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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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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7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6.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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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가지술값

DUMMY

해 뜨는 집에 퇴근 시간이 다 되어 회사원 정명근(39세)이 찾아왔다. 초췌한 얼굴이었다. 간밤에 얼마나 술을 퍼마셨는지 아직까지 홍시 냄새가 솔솔 새어나왔다.


정명근은 어제 회사에서 해고되어 언짢은 마음에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인근 모텔에 들어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정명근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부재중으로 뜬 아내의 전화가 수십 통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전화보다 더 정명근을 놀라게 한 것은 카드 결제 내역이 통보된 문자메시지였다. 네 차례에 걸쳐 삼백 만원이 결제되어 있었다. 무려 한 달치 월급이었다.


정명근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간밤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동료직원과 저녁식사를 겸한 음주 후 호프집에서 한잔 더 마시고 동료는 술이 취한다며 귀가했으나 정명근은 취중에 아가씨가 시중을 드는 가요방으로 혼자서 부나비처럼 찾아들었다.


“어머 오빠 어서와.”


상호도 모르고 들어간 가요방에서 아가씨 둘이 반갑게 정명근을 맞았다. 소영(40세)과 나비(37세)는 정명근이 술기운에 비틀거리자 서로 윙크를 해가며 반색했다.


손님이 없어 하루 공치는가 싶었는데 말끔한 양복차림의 정명근을 보고는 제대로 한 건 올리겠다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빠, 양주 할래 맥주 할래?”


“양주는 돈 없어서 안 되고 그냥 맥주나 마시자.”


소영의 질문에 정명근이 혀가 꼬부라지는 소리로 대답했다.


“카드 줘봐.”


나비가 말하자 정명근이 지갑을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카드를 빼주었다.


잠시 후 룸에 맥주 한 박스와 기본 안주가 먼저 들어오고 나비가 돌아와 카드와 영수증을 정명근에게 건네주었다.


“얼마 긁었냐?”


“삼십 만원.”


“뭐가 이리 비싸?”


“오빠. 비싼 거 아냐. 맥주 한 박스에 삼십 만원이면 맥주 값만 받는 거야. 아가씨 비용과 안주 값은 안 받은 거야.”


“아, 그래? 고맙다. 싸게 해줘서.”


“고맙긴. 자, 오빠. 마셔. 건배!”


나비와 소영이 술 취한 정명근을 살살 달래가며 잔을 부딪쳤다.


“오빠, 술이 다 떨어졌네? 맥주 조금만 더 마시자.”


“벌써 다 마신 거야? 야, 너 그 밑에 뭐야. 휴지통에 술 버리는 거야?”


“아냐, 오빠. 이건 앞에 온 손님 술이야.”


“피 같은 술 버리면 안 된다. 알았지?”


“그럼, 피 같은 술 버리면 천벌 받지. 걱정 마 오빠.”


그러면서 나비는 또 마시는 척하며 휴지통에다 슬그머니 맥주를 버렸다.


정명근은 이후로도 소영과 나비의 리드에 따라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별 짓을 다한 것 같은데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명근은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생수를 따서 벌컥벌컥 식도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끊어졌던 기억 하나가 어슴푸레 떠올랐다.


나비가 맥주 한 박스를 더 시키면서 카드를 긁었는데 영수증에 삼십 만원이 아니라 육십 만원이 찍혀있는 것이었다.


“술 취했다고 바가지 씌우는 거야!”


정명근이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자 나비가 마치 자신도 미처 몰랐다는 듯 다시 끊어오겠다고 하며 룸을 나갔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필름이 끊어진 듯 머릿속이 깜깜하기만 했다.


호주머니에 든 영수증과 문자 메시지는 모두 네 번 계산한 걸로 나와 있고 금액은 각각 삼십 만원, 육십 만원, 구십 만원, 백이십 만원이었다. 헐~~, 369 게임도 아니고.


처음 삼십 만원은 그나마 제대로 계산한 것이라면 두 번째 육십 만원은 잘못된 거니 취소하고 새로 긁어오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비가 취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십 만원을 더 긁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네 번째 계산한 백이십 만원은 아예 어떻게 된 일인지 추측조차 해낼 수 없었다.


정명근은 우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평생 들어먹을 욕을 한꺼번에 다 듣게 되었다.


일단 아내에게 자신의 생존을 알리고 덤으로 욕까지 들어먹었으나 그래도 한결 기분은 나아졌다. 그래서 모텔 욕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근처 해장국 집에서 점심을 시켜먹었다.


어제 상호도 모르고 찾아간 가요방은 허름한 건물 지하 일층의 ‘불나방’이었다. 불나방 문을 밀고 들어섰더니 인상이 더러운 남자 하나가 TV를 켜놓고 캔 맥주에 육포를 뜯고 있었다.


“사장님이세요?”


“예, 그렇소만.”


“저는 오늘 새벽까지 여기서 술을 먹은 사람인데요.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와서 확인하러 들렀습니다.”


“그래요?”


불나방 사장 문동열(42세)은 정명근의 휴대폰 문자와 영수증을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손님이 술을 시켰으니까 계산을 한 거 같은데 자세한 건 우리 애들이 나와 봐야겠네요.”


“아가씨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연락해 볼게요.”


“댁을 어떻게 믿고 전화번호를 알려줘요?”


“그럼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러시든지.”


문동열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정명근은 불나방을 나와 맞은편에 위치한 다방에 들어갔다. 창가에 앉으니 불나방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훤히 보이는 것이었다.


정명근이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한참을 앉아 있으니 종업원이 눈치를 주었다. 정명근은 커피 한잔을 더 시키고 계속 죽치고 앉아있었다.


서너 시간이나 지났을까. 붉게 물든 석양이 골목길에 드리워질 무렵이었다. 이윽고 소영과 나비가 불나방 지하로 들어서고 있었다. 정명근은 부리나케 일어나 불나방을 향해 뛰어들었다.


“어, 오빠 어쩐 일이야?”


나비가 먼저 알은체를 했다.


“어제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왔던데 계산이 잘못 된 거 아냐?”


“오빠 어제 기억 안 나? 다 오빠가 시킨 거잖아.”


“야, 아무리 그래도 나 혼자서 어떻게 술을 삼백 만원어치나 먹냐?”


“오빠만 술 먹어? 우린 그럼 손가락만 빨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셋이서 삼백 만원은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오빠. 우리 술 세다구. 전에는 오백 만원까지도 먹어본 적 있어. 왜 이래?”


소영과 나비의 속사포 같은 대꾸에 정명근은 점점 말문이 막혔다. 이것들이 말하는 본새를 보니 술값을 돌려받기는 애초에 글렀구나 싶었다.


“아가씨 데리고 술 마시고 놀 땐 좋았지? 마시고 나니까 술값은 아깝고? 사내자식이 불알 차고 그러는 거 아뇨. 불쌍한 애들 데리고 놀았으면 값은 지불해야지. 자. 이제 그만 돌아가슈.”


문동열이 인상을 구기며 정명근의 등을 떠밀었다. 정명근은 불나방을 나와 거리를 쏘다니다가 해 뜨는 집을 발견하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라와 본 것이었다.


“혼자서 삼백 만원이면 좀 많긴 하군요.”


박종구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술값을 돌려받을 순 없을까요?”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받아내 봐야죠.”


“수수료는 얼마나 됩니까?”


“공식적으로 환급액의 이십오 퍼센트입니다.”


박종구의 답변에 정명근이 잠시 말문을 닫았다. 아마 머릿속으로 수수료를 암산해 보는 모양이었다.


“김 주임. 불나방 프로필 좀 알아봐.”


박종구가 지시하자 김동수가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았다.


“개다리파 관할이고요. 사장은 문동열, 전화번호는 여기 있습니다.”


김동수의 보고에 박종구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문 사장님. 해 뜨는 집 박종구입니다.”


“아 예. 소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문동열은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예의를 차렸다. 박종구와는 여태 일면식도 없었지만 배천의 3대 조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어제 혼자서 업소를 방문한 손님이 의뢰인으로 왔는데요. 술값이 삼백 만원이나 나왔다고 하네요?”


“아, 예. 그렇잖아도 아까 찾아왔었는데요. 잘 얘기해서 보냈습니다.”


“잘 얘기가 되었다면 바로 귀가했겠죠. 그런데 우리한테 찾아왔어요. 왜 그럴까요? 의뢰인은 바가지 썼다고 생각하는 거죠. 길게 말할 것 없고 얼마나 환급해 줄 수 있어요?”


“아니 환급이라뇨? 우리가 그럼 술값을 바가지 씌웠다는 겁니까? 증거 있어요?”


문동열이 목청을 높이며 항의했다. 박종구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내심 열 받은 모양이었다.


“문 사장. 지금 증거 있냐고 했소?”


박종구가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문동열은 아차 싶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너무 앞서 나간 면이 있었다. 술 취한 놈 바가지 씌우는 건 업계의 불문율인데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박종구에게 무턱대고 오리발을 내민 꼴이었다.


“증거 있냐고 한 말.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정인수 회장에게 불나방 특별관리 좀 해달라고 꼭 말을 해야 알아듣겠소?”


“아닙니다. 소장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얼마나 환급하면 되겠습니까? 오십 프로하면 되겠습니까?”


“술값으로 백만 원만 가지고 이백 만원은 환급해 주세요.”


박종구의 말에 문동열은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으나 후환이 두려워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소장님.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돈 이백 만원은 카드 결제 취소토록 하겠습니다.”


문동열의 전화를 끊고 박종구가 결정된 내용을 정명근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러자 정명근의 초췌한 얼굴에 불현듯 미소가 번지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술 취할 때까지 마시지 마세요. 바가지 술값도 술값이지만 아리랑치기, 퍽치기 등등 술 마시면 범죄의 표적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박종구의 조언에 정명근은 몇 번이나 고개를 주억거렸다.


***


강난희가 운영하는 여성복 매장 ‘란 부띠끄’에는 백조골 ‘밤에 피는 장미’ 출신의 하미옥이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의자매를 맺은 오유라가 취업을 시켜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강난희는 자그마한 매장에 점원까지 쓸 여유는 없다고 마다했지만 오유라가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달아 하미옥을 억지로 집어넣은 것이었다.


하미옥은 란 부띠끄에 근무하면서 강난희로부터 옷에 대한 안목과 손님을 대하는 법, 장사하는 수완 등을 배웠는데 무엇보다 백조골에서의 기억을 하나씩 지워나갈 수 있어 좋았다. 의자매 오유라 언니는 물론 강난희 사장도 마치 친동생처럼 따뜻하게 자신을 챙겨주었다.


오늘은 대여섯 평 남짓한 란 부띠끄에 오유라와 최무을, 그리고 차석준이 방문했다. 원래는 오유라만 매장에 가서 하미옥의 향후 진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최무을이 데이트할 겸 동행하기로 했고 차석준은 간만에 강난희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따라나선 것이었다.


“일은 할만 해?”


매장 한 쪽에 마련된 작은 원탁에 오리의자를 빙 둘러앉아 오유라가 물었다. 그러자 하미옥이 잠시 강난희를 보더니 대답했다.


“사장님이 잘해주시고 일도 재미있어요.”


“월급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하지.”


강난희가 말하자 하미옥이 손사래를 쳤다.


“백조골에 있을 때도 월급은 이리저리 다 떼이고 쥐꼬리만 했어요. 차라리 그때보다 지금이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아요.”


“그래도 여기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까 장래를 위해서 무슨 기술이라도 배워야하지 않겠어?”


“미용기술 어때?”


강난희의 말에 오유라가 맞장구를 치며 제안했다.


“미옥 씨는 손기술이 있으니까 그게 좋겠다.”


“그럼 학원비는 내가 댈게.”


최무을이 이제껏 조용히 있다가 한 마디 꺼내자 오유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나이스!”


그날 저녁 다섯 사람은 시내 번화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간만에 여유롭고 즐거운 식사를 즐겼다. 하미옥만 빼고 나머지 네 사람은 커플이라 분위기가 마냥 화기애애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네 사람은 다들 속으로 하미옥에게 파트너를 찾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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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맘보 나이트 습격사건 21.06.09 132 2 9쪽
31 역전파 +2 21.06.08 165 3 9쪽
30 해원 +2 21.06.07 156 3 9쪽
29 밤에 피는 장미 21.06.06 140 3 9쪽
28 소환조사 21.06.05 126 3 9쪽
27 재수사 21.06.04 124 1 9쪽
26 자살 사건 21.06.03 111 1 8쪽
25 국정원 공영길 국장 +2 21.06.02 117 4 8쪽
24 커플 데이트 21.06.01 138 4 8쪽
23 경고 +2 21.05.31 110 4 9쪽
22 회칼 테러 21.05.30 152 4 10쪽
21 회칼 테러 사주 21.05.29 126 3 9쪽
20 국회의원 마동식 +2 21.05.28 133 4 9쪽
19 아빠는 국회의원 21.05.27 140 3 9쪽
18 피가 끓는다 21.05.26 134 3 9쪽
17 위험한 초대 +2 21.05.25 147 3 9쪽
16 학교폭력 +4 21.05.24 146 5 9쪽
15 난자완스파 21.05.23 143 6 9쪽
14 해뜨는 고아원 21.05.22 154 5 10쪽
13 용사들의 귀환 +2 21.05.22 153 4 9쪽
12 달수반점 21.05.21 157 4 9쪽
11 트로이 목마 21.05.21 16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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