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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의 서재입니다.

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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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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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9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5.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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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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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해뜨는 고아원

DUMMY

차석준은 새벽 5시에 호텔 방에서 눈을 떴다. 어젯밤 침대에 드러누울 때만 해도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저절로 깨어났다. 커튼을 걷어보니 여전히 어둠이 깔려 있었다.


문득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버지는 남의 집 농사나 잡일을 거들어주고 품삯을 받으면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 사람들에게 얻어맞기 일쑤였다.


그래서 차석준이 다짐한 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거였고 또 하나는 남들에게 맞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차석준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죽고 해 뜨는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최무을을 만났다.


최무을은 덩치는 컸지만 숫기가 없었다. 반면 차석준은 눈빛이 초롱초롱한데다 깡다구까지 있었다.


따라서 차석준이 덩치는 작았지만 항상 앞장을 서고 최무을은 참모처럼 따라다녔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 외인부대를 거쳐 창의부대까지 함께 복무하게 된 것이었다.


차석준은 인터폰을 들어 최무을이 묵고 있는 방으로 연결을 해보았다. 최무을 역시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둘은 츄리닝 차림으로 인근에 있는 강 둔치를 한 시간 가량 달리고 호텔에 복귀해서 조식을 먹었다.


차석준과 최무을은 오전에는 SUV차량을 타고 고아원 ‘해 뜨는 집’을 한번 가보았다. 해 뜨는 집은 배천의 북쪽 북악산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어 SUV가 제격이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산에는 아직 녹음이 짙었다.


수녀 출신인 원장의 고향은 황해도 개성이었다. 원장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아들을 위한 해 뜨는 집을 배천의 북쪽 꽃피는 산골에 세운 것이었다.


고개를 넘고 비탈길을 올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오르면서 두 사람은 학창시절 매일같이 걸어 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차량으로 올라도 제법 먼 길을 그 당시는 뛰다시피 하며 학교에 다녔던 것이었다.


마지막 구비를 돌아서니 움푹 꺼진 분지에 해 뜨는 집이 있었다. 문을 닫은 지 십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건물은 폐허처럼 변해있었고 어린 시절 뛰놀았던 운동장은 작은 숲이 되어있었다.


차석준과 최무을은 차에서 내려 해 뜨는 집 숙소동 안을 들어가 보았다.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남학생들 방이었고 왼쪽은 여학생들 방이었다.


건물 안 역시 작은 관목과 풀들로 폐허가 되어있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다들 원장의 눈을 피해 수시로 군기 잡기가 있었고 심지어 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원장은 하루 종일 손드는 벌을 세우면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했다.


원장은 절대 매를 들지 않았다. 훈육은 손드는 벌과 말로써 따끔하게 혼내주는 것뿐이었다. 그럼으로써 원생들이 서로 아끼고 사이좋게 지내며 학생들의 본분인 공부에 충실하도록 가르쳤다.


원생들도 원장의 권위에 복종했다. 중학생만 되어도 덩치나 힘이 원장을 능가했지만 아무도 원장에게 대들지 않았다.


차석준과 최무을이 중학교 2학년이고 박종구가 3학년이었을 때 개다리파 유경훈이 해 뜨는 집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딱 이맘 때 추석을 며칠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당시 유경훈은 서른의 나이로 개다리파 행동대장 정도 되는 위치였다.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자기 딴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해 뜨는 집에 위문을 온 것이었다.


양복을 쫙 빼입은 유경훈이 빌려 탄 ‘허’ 넘버 차를 몰고 와서 원장에게 인사를 한 다음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 초콜릿, 과자, 라면 등을 현관에 잔뜩 내려놓았다.


애들은 좋아서 다들 입이 귀에 걸려있는데 60세 할머니인 원장은 썩 기쁜 얼굴은 아니었다.


아마도 유경훈이 번듯한 직업을 가진 선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격려하겠다며 찾아온 선배를 쫓아 보낼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넌 눈빛이 살아있네.”


유경훈이 차석준에게 처음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학교 졸업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언질을 주었다. 그러나 유경훈을 찾아간 사람은 박종구였다.


“흥신소 일 도와줄 거야?”


숙소동을 나서며 최무을이 물었다.


“종구 형 일이라면 뭐든 도와줘야지.”


차석준이 대답했다. 프랑스에 갈 때 비행기 표를 끊어주고 입대할 때까지 아껴 쓰라며 준 돈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돈은 박종구가 유경훈에게 사정사정하여 가불한 일 년치 봉급이었다.


“흥신소 일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노출될 수도 있잖아.”


“조심해서 하는 거지 뭐.”


최무을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하자 차석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


남북의 해빙무드를 타고 정부에서는 창의부대 해체를 대내외에 천명했지만 사실 창의부대는 해체된 게 아니라 당분간 수면 아래 가라앉혀 놓은 것이었다.


국정원 대북파트 담당국장 공영길은 부대원들에게 무기한 휴가를 주면서 부대든 부대원이든 절대 노출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


***


해 뜨는 집에 배달수가 찾아왔다.


달수반점에 청년 둘이 또다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박종구는 정인수의 유효기간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나 싶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난자완스파가 벌써 이렇게 컸나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박종구가 개다리파에 있을 때만 해도 신생 조직에 불과한 넘버 쓰리였는데 어느 샌가 넘버 투가 되더니 이젠 개다리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로까지 성장한 모양이었다.


“전무님. 달수반점에 난자완스 애들이 또 왔다는데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내가 움직이려면 회장님께 말씀드려야 해. 니가 봉투 들고 와서 말해보든지. 근데 중국집 하나 때문에 난자완스파랑 전쟁하는 건 좀 그렇지 않겠냐?”


“아니 그럼 어떡하란 말이에요. 회장님께 말씀드려요, 말아요.”


“지금 난자완스파 전투력이면 회장님도 쉽게 어쩌지 못한단 말이지.”


정인수의 대답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난자완스파는 유경훈의 한 마디에 꼬리를 내리던 지난날의 그렇고 그런 약체가 아닌데, 유경훈이 뭐가 아쉬워서 알지도 못하는 중국집 하나 때문에 모험을 하겠냐는 말이었다.


박종구는 고민에 빠졌다. 상황이 안 좋다고 의뢰인을 나 몰라라 하는 건 박종구의 흥신 철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믿음을 갖고 찾아온 의뢰인에게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어 박종구는 고심 끝에 차석준과 최무을을 불렀다.


“고민할 거 뭐 있어요? 경찰에 신고하면 되겠구먼.”


박종구의 설명을 듣고 난 차석준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달수반점 영업을 방해하는 놈들이 난자완스파 조직원으로 밝혀진 이상 사법처리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다만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으면 아는 경찰을 중간에 끼우면 될 일이라는 것이었다.


박종구는 정보형사 조창인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조창인 역시 난자완스파가 개다리파와 넘버 원을 놓고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커버려서 자기 선에서 처리하기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조창인까지 그렇게 나오자 박종구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흥신 철학도 이제 그만 접고 달수반점에서 손을 뗄까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생각을 굳힌 박종구가 전화를 들었다. 더 이상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배달수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때 배달수가 해 뜨는 집에 들어섰다. 며칠 사이 얼굴이 완전히 반쪽으로 변해있었다.


김동수와 발바리는 돈 받아 달라는 의뢰가 있어 현장에 나가고 없었다. 둘은 인상이 험했는데, 특히 발바리 인상은 국보급으로 험해서 돈 받아내는 일이라면 애써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채무자들이 크게 부담을 가지게 마련이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여기 말고는 도움을 받을 데가 없습니다. 경찰에서도 경범죄 말고는 딱히 제재를 할 게 없다고 하네요.”


배달수는 감정이 고조되어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박종구는 이미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어 버렸다는 걸 말해줘야 하는데 배달수가 느낄 실망감을 가늠할 수가 없어 묵묵히 듣고 있었다.


“종구 형. 왜 그래요?”


차석준이 최무을과 함께 들어서며 물었다. 배달수는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꺽꺽 소리 내며 울었다.


“저번에 말한 중국집 사장님이야.”


“경찰에 신고하면 해결될 텐데요. 신고 안 했어요?”


박종구가 대답하자 차석준이 의아해서 재차 물었다.


“경범죄 정도로 벌금만 조금 내고 끝난다 하더라고. 그러니까 영업방해는 계속 되는 거지.”


“노골적으로 영업을 방해하는데도 그래요? 이 새끼들을 그냥!”


차석준이 화를 내면서 배달수를 일으켜 세워 당장 같이 가보자며 앞장세웠다. 박종구는 아우들이 괜한 일에 나서서 피해를 당할까봐 차석준의 팔을 잡고 눈을 끔벅거렸다.


하지만 차석준이 아랑곳하지 않고 최무을과 함께 흥신소를 나서자 박종구도 얼른 뒤따라갔다.


달수반점 홀 안에 쌍둥이가 앉아있었다. 차석준은 둘을 번갈아가며 노려보았다. 쌍둥이가 갑자기 나타난 표범과 호랑이 같은 인상의 차석준과 최무을을 보고는 잔뜩 긴장한 채 미간을 꿈틀거렸다.


“너희들, 왜 남의 가게에서 영업방해하고 그래?”


“영업방해라뇨? 우린 식사하러 왔을 뿐인데요.”


차석준의 물음에 장주대가 기죽지 않으려 목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밥 먹으러 왔을 뿐이라고? 이 새끼, 너! 이리 와!”


“근데 왜 반말이야. 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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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국정원 공영길 국장 +2 21.06.02 11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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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학교폭력 +4 21.05.24 14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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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달수반점 21.05.21 15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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