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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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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12.05 00:15
최근연재일 :
2016.12.20 02:07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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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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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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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입문식(2)

DUMMY

태상노군의 이름을 딴 노군동은 대대로 화산의 입문식이 거행되는 곳이었다. 오늘은 15년 만에 정식으로 입문 제자를 받는 날. 묘한 흥분이 태상노군의 목상이 모셔진 작은 동굴 안에 가득 메워져 있었다.


태사의에 앉아 있는 장문인 규검자(規劍子) 자운진인은 여전히 냉막한 표정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 덕분에 스물 하나에 달하는 일대 기재들이 숨도 쉬지 못하는 긴장감에 떨어야 했다.


‘그래도 몇 명은 나름 기개를 보이는 군.’


장문인의 뒤에 그림자처럼 시립해 있는 매정립은 좌정해 있는 입문자들의 면면을 훑어보고는 은근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스승인 자운진인을 십오년간 모시고 있었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드는 터. 매정립의 눈에는 차분한 모습으로 입문식의 진행을 기다리는 이남 이녀가 눈에 들어 왔다.


‘낙양에서 온 곽불휘(霍岪輝). 그의 아버지는 일대에서 모르는지가 없는 판관필(判官筆)의 달인 광명수사 곽요하(霍要河)! 낙양에서 이미 곽불휘에게 문무를 가르칠 자가 없다고 할 정도라던가... ’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송충이 눈썹을 한 소년이 이제 막 장문인의 손짓에 의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점의 긴장감도 없는 곽불휘의 발걸음은 어린 나이에도 보신경에 대한 성취를 보여주는 듯 가볍고 일정했다.


“곽불휘... 너는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만 고를 수 있다. 느리고 힘들지만 결국에는 천하 제일인이 될 수 있는 길. 쉽고 빠르게 고수가 될 수 있지만 절대로 천하 제일인은 될 수 없는 길. 어느 것을 고르겠느냐?”


“사내로 태어났으면 천하군림의 꿈을 꾸는 것이 당연할 터! 본제자는 천하제일인이 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곽불휘의 입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터져 나왔다. 그 기세에 화산의 수뇌부들은 벌써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첫 입문자부터 장래가 기대되는 소년이 아닌가!


“좋다. 곽불휘. 나는 말뿐인 녀석을 가장 싫어한다. 내가 항상 주시할 것이다. 매정립은 곽불휘의 도명을 지어주고 수련을 지도하라.”


매정립은 곽불휘가 자신을 쳐다보자 환한 미소를 건냈다. 전 무림에 무명이 자자한 절세의 검객이 자신의 스승이 된다는 생각에 곽불휘 역시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매정립의 옆에가 조용히 시립한 곽불휘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와 자부심이 깃들었다. 좌정해 있는 많은 입문자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부러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다음부터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두 곽불휘의 대답이 정답이라는 것을 눈치 챈 듯 천하제일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도 제이(第二)의 길을 택하는 자는 없었다. 매정립은 곽불휘를 비롯해 두명의 제자를 더 받았는데 모두 근골이 뛰어나고 영준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곽불휘는 두 아이가 모두 자신에게는 조금 떨어지지만 만만치 않은 배경과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조만간 실력을 보여주고 서열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군.’


곽불휘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자 매정립은 금방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과거 그의 사형들도 매정립에게 일례의 행사(?)를 치루었던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탓인가. 매정립은 자신의 제자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것조차 귀엽게만 느껴졌다.


한편 수뇌부들 자리에 시립해 있는 매량은 조금 초조해 있었다. 이제 남은 인원은 단 네 명. 그들은 얼굴이 여자아이처럼 곱고 체격이 가는 한명의 남자아이. 화려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경장차림의 고양이 상의 소녀와 소매가 넓은 녹의를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소녀, 그리고 검은 무복을 입은 평범해 보이는 소녀였다.


‘그래도 남은 아이들이 장문인의 기세에 눌리지 않은 싹수가 보이는 녀석들이라 다행이야. 장문인이 옥녀문과 매화검법을 단맥시킬 생각이 없는 이상 우리에게도 제자들을 보내줄 터.’


매량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매종에게 은근히 전음을 보냈다.


[그래도 괜찮은 녀석들이 남았네요.]


[선택은 아이들이 직접한다. 제자들이 천하제일인을 꿈꾼다면 우리차례는 없겠지...]


매종은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 있는 열기 같은 것을 보고 기대를 접은 눈치였다. 무림에 발담은 사람치고 절대고수를 꿈꾸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는가? 화산 개파 이래 절대고수인 장문인 자운진인. 젊은 후지기수 사이에서 자하신룡(紫赮新龍)이라 불리며 군림하는 매정립. 화산파 입문을 위해 중원 전역에서 모인 스물한명의 기재들도 모두 이 둘의 신화를 보고 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섬서에서 온 정소소(正小小)! 앞으로 나오거라.”


입문식을 돕고 있던 매정립의 외침이 끝나자 검은 무복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시진이 넘는 시간동안 방석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오랜 시간 좌정해 있었을 터. 그러나 정소소는 손 한번 짚지 않고 유령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태사의 앞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발걸음에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낙양에서는 이미 제일기재 소리를 듣던 곽불휘조차 정소소의 움직임을 보고는 모공이 송연해졌다. 그녀와 같이 움직이는 자가 암살을 위해 검을 든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나겠는가. 자운진인 역시 곽불휘 이후 최초로 입문제자에게 관심을 내비쳤다.


“섬서면 코 앞인데 어디 문하에 있었느냐.”


“작은 문파에 불과합니다. 서안(西安)에 있는 사혼문(死)魂門) 문주 정가호(正可護)가 저의 부친이 되십니다.”


사혼문의 이름이 나오자 좌중 사이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20년 전만해도 사혼문은 섬서와 사천일대에서 암살로 이름 높던 살수문파. 화산파가 섬서 무림을 완전히 장악한 후 사혼문이 일개의 무림방파로 전락하긴 했어도 과거의 악명은 아직까지 세인들의 뇌리 속에서 잊히지 않고 있었다.


“어찌... 사혼문의 이름이 화산의 입문식에서 입에 오를 수 있는가?”


“정가호 그자가 아무리 개심했다고 해도 근본까지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정소소는 자신의 아비가 동네 개 이름처럼 오르내리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소아(小兒)야. 사혼문은 섬서에서 이제 제대로 설수 없다. 화산파가 섬서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우리는 죽은 듯이 살 수밖에 없는게야...’


청춘을 문파의 부흥을 위해 뛰어 다녔던 사내의 눈은 이제 완전히 죽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한 장의 서찰에서 시작했다. 규검자 자운진인은 장문인이 된 후 섬서 무림 전역에 있는 흑도방파에 서찰을 보냈다.


[..........과거의 화산이 어떤 방식으로 귀파를 대했을지는 모르나... 본 자운이 화산의 장문직에 오른 이상 흑도방파의 그 어떤 식의 양민 침탈도 용납하지 않겠소. 보호세 명목으로 자릿세를 뜯는 행위, 특히 목숨을 사사로이 해치는 살수업무도 섬서에서는 일체 금하오. .......... 섬서 무림의 안정을 위해 본파의 행사에 협력해주길 각파의 종주들께 요청하는 바요.]


서찰의 내용은 극히 광오했으나 이를 어길 만큼 간 큰 문파는 없었다. 자운진인이 익히고 있는 자하신공(紫赮神功)은 깨질 수 없는 불패의 무공. 그 위력을 견식하고 싶은 마음이 없던 사혼문도 고민 끝에 살수업을 접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지 않게 되면 더 이상 송충이라 부를 수 있는가? 주루 영업에서 정보업, 표국에 이르기까지 정가호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으나 평생을 살공(殺功)만을 닦아온 그에게 사업수완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에 그에 손에 남은 것은 작은 주루하나가 전부.


손님이 모두 떠난 늦은 저녁, 주루 주방에 서서 불어터진 국수를 말아 먹는 정가호의 뒷 모습을 정소소는 잊지 못한다. 어떻게 그 모습에서 고수의 목숨을 주머니 동전처럼 여겼던 특급살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모두 조용히.”


자운진인은 손짓하나로 장내를 조용히 시켰다.


“내가 알기로 정가호는 이미 살수업을 접었다. 그는 이제 서안에서 작은 객잔을 운영하는 자. 그는 이미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는 셈이지. 너희도 기회가 되면 서안에 가서 정가호가 말아주는 소면을 꼭 맛보도록...”


자운진인의 말이 끝나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중 웃지 않은 자는 매정립, 매량, 매종.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세명의 아이가 유일했다. 특히 정소소는 일말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 듯 여유로워 매종을 놀라게 했다.


‘가슴에 한이 대단한 아이다.’


“서안 출신 정소소. 입문을 허락한다. 질문은 이전과 같다. 너는 두 가지 길 중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정소소는 자운진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문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천하제일인.... 을 죽일 수 있는 무공. 그거면 족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매정립의 검이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다. 언제 검을 출수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빨랐지만 정소소는 죽음을 각오한 듯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대화산파의 장문인 앞에서 꽤나 방자하게 입을 놀리는구나.”


정소소는 자신을 힐난하는 매정립을 올려다보며 대꾸했다.


“마치 화산파의 문도가 천하제일인이라고 하고 싶은 모양새로군요.”


자신보다 10살은 어린 소녀의 말에 매정립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일파의 종주를 눈앞에서 멸시하는 것을 좌시한다면 문파의 기강이 무너질 터. 매정립은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 그었다. 그 때였다.


“장문인! 제가 그 아이를 맡겠습니다.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매종이었다. 바닥에 오체를 투지한 매종은 얼굴이 바닥에 문드러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노군동이 떠나가라 외치고 있었다. 매정립의 검은 정소소의 목에 얇은 혈선을 남긴 채 멈춰 섰다.


“그래. 옥녀문이 있었지. 예전의 약조도 있고 하니... 이 아이를 한번 갱생시켜 보게나. 아버지는 자기 분수를 아는 반면에 그 딸은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 하군.”


얼굴이 흙투성이가 된 매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운진인에게 예를 보였다. 그리곤 목 언저리가 피투성이가 된 정소소에게 다가가 자신의 소매자락을 찢어 피를 지혈해 주었다.


“괜찮니?”


동굴의 흙으로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정소소는 그녀의 미소에서 알 수없는 포근함과 충격을 동시에 느꼈다. 생명을 거두는 살공을 익힌 이래로 누군가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인가.


‘나는 여기 죽더라도 살혼문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러 온 것인데.’


갑작스럽게 눈물이 터져나오는 정소소의 얼굴을 매종은 마의를 벗어 덮어주었다.


“청하(靑河). 너는 이제 내 제자란다. 나를 따라오겠느냐.”


마의에 덮힌 정소소, 아니 청하의 고개가 조용히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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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문식(5) 무덤가를 배회하는 창기의 자식 +1 16.12.20 285 3 11쪽
5 입문식(4) +4 16.12.19 38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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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문식(2) 16.12.05 543 3 11쪽
2 입문식(1) 16.12.05 638 4 4쪽
1 서. 천하제일의 무공 16.12.05 76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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