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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連進)
작품등록일 :
2024.07.01 16:37
최근연재일 :
2024.07.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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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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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빙의

DUMMY

1화


“하아. 이게 사회의 냄새. 진짜 미치도록 그리웠다.”


나는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감격했다.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금 막 제대한 터라 어쩔 수 없다.

가슴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웃음이 비실 흘러나왔다.


버스는 도시를 가로질렀다.

높디높은 빌딩에 현수막 하나가 붙어 있었다.


[신들의 전쟁]

-선과 악의 편에 서서 대륙의 운명을 결정하라!

가상현실 게임으로 리메이크!

지금 플레이하세요!


워낙 휘황찬란한 디자인이어서 절로 눈길이 갔다.


“와... 저게 진짜로 가상현실로 나오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수막에 걸려 있는 신들의 전쟁은 내가 학창 시절 모바일로 나왔던 게임이다.

이름 그대로 선신과 악신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내용이었고, 플레이어는 그들의 신도로 시작하여 여러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매우 재밌었다.

나오자마자 플레이 스토어 1위를 기록할 만큼 말이다.

특히 당시 초중학생에게 인기가 엄청났는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수업 시작하기 전 학교에 모여 친구들과 하고, 학교 끝나고 학원 가면서 플레이했다.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팀전을 돌리며 랭크를 올렸다. 한마디로 내 학창 시절은 이 게임과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단 소리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있는 게임도 그 흥행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지루해진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을 찾아 떠났고, 게임사도 유저들을 잡는 대신 현질 유도로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캐릭터들의 수준이 마구잡이로 올라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때 게임을 접었다.

몇 년을 키운 캐릭터가 하루만에 생성한 캐릭터에게 털리는 모습은···하아.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네.


나도 이때 게임을 접었다.


그러다 군입대하기 직전에 [신들의 전쟁]이 가상 현실 게임으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상 현실 게임은 인간의 뇌파를 이용한 게임으로, 그곳에서 느끼는 모든 감각들은 현실처럼 느껴진고 한다. 빵을 먹으면 빵 맛이 나고, 하늘을 날면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오죽하면 하루 만에 게임 업계 순위가 바뀌었을 정도다.


그런데 내가 한창 좋아했던 게임이 가상현실로 나온다?


“이건 못 참지.”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캡슐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집으로 가봤자 할 것도 없다.


“시간은 몇 시간으로 결제해드릴까요?”


흠.

고민됐다.

간단하게 맛만 보고 집에 가서 잠을 잘지. 아니면 계속 게임을 이어할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10시간 해.


어차피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그렇게 10시간을 결제하곤 캡슐에 들어갔다.


눈앞에 여러 게임이 떠올랐다. 신작 게임 란에 들어가 [신들의 전쟁]에 접속했다.

로딩바가 빠르게 차올랐고, 곧 주변이 검게 암전되며 게임이 시작됐다.


오오. 이게 가상 현실.


눈앞에 떠오른 게임 타이틀. 나는 놀라운 기술력에 감탄하며 캐릭터 생성란에 들어갔다.


[캐릭터 생성]

보유 스탯: 50

-체력: 0

-근력: 0

-민첩: 0

-잠재력: 0

-행운: 0


캐릭터를 생성하기 위해선 스탯을 분배해야 한다.

이 초기 스탯은 게임 내에서 여러 유의미한 영향을 주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사실 최선의 스탯 분배법은 정해져 있다.


순서대로 10, 10, 10, 15, 5.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실험하며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만 따라가면 재미가 없잖아?


나는 스탯칸을 조금씩 올려나갔다.


근력, 체력, 민첩은 전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니 만큼 최소한의 수치는 찍어야 한다. 평균적으로 10을 찍는 걸 감안하면 6 정도면 충분하다.


-체력: 6 근력: 6 민첩: 6


남은 건 잠재력과 행운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모든 스탯을 잠재력에 쏟아부었다.

잠재력은 이름 그대로 캐릭터의 재능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캐릭터는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이때 관여하는 것이 재능으로, 잠재력의 수치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 속도, 한계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잠재력은 한번 결정하면 게임 내에서 수치를 바꾸기 어렵다. 근력과 체력과 같은 일반 스탯은 장비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잠재력 만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아래에 있는 행운은 말 그대로 뽑기와 강화처럼 게임 내에 등장하는 확률적 요소에 작용하는 스탯이다. 어차피 제작할 일이 없어 굳이 투자하지 않았다.


-체력: 6 근력: 6 민첩: 6 잠재력: 32 행운: 0


완료 버튼을 눌렀다.


[한번 만들면 게임 내에서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계속 하시겠습니까? 신중하세요.]


경고 문구에 잠시 멈칫했지만, 계속했다.


“어차피 만들고 별로면 다시 만들면 되니까.”


시간은 많이 남았다.

그렇게 로딩바가 다 차는 순간, 시야가 암전됐다.


* * *



“그것도 벌써 10년인가?”


캡슐에서 정신을 잃고 나는 [신들의 전쟁]에 빙의했다. 그것도 10살의 어린 아이의 몸으로.


처음엔 가상 현실 게임인 줄 알았다. 워낙 현실감이 넘치는 가상 현실이다 보니 열심히 주어진 상황에 맞춰 플레이했다.


하지만 피곤해서 로그 아웃을 하려고 하니 나가지지 않더라.

아무리 로그 아웃을 울부짖어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고아원 원장에게 미친놈 취급당해 쫓겨났을 정도니까.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음은 꿈인 줄 알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눈 떠보니 게임 속에 빙의했다’ 보다, ‘캡슐 안에서 잠들어 꿈을 꾼다’는 게 더욱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자각몽이라는 것도 있고 말이다.


꿈에서 깨려고 허벅지도 꼬집어 보고, 뺨도 때려봤다. 그럼에도 깨지 않길래 3층에서 뛰어내렸다. 조금 더 큰 고통을 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결과만 말하자면 그때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느꼈다.


피가 폭포처럼 흐르고, 눈앞이 흐려진다. 체온이 낮아지는 것도 무섭긴 했는데,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건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공포로 다가왔다.


근처를 지나가는 대장장이만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다.


“운이 좋았지.”


이후 나는 그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배웠고, 독립했다.

생명의 은인에게 언제까지 폐를 끼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승님에게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곳곳을 전전하며 살아갔다.


“지금 쯤이면 다 녹았을 테니 슬슬 시작해야겠어.”


휴식은 끝이다.

대장장이로 먹고살기 위해선 부지런해야 한다. 어찌 보면 프리랜서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자기 일은 스스로 찾아서 수행해야 한다.


나는 용광로에서 녹은 쇠를 꺼내 모루에 얹었다.

망치를 쥐고 있는 힘껏 쳤다.


땅! 땅! 땅!

청아한 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졌다. 달궈진 금속에서 불똥이 튀었다.

계속해서 두드렸다.

두드릴 때마다 금속이 휘었다.


지금 만드는 건 평범한 장검이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만큼 내가 가장 많이 만들어본 무기이기도 하다.


모양이 점점 잡혔다.

그렇게 완전히 검 모양이 됐고, 붉은 열기를 토해내는 검을 기름통에 넣었다.


수욱.

순간 불길이 치솟더니 금속이 식어갔다.

기름은 물보다 냉각이 느린 대신 조금 더 안정적이다.


충분히 식었다고 판단돼서 검을 꺼냈다.


눈앞에 하얀 창이 떠올랐다.


[부족한 행운으로 인해 장비 제작에 실패합니다.]


빠각.

두동강났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미 쓰레기통 안에는 부서진 금속 조각들이 가득했다.


“하아. 역시 이번에도 부서졌네.”


한숨이 턱턱 나왔다.


방금 전 단조 과정은 이론상 완벽했다.

파괴되는 걸 막기 위해 알려진 방법 중 가장 안정적이고 난이도 낮은 조합법을 사용했다. 용광로의 열도 적당히 맞췄고, 안정성을 위해 기름에 냉각시켰다.


이 정도는 이제 막 대장장이의 길에 접어든 초보자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다.


그럼에도 나는 실패했다.

대장장이 경력 10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게 다 빌어먹을 행운 때문이다.


“상태창.”

====

[상태창]

이름: 요한

-체력: 6

-근력: 6

-민첩: 6

-잠재력: 32

-행운: 0

====


“이럴 줄 알았으면 캐릭터 생성 때 행운 좀 넣을걸.”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이 세계가 게임 속이어서 그런지, 뭔가를 제작하는 행위에서 행운은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방금처럼 완벽한 제작법으로 만들어도 행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패한다.


이 행운 때문에 여태 부숴 먹은 무기가 1,000개가 넘어가고, 실패한 의뢰가 1,000개가 넘어간다.


처음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땐 직업을 바꿔볼까 생각했다.

아무리 완벽히 망치를 두드려도 그 결과가 똑같다면 대장장이의 길을 걷지 않는 게 옳은 선택이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머지 않아 사라졌다.


“그 행운이 일상에도 적용되는 줄 몰랐지.”


게임 시작 전에는 제작 행위에만 적용될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행운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줬다.


단순히 주사위를 굴리는 행위부터 시작해서 내가 하는 모든 선택까지. 심지어 외적인 영향도 주는데, 어떤 날엔 누군가 걷어찬 돌이 지붕을 타고 굴러 머리 위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뭘 하라고.

가장 먼저 생각했던 용병은 눈먼 화살에 죽을 뻔한 후로 관뒀고, 상단 사무직은 애초에 뽑아주질 않더라. 아무런 경력 없는 고아원 출신을 어느 누가 뽑아주겠나.


내가 지금까지 대장을 하는 건 그런 요인 때문이다.


“다행히 간간히 큰 건을 터트려줘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나는 낡아가는 공방을 둘러봤다.

창문엔 금이 가 있었고, 벽면 아래에는 구멍이 생겨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빗물이 샜다.


돈이 없던 나는 계속해서 값싼 자리를 찾아다녔고, 이곳에 정착했다.


하자가 많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돈이 없어 저것들을 고치지 못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행운을 2라도 올렸으면, 하다못해 1이라도 올렸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다.


“후회해 봤자 뭐하겠어. 이미 늦었는데. 이제와서 행운을 올릴 수도 없고. ”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망치를 들어야 한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되겠지.


그렇게 여러 금속을 덧대고 있는데 공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콰당!

문이 비명을 질렀다.


문 부서지면 고칠 돈이 없다고!


그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곧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이런 시골에선 보기 힘든 고풍스러운 하얀 로브. 그곳에 달린 화려한 문양의 황금색 휘장. 허리춤에 매달린 기다란 검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해의 신을 모시는 태양교의 성기사가 분명하다.


내가 잘못 봤나? 이런 시골에 저런 사람이 왜 나타난 거야?


눈을 비볐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남자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내게 검을 던졌다. 그러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이봐. 대장장이. 내 검을 수리해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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