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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66,733
추천수 :
1,629
글자수 :
403,656

작성
20.05.28 06:00
조회
1,007
추천
19
글자
7쪽

12. 칼 품은 자는 쓴다

DUMMY

칼을 품고 다니지 마라

그때부터 세상도 흉기가 된다

그때부터 세상도 널 노린다



14. 칼 품은 자는 쓴다



만약 찌른다고 할 때, 바로 죽는 건 둘째 치고 시체를 어디 좀 끌고 간다? 멀리 끌고 가야 한다. 정말로 발견이 안 되도록 하려면 적어도 추진철책 통문을 열고 남쪽으로 숨겨야 한다. 우리가 북방한계선을 넘어갈 시간을 벌어야 한다.


‘피는 어떻게?’


그래. 피가 문제다. 사람이 없어지고 살피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발견할 것 같다. 그래도 자연은 자체적 위장과 치유력을 가지고 있으나, 워냑 여기 5감이 민감한 인간들이 들어온다. 시야가 풍성한 수목과 수풀로 가득 차기 시작하면, 시각에서 오는 정보가 약해지고 다른 감각이 시각을 대신해서 주인장의 목숨을 관리한다.'


'코와 귀. 그리고 거기에 육감. 냄새는 기본적으로 흙과 식물의 것으로 가득 차고, 그 다음 어쩌다 오는 것이 동물들의 변. 피는 이 안에서 흔하지 않다. 가만히 놔두면 냄새가 오래 간다. 그리고 바라도 오지 않으면 굳어져 확실한 자국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딱딱한 자주색이 되었더라도 그 뿌려진 모양은 인간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한다.


‘구분이 되지. 왜냐하면 자주 맡는 것은 코가 걸러내거든. 우리 귀에는 지구의 자전 공전 기타 등등 엄청난 소음이 실제로 들려. 그런 소리를 다 듣고 판단하면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지. 그래서 삶을 영유하고 생존하기 위해, 그런 소리를 걸러 듣는 거야. 뇌가 저 소리는 없는 거야... 그렇게 세뇌해. 똑같아. 비무장지대는 똥도 함부로 싸면 안 돼. 왜? 동물 똥과 냄새가 다를 수 있으니까.'


'북한 애들은 아예 비무장지대에서 똥을 안 싸. 약을 먹을 거야. 소변도 흙을 덮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대변을 보면 비닐에 보고 나서 묻어. 충분히 파서 묻고 위장하고. 피 말이야. 거기 자주 들어오는 사람들이 피 냄새에 민감할 이유는 뭐냐 하면, 흙과 식물 냄새는 아까 말한 거르는 것처럼 코로를 맡지만 금방 적응해. 그러니 새로운 냄새가 엄청 크게 올 걸. 흙과 식물은 어지간히 특별한 것이 아니면 코가 내버려둬. 새로운 냄새는 코로 찡~~~ 확 오는 거야. 그래서 비누 샴푸 치약 절대로 안 되지.’


피. 양동이로 물을 길어다 그 자리에 부을 수도 없고, 시체를 끌고 가면 핏자국이 남을 수 있다. 여기 자주 다닌 놈들이라면 당연히 그렇다. 놈들도 애매할 거다. 병사가 투항했다면 남쪽 GOP의 징후를 모르리가 없다.


24시간 지켜볼 테니까. 이곳의 양쪽 GP는 거의 모든 걸 기록한다. GOP 철책은 주간에 고가초소만 운영하고 - 어떤 징후가 보이면 기록은 한다. 실제로 완벽하게 기록하는 건 비무장지대로 더 들어온 양쪽 GP. 양쪽 운동경기 스코어까지 기록한다는 농담이 있지. GP의 경우는, 아군 GP에 신병이 들어오면 북에서 “새것! 이름이 뭐냐!” 방송으로 묻기도 한다. 그 정도로 모든 이상징후 일반징후를 기록하고, GP 소대장과 담당관은 필요한 것을 상부에 보고한다.


‘하나가 비면 저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도망친 귀순자가 먼저 향하는 곳은 GP가 먼저일 테지만, 병사가 사라진 곳에서 가까운 GP가 없다. 동쪽이나 서쪽으로 몇 킬로 가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 전연부대는 혹시 좌우측 부대에 무슨 징후 없냐고 물을 것이다. 만약 거기도 답이 없다면? 아리송한 거지.


마치 나와 눈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칼? 브라우닝?’

병사는 우리 쪽을 쳐다봤다.


난 브라우닝 무성을 든 광교산의 등에 손을 대고 있었고, 내가 누르면 조준한 총알은 골통을 뚫는다. 만약 쏜다면 타이밍은 지날수록 좋다. 네 번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소리도 사라졌다. 병사는 갑자기 멈춰 우리 쪽을 바라본다.


‘칼? 브라우닝?’

5초도 지나지 않아,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거 이대로 안 끝나.’


그때 훅~ 아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병사가 서서히... 동료들이 걸어간 쪽으로 눈만, 눈알만 돌렸다.

너는 뭘 느꼈고 우린 널 본다!!!

‘바람. 저들이 사라진 쪽에서 이쪽으로 분다!’

그 반대라면 우린 움직이기 힘들다.

3미터.


내 손이 똘폭의 장딴지를 눌렀다.

똘폭은 즉각 튀어나가며 하체에 테클...

바로 이어 “억!” 소리. 난 왼쪽 멀리를 본다.

이어 정육점에서 나야할 푹푹 소리가 들리고,

실처럼 가느다란 신음.


일어나 적 사라진 방향으로 거총! 수기하고 앞으로 걸어 나가며 내 칼을 뽑았다. 똘폭은 태클을 하면서 허벅지를 찔렀고, 덩어리가 넘어지자 손으로 입을 막고 복부를 몇 번 질렀다. 상대는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손으로 풀을 잡아 뜯고, 똘폭은 군화 끝만 땅에 대고 체중으로 누르면서 꼽힌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똘폭의 선택은 맞았다. 우리 중 체구가 가장 크고 크로스핏을 취미로 하는 똘폭에게 상대는 벗어날 수가 없다. 체중이 20kg은 차이난다. 하지만 일단 꼽아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내가 죽을 거란 사실을 아는 인간의 발광. 괴력. 이래서 사시미 어쩌고 하는 것보다 둔기로 머리를 까는 게 제압에 빠르다는 거다.


이 상황.

내가 할 것은 정해져 있다.

해야 한다. 반드시 무조건 해야 한다.

내가 더 용감한 게 아니다.

내가 더 용감한 거 아냐!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하사 시절 쓰던 말이 나열된다.

‘이 개 같은...’


똘폭과 병사의 목 사이에 칼을 넣고, 날을 아래로 돌린 다음, 성대 부근을 긋고 손으로 입을 누른다. 아주 깊고 넓게 땡겼으니 아마도 성대는... 입을 누른 상태에서 난 익사자가 어떻게 죽는지 바라본다. 그때서야. 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바람은 마치 헬기가 착륙할 때 밀려오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물리적인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대기의 온도와 차이가 무척 컸다. 갑자기 사방이 와드드드드득 비가 내린다. 무슨 일인가. 오늘 비 소식은 없었다.


다른 대원들이 조준상태로 일어났다.

“(추진철책) 통문으로 퇴각. 빨리! 끌어!”


무슨 일인가. 오늘 비 소식은 없었다.

비가 아니었다. 통문 근처에 도달하자 끝났다.

한바탕 소나기. 다행이다. 다름이 아니라

내 몸에 묻은 엄청난 피도 비에...


내가 후미로 서서 끌고 가는 걸 보는데,

발을 끌고 가는데.

내가 너무 많이 잘랐나.

머리가 뒤로 넘어가 덜렁거린다.


‘이 씨...’


서열 2번 까칠이가 문득 생각했다.

풀이 눌린다... 수로처럼 길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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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5. 애국가 3절 (1) +1 20.06.01 925 18 9쪽
20 14. 북녘의 시리우스 +4 20.05.31 946 19 8쪽
19 13. Silencer night - II +1 20.05.30 1,009 21 8쪽
18 13. Silencer night 20.05.29 966 20 7쪽
» 12. 칼 품은 자는 쓴다 20.05.28 1,008 19 7쪽
16 11. 빵카 안에서 - II 20.05.27 1,018 23 10쪽
15 11. 빵카 안에서 20.05.26 1,031 21 9쪽
14 10. 밀로 - II 20.05.25 1,245 20 7쪽
13 10. 밀로 20.05.24 1,075 24 7쪽
12 9. 광교산 동무 20.05.24 1,086 23 10쪽
11 8. 화선은 지금... III 20.05.23 1,102 21 9쪽
10 8. 화선은 지금... II 20.05.23 1,122 21 10쪽
9 8. 화선은 지금... 20.05.22 1,195 18 8쪽
8 7. One way ticket 20.05.22 1,372 22 20쪽
7 6. 목함의 미래 +1 20.05.21 1,930 20 15쪽
6 [서두] 역행의 시대를 꿈꾸다 20.05.21 1,368 19 7쪽
5 5. 고라니가 사람을 구경하는 곳 20.05.20 1,450 25 8쪽
4 4. 보조통문 앞에서 20.05.20 1,607 24 9쪽
3 3. 사자의 서 20.05.20 1,821 27 8쪽
2 2. 군인의 증명사진, 영정사진 20.05.20 2,294 3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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