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진님의 사재입니다.

억까 당하는 고인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연진(連進)
작품등록일 :
2024.07.01 16:37
최근연재일 :
2024.07.05 2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38
추천수 :
1
글자수 :
31,290

작성
24.07.03 08:40
조회
37
추천
0
글자
11쪽

4화 처리

DUMMY

4화



쿵!

또다시 성기사 놈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간단히 경첩으로 고정시킨 문이 그대로 날아가 분해됐다.


쿠당탕.

“수리는 다 됐겠지?”


여전히 개 같은 태도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는 완벽히 끝냈습니다. 검 날이 좀 상해 있길래 좋은 숱돌로다가 연마도 했지요.”

“그래? 흐흠. 여기.”


성기사가 신성을 사용했다. 허공에 작은 구멍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꺼낸 동전 주머니를 던졌다.

허공에 날아오는 소리만 들어도 동전이 얼마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주머니 속에는 은화 다섯 닢 밖에 없었다.


대장간 의뢰 비용은 맡긴 장비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올라가는 난도에 따라 대장장이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성기사가 맡긴 마법검은 수리 비용만 대략 금화 하나 값이다. 거기에 추가 수익까지 붙이면 대략 1골드 30실버 쯤 나온다.


그런데 양심 없이 고작 5실버?


“저···이 정도로는 안 되는데요?”

“하. 성기사가 이단을 잡는데 필요한 장비다. 지금 세상의 악을 뿌리 뽑겠다는데 협조하지 않겠다는 건가? 설마···이단이냐.”

“아니요. 그럴리가요. 하하. 혹시나 하고 물어봤습니다. 오히려 악을 멸하는 데 제가 공로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어째 반응이 저렇게 뻔할 수 있는지.


성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 죄송하지만 잠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 10분 정도요.”

“왜지? 완성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완성은 했습니다. 다만 검을 수리하는 도중에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검이 부서진 쪽은 위쪽이지요? 그런데 하필 그 부분이 검의 무게 중심과 관련된 부위라 저 혼자는 뭔가를 할 수 없었어요.”

“무게 중심이라···.”

“검을 보니까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것 보단, 강하게. 한방 한방에 큰 힘을 담아 휘두르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잖습니까. 그럴수록 검의 무게 중심이 잘 맞아야 힘이 제대로 전달 됩니다.”


내가 이래봬도 대장장이 10년차다. 그동안 먹은 짬밥이 얼만데 검 보고 대상의 스타일조차 파악하지 못하랴.


성기사는 잠시 눈을 꿈틀대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0분이면 되지?”

“예.”


나는 그리 말하며 미리 준비한 강철검을 꺼냈다.

성기사는 의문 섞인 눈초리로 바라봤다.


“대장장이들이 무게 중심을 맞출 때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크기와 무게 똑같이 조정해놨으니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줘봐라.”


성기사는 검을 들고 여러 포즈를 취했다. 검집에 넣고 뽑는 발도부터 시작해서, 휘두르고, 찌르기까지.


“확실히 다르군. 분명 같은 무겐데 휘두를 때 힘 전달이 제대로 안 돼.”

“역시 태양교의 인정을 받은 성기사님 답게 한 번에 맞추시는 군요. 그렇습니다. 이게 무게 중심의 힘이죠. 이걸 잡으려면 손잡이를 잡은 채 이런 포즈를 취해야 합니다.”


그는 내가 보여준 포즈를 그대로 따라 했다.

검을 잡은 채 양쪽 손을 하늘 위로 올린 포즈. 내려 베기 직전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대로 있어주세요.”


나는 그리 말하며 분석하는 척 했다.

성기사는 마음에 안 드는 듯 했지만, 검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니 군말 없이 따랐다.


그렇게 5분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천천히 벽면으로 붙었다. 그리고 살짝 튀어나와 있는 못을 꾹 눌렀다.


그 순간 미리 설치해둔 기관 장치가 작동하며 성기사 아래쪽 발판이 무너졌다.


스캉!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성기사는 예상치 못한 함정에 화들짝 놀라며 저항했지만, 늦었다.

그가 입고 있는 갑주만 해도 수십 키로가 넘어간다. 거기에 5분 동안 검을 들게 해 방심한상태였다.


성기사는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좋아.”


내 생각대로 됐다.

저 아래에는 굵은 가시 기둥을 설치해놔서 떨어지면 바로 즉사하게끔 해놨다.


하지만 꼴에 성기사라고 손바닥으로 벽면을 긁어 속도를 늦췄다. 가시는 이미 강철검으로 부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쿵!

성기사가 주먹으로 벽면을 쳤다.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다.


나는 그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수리비를 은화 세 개 밖에 안 줘놓고 당당하게 검을 요구해? 양심이 터졌냐?”

“하. 그건 이단의 처리를 위해서다! 그리고 방금. 네놈도 이단인 걸 확인했다. 이곳을 올라가는 즉시 네놈의 목을 베어 주님께 받칠 것이다.”


으르렁 거리며 자세를 낮췄다. 뛰어올라 벽을 박차고 나올 생각이다.

실제로 내가 판 구멍은 7m가 채 안 됐다. 분명 일반인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지만, 신의 힘으로 강화된 성기사는 다르다.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나는 미리 준비해둔 양동이를 떨어뜨렸다.

성기사는 주먹으로 쳐냈다.

그 속에 담겨 있던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게 뭐지?”

“화등유.”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깊은 구덩이 속, 불길 한점이 떨어졌다.

붉은색은 직선을 그리며 빠르게 하강하더니 곧 벽에 붙은 화등유와 만나 터졌다.


콰아아앙!

한순간 뜨거운 열기가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화등유는 대장장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름이다.

대장장이는 단조하는 재료에 따라 용광로의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간혹 열에 아주 강한 놈들이 있다. 그런 놈을 단조하려면 짧은 시간에 용광로를 뜨겁게 달궈야 한다.


그때 사용되는 게 화등유다.

한번 불이 붙으면 막대한 화력을 내는 기름.


그 증거로 지금도 구멍 위로 아지랑이가 가득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거로 죽진 않겠지.”


놈은 성기사다. 그것도 태양의 힘을 사용하는 태양교 소속.

아무리 화등유라고 해도 평소 열과 불, 폭발의 힘을 사용하는 놈이 그 힘에 당했을 리 없다.


나는 방심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와이어와 밴드를 허리에 찼다.

슬쩍 잡아당겨 천장에 잘 걸려 있는 걸 확인했다.


“후우.”


검을 잡았다. 대장간에서 가장 예리한 검이다.


꿀꺽.

7m. 그 속엔 검을 들고 있는 남자가 존재한다.

긴장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놈도 정신을 차리고 나올 것이다.


아래로 보이는 매캐한 연기 속에 찬란하게 빛나는 신성이 그 증거다.


나는 쉼호흡을 하곤, 그대로 검을 역수로 잡은 후, 뛰어내렸다.


“흡!”


검이 무거운 만큼 순식간에 떨어졌다.


날카로운 검이 열기를 갈랐다.

얼굴을 스치는 매캐한 연기 사이로 빛나는 성기사가 보였다.


겉보기에 성기사는 큰 상처를 입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괜찮다.

애초부터 폭발의 목적은 놈의 죽음이 아니었으니.


“고작 이 정도에 당할듯 싶으냐! 오냐. 직접 죽으러 이리로 오다니. 죽어라!”


성기사는 자세를 잡았다. 떨어지는 나를 그대로 베어내려는 속셈이다.

나 또한 성기사의 갑옷이 없는 곳. 머리를 향해 검을 내찔렀다.


스캉!

성기사의 검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다.

떨어지고 있는 나의 검보다 놈의 검이 더욱 빨랐다.


뭉툭한 강철의 검에 내 목을 노린다.

동시에 검이 닿는 부분에 신성을 전개했다.


“소멸.”


경동맥 위로 검은 소멸의 기운이 피어났다.

성기사의 검은 그대로 소멸을 강타했고, 사라졌다. 순수 강철검이라 소모 값도 적었다.


성기사가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검이 사라진다는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놀란 것이다.

그는 재빨리 피하려 허리를 숙였지만, 이미 늦었다.


스걱.

날카로운 검이 그대로 마리를 뚫고 들어가 뇌를 관통했다.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성기사의 신형은 허물어졌다.


고요가 일대를 집어삼켰다.


“허억. 허억. 죽었···흡.”


본능적으로 입을 막곤 일어섰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저어내며 성기사의 상태를 살폈다.


반쯤 뒤집어진 동공, 토해내고 있는 피거품. 내가 뻗은 검은 완전히 두개골을 관통해 있었다. 꼴에 성기사라고 마지막에 머리를 강화시켰는지 검에 금이 가득 가 있었다.


“아슬아슬했어.”


팔다리가 떨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투가 만약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죽는 건 나였을 거다. 검을 머리에 박아넣기 전에 내 목이 뎅강 날아갔겠지. 놈도 그걸 알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고.


“일단 수확부터 하자.”


나는 뺨을 두어 번 때려 정신을 차렸다.

이러나 저러나 이긴 건 나였다.


손을 뻗어 신성을 수확했다.


성기사의 몸에서 신성이 빠져나왔다. 새하얀 빛이 나비처럼 날아와 손아귀로 모여들었다.


[신성 55를 공물로 받칩니다.]

[공허의 주인이 재밌어 합니다.]

[공허의 주인이 새로운 스킬을 하사합니다.]


“새로운 스킬?”


[스킬: 관조하는 눈을 획득했습니다.]


=====

관조하는 눈

분류: 관찰

설명: 대상의 신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


“오. 이걸 여기서 얻을 줄이야.”


관조하는 눈은 게임 내에서도 꽤나 유익한 스킬이었다.

대상의 신성을 관측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대상의 강함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 생존과 전투 측면에서 둘 다 용이한 스킬이다.


나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기도했다.


“공허의 주인이시여. 당신의 귀한 선물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은혜와 축복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항상 당신의 뜻에 따라 살겠습니다.”


[공허의 주인이 흡족해합니다.]


신에게 스킬을 받고도 감사 인사를 하지 않으면 호감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인사를 꼬박고박하면 미약하게나마 호감도가 오르지.


게임이 아닌 현실인 만큼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중요한 법이다.


나는 성기사의 육신을 살폈다.

신성을 빼앗긴 성기사의 육신은 빠른 속도로 부패했다. 부패는 살점과 근육을 녹였고, 뼈까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한낱 인간이 신의 힘을 받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성기사의 옷과 장신구를 챙겨 위로 올라갔다.


잠시 숨을 골랐다.

7m나 되는 구멍을 빠져나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가장 먼저 놈의 신분부터 살폈다.

작은 가죽 케이스 안에 그의 소속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

제임스 하버리

소속: 태양교 르보론 교구

직급: 수습 성기사

====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수습 성기사는 보통 성기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이들을 뜻한다.

나는 제임스 하버리라는 남자가 처음 대장간에 들어오자마자 수습 성기사라는 것을 눈치챘다.


해답은 그의 검에 있었다.

보통의 성기사들은 성력을 잘 담을 수 있는 성물을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무기는 마법 검이었다.


성기사들에게 기본적으로 성물이 지급된다는 걸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수습 성기사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마 이게 첫 번째 임무였겠지. 장비는 만들어지는 중일 테고.”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다.

만약 그가 수습 딱지를 뗀 성기사였다면 결과가 아예 달라졌을 것이다.


“일단 옷은 태우자.”


입고 있던 옷을 용광로 속에 집어넣었다. 활활 잘 타올랐다.


다음은 장신구였다.

그가 쓰고 있는 장신구는 반지 하나였다.


반지에 신성력을 불어 넣으니 허공에 구멍이 생겼다.


아공간 마법이 깃든 반지였다.


“생각보다 용량이 크네. 이건 요긴하게 쓸 수 있겠어.”


아공간 반지 안에는 10골드 2실버나 들어 있었다.


“싸우길 잘했네.”


저 위쪽 분도 좋아하는 것 같고.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억까 당하는 고인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입을 위한 연재 시간 변동 안내. 24.07.02 12 0 -
6 6화 던전 NEW 10시간 전 13 1 11쪽
5 5화 아스란 +1 24.07.04 23 0 12쪽
» 4화 처리 24.07.03 38 0 11쪽
3 3화 내가 악신 숭배자? 24.07.02 44 0 12쪽
2 2화 공허의 주인 24.07.01 53 0 12쪽
1 1화 빙의 24.07.01 6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