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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연재수 :
365 회
조회수 :
219,060
추천수 :
6,853
글자수 :
1,998,734

작성
20.12.25 11:55
조회
370
추천
22
글자
11쪽

안둘 바라기 2

DUMMY

“가서 동대장 찾을까요?”

“그럼 저거 놓쳐.”

“우리가 어째요.”

“야... 이 자식이 쳐 돌았나... 일단 쏴야지...”

“선뱀... 교전 나면 총알이 몇 개 없어요...”

“쏘고 튀면 되지 임마.”


둘은 일어서 무릎쏴 자세를 취한다.


“야, 자동으로 긁지 마. 야광은 없지만 단발로 끝까지 25발 모두 정확히 조준간 걸어서 쏴. 그냥 갈기면 총알 낭비야. 맞춰야 돼. 동체 중앙선을 쏴봐. 난 최대한 조종실부터 당겨볼게.”


“아 형님. 난 지금 트라이락스로 보고 있다니까.”


“아 그렇지.”

선배는 장난처럼, 해가 지기 전에 군대 야간사격 연습처럼 동그란 가늠자 구멍만 남기고 가렸다. 다른 사람들은 피식 피식 웃고 그랬다. 우리가 무슨 총까지 쏘냐고 말이다.


“이거 아군기 오발 분명 아니지?”

“선뱀. 저거 분명 안둘이야. 진짜!”


“자동 절대 말고. 한 탄창 단발로 속사. 정확히.”

“예. 예. 예.”

“저 시커먼 동체에 한 발이라도 빠지면 중사 아니다. 알간?”

“이게, 총, 되죠?”

“안 쏴봤냐?”

“그, 선배님들 말로는 이거 잘 맞는다던데.”

“기능 K1 K2랑 똑같아.”

“영점 이상할까 겁나네.”

“왜! 쟤들이 내려서 우리 죽일까봐?”

“이 총이라도 잘 맞아야죠. 첨 쏴 봐요.”

“야 이 M-16 명총이야. K1 K2도 후손이야.”


계속 날아온다. 계속 커진다. 선풍기 소리도 더욱 커진다.


“후배, 일어서. 편하게 서서 쏴. 우리 바로 앞으로 지나간다.”

“어, 젠장. 젠장. 이런...”

“저 시커먼 동체에 못 넣으면 잘못하다 우리가 뒈진다. 알았어?”

“네.”

“침착해. 이 거리는 사격도 아냐. 100도 안 되는 거 충분해. 차분하게 단발로 백퍼 해!!!”


"선배! 지금 전쟁이 아니잖아! 안 일어났잖아!“

“야 이 자식아. 전쟁이 나기 전에, 직전에 저게 날아오는 게 맞잖아!!!”

“아... 아...”


물체는 프로펠러 굉음을 휘날리며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길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물체는 대형 트럭 만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고참이 소리친다.


“야 사격! 조종석에서 몸통으로! 중심 평행선을 쏴!”


거리 50미터. 어둠 속에서 기립한 두 명의 몸이 작은 폭으로 통 통 밀리고, 두 사람의 어깨 그림자에서 조그만 연필조각 같은 것이 옆으로 튀어 날아가기 시작한다.


연필조각은 그림자에서 나와 별빛에 반짝이는 탄피가 되고, 물체의 거리 20미터 고도 10미터 좌에서 우로, 긴장 때문에 막 쏘는 건지 서로 알 수 없지만, 단발의 간격은 매우 짧다. 아마도 저 물체가 꽁무니를 보이며 작아지기 전에 한 탄창을 저기 다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터억~ 터억~ 터억~ 윙윙윙윙 웅웅웅~ 터럭~ 터억~ 웅웅웅웅...

물체는 그들 앞 20미터를 통과하는데 날개가 좌로 기울며 떨어진다.


괴물이다. 괴물이었다. 원반형 엔진을 달고 연소를 내뿜는 시커먼 괴물. 밤의 상상력으로 본 괴물은 크고 거대했다. 두렵고 압도당한다. 하지만 둘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저건 방어무기가 없다. 쏘는 대로 어서옵쇼 맞아야 한다.


둘은 저보다 고성능이었지만 분명 저런 괴물에 많이 탔었다. 전투 강하자를 태운 수송기가 날아와 뿌리기 시작하면 땅에서 보기에 두려움 그 자체지만, 접지해서 총을 풀어 초탄을 쏘기 전에는 금치산자란 걸 둘은 정확히 안다. 밑에서 보기에만 어마어마하고 무서울 뿐이다.


2미터 간격으로 선 두 명은 계속 단발로 갈기고, 왼쪽으로 쏘다가 총구와 몸이 정면으로 오고, 이어 발바닥을 돌리면서 오른쪽으로 이어져 계속 쏜다. 수중에서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고래를 보는 기분.


“허... 허.... 지랄. 염병. 이 놈들이.”


쿵!!! 꽈랑!!!


물체는 오른쪽 저 멀리 지상에 떨어졌다. 지상의 길에 착륙하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며 넘어갔다.


한 때 아버지들의 방어무기였던 이 총. 옆에 약실 뚜껑이 열리고, 노리쇠는 마지막 탄 폭발 뒤에 뒤로 밀리다 고정. 약실에서 연기가 흐른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옆에서 쏘는 총성으로 귀가 먹은 몽롱한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흑색화약 냄새... 그건 그냥 냄새가 아니다. 사격장에서 개갈굼과 얼차려와 구타 센타 쪼인트가 같이 메모리 된 그 냄새다. 둘 다 찌르르 소름이 돋으면서 오한이 스친다.


후배는 노리쇠가 고정되었는데도 쏠 총알이 없는 방아쇠를 턱턱 당기고 있었다.

고참이 소리친다.


“탄창 교환! 가보자.”


“진짜 가실려구?”

“무섭냐?”

“현역들이 오겠죠. 우리가 왜.”


“현역이 지금 여기 몇이나 있어! 야, 뱅기 안이 지금 어떻겠냐. 쳐박아서 짜부났으면 다 뒤쥐거나 중상이지. 반파로 쌔려 박아도 저 안에 애들이 온정신 온전한 몸이겠냐? 너 몰라서 물어? 뻔하잖아. 저거 만빵 해봐야 분대야. 와이프랑 애들 생각나?”


“가서 어쩌실려고요. 총소리 났으니까 이제 이쪽으로 다 올 겁니다. 기다리십시오.”


“그러니까 오면 좀 그렇잖아.”


“예?”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이상한 놈이네.”

“...... 예?”


“야, 나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좀 걸려보자.”

“선배님...”


“야 임마. 누가 왔을 때 숨이 붙어 가꼬 아군한테 수류탄이라도 까면 어쪄. 우리가 빨리 가서 수상하면 갈겨야지.”


“선뱀. 우리 탄창 하나 남았어.”


고참이 의아한 눈으로 후배를 본다. 고참은 표정이 변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아함을 속삭인다.


“이러고 말자고? 이 미친 게 진짜... 우린 지금 군인이야. 군인 신분이라고! 본분이 뭐야! 그래도 베레모 썼다고 구라는 까냐? 야 이 자식아 쏘자고. 사람. 쏴보고 싶다고. 사람. 적이잖아. 군대서 1만 발은 쏜 거 같은데,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연습한 거 아냐! 우리 동대가 저 뱅기 앞에 모였는데 슐탄 까고 응사해서 죽고 다치면 어떡해.”


고참이 새 탄창을 결합하고 밑을 손바닥으로 탁!

앞장을 선다.


“따라와. 불안함 나만 다가가 확인할게. 넌 경계만 서... 너 출신 맞어? 여단 용사 했다며, 특수교육 나왔다며. 이게 뭔지 모르겠냐? 뭐하는 거야 지금. 전쟁이라고 전쟁! 정신 염병 미귀 상태냐? 내사 사이코패슨 줄 아냐? 정상이야! 교전행위라고! 이런 기회가 없어! 훈장 때문에 이러겠어 예비군이? 한 놈이라도 도망쳐서 민간인 죽이면 너 책임질 거야? 우리가 제일 가까워. 우린 예비군이 아니라 지금 군인이라고 군인. 참 거 대가리 빠가날라 그러네. 니나 나나 제대하고 노가다에 긴급출동에 안 쪽팔리냐 인생? 총알은 몇 발 없지만 그래도 총 아냐? 이런 거 할라고 지원했던 거 아냐? 스물다섯 발씩 남았어. 저 안에 많아야 13 15명. 것도 잘해야 반 이상 병신. 아닥하고 와.”


선배는 바로 뛴다. 아직 어찌할 바를 모르는 후배는 주변을...

화려한 네온사인 스위치를 끄고 숨을 죽인 강서구가 보인다.

‘아니 뭐가 있어서 여기로 온 거야? 발칸포 피하다 왔나?’


후배는 좀 떨어져 난파된 구형 항공기를 바라본다. 불이 타오르지는 않지만, 플라스틱 조립모델이 부서진 것 같다. 아니 그냥 짜개졌다. 선배 그림자는 성큼성큼 다가선다. 후배도 조준간을 풀고 서서쏴로 바라보며 슬금슬금 다가서고. 선배는 그 난파선 중간으로 들어간다. 후배의 떨리는 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더듬는다.


‘예비군이라고 수류탄도 안 줘?’


그때 저 앞의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항복해 이 놈아. 항복. 항! 복!”


이건 아니다 싶어 후배는 M-16 총구를 잔해로, 다가간다.

발이 후들거린다. 트라이락스를 들어 자세히 본다.


총소리. 빵!


후배는... 난파선에 가렸던 선배의 얼굴을 환히 볼 수 있었다.

선배의 얼굴은 붕괴된 안둘기 동그란 창에 등장해 있었다.

갑자기 빵! 빠바방 총성. 다시 이어지는 총성!

번쩍이는 총구섬광에 선배의 얼굴까지 번쩍인다.

다른 사람이 쏘니 총성이 더욱 크게 천지를 울린다.


단발로 계속 이어진다. 탕! 탕! 탕! 탕!

저 선배는 스물다섯 발을 다 쏠 거 같다.


구급차인지 경찰차인지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찾아온 고요 속에 선배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항복. 항복. 그 말도 못 따라하냐...”


선배가 난파선 그림자에서 분리되어 후배를 향해 걸어온다.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공중의 손. 손이 좀 두툼하다.

후배는 총구를 내리고 플래쉬 스위치를 켰다.


핏방울이 튄 얼굴에 만면의 미소. 치아.

‘아나 진짜, 진짜로 서 있는 사람 얼굴까지 피가 튀네?’


저 멀리 사람들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미쳤어!”

“이 자식이 고참한테...”

“죽을라고 환장했냐고!”


“야 임마. 저게 제대로 착륙했으면 내가 달려들것냐. 우리가 현역이냐? 내가 뭐 대가리 빠간줄 아냐? 몰라? 비행기 안에서는 세계최강도 필요 없어. 비행기 밖으로 나와야 세계최강이야. 비행기가 옆으로 짜부나서 떨어졌는데 어느 세계최강이 저 안에서 멀쩡하냐. 이건 진리야. 발을 디디기 전에는 누구나 좆밥 상태라고! 아는 놈이 왜 그래? 이게 기회지 병신아. 이 자식이 겁은 겁나 먹어가지고. 나도 생각하고 그런 거야. 이미 기관총 구멍 존나 뚫렸더라. 기관총이 조준경으로 쏜 거 같아.”


선배는 다가와 다시 후배 귀에 속삭인다.


“못 본 걸로 해. 알았지?”


선배 손에 쥔 건 놀랍게도 단축형 미니-AK였다.


선배가

“와-이, 이거 봐. 봉 잡았네...”

중얼거리며 멀어지고...


후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인기척을 향한 선배의 고함이 다시 들린다.


“일루!... 일루!... 일루 일루 일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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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개도 잠든 밤 2 20.12.30 376 17 13쪽
165 개도 잠든 밤 1 20.12.28 398 17 10쪽
» 안둘 바라기 2 20.12.25 371 22 11쪽
163 안둘 바라기 1 20.12.23 394 16 10쪽
162 태운다 나의 거짓 4 20.12.21 359 15 11쪽
161 태운다 나의 거짓 3 20.12.18 361 13 14쪽
160 태운다 나의 거짓 2 20.12.16 368 15 11쪽
159 태운다 나의 거짓 1 20.12.14 405 12 11쪽
158 게릴라의 길 2 +3 20.12.11 425 19 13쪽
157 게릴라의 길 1 +2 20.12.09 459 17 13쪽
156 남조선 항공륙전 3 +3 20.12.08 454 26 12쪽
155 남조선 항공륙전 2 20.12.07 392 24 11쪽
154 남조선 항공륙전 1 +1 20.12.04 461 26 11쪽
153 격납고 2 20.12.03 404 19 12쪽
152 격납고 1 20.12.02 417 20 11쪽
151 마지막 가을비 5 20.12.01 350 23 10쪽
150 마지막 가을비 4 20.11.30 360 19 14쪽
149 마지막 가을비 3 20.11.27 355 20 16쪽
148 마지막 가을비 2 20.11.26 432 22 11쪽
147 마지막 가을비 1 20.11.25 433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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