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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뜨는집
작품등록일 :
2021.05.12 13:03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6,726
추천수 :
150
글자수 :
161,648

작성
21.06.08 12:00
조회
164
추천
3
글자
9쪽

역전파

DUMMY

역전파 회장 손병태(47세)와 만리성 사장 지용순(44세)은 남들보다 늦게 결혼생활을 시작한 만큼 최대한 살뜰하게 서로를 챙기고 배려했다.


마치 젊은 신혼부부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꿀이 뚝뚝 흐르고 신접살림을 차린 아파트에는 깨소금을 볶듯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외출할 때는 둘이서 손을 꼭 잡고 다녔으며 특히 비가 올 때는 떨어지기가 싫어 우산 하나에 둘의 몸을 밀착해 거리를 걸었다.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박색의 지용순과 도덕적으로 완벽한 노숙자 출신인 손병태의 만남은 사실 사람들의 걱정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결혼 생활이 정말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행여 첫날밤부터 파경을 맞는 건 아닌지 다들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용순은 박색인 외모 못지않게 성격이 지랄 같아서 여자로서는 빵점이라고 호사가들은 말했으며, 손병태는 아무리 예쁜 창녀에게도 눈길이나 손길을 주지 않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노숙자라서 고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호사가들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손병태는 신혼집에서 멀지 않은 만리성에 지용순을 먼저 내려주고 역전파 사무실로 사용하는 역전다방으로 차를 몰았다.


“회장님. 정말 요즘 행복해 보이십니다.”


역전다방 한명자(50세) 사장이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보여요?”


“네. 진작 좀 결혼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짚신도 짝이 있긴 있는 모양이에요. 만리성 지 사장 얼굴 보면 누가 거들떠보겠나 싶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 회장님이실 줄이야.”


“이제 사모님 되신 분한테 무슨 그런 막말을 해요! 가서 쌍화차나 한잔 더 가져와요!”


어느 틈에 왔는지 강도기가 무례하게 말하는 한명자를 나무랬다. 그러자 한명자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주방으로 가고 강도기는 손병태의 앞자리에 앉았다.


“자기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남 험담을 하고 있어. 그것도 우리 사모님을 말이야. 회장님도 저런 못된 소리하면 혼도 좀 내고 그러세요.”


“허허. 그만 둬. 다들 불쌍한 사람들인데.”


손병태가 인자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사실 역전파 출신치고 외롭고 불쌍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전직이 노숙자, 창녀, 구두닦이, 삐끼 등이었다.


한명자도 여인숙에서 손님을 받다가 역전파에 가입한 경우였다. 포주에게 뜯기는 것보다는 도덕적으로 완변한 노숙자 손병태에게 그 돈을 주고 보호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명자는 이후 역전파의 갱생프로그램에 힘입어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다방을 하나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백조골은 조대구가 잡혀 들어갔으니까 이제 우리가 완전히 접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우리 식구들 하나라도 더 갱생시키려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테니까 강 책사가 사업을 확장시켜 봐.”


“예. 회장님. 난자완스파와 연대해서 상부상조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조직원들 서른 명쯤 집합시키라는 건 어떻게 되었어?”


“예. 오늘 밤 자정에 집결시키겠습니다.”


“그래. 소문 안 나게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쌍화차 나왔어요.”


한명자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쌍화차를 내려놓았다.


“아니 한 사장. 왜 계란 위에 계피가루를 안 뿌렸어요!”


“아. 내 정신 좀 봐. 우리 책사님 취향을 깜빡했네?”


강도기의 지적에 한명자가 붉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으로 자신의 옆머리를 때리며 다시 주방으로 쫓아갔다.


***


마동식 의원은 지난 번 국정원 공영길 국장에게 차석준과 최무을을 혼내 주십사하고 부탁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다.


“국장님. 저 마동식입니다.”


공영길은 밑도 끝도 없이 마동식이 자신을 한껏 낮추자 이미 감을 잡았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전화를 받았다.


“의원님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일전에 부탁드린 일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무슨 일이죠?”


공영길의 시치미에 마동식은 속에서 부아가 돋았지만 꾹 참고 말했다.


“차석준과 최무을이 제 자식 놈을 개 패듯 팼는데도 제가 힘이 없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아!”


공영길이 지금 막 생각난 듯 살짝 목청을 높여주었다.


“의원님이 힘이 없기는 왜 없어요.”


“자식 놈을 개잡듯 잡은 폭력배 하나 감옥에 못 집어넣는데요.”


“그건 의원님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치에 안 맞아서 그런 거죠.”


마동식은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이치가 안 맞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슬슬 부아가 치민 마동식이 한껏 자신을 낮추던 말투를 던져버렸다.


“의원님 자제 분이 먼저 물의를 일으켰더구먼요.”


“아니, 물의를 일으킨 건 일으킨 거고 내 자식 놈이 개 패듯 얻어맞았다니까!”


“물의를 일으켰으니까 개 패듯 맞은 거 아닙니까. 한 마디로 인과응보죠.”


“공 국장. 말 다 했소?”


“아직 덜 했습니다. 깡패를 시켜 차석준에게 회칼 테러를 사주했다면서요?”


“아니 회칼 테러 사주라니요? 누가 그딴 소릴 해요?”


“차석준에게 다 들었습니다. 깡패 두목 유경훈이 다 털어놓았다더군요.”


“으으.”


마동식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이 앓는 소리를 길게 내었다.


“제가 의원님을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앞으로 깡패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자식 교육 좀 잘 시키세요. 그럼.”


공영길이 훈계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자 마동식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으아아아!”


공영길은 한 동안 포효하듯 고함을 지르고 전화기를 들어 의원실 벽에다 냅다 집어 던졌다. 전화기가 벽에 부딪혀 박살이 나버렸다.


***


맘보 나이트 구달호 사장은 그토록 좋아하던 술과 여자를 딱 끊었다. 오용태가 회칼 테러에 실패한 후 유경훈의 신임을 다시 받기 위해 와신상담하는 중이었다.


오용태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어버렸다.


확실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허투루 나온 게 아니었다. 맘보 나이트 사장일 때의 오용태와 끈 떨어진 오용태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오용태는 어디 간 데 없고 주눅 든 중년의 남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맡은 바 임무였던 청부 테러에 실패하고 차석준에게 곤죽이 되도록 맞은 오용태는 병원에 입원한 후 병원비 좀 어떻게 해달라고 통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깡패라면 자신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를 청하는 심정으로 자중해야 하건만 오용태는 자존심을 버린 듯 했다.


병원비 좀 도와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는 오용태를 보며 구달호는 기가 찰뿐이었다.


오용태가 실패한 후 유경훈에게 불려가 개 맞듯 맞은 생각을 하면 도와주고픈 생각은 일절 없었지만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서 구달호는 부하 한 놈에게 돈 천만 원을 줘서 병원에 보내주었다.


하지만 얼마 후에 병원 원무과 직원이 병원비를 받으러 왔다며 맘보 나이트를 방문했다. 오용태가 맘보 나이트 사장 명함을 주면서 호텔로 병원비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오용태는 구달호가 보내준 돈 천만 원을 고스란히 챙겨 퇴원했다. 그러고도 오용태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한 동안 도와달라는 전화를 넙죽넙죽 해댔는데 사람 좋은 구달호도 더는 못 참고 쌍욕에 모진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트 영업이 끝나고 직원들이 뒷정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구달호가 퇴근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설 때였다.


갑자기 아래층 홀에서 고함소리가 들리면서 오륙십 명이나 되는 건달들이 연장을 들고 나이트 안으로 쳐들어 왔다. 건달들은 닥치는 대로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나이트 집기들을 모조리 박살냈다.


“야! 뭐 하는 새끼들이야!”


구달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홀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르자 건달들이 동작을 멈추고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어이. 구 사장!”


건달 중 한 놈이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구달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누군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난자완스파의 지용대였다.


“아니. 지 회장! 이게 무슨 짓이오! 난자완스파가 감히 우리 개다리파에 선전포고하는 거요?”


“우리 역전파도 있소!”


손용태가 손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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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만리성의 굴욕 +4 21.06.10 150 1 9쪽
32 맘보 나이트 습격사건 21.06.09 132 2 9쪽
» 역전파 +2 21.06.08 165 3 9쪽
30 해원 +2 21.06.07 156 3 9쪽
29 밤에 피는 장미 21.06.06 140 3 9쪽
28 소환조사 21.06.05 126 3 9쪽
27 재수사 21.06.04 124 1 9쪽
26 자살 사건 21.06.03 111 1 8쪽
25 국정원 공영길 국장 +2 21.06.02 117 4 8쪽
24 커플 데이트 21.06.01 138 4 8쪽
23 경고 +2 21.05.31 110 4 9쪽
22 회칼 테러 21.05.30 152 4 10쪽
21 회칼 테러 사주 21.05.29 126 3 9쪽
20 국회의원 마동식 +2 21.05.28 133 4 9쪽
19 아빠는 국회의원 21.05.27 140 3 9쪽
18 피가 끓는다 21.05.26 134 3 9쪽
17 위험한 초대 +2 21.05.25 147 3 9쪽
16 학교폭력 +4 21.05.24 146 5 9쪽
15 난자완스파 21.05.23 143 6 9쪽
14 해뜨는 고아원 21.05.22 154 5 10쪽
13 용사들의 귀환 +2 21.05.22 153 4 9쪽
12 달수반점 21.05.21 157 4 9쪽
11 트로이 목마 21.05.21 16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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