뭔가가 준비되어 있다는 뜻일 터.

“저 왕뚝배기 새끼가···!”


콰직.


있는 힘껏 바닥에 팽개쳐진 것을 즈려 밟아 터뜨린 후 그것을 감싸고 있던 포대기에 밟을 대충 문질러 닦고는, 다시 다른 오크를 향해 달려든다.


이미 다른 오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고 있었기에 하나하나 쫓아가는 것도 일이었다.

“썅! 그만 좀 도망가라고 이 망할 돼지들아! 일곱-!!”

“꾸에에에엑-!!”

“여덣-!!”


그가 막 열 번째 뚝배기를 깨고 있을 무렵, 천막에 들어갔던 족장 오크가 쇠사슬 소리와 함께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꾸헤륵! 바스타프-!! 살육을 멈추어라! 그렇지 않으면···!!”

“······열-!!”

“멈춰라-!!”


“······.”

“꾸헬헬···잘 봐라!”

놈이 들고 나온 것은 가릴 곳만 간신히 넝마 조각으로 가린 중년의 노예 여성이었다.


목에 걸린 두터운 노예 목걸이에 연결된 사슬을 족장이 단단히 쥔 채로 들어올려서, 그녀의 발이 지면에 닿지 않게 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꾸륵···그 이상 살육을 계속 하면, 너의 어머니의 목숨은 없다···!”

“뭐라고···?”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저 망할 왕돼지 놈이 뭘 노리고 그토록 천막 안으로 도망친 것인지를.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잠깐만, 어이 왕돼지.”

“쿠헤륵···무, 뭣이냐!”

“그 여성이 내 어머니라고 한다면···내 아버지 되는 놈은 누구란 거냐.”

“···꾸륵···나다. 어리석은 놈아.”


-2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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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1.02.08 20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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