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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조회 수만큼 강해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9 13:00
최근연재일 :
2021.05.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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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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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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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03

DUMMY

3.

시퀀스 확인.

재 연결을 시도···.


아, 다시 이어졌군요.

어서 오세요, 관측자들이시여.


여러분의 체감 시간을 기준으로··· 저번 실험에서 정확히 24시간이 경과했군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이번 접촉은 네 번째가 될까요?


···묘한 기분입니다.

저에겐 그저 찰나의 불과한 순간이니까요.

그대들과 다른 공간.

그쪽 세계와는 이질적인 시간 축···.


앞으로 관측이 이어질수록 이 괴리는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제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관측자님들은 생물학적 나이를 한 살씩 먹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라면 저는 차원의 어긋남과 이 기묘한 물리법칙 덕분에 수명을 이득 본 것일지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이 몸은···.

아니, 이 세계의 모든 것은 그대들이 지켜봐주시는 순간에야 비로소 가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적 관점이지요.

관측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고작해야 그런 불안정한 세계인 것입니다.


···실례했군요.

부디 용서해주시길.

제 실수입니다.

컴퓨터의 매뉴얼에 따르면, 복잡한 수식이나 과학 이론을 입에 올릴 때마다 관측자가 수 십 명씩 줄어든다고 쓰여 있었는데···.


사실 저는 시간을 좀 더 끌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이 뒤에 일어날 비극을 지연시키길 바랐습니다.

결국 의미 없는 발악이었지만요.


미래가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제시한 조건에 도달하는 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현재 시각.

그러니까, 2021년 05월 21일 14시 00분···


<목표 관측 횟수 : 365 / 400>


안타깝네요.

약간···.

아주 조금 부족했습니다.

딱 하루만 더 있었더라도.

어쩌면 몇 시간의 유예만 주어졌더라면.

그의 미래가 변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저에겐 결정권이 없습니다.

심지어 거부할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았죠.

모든 것은 위대하신 양자 컴퓨터의 의지···.

우리는 그저 따르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니 저따위보다, 곧 가혹한 시련을 경험하게 될 우리의 주인공에게 더 큰 관심을···.


“···야.”


마침 유석이 말을 걸어오는 군요.

목소리가 쉬어있군요.

얼굴도 지쳐 보입니다.

그럴 만도 해요.

그는 약 십 분 남짓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했습니다.

초기 장비인 단검이 부러질 때까지 난타···.

누나가 갇힌 수조를 너무 두들긴 나머지, 손등이 다 까졌을 정도니까요.


“누군지는 몰라도··· 내 말 듣고 있지? 쭉 지켜보고 있는 거 아냐?”


물론입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죠.

···그러나 제가 그에게 이처럼 대꾸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하자. 나한테 뭘 원하는 진 몰라도··· 이게 벌이라면, 차라리 바로 죽여줘.”


심정은 알지만 기각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당신의 사망이 아니에요.


“대신 누나는··· 누나랑 뱃속의 애만큼은 좀 봐주라, 응?”


하지만 당신은 조건을 걸 입장이 아니랍니다.


···아무래도 눈치 챈 모양이네요.

조회 수, 관측 목표량이 채워지지 않았단 걸 지금 막 알아차린 것 같아요.


“이렇게 빌게··· 이거 전부 내 잘못이잖아? 내가 여태 생각 없이 인생을 낭비한 죄 값을 받는 거 아니냐고?”


무의미한 고해성사를 하는군요.

우리는 그대를 심판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지금까지 쭉 내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만한 누님이란 말이야. 겨우 재작년에 착한 매형이랑 결혼해서, 올해에 겨우 애가 생겼다고··· 제발, 그러니까!”


유석은 애원합니다.

무슨 수를 써도 이 상황이 변하지 않는 단 걸 깨달은 모양이군요.

이제 그가 매달릴 것은 초자연적인 존재뿐일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유석에 과거에 대해 짤막한 설명을 해야 할 것 입니다.

여러분께서 그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더 공감할 수 있게 유도하란 지시가 내려왔거든요.


박유석.

그는 편부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막 두 살이 될 무렵 모친이 교통사고로 죽었군요.

그래도 유석은 비교적 평범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는 중견기업의 과장인 아버지가 책임졌고.

집안일은 여섯 살 위의 장녀, 유진이 그 역할을 충분히 감내했다 하는군요.

그에게 있어서 누님의 존재는, 아마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큰 책임을 지거나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던 모양이네요.

당연하게 졸업하고.

자연스레 대학에 가고.

군대를 전역할 쯤···.

이제 남들처럼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


···그는 정말로 평범한 일생을 살아왔네요.

어쩌면 우리를 관측하는 여러분들 중에서도, 유석과 비슷한 삶의 주인공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처한 절망감에 더 공감해주실 지도 모르겠네요.


슬픔과 좌절이 교차합니다.

오열과 탄식으로 공기가 무거워 졌어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극도의 무력감까지···.


평범한 반응.

역시 양자 컴퓨터의 계산대로입니다.

충분한 스트레스네요.

이걸로 다음 단계까지 나아갈 환경압이 갖추어졌습니다.


친부의 죽음.

그리고 이어서 누이의 사형선고를 일방적으로 참관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도덕관을 가진 인간의 정신 따위,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조금 부족해요.

우리가 원하는 주인공의 모델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닙니다.

그는 관측자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인물이여야만 하죠.


보다 강인하고.

똑 부러지며.

모든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결단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기에.


그러니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유석이 목적성을 가지도록.

보다 독해질 수 있게···.

저는 그에게 극한의 증오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철컥!

저는 레버를 당깁니다.

수조 아래와 연결된 관을 방금 개방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어떤 액체가 차올라.

머지않아 수조에 갇힌 ‘박유진’의 머리끝까지 잠기게 될 것입니다.


“···!”


깨어났군요.

수조 속의 여인이 눈을 떴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턱까지 차오르는 수위에 허둥대네요.

비명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구조물의 방음 기능은 완벽해요.

소리 없는 통곡을 지켜보며.

다시금 유석이 발광하기 시작합니다.


통할 리 없는 손톱을 세워.

이음새가 존재하지 않는 매끈한 표면에다 필사적으로 긁는군요.

···괴로워 보이네요.

어쩌면 익사당하는 누이보다.

바깥에서 그 모든 걸 지켜봐야만 하는 유석 쪽이 더···.


“그만! 제발 그만해! 내가···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


부조리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치가 있죠.

이 과정을 통해서 그는 악귀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자신에게 남겨진 모든 일생을 복수에만 쓰는···.

그런 처절하고도 강인한 존재로 변모할 테죠.


아아, 부디···.

그가 언제까지고 저를 용서하지 않기를.


각오하고 있습니다.

기대합니다.

언젠가 유석이 허수공간을 찢어발기고 이곳까지 당도할 그 순간만을···.

그때가 찾아온다면, 저는 언제든 이 목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나, 그러려면 우선 그는 더욱 강해져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높은 난이도의 미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속적인 성장이 요구됩니다.

온갖 위기와 수많은 괴물들이 유석을 기다리고 있죠.


···눈치 채셨나요?

이제 남은 일은 관측자 여러분의 협력뿐이라는 것을?


그래요.

통상의 연재물.

웹 소설이라 불리며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스낵 컬쳐.

소모성 컨텐츠의 대표적 특징이죠.

우리가 만든 실험의 구조는 그것과 한 없이 닮아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양자 컴퓨터가 내놓은 해답···.

우리들의 세계가 존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임무는 그대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흥밋거리를 유도하는 것이죠.


···몇몇 분들은 저라는 존재가 고깝게 느껴지실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가능한 저를 원망하고 미워해주시길.

그 마음이 쭉 이어진다면, 언젠가 이 알리시아가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꼴을 보실 수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실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말미에는 저의 죽음 또한 예정되어 있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꼭 그 날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저와 동지들은 최대한 노력할 것이에요.


···감사합니다.

이 지루한 이야기를 끝까지 참고 따라와 주셔서.

제가 굳이 이 타이밍에서 횡설수설한 까닭은···.

유석이 누나가 죽는 모습에 패닉을 일으키는 걸 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곧 수조 안에선 더 이상 일말의 기포도 끓어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생명 반응은 정지.

여인의 배 속에 든 작은 생명 또한···.


“···으, 아아아아아!”


약한 모습은 가리겠습니다.

망설이거나 고뇌하는 주인공은 인기가 없으니까요.

빅 데이터로 산출된 결론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물의 자잘한 정신적 성장의 과정 따위, 관측자들은 원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 우리는 이쯤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테크놀러지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영상을 볼 때 리모콘의 빨리 감기를 쓰신 적이 있나요?

대충 그것을 연상해주시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흘려보내는 기간은···.

그래요, 약 나흘쯤 지난 후로 할까요?

그 정도라면 그가 슬픔과 분노를 추스르기 충분한 시간이 되겠죠.


물론 그 사이 유석이 굶어죽을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최초의 미션에서···.

제노 만티스를 쓰러뜨린 보상이 그에게 수령되었기 때문입니다.


식량은 조각 하나당 약 800칼로리의 고열량 에너지 바.

그것이 딱 열네 개만큼 제공되었습니다.

언제나 허기에 시달릴 테고, 딱히 만족스런 끼니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가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질 일은 없을 거라 단언 드리겠습니다.


유석은 방치된 5일 동안 충분한 준비를 마칠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꼼꼼히 찾아보겠죠.

게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하지 않고, <도움말 UI>에 표기된 모든 걸 읽으면서요.


···이제 유석도 이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했을 테죠.

관측자의 존재.

자신이 어떤 성장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지.


그러면 반드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이후에 주어질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요.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스킬탭 카테고리에서 새로 추가된 스킬을 발견합니다.


<전투력 300 돌파!>

<새로운 스킬이 해금되었습니다!>

<다음 습득 조건까지 365 / 500 남았습니다!>


<바벨 회로>

-패시브 스킬

-종족, 출신을 넘어선 언어의 본질을 간파한다.

-대상이 지성체인 경우, 목소리로 행하는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유석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네요.

전투관련 스킬이 아니라 살짝 실망한 눈치입니다.


하지만 그는 곧 이 기술의 무궁한 가능성을 떠올립니다.

추후에 누굴 만나게 될지 몰라.

언어를 초월해서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시시할 리 없다··· 라고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다음 스테이지를 맞이할 준비가 된 모양이군요.


아니나 다를까···.

유석은 오래 전에 제노 만티스에게서 루팅한 <숏 소드>를 장비한 상태입니다.

모바일 알피지 게임을 즐긴 경험 덕분일까요?

파괴된 <녹이 슨 단검>은 분해해서 재련 가루로 환원까지 시켰나보네요.


그는 닷새째 되던 날.

이내 천장을 바라보며 고함을 쳤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건데? 당장 진행시켜. 미션인지 뭔지 얼른 시작하라고!”


···좋아요.

독기에 찬 얼굴을 보니, 당장이라도 다음 전장으로 나아갈 의욕이 가득한 것 같군요.

아버지와 누나의 원수를 갚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나 봅니다.


이제 우리가 그의 정신 상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자, 그러면···.

그가 분노를 풀 수 있게 훌륭한 무대를 마련해주도록 할까요?


팟!

쿠과과과광!

닷새만의 재구성이 시작됐군요.


영역은 다시 넓어지고, 더욱 더 확장···.

사방에서 격벽이 올라옵니다.

이번엔 저조차 한 번에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스테이지가 펼쳐졌습니다.


제가 확인 가능한 정보에 따르면 대략 103,438 제곱미터.

관측자님들께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31,290평이군요.

어지간한 야구장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넓은 것뿐만이 아니야.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게 혼잡하네요.

천장까지 붙은 거대한 벽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미로···.

그렇다면 이 스테이지의 돌파 목적은?


<적정 전투력 600>

<미션 목표 : 출구를 찾아라.>


알기 쉬운 임무.

유석은 미궁의 입구에 서서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리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네요.

당장 앞에 펼쳐진 갈래 길만해도 서넛 개···.

저로서도 어느 쪽이 진짜 길인지 알 수가 없군요.

그래서··· 과연 유석의 선택은?

그도 망설이느라 당장 나아가지 못하는 건 아닐지?


“X랄··· 가지가지하고 자빠졌네.”


···솔직히 잠깐 놀랐습니다.

하지만 설마하니, 그가 제 목소리를 듣고 반응한 건 아닐 겁니다.

그저 주어진 임무가 못마땅하기에 성을 낸 것에 불과하겠죠.

그런데···.


“···꺄아아아악!”


비명.

갑작스러운 고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 울림에 유석의 고개가 좌측으로 향합니다.

그건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다?

또 다른 실험체가?

이건 저도 듣지 못한 이야기인데···.


아차, 유석이 등을 돌립니다.

그리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작가의말

<박유석>

전투력 : 365


장비 : 숏 소드 +25 (+45)


스킬 : <통찰의 눈>

        <바벨 회로> New


특수 기술 : 없음.

               다음 해금까지 16 / 100


<<<독자의 조회 수에 따라 전투력이 증가합니다.>>>

<<<독자의 추천 수에 따라 무기의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독자의 댓글 수에 따라 특수 능력이 해금됩니다.>>>

<<<독자의 선작 수에 따라 █████됩니다.>>>

<<<적정 전투력 : 600>>>

<<<미션 목표 : 출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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