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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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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25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6.12 12:00
조회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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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쿠데타

DUMMY

***


마동식의 지시를 받고 정인수는 차석준과 최무을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흥신소를 찾아가 박종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하지만 박종구에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둘이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으로 국내 특수부대에 소속된 현역 중령이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것을 박종구가 알고 있다고 정인수는 생각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뭔가를 감춘다는 것이 육감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인수는 이후에도 꾸준히 박종구와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유대 관계를 돈돈히 하는데 애를 썼다. 그것이 모두 개다리파를 접수하기 위한 주변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박종구와의 술자리에서 정인수는 결정적인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친밀감이 더해진 데다 따뜻한 실내에서 술기운이 오르자 박종구가 방심한 것 같았다.


“의원님. 차석준과 최무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정인수는 지난 번 받은 마동식의 직통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마동식이 반색하며 전화를 받았다.


“둘은 해 뜨는 집이라는 고아원 출신이고요. 사회 진출하자마자 프랑스로 건너가 외인부대 생활을 한 십년 정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리고 국내 특수부대에 스카웃되어 왔다고 하는데요. 그 부대가 국정원에 있는 창의부대라고 합니다.”


“국정원 창의부대?”


“예. 그렇습니다.”


“국정원에 특수부대가 있나? 정말 국정원 부대라고 그래?”


“예. 의원님. 국정원이라고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마동식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국정원에 특수부대가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특수부대가 언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창의부대가 국정원 소속인지 다시 한 번 더 물어봐.”


마동식은 정인수가 잘못 들었을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는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조직 접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일단 조직 내에서 간부급뿐만 아니라 일반 조직원까지도 스킨십을 늘려가면서 친근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 외부 인사들과도 자주 만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흠. 제법이군. 자네 정치에 대해서 뭘 좀 아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의원님. 제가 감히 정치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유경훈이는 어때. 자네 움직임에 대해서 듣는 게 있을 거 아냐. 측근들이라든지 뭐 그런 거 없어?”


“유 회장의 측근들은 제가 모두 포섭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들어갈리 만무합니다.”


“아예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 좋아!”


기분이 꽤 좋은지 마동식이 톤을 조금 올려 말했다.


“언제 할 거야?”


“뭘 말씀입니까?”


“쿠데타 말이야. 유경훈이를 언제 쫓아낼 거냐고.”


“조만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언제? 내가 그때까지는 못 기다리고. 내일 오전에 쫓아 보내.”


“예. 알겠습니다.”


“어떻게 쫓아낼지 한번 들어나 볼까?”


“예. 제가 조직의 넘버 3, 4, 5까지 이렇게 셋을 데리고 가서 유 회장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하겠습니다.”


“못 비킨다고 하면?”


“그땐 피를 보더라도 끌어내야죠.”


“아,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예? 그럼 놔두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놔두라는 게 아니라 만약에 자리를 못 내놓겠다고 하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조용히 물러나라고 할 테니까. 그거 하나 끌어내는데 피 보고 할 거 뭐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오전 11시로 해. 내일 오찬 약속이 있어서 늦어도 11시 20분에는 사무실을 나서야 하니까 시간 지키고.”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정인수는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제껏 조직 안팎으로 스킨십을 다지고 여론 조성을 하며 개다리파의 2인자로서 든든한 칼제비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놓았지만 실제로 쿠데타를 실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정인수는 구달호 사장과 하준석 부장, 강경호 과장에게 연락하여 저녁에 슈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구달호는 지난 번 연합파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고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는 최근에 퇴원했으며, 개다리파 사옥 이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하준석은 정인수 바로 밑의 부장으로 조직 내에서는 넘버 4, 강경호는 나이트 부문 총괄과장으로 넘버 5였다.


유경훈이 퇴근하고 나자 정인수는 곧장 슈가로 내려가 VIP실에서 세 사람을 기다렸다. 새끼마담 송아영이 맥주와 함께 가벼운 안주를 가져와 한잔 따라주었다.


정인수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조직의 넘버 3, 4, 5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고 자신도 내심 궁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무님. 무슨 걱정 있으세요?”


송아영이 고민하는 정인수의 뇌리를 헤집고 말을 걸어왔다.


“아니. 왜 걱정 있어 보여?”


“얼굴에 씌어있어요.”


“그래? 난 니 걱정하고 있었는데?”


“무슨 걱정요? 시집보낼 걱정요?”


송아영이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이며 관심을 보였다.


“시집은 니가 알아서 가는 거고. 새끼마담으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삼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래? 그럼 마담으로 승진해야겠네?”


“홍 실장님이 계신데 그게 말이나 돼요?”


“그럼 싫다는 얘기네?”


“싫은 건 아니고요.”


“마담으로 승진하면 잘 할 순 있고?”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세요. 전무님.”


그때 조직의 넘버 3, 4, 5가 들어왔다. 송아영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VIP실을 빠져나갔다. 구달호는 아직 완쾌되지 않았는지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무슨 일로 우릴 불렀지?”


구달호가 몹시 궁금했는지 술을 앞에 두고도 손을 대지 않고 질문부터 먼저 던졌다.


“일단 술 한 잔씩들 해. 용건은 천천히 말할 테니까 우선 입가심부터 하자고.”


정인수가 글라스에 양주잔을 넣고는 거품이 넘치게 맥주를 가득 따라 폭탄주를 만들었다.


“구 사장. 퇴원한지 얼마 안 됐지? 자, 구 사장의 건강을 위해서 건배 한 번 하자. 구 사장의 건강을!”


“위하여!”


정인수의 선창에 셋이 잔을 부딪으며 복장하고는 원샷으로 쭉 들이켰다.


“고마워 정 전무.”


구달호가 정인수의 잔에 술을 채워 주며 말했다.


“정 전무 아니었으면 난 그대로 밥줄 잘리는 거였는데 나이트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


“정말요. 전무님 아니었으면 연합파 애들이 나이트를 날로 먹을 뻔했죠.”


강경호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하준석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대화에 가세했다.


“연합파에서 나이트 습격한 그날 아침에 회장실에서 대책회의가 있었거든요. 불곰 형님은 그때 병원에 실려가 있을 땐데요. 회장님이 차 중령 앞세워서 나이트 찾겠다고 박 소장에게 부탁했다가 거절당했거든요. 아, 우리 회장님 그때 거절당하고 쪽팔려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다른 사람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그때 우리 칼제비 형님이 두둥, 하고 나타나서는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했잖아요.”


“나도 얼핏 들었어.”


“칼제비 형님이 박 소장한테 가서 부탁하고, 또 직접 차 중령, 최 중령 만나서 만리성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해서 결국 나이트 찾은 거잖아요.”


“정 전무 정말 고마워. 내가 진짜 충성할게. 사장으로 승진시켜 주고, 또 빼앗긴 직장 다시 되찾아 주고. 정 전무 진짜 농담 아니고 충성 맹세할게.”


구달호가 진심어린 말로 충성맹세까지 하겠다고 하자 분위기는 정인수 쪽으로 거의 기울었다. 정인수가 때를 놓치지 않고 비장하게 말문을 열었다.


“내일 회장 자리에 내가 오를 테니까 많이 좀 도와줘.”


“뭐?”


“예?”


막상 정인수의 입에서 폭탄선언이 터져 나오자 셋이 놀라움을 금지 못했다.


“마 의원님 뜻이야.”


“음.”


“아, 예.”


마치 마패를 꺼내 보이며 ‘암행어사 출두야!’ 하는 기분으로 정인수가 ‘마 의원의 뜻’임을 밝히자 셋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음날 오전 11시.

정인수가 구달호, 하준석, 강경호를 대동하고 회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뭐야! 노크도 없이!”


유경훈이 홍미라를 더듬고 있다가 깜짝 놀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개다리파 회장 유경훈을 탄핵한다!”


강경호가 A4 용지에 출력한 글을 큰 소리로 읽었다.


“무슨 소리야. 탄핵한다니. 내가 방은애야? 야, 정 전무. 이게 무슨 소리야.”


유경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홍미라는 벌써 눈치를 채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말 그대롭니다. 회장님은 이제 탄핵되어 야인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럼 쿠데타야? 칼제비, 니가 감히 쿠데타를 일으켜!”


정인수의 설명에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린 유경훈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조용히 가주시는 게 회장님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그리고 이건 마 의원님 뜻이기도 합니다.”


정인수가 마동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 저 정인수입니다. 유 회장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유경훈은 휴대폰을 건네주는 정인수를 한동안 쏘아보다가 마지못해 폰을 받아들었다.


“의원님. 유경훈입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어. 박수칠 때 떠나.”


“예. 의원님. 항상 승승장구하십시오.”


유경훈은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절로 어깨가 축 가라앉았다. 상대를 매섭게 쏘아보던 눈빛도 어느새 희미하게 변해 있었다.


“정 전무가 처분하는 대로 따르도록 하겠네.”


유경훈이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어느 작고 메마른 노인의 뒷모습처럼 불쌍한 실루엣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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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맘보 나이트 습격사건 21.06.09 13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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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소환조사 21.06.05 126 3 9쪽
27 재수사 21.06.04 124 1 9쪽
26 자살 사건 21.06.03 111 1 8쪽
25 국정원 공영길 국장 +2 21.06.02 117 4 8쪽
24 커플 데이트 21.06.01 13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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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칼 테러 21.05.30 152 4 10쪽
21 회칼 테러 사주 21.05.29 126 3 9쪽
20 국회의원 마동식 +2 21.05.28 133 4 9쪽
19 아빠는 국회의원 21.05.27 140 3 9쪽
18 피가 끓는다 21.05.26 134 3 9쪽
17 위험한 초대 +2 21.05.25 147 3 9쪽
16 학교폭력 +4 21.05.24 14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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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해뜨는 고아원 21.05.22 154 5 10쪽
13 용사들의 귀환 +2 21.05.22 153 4 9쪽
12 달수반점 21.05.21 15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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