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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919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2.11.16 17:15
조회
598
추천
10
글자
12쪽

39.

DUMMY

“제가 공자님, 선자님께 행운을 빌어 드릴게요.”

“그래, 그러면 고맙고.”

“나까지?”


진소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선자님께도 행운이 깃들길 기도 할게요.”

“하하. 이거 졸지에 덤을 받았구나. 덤이 많이 커서, 이러면 내가 빚지게 되니 이렇게 하자.”

“예?”

“내 너에게 건강해지는 호흡법을 알려주마. 그러면 덤 값을 하겠어.”

“예?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난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그리 부담 갖지 말거라. 아까 말했듯이 덤 값이니.”

“···.”


주영소는 벌게진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진소군도 다소 의왼지 크게 눈을 뜨고 위진성을 바라봤다.


“자, 먼저 내가 알려주는 걸 외우거라. 그리 길지 않으니 어렵지 않을거다.”

“예..”


위진성은 운기토납법을 주영소에게 자세히 알려줬다. 들숨 날숨을 어떻게 하고 처음에 어떻게 진기를 생성하고 어떻게 경맥으로 돌리며 호흡하는지 알려준 것이다.


“자, 이걸 아침 저녁으로 매일 하거라. 빠뜨리지 않고 정성들여 하면, 아까 같은 상황에서 남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예, 공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거라.”

“예. 공자님, 선자님도요. 행운이, 행운이 두 분과 함께 하길 빌겠습니다.”





위진성은 한 손에 꽃바구니를 들며 휘적휘적 걸었다. 그 모습이 풍류 공자가 기루에 가는 모습 같기도 했다.


“호호호. 사형, 다시 풍류 공자가 되셨군요?”


피식


한 손에 든 꽃바구니를 보다가 위진성이 불쑥 내밀었다.


“진형, 난 혼자니 필요 없소. 그러니 진형이 가져가시오.”

“하하하. 그럴까요?”


진소군이 어색한 남자 목소릴 내며 두 손으로 바구니를 받았다.


흐읍


“하아---! 꽃향기가 정말 좋네요. 여러 꽃들이 섞였는데 이런 꽃향이 나다니···”

“좋다니 다행이네.”

“벌써 행운을 받았어요.”


하하하

호호호


위진성이 천천히 걸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는 남자 둘이 꽃바구니를 샀는데, 이번엔 남자 하나 여자 한 명이 샀네.”

“그러네요?”

“그런데 신기한 건 둘은 같은 사람이라는 거야.”

“호호호. 그거 고약하군요.”

“후후··· 그런데 그 아이와도 묘한 인연이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니···”

“그런 거 같아요. 그런데 사형, 심법을 알려준 건가요?”


검왕문의 내공심법을 알려준 거냐 묻는 것이다.


“응. 그렇게 대단치 않은 거야. 우리 검왕문의 가장 기초적인 운기토납법이야. 기천공이라고 검왕문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하지. 소천심공의 토대가 되는 간단한 호흡법이야.”

“그렇군요. 난 독문심법을 알려주는지 알았어요.”

“아무리 내가 검왕문주라도 그렇게 막 할 수 있나?”

“아무렴요, 문주님.”


진소군이 한 쪽 눈을 찡긋하며 장난끼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둘은 다시 월하장을 향해 걸었다. 가는 내내 진소군은 꽃을 만지작 거리고 꽃향기를 맡으며 즐거워했다. 위진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즐거워 했고.


오늘따라 빨간 장미꽃이 유달리 향기롭다.



#



“이 색이 아닌가?”


진소군이 혼자 중얼거렸다. 요새 화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푹 빠진 그녀다.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비를 협박(?)하다시피 해서 얻은 화장품이었다.


무공만 익히던 그녀에게 꽃단장은 하면 할수록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천성이 어디 가겠는가?


“녀석, 뭘 그리 쫑알 거리느냐?”

“음? 할아버지이~”


봉황각주 경일기가 합죽한 웃음을 지으며 뒤에 서 있었다. 진소군이 반가운지 활짝 웃으며 손을 덥썩 잡았다.


“언제 오셨어요?”

“허허, 욘석아. 화장하는 녀석이 행동은 꼭 남자처럼 하는구나!”

“피이---. 반가워서 그렇죠.”

“쯧쯧쯔으~.. 반가워도 다소곳이 하면 될 것을···”

“엥? 할아버지는 안 반가우신가 보죠?”


진소군의 입이 한 자는 나왔다.


“왜 안 반갑겠느냐? 반갑지, 반가워.”

“그럼 된 거잖아요?! 우와----, 할아버지 반가워요. 깔깔깔”


진소군이 장난스런 동작으로 팔을 벌리고 한 바퀴 돌았다.


“으이구~. 말만한 처녀가 하는 행동은 꼬마 계집애처럼 하니 어찌 할꼬? 누가 데려 갈려나?”

“큭큭.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누군가 절 데려갈테니···”

“허허허. 그 놈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걱정된다니요? 복덩일 데려가는데···?”

“그래, 복덩인 복덩이지··· 그 놈하고 약속이 있는 게냐?”

“음? 어떻게 아셨어요?”


진소군이 짐짓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생전 안 하던 화장을 하는데 모르겠느냐?”


다시 합죽한 웃음을 지은 채 경일기가 대답했다.


“맞아요, 할아버지. 그런데 이게 잘 안 되요.”

“허어··· 군아야.”

“예?”

“넌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히 어여쁘단다. 그러니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돼.”

“정말요?”

“할애비가 어디 허튼소리 한 적 있디?”


그건 맞다. 할아버지는 평생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 분이다.


“감사합니다.”


진소군이 잔잔한 미소로 감사를 표했다.


“그래, 몸은 어떠냐?”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구나.”

“장주님과 숙부님들이 도와 주셔서 회복이 빠른 거 같아요.”

“그런 걸 알면 내상 치료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거라.”

“예.”


진소군이 대답하며 경일기를 바라봤다. 어느새 구순에 이른 그다. 이제 쉬어야 할 나이가 한참 지났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게 본인 때문은 아니지만 진소군은 새삼 미안하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봉황각은.. 정리하셨어요?”

“그래, 그랬다. ··· 떠날 사람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은 같이 대곡현으로 갈 것이다.”


경일기가 시선을 비스듬히 허공으로 한 채 말했다.


“많이.. 허전하신가요?”

“허허. 오랜 친우들도 있으니 좀 허전하긴 하구나!”


봉황각에는 수십 명의 기인이사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고수나 기인들이었는데 이곳뿐만 아니라 천축이나 서장의 고수들도 있을 만큼 구성이 다양했다.


이들이 경일기를 보고 봉황각에 있었으니 그의 인물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음으로 양으로 월하장에 도움을 주었고 월하장의 큰 자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거지를 대곡현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장을 떠났다. 같이 새로운 월하장으로 가는 이들은 이미 출발했고 경일기는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아직 남아 있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그분들과 이곳저곳을 유람 다니셔야 하는데···”

“훗후.. 왜 네가 미안해 하느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어쨌든요. 대신 제가 대곡으로 가면서 중간중간 경치 좋은 곳으로 모실게요.”

“허허. 됐다.”

“됐긴요? 할아버진 언제 떠나세요?”

“글쎄··· 뭐, 하루 이틀 새에 가야지.”

“그럼 내일 저와 같이 출발해요.”

“뭐, 그러자구나.”

“그럼 내일 진시경 월하장 정문에서 뵐게요.”

“알았다.”


몸을 돌리는 그를 향해 진소군이 말했다.


“아직 배웅 하실 분이 더 계신가요?”


경일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하고 오늘 장안을 둘러보고 식사를 할 생각이다. 아마도 마지막 보는 것일 테니···”


돌아서 가는 경일기의 뒷모습이 허허롭다. 진소군은 그런 뒷모습을 건물에 가려 안 보일 때까지 따뜻한 눈으로 지켜봤다.





스산한 밤이다. 하늘에 붉은 달무리에 물든 달이 떠있고 강물엔 붉으스레한 달이 떠있다.


허나 을씨년스런 분위기완 다르게 강엔 많은 꽃놀이 배들이 떠 있었다. 휘황한 등불로 치장한 배들에선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선남선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렸다.


강가에도 밤의 정취를 즐기려는 청춘들로 분위기가 달달했다. 붉게 물든 달을 보며 어떤 이들은 시를 읊었고 또 어떤 이들은 노래를 했다.


우하하하

까르르르

호호호


“원공자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예요?”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러시오? 내 다음엔 놀잇배를 빌릴테니 그땐 더 좋을 것이오.”

“어머!, 놀잇배요?”

“아이, 참! 정낭자, 나 원세권이요.”


연신 주변을 둘러보던 진소군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진소군도 위진성과 함께 강의 정취를 만끽하고자 나왔다. 둘은 천천히 강가를 걸으며 주변의 분위기를 익히고 있었다.


달무리로 흐릿한 달빛이 비쳤지만 오히려 그게 은근한 분위기를 돋궜다. 그래서인지 낭자들은 머리를 넘겨 목선을 드러냈고 풍류남들은 연신 주변을 힐끔거렸다.



‘왜 이리 힐끔거리지?’


위진성은 의아했다. 그도 주변을 열심히 살피며 걸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 저만치서 두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 주위에서 연신 훔쳐 보는 사내 둘이 잡혔다.


“··· 그러더라니까..”

“호호호”


크 흠~


“실례합니다, 소저들. 지나가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두 분이 계셔서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었소이다.”

“예?”

“그냥 지나친다면 내 평생의 실수로 기억 될 것이오. 몇날 며칠 술을 마시며 자책하고 싶지 않았소.”

“킥!”

“그렇소, 소저. 하늘엔 달이 떠있고 강엔 아름다운 불빛과 노래들이 흐르고 내 앞엔 월궁의 항아 같은 두 분이 계시오. 그리고 소저들도 둘이고 우리도 둘이니 어찌 안 어울린다 하겠소?”

“호호호---”


한 여인은 입을 가리고 웃었고 다른 여인은 눈을 위아래로 훑으며 두 사내들을 봤다. 사내들의 차림새는 썩 괜찮았다.


질 좋은 비단옷에 고급 원단으로 만든 영웅건을 둘렀고 한 눈에 보기에도 비싼 당혜를 신었다. 귀공자들 같다.


“네, 좋아요.”

“어머~. 애, 미쳤나 봐!”

“하하하. 역시 낭자들과 우린 통하는 것 같소. 자, 이런 운치에 이런 항아 같은 두 분을 보니 어찌 내 가만 있을 수 있겠소?”

“아무렴. 자, 가시죠.”


“예에, 좋아요.”

“아이 참!”


하하하

호호호


“그런데 어디 있나요?”

“? 뭐가 말이오?”

“놀잇배요.”


당연하다는 듯 눈이 큰 여인이 똑바로 보고 말했다.


“아, 놀잇배?! ··· 오늘은 우리가 늦어서 빌릴 수 없었소.”

“놀잇배, .. 없으세요?”

“아~~.. 하나 있긴 한데 지금 수선 중이라···.”

“애, 가자.”

“그래~~! 가~아. 자.”


여인들이 휙 돌아서 갔다. 어찌나 차가운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사내들은 당황했는지 눈만 꿈벅였다.


심후한 공력의 위진성은 저만치 걸어가며 투덜거리는 여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에이~, 재수없어!”

“애, 그래서 내가 조심하자고 했잖아. 요새 별것도 없으면서 옷만 그럴듯하게 입고 나대는 저런 치들이 한둘이 아니야.”

“쩝! 어떻게 제대로 된 사내가 없니?”


많이도 투덜거린다. 입을 벌리고 보던 위진성은 고개를 사내들로 돌렸다.


“야, 그러니까 내가 어떻해서라도 놀잇배 빌리자고 했잖아?”

“누가 모르냐? 너 돈 있어? 옷, 신발 산다고 일 년치 번 거 다 썼다며?”

“에이, 씨팔! 거의 다 됐는데···”

“야, 반반한 계집들이 재네들 뿐이냐? 오늘 중으로 된다니까. 형을 믿으라고.”

“이런··· 네놈 믿었다가 이게 뭔 개쪽이냐?”

“그럼 잘난 니가 하던가···”


친구끼리 꽤나 싸운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멍하니 보던 위진성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소군은 강에 띄어진 화려한 배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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