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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플레이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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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게을러
작품등록일 :
2024.01.20 23:13
최근연재일 :
2024.03.22 11:3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52
추천수 :
6
글자수 :
39,310

작성
24.01.20 23:16
조회
23
추천
1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또 한 명이 쓰러졌다.


마지막, 홀로 남은 남자는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하아···, 시발···.”


거친 숨결 사이에 얹은 욕지거리는 남자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시작 전에는 의문이었고, 마주한 뒤에는 의심이었다.

실물을 처음 목격한 뒤에는 당황했고, 눈을 몇 차례 끔뻑인 후에는 믿을 수 없었다.

홀로 남은 지금에선··· 그냥 어이가 없을 뿐.


그리고 절망을 느끼는 이 짧은 순간에도 저 존재는 야속할 만큼 걸음에 시간을 두지 않았다.


남자는 검을 쥔 오른손을 아래로 축 내렸다.

이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곧 완성된 패배와 이뤄질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남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기다림의 끝은 오지 않았다.


이미 남자를 베어내기에 충분한 거리에 다다랐음에도 존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의 의지가 없다는 듯 남자와 같이 검을 쥔 손을 아래로 내려뜨렸고, 그대로 가만히 남자를 지켜봤다.

마치 존재 또한 어떤 것을 기다리듯이.


“하··· 하하, 하하하하.”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존재의 시선에서 기다림의 이유를 깨달은 남자는 짧은 헛웃음을 흘렸다.


배려 혹은 오만.

둘 다 아니라면 단순한 유희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저러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의도는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알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건 그저 존재가 기다리는 것과 남자가 해야 했던 것이 일치한다는 점.

그리고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지만, 남자의 처지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스읍, 후우.”


남자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을 다듬었다.

막상 마음을 먹어서일까,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 나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시발!”


제 호흡을 되찾은 남자는 돌연 욕지거리를 강하게 내뱉더니, 존재로부터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전의와 투지의 상실을 증명하며 축 내려뜨렸던 검을 다시 들어 올려 그 검날의 끝을 겨눴다.


“화요! 최대출력!”


남자의 부름에 어깨에서 조금 떨어진 허공에서 불타오르는 몸을 가진 도룡뇽이 나타나더니, 남자가 치켜든 검신에 불을 토해냈다.

불을 뱉어낸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끝마친 정령은 다시 사라졌지만, 자기 몸집보다 두 배는 더 크게 토해낸 화염은 유지되어 남자의 검을 둘러싸고 활활 타올랐다.


남은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어 피워낸 불꽃은 남자가 들고 있는 무기가 검이 아닌 한 줄의 불길과도 같아 보였다.

그 화력 또한 어찌나 강한지, 불길 위에 일어난 아지랑이는 마치 공간이 비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후우.

모든 준비를 끝마친 남자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다잡고···.

존재를 향해 갑자기 쏘아져 나갔다.


지나간 길을 따라 긴 꼬리를 그리는 남자의 불타는 검은 마치 광선과도 같았고, 그 폭발적인 움직임은 순식간에 벌렸던 거리를 좁혔다.

이내 남자가 존재에게 맞닥뜨리는 순간.


가속과 탄력, 자신의 한계에 다다른 속도 위에 남자는 검격을 올려놓았고, 어느새 머리 위로 치켜든 그의 불타는 검이 존재를 향해 휘둘러졌다.

내리침과 동시에 검신을 휘감는 불길이 범람하듯 불어났고, 이내 남자의 몸집만큼이나 커진 화염이 존재를 덮쳤다.


그러나.


“나쁘진 않네···. 좋지도 않지만.”


존재의 모습을 모두 집어삼킨 거대한 불구덩이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리고 저 모든 걸 녹여버릴 것 같은 화마 속에서 피어나는 푸른 섬광.


“일개검.”


푸른 빛줄기가 길게 늘어지고, 빛줄기를 기준으로 좌우로 갈라지는 화마.

양분된 화염 속 그 사이로 보이는 존재의 옅은 미소와 어느새 그의 양손에 쥐어진 검.


“씨···ㅂ.”


죽음을 직감한 남자는 마지막 욕지거리를 뱉었지만, 이마저도 갈라지며 그의 세상에 암막이 드리웠다.


[공성전 종료]

[대도시 ‘루 오에즈’ 공성전 “더 원” 길드 승리]


남자의 죽음과 동시에 존재의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올랐고,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상대였던 남자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존재의 길드원들이 다가왔다.




길드원들의 축하 혹은 환호의 함성 속에서 존재를 중심으로 보여주던 화면은 점차 멀어졌고, 이내 영상이 전환되며 공성전을 중계하던 4명의 캐스터가 나타났다.


<전 세계의 이목을 모은 영지 쟁탈전! 애록 왕국 동부의 대도시 ‘루 오에즈’의 주인을 가리는 공성전! 사실상 대한민국 최강의 길드를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 최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쥔 길드는 바로··· 더 원 길드였습니다!>


<와, 이건···. 지금 말이 잘 안 나오고 있는데···, 와···. 진짜, 하하하하하. 제가 지금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믿을 수가 없어요. 대한민국이, 아니 전 세계의 ‘미드나잇’이 또 한 번 들썩이겠는데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전신이었던 일개 길드만큼의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역대 최악의 침체기라고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론이 더 원 길드의 패배를 예측했었습니다만···, 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을 줄이야.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졌는데요. 저도 벌써 수년째 중계하면서 이런 일 저런 일 엄청나게 겪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전설이었던 그가 돌아오다니요! 정말 그 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압도적인···.>



***



“아으으으으으.”


영상을 보느라 찌뿌둥해진 몸을 한껏 펼친 기지개로 풀어낸 범은 하이라이트가 리플레이되고 있는 스마트 폰을 껐다.

보고 싶은 장면은 이미 다 보았으니, 한동안 떠들어 댈 캐스터들의 찬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보니까 재밌긴 하네.”


푹신한 빈백 소파에 몸을 뉜 범은 바로 옆 작은 책상에 널브러져 있던, 읽다 만 만화책을 그대로 들고 와서 자기 얼굴 위로 덮었다.

얼굴을 덮은 만화책의 낡은 종이와 잉크에서 약간의 텁텁함이 풍겼지만, 오히려 범은 이 텁텁함에서 이유 모를 상쾌함을 느꼈다.


“그런데···, 저 짭개는 대체 누굴까나? 난 분명히 캐릭터를 지웠었는데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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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삭제 24.01.20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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