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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악마 님의 서재입니다.

보조 헌터가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2.02.17 07:58
최근연재일 :
2022.03.30 13:3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5,162
추천수 :
961
글자수 :
189,812

작성
22.02.18 16:05
조회
2,943
추천
43
글자
12쪽

별거 아닌 잡종

DUMMY

“헉······!”


잠시 악몽이라도 꾼 듯 벌떡 일어났다.


평소 같은 던전 토벌, 그리고 정권우가 묵은 감정을 터뜨리며 건드렸고, 갑자기 B급 몬스터인 골렘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결국 난 골렘과 정면으로 싸우다가 분명 던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한 목소리를······.


“꿈치고 더럽게 실감 나네.”

「꿈이 아니다만.」

“······?!”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너··· 넌······!”

「그새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역시 꿈이 아니었나 보네.”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겨우 뭔가 형상이 보일 정도로 어두운 절벽 아래였다.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대로 절벽 아래였다.


조금은 달라진 게 있다면······.


“몸은 말짱해져 있고 말이지.”

「말하지 않았더냐. 널 살리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수상하기는 해도 전부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다.


뭐, 아무튼 몸이 멀쩡해진 건 다행이다.

이제부터 이곳에서 빠져나갈 걸 생각하면 다친 몸으로는 아무래도 힘들 테니까.


“기어 올라가는 건 무리겠지······.”

「그대의 힘과 체력으로는 힘들 거다. 계약으로 강해졌겠지만,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부분은 원래 그대의 몸에 근거를 두고 있으니 말이다.」

“사전에 장황하게 말한 것치고는 별거 없네. 그 계약이라는 거.”

「현재 가계약 상태라는 걸 잊지 마라. 정식 계약이었으면 이런 제약을 줄줄이 읊을 필요도 없었을 거다. 난 처음부터 정식 계약을 가정하고 얘기했다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정식 계약을 하겠느냐?」

“······됐어. 한번 해 본 말이야.”


자존심이 있는지 강하게 나왔다.

이 목소리,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인간적인 거 아니야?


아, 그러고 보면 계속 자칭 신이라느니 목소리 라고 부르고 있는데······ 묘하게 불편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호오, 본녀의 이름이 궁금한 것이냐?」

“그래. 앞으로 필요할 때 불러야 할 거 아니야. 계속 ‘신’이나 ‘목소리’라고 할 순 없잖아.”

「후후, 신이라고 불러도 괜찮다만.」

“그건 내가 싫어.”


신이라고 하기에는 숭배할 점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고.


「그렇다면 ‘루미르네’라 부르거라.」

“루미르네?”


자칭 신이라고 하기에 그럴듯한 신명(神名)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뭐, 나를 인간 인간 하고 부르는 걸 보면 다른 차원의 신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굳이 깊게 파고들 사안은 아니다.

부를 이름을 알았으면 된 거고.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서 빠져나는 게 먼저다.


“구조대를 기다려도 되겠지만, 괜한 시간을 낭비할 필욘 없겠지.”


몸이 회복된 이상 스스로 나갈 길은 찾으면 된다.


돌연 B급 몬스터인 골렘과 조우해 이 꼴이 됐지만, 어디까지나 이 던전의 등급은 D.


정식 헌터에게 있어서는 가벼운 수준이고, 보조이긴 해도 내 능력으로 돌파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론 C급에 들어가는 던전 보스는 상대하기 힘들겠지만, 던전을 빠져나가는 게 목적이라 그쪽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온다, 현석.」


루미르네의 짧은 경고가 날아든다.

의식을 재빨리 현실로 돌리고 단검을 쥐었다.


“뭐가 온다는 거야?”

「별거 아닌 잡종들이다.」


잡종?


그게 뭔가 하던 차에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척은 하나 이상이다.


크르르르르.


“······케이지 울프잖아.”


원래 이 던전에 서식하고 있는 D급 몬스터인 케이지 울프였다.


정식 헌터는 물론이고, 무장한 각성자라면 쉽게 토벌할 수 있는 레벨의 몬스터.


크르르르.


“뭐, 그거야 한 마리만 상대했을 때나 부릴 여유지.”


케이지 울프가 정식 토벌 대상으로 지정된 이유는 다름 아닌 단일이 아닌 집단을 이루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대게 5~8마리, 많게는 수십 마리가 넘게 큰 무리로 사냥, 생식 등을 하며 이처럼 어두운 장소에 서식한다.


“6마리인가······.”


절벽으로 같이 떨어진 야광봉 빛에 녀석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천천히 이쪽을 경계하면서 둥그렇게 포위하며 빙글빙글 돈다.


밤눈이 워낙 밝은 녀석들이다 보니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내게는 겨우 윤곽만 보일 정도로 시야가 어둡다.


야광봉이 같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반응할 틈도 없이 습격당했을 거다.


단검을 뽑아 들고 경계 자세를 취하는 사이, 루미르네 목소리가 날아든다.


「흠, 어둠 속에 숨을 줄만 아는 잡종에게 겁먹은 것이냐?」

“상대가 만만하고 자시고 녀석들이 환경이나 수에서 우위거든.”

「그거야 본녀도 아는 사실이다.」

“알면서 왜 시빈데.”

「그게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컹!


순간 눈치를 보던 케이지 울프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절대적인 차이가 있으면 무슨 조건이 붙든 의미가 없지 않으냐.」


퍽!

캐앵!


정면으로 달려들었던 케이지 울프는 내가 휘두른 주먹 한 방에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연이어 덮치려 했던 다른 놈들도 이를 보고 움찔한다.


“······눈치챘어?”

「후. 본녀를 뭐로 보는 것이냐. 속이려 했다면 좀 더 연기에 정성을 들여야 했을 거다.」


꼭 약한 척 연기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사리긴 했었다.


정신을 차린 직후.

내 몸의 마력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온몸에 넘쳐흘렀다.


이 정도 마력이라면 케이지 울프가 떼로 덤벼들어도 문제없다.


“나중에 등급을 정확히 확인해야겠지만, C에서 B 사이일까.”


오차를 고려해도 C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준이다.


태생적 재능이라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급에서 한 등급 상승은 그야말로 경의로운 기적에 가깝다.


특히 정식과 보조를 나누는 기준인 D와 C의 격 차이는 그야말로 크다.

본인이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뭐 하고 있어. 떼로 몰려왔으면 어서 덤비지 않고.”


크르르······.


뒤늦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걸 깨달은 건가.

수와 환경을 믿고 자신만만했던 아까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다면 굳이 토벌할 필욘 없었다.

어디까지 내 목적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불운했다고 생각해. 별다른 감정은 없지만, 솔직히 이런 기회가 흔치 않거든.”


얻게 된 힘이 어디까지인지 실제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겐 운이 좋게도 적당히 시험하기 좋은 대상이 눈앞에 있었다.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 스킬 발동 [가속]


내 주력 스킬이자 속도 계열 기본기 스킬이다.


마력을 응축해 터뜨리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뭣?!”


근데 뭔가 이상했다.

몸을 움직이는 순간 엄청난 위화감이 덮친다.


평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속도와 거리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제풀에 넘어질 뻔했다.


크릉?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케이즈 울프는 순간 날 시야에서 놓쳤던 건지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틈에 자세를 다잡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윽, 이게 무슨······!”


마력이 상승해서 강해진 건 알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다.


아니, 등급 하나가 차이가 크다는 건 알았지만 이게 스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계약이라는 거······ 등급이 높아질 정도로 마력이 늘어나는 거 말고 다른 게 있다는 건가.’


의문이 일었지만 잠시 밀어놨다.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될 문제니까.


- 스킬 발동 [가속]


아까의 실수를 발판 삼아 위력을 낮춰 발동시켰다.


그제야 평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푹 촤악!


실수 없이 재빠르게 접근해 놈의 목덜미에 단검을 꽂아 돌려 베었다.


순식간에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케이지 울프 사체가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확실히······ 강해졌어.’


과거 같은 급에 몬스터를 토벌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쉬웠다.

칼로 빵을 베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캬아아아!!!


반 박자 늦게 생존을 위협을 느끼고 남은 녀석들이 움직였다.


밤눈이 밝다는 점과 숫자, 그리고 몸놀림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살려 시야를 교란하며 달려들었다.


끼잉! 컹!


“장점도 상대를 봐 가면서 써야지.”


하지만 이점은 단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일정 이상 벌어진 급의 차이 앞에선 소소한 이점이나 변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주먹으로 머리뼈를 쪼개고, 단검으로 단칼에 두 동강 내버린다.


동시에 녀석들의 무리로 파고들어 몸통으로 부딪쳐 밀어내고 종횡무진 움직이며 하나씩 공략했다. 놈들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며 바닥을 적신다.


“하아······ 이걸로 끝인가.”


마지막 녀석의 머리에 꽂힌 칼을 뽑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처절한 저항의 흔적만이 남았다.

그 위로 케이지 울프의 사체가 가득했다.


‘C급 이상 헌터들은 모두 이런 기분으로 몬스터를 토벌했던 건가.’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만큼 수월할 거라 생각 못 했다.


순간 허탈함이 밀려들었다.


그동안 누군 개같이 구르듯 고생했는데, 누군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재능으로 숨 쉬는 것처럼 해왔다는 생각하니······.


뒤늦게 공략법을 알고 그간 해온 뻘짓이 생각나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과 비슷했다.


아, 여기선 공략법이 아니라 치트키인가.


‘······뭐, 이제서라도 얻었으면 된 걸까.’


앞으로가 중요하다 다독이며 피를 털어내고 어두운 던전을 나아갔다.


크르르르······.


“하아, 이쪽에도 엄청 많네.”


던전에 대한 사전 정보가 떠올랐다.


최소 던전 내 서식하고 있는 케이지 울프는 못 해도 10무리 이상이라고 했던 것 같다.


보통 1무리를 5으로 계산하니까, 못해도 최소 50마리 이상이 있다는 소리.


‘중간에 던전 공략이 중지되었을 테니까, 앞으로 만나게 될 놈들의 숫자는 그 정도라는 건가.’


굳이 아까 녀석들로 실험해 볼 것도 없었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내내 몇 번이고 만날 테니까.


“좋아. 해볼까.”


피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에는 활력이 돌았다.


단순히 강해져서 그런 게 아니다.


이건 강함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 스킬 발동 [가속]


아까보다는 더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녀석들 무리에 접근한다.


단검으로 베어 넘기고 이어서 녀석의 대가리를 발로 차 날린다.


케이지 울프는 말 그대로 샌드백 무리처럼 구슬픈 울음만 남기며 흙바닥에 쓰러져 갔다.


“아······ 주머니가 있었으면 꽤 짭짤했을 텐데.”


뒤늦게 쓰러진 녀석들의 마석이 눈에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몬스터에게서 돈이 되는 게 바로 저 마석이다.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10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하지만 현재 난 단검을 제외하고 모든 짐을 후임에게 맡긴 상황이었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가기에는 마석의 크기가 커서 챙기는 게 쉽지 않다.


아깝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지.


바닥에 뿌려진 돈 같은 마석을 뒤로하고 나아갔다.


곧 위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 꼭대기 지점에 도착하자 처음 보았던 절벽 옆길이 보인다.


“이쯤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처음 떨어졌던 지점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용케도 이곳에서 떨어지고 안 죽었네.”

「흠흠, 그게 다 본녀의 덕이지 않으냐.」

“아니······ 그건 떨어지고 난 뒤니까.”

「아무튼 본녀가 없었으면 그대는 무사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덕이라 말하고 싶은 듯하다.


대충 대답하곤 던전 입구로 향하는 걸음을 서둘렀다.


쿠쿠궁······.


“아······.”

「음? 이 기척은······.」


던전에 때아닌 진동이 일어났다.


뒤늦게 생각났다.

왜 내가 던전 밑바닥에 떨어졌는지······.


쿠쿠쿠쿠쿠구······.


“하···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해도 넌 못 알아듣겠지.”


붉은 눈이 번쩍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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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했다시피 신이다만 22.02.17 3,190 48 14쪽
2 순순히 당할 생각은 없어 +1 22.02.17 3,314 53 14쪽
1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22.02.17 3,914 6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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