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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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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9,658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10.16 07:00
조회
665
추천
12
글자
11쪽

172.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5) | Isaac

DUMMY

"늑대의 발."

질풍의 발걸음은 지속시간이 끝났다. 질풍의 발걸음보다는 느리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걸 방지해준다.

[아이작. 이전에 말했던 방법을 써도 되지 않습니까?]

그래. 그 방법을 쓰기에 적당한 곳이지. 문제가 하나 있지만.

[마나가 모자라.]

손에 들린 파란 물약을 들이키며 대답한다. 아까 전 벽을 넘기 위해 썼던 마법들 때문에 마나가 바닥이다.

물약을 마시면 금방 회복되지만, 당장 그 방법을 쓸 수는 없다.

"대지 장벽."

멀어져가는 악마의 앞에 흙더미가 솟아오른다. 악마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흙벽에 부딪힌다. 벽은 그대로 무너지지만, 악마도 속도를 잃었다.

마침 좋은 순간이다. 마나가 어느 정도 차서 방법을 쓸 수 있겠다.

[에스나. 날 붙잡아.]

악마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본다. 에스나가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껑충 뛰기."

회피를 위해 존재하는 마법. 마법은 나와 에스나를 뒤로 크게 뛰어오르게 한다.

"흐엑?"

에스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지른다. 잠깐 빗속을 날았던 우리는 땅에 내려앉는다.

앞으로 두 발자국 걷는다. 뒤로 고개를 돌려 악마의 위치를 확인한다. 다시 방향을 잡고.

"껑충 뛰기."

다시 몸이 뒤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이번엔 에스나의 비명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한숨이 들려올 뿐이다.

땅에 내려앉는다. 앞으로 두 걸음 옮긴 뒤 악마의 위치를 확인한다.

"껑충 뛰기."

마법이 몸을 뒤로 밀어낸다. 다시 땅에 내려앉는다. 앞으로 두 걸음. 악마의 위치를 확인. 많이 가까워졌다. 두 번 정도면 따라잡겠네.

"껑충 뛰기."

[아이작. 이건 뭐하는 겁니까?]

생각보다 질문이 늦었다. 두 번째에 질문할 줄 알았다. 많이 당황해서 늦어졌나 보다.

[마법의 전략적 응용방식.]

UMO에서 가끔 쓰이는 방식이다. 껑충 앞으로 뛰기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불리는 방식이지.

껑충 뛰기는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마법. 회피하지 않으면 마법이 취소된다. 마법이 끝나는 순간 앞으로 걸으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된다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알고 있다. 버그를 이용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사용하는걸. 제작사 쪽에서도 막지 않고 말이야.

그러다 보니 껑충 앞으로 뛰기는 누구나 적당히 사용하는 방법이 되었다. 먼 거리를 많은 마나를 사용해서 가는 방법으로 정착되었다. 모양이 안 나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런 거야.]

[저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렇겠지. 방금까지 전부 생각으로만 한 거니까.

"껑충 뛰기."

다시 몸이 뒤로 크게 날아간다. 에스나는 나를 꽉 잡은 채 한숨을 쉰다.

땅에 착지하고 옆을 쳐다본다. 악마가 바로 옆을 달리고 있다. 이 정도면 붙잡을 수 있겠다.

[에스나. 손 놔.]

에스나가 손을 놓는다. 자유롭게 된 몸을 돌려 악마를 바라본다. 악마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압살."

달려가던 악마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무언가에 짓눌린 듯 팔다리가 기이하게 꺾여있다.

악마는 땅에 처박힌 채로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고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기분이 이상하다.

[에스나. 기도 올려.]

[알겠습니다.]

대답한 에스나는 등에서 검을 꺼내 땅에 박는다. 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백룡이여. 당신의 종을 주목하소서. 당신을 따르는 이에게 힘을 내리소서."

에스나의 갑옷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온다. 등에 메고 있는 방패에서도. 땅에 꽂혀 있는 검에서도. 어둠을 가르는 밝은 빛이 내뿜어진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비바람에 가려지지 않는다. 에스나가 검을 뽑아든다. 비에 젖은 풀들을 밟으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 올곧게 달려간다.

"크아아아아!!!"

악마의 괴성이 공기를 떨게 한다. 떨어지는 빗줄기가 진동한다. 악마는 부러진 팔다리는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도망가려는 듯 몸을 돌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악마의 지척에 도달한 에스나가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이제 끝입니다!"

하얀빛을 내뿜는 검이 검은 악마의 목을 베고 지나간다. 악마의 머리는 비 내리는 초원을 굴러간다. 악마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그 검은 몸체에 비가 내려온다.

에스나는 검을 거두지 않는다. 굴러간 악마의 머리통을 향해 걸어간다. 하얀 검을 들어 올리고 내리친다.

악마의 머리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검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끝난 거 같습니다.]

잠시 악마의 몸을 지켜보던 에스나가 말한다. 이전처럼 다시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진짜 끝난 건가.

에스나는 꺼내 든 검을 등 뒤에 수납한다. 뿜어져 나오던 빛이 천천히 사라진다.

"이제 돌아가면 될 거 같습니다."

"이대로?"

쓰러져 있는 악마의 시체를 가리킨다. 에스나가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본다.

"설마 저것도 처리해야 하는 겁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 저런 이상한 걸 그냥 내버려 둘 거야?"

악마의 시체는 너무 눈에 띈다. 저런 걸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태워보려고."

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밤새 몰아쳤던 폭풍이 지나간다. 이 정도라면 불이 꺼지지는 않으리라.

악마의 시체에 다가간다. 검은 몸뚱어리에 손을 올린다. 차갑고 끈적끈적하다. 기분 나빠. 빨리 태워버리자.

"소각."

작은 불꽃이 일렁인다. 내리는 빗줄기에도 꺼지지 않고 악마의 시체에 옮겨붙는다. 빗속에서 시체가 타오른다.

"좋아. 다 타는 것만 보고 돌아가자."

에스나가 쪼갠 머리통도 발로 차서 불덩이에 집어넣는다. 잘 타네.

검은 구름도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하늘이 밝아진다. 해가 뜨고 있는 건가.

"아이작.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저것 말입니다."

에스나가 타오르는 시체를 가리킨다. 뭐가 이상한 거지? 잘 타고 있는데.

"불길만 붙었지 전혀 안 타고 있습니다."

악마의 시체를 자세히 바라본다. 에스나의 말대로 다. 시체는 타오를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불길은 뭘 태우고 있는 건데.

"그저 공허를 태우고 있을 뿐입니다."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을의 목소리다. 고개를 돌려 도을을 바라본다.

"악마를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을은 허리를 숙여서 감사인사를 한다.

"여긴 왜 온 거야?"

말에 가시가 돋쳤다. 어쩔 수 없다. 저 도을이라는 존재가 너무 싫거든.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겨난다.

"저걸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을은 불타고 있는 악마를 가리킨다. 불탄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악마는 타오르지 않고 불길만 타오른다.

"가능하십니까?"

"저는 초월자니까요."

에스나의 질문에 도을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악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비는 완전히 멎어 버렸다. 먹구름도 바람을 따라 저 멀리 흩어져간다. 태양 빛이 지상을 적시기 시작한다.

도을은 불길을 향해 손을 휘젓는다. 타오르던 불길이 갑자기 꺼져버린다. 탄 흔적이 없는 악마의 시체만이 초원에 남는다.

가만히 시체를 바라보던 도을이 발을 들어 땅을 찍는다. 땅이 갈라지며 검은 촉수 같은 것이 나타난다. 악마를 붙잡고 갈라진 틈으로 끌고 들어간다.

"뭔가···. 음.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닙니다."

너도 그렇게 느끼는구나. 장면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도을이 불러낸 저 촉수들이 기분이 나쁘다.

우리의 생각이 어떠하든 촉수들은 악마를 끌고 땅속으로 사라진다. 도을은 다시 땅을 발로 찍는다. 벌어졌던 대지의 입이 다물어진다.

"끝났습니다."

도을은 몸을 돌려 우리를 바라본다. 밝게 웃는 모습이긴 한데···. 상당히 껄끄럽다.

"뭔가 말씀하실 게 있으십니까?"

도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제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그러던지."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 걸까. 내 대답을 들은 도을은 입을 열기 시작한다.

"먼저 모든 초월자를 대표해서 악마를 처리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의무가 없는데도 도와주신 아이작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강제인 것처럼 말했으면서.

"그래서 여러분에게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갑자기? 당황스러운데.

"그 보답은 저도 받는 겁니까?"

에스나가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한다. 도을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닙니다. 악마의 퇴치는 사신의 의무입니다. 그리고 그 의무에 대한 대가는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에스나는 도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다시 묻겠습니다. 아이작.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러니까 갑자기 그렇게 물으면 당황스럽다니까. 살아있을 때였다면 몸이 회복되는 게 소원이었지. 그런데 이미 죽었잖아. 그럼 뭘 더 바라야 하는 거지?

"생각나는 게 없으십니까?"

"당장은 없네."

바란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것. 그런데 내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요청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뭔가 필요해지시면 말씀하십시오."

미루는 것도 가능한 건가. 생각보다 편리하네.

"그러면 나중에 요청할게."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볼일을 마쳤으니 이만."

도을은 또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손을 내리긋는다. 공간이 깨져나가며 공허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음에는 안 봤으면 좋겠다."

공허로 한발을 내디딘 도을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도을은 나를 바라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공허로 건너간다.

깨졌던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나와 에스나만이 아무도 없는 초원에 서 있다. 머리를 긁적인다.

"돌아갑시다. 겨울이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래. 돌아가자. 여기 있는 다고 할 일도 없고.

"여기서 인테아까지는 얼마나 걸려?"

"말을 타고 마법까지 쓰면 사흘 정도 걸릴 겁니다."

오래 걸리네.

"그러니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눈이 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에스나는 우리가 달려왔던 방향을 향해 걸어간다. 저 멀리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벽이 보인다.

"달려갈까?"

"싫습니다. 저 지금 엄청 힘듭니다."

빨리 가고자 했던 나의 의견은 기각되었다. 에스나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 걷는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스쳐 간다. 밤새 내린 물기를 머금은 풀을 밟는다. 물방울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아침이 밝았다. 폭풍은 지나갔고. 이제 앞으로 밝은 내일만 남았다!

"아이작. 더 빨리 가야겠습니다."

에스나가 허탈하게 말한다.

"왜?"

"저기 하늘 좀 보십시오."

에스나의 손가락 끝에는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방금 폭풍이 지나간 거 아니었나?

설마 저게 내 미래를 나타내는 건 아니겠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그럴 리가 없다. 내 미래는 분명 밝을 거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직감이 속삭인다. 그렇게 밝은 미래는 나의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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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7 MR.Kang.
    작성일
    19.10.16 09:40
    No. 1

    뭔지 모르겟지만... 잘 해결...된거죠? 아닌가? 산넘어산 처럼 폭풍 뒤에 폭풍인가?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justme
    작성일
    19.10.16 10:26
    No. 2

    당장은 해결 되렀습니다. 하지만 그 후는.... 아이작의 운명이지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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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11막 3장 - 백룡의 길 (6) | Isaac +2 19.11.11 37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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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2 19.11.06 428 10 11쪽
189 189. 11막 3장 - 백룡의 길 (1) | Glinda +2 19.11.05 44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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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6 19.10.31 49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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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3.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5) | Glinda +5 19.10.29 491 11 12쪽
182 182.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4) | Isaac +3 19.10.28 515 11 11쪽
181 181.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3) | Isaac +3 19.10.26 552 11 12쪽
180 180.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2) | Isaac +3 19.10.25 55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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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6 19.10.23 576 14 12쪽
177 177. 10막 종장 - 백룡의 성채 | Isaac +3 19.10.22 618 12 12쪽
176 176. 10막 4장 - 겨울 산행 (4) | Glinda +7 19.10.21 625 13 11쪽
175 175. 10막 4장 - 겨울 산행 (3) | Isaac +4 19.10.19 676 12 12쪽
174 174. 10막 4장 - 겨울 산행 (2) | Isaac +4 19.10.18 649 13 11쪽
173 173. 10막 4장 - 겨울 산행 (1) | Glinda +4 19.10.17 659 14 11쪽
» 172.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5) | Isaac +2 19.10.16 666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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