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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졸업자가 즐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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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휼T
작품등록일 :
2018.10.26 11:31
최근연재일 :
2018.12.14 12: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607
추천수 :
165
글자수 :
120,210

작성
18.12.03 11:44
조회
225
추천
8
글자
11쪽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1)

DUMMY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을까.


우린 어느새인가 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그 던전을 깨야만 다음 시나리오 퀘스트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뉴비들은 물론이요, 부캐를 키울 때도 진행이 막혀버린 고인물들 역시 그렇다.


결국 우리는 ‘공적’이 되버린 것이다.


....뭐지? 뭔가 일이 엄청나게 커졌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자 식은땀이 흐른다.


우리의 진짜 정체가 들키기라도 하는 순간 이 게임을 편히 하기엔 글러먹게 될 것이다.


수진 덕분에 우연히 이 즐겜파티에서 나가게 된 아현은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어떤건지 몸소 느끼고 있었지만.


“잡아라아아!!!”


“악! 또 왔어!”


“...하아.”


벌써 토벌대가 오는게 몇 번째인지.


중상위 레벨 대의 토벌대가 올 때마다 전부 격파라 쓰고 농락이라 읽는 일을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토벌대의 평균 레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토벌대의 평균 레벨은 무려 400.


리치왕이라도 잡으러 가야 할 파티 구성을 가지고 스켈레톤을 잡으러 온다니.


물론, 내 한숨은 어려워서의 이유가 아니다.


이 짓을 그만둘 타이밍을 놓쳐버려 이젠 재미도 없고 귀찮을 뿐인 일을 계속 해야 하니 늘어졌을 뿐.


더 이상은 어떤 참신한 방법으로 골려먹어야 할지 아이디어도 없다.


처음 업데이트 후 유저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레이드 몬스터의 기분이 이러할까.


“아예 이참에 마왕이 돼봐?”


어. 그냥 떠오른건데 나쁘지 않다.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마왕.


...아니아니. 역시 그건 아니지. 멋이 떨어진다.


마왕이 된다면 아예 다른 모습으로...


콰아앙!!


“끄아아악!”


“어그로 핑퐁! 탱커들끼리 서로 도발 돌아가면서!!”


“이 몬스터 도발 면역이야! 그런거 안돼!”


“그럼 진짜로 도발을 해!”


“!?”


그런 고로, 오늘은 쿠쿠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몰려온 토벌대 15명을 전부 혼자서 상대하고 있는 쿠쿠의 모습은 역시 레이드몹 그 자체다.


아픈게 싫어서 방어력을 올리다보니 어느새 탱커가 됐다, 라고 하는 쿠쿠의 말마따나 맞기를 싫어하는 쿠쿠는 모든 공격을 다 막아내고 있고.


도와달라는 눈빛이 자꾸 나와 수진이에게 향하지만, 우리는 그 시선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울상인 쿠쿠는 괴롭히는 보람이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눈을 뜰지도.


도발? 먹힐 리가 있나. 그건 몬스터 전용인데, 우리 내용물은 유저니까 당연히 안 되지.


“선생님! 대체 이 몬스터는 왜 쓰러지지 않는 건가요!!”


“몰라. 에어맨인가...”


“네!?”


한참을 공격하는데도 쓰러지긴 커녕 hp가 다는 것도 없으니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저런 대화가 오가는걸 보면 분명하다.


저러다 쿠쿠가 궁지에 몰리게 되면 진가가 나오는데, 과연 저들은 쿠쿠의 2페이즈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왜 쿠쿠가 반격은 안하고 막기만 하는지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쩌엉!


“딜 타임!!”


탱커 둘이 일제히 쿠쿠의 방패를 크게 쳐내는 데에 성공.


그 순간 쩌렁쩌렁하게 울린 누군가의 외침.


단 한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던 쿠쿠가 처음으로 당황하더니-


콰아아아앙!


광속으로 주먹을 휘둘러, 검을 휘둘러 오던 유저 몇을 일합에 즉사시켰다.


그 모습에 드디어 딜을 넣을 수 있다고 흥분했던 유저들이 일제히 얼어버렸다.


드디어 나왔군.


이게 바로 쿠쿠의 반격 모드, ‘아픈건 싫어!’ 패턴.


보통의 탱커가 탱킹의 한계가 되면 한번 뒤로 물러나서 어그로 핑퐁을 하는 것과 달리, 쿠쿠는 마치 그동안 쌓인 데미지를 되돌려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위력의 주먹질을 가한다.


‘내가 너무 강해서 공격은 가급적 안하고 방어만 하는 거야.’ 같은 인상을 주기엔 충분한 것이다.


“미...미친...이런걸 어떻게 이겨!?”


“후퇴! 후퇴하라! 전략적 후퇴다!!”


결국 30분간의 사투 끝에, 유저들은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갔다.


그만한 시간을 혼자서 버텼는데 숨도 흐트러지지 않은 쿠쿠는 그야말로 경외스럽다.


탱커 1위라는 이름값 제대로 했다고 보면 될까.


“왜 구경만 한거야!! 무서웠잖아!!!”


“?”


쿠쿠가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적들이 쿠쿠를 무서워했다는 건가. 그럼 맞는 말인데.


“정말 뉴비 손님은 더 이상 안 오나~”


“무시!? 야, 민지성!!”


급기야 쿠쿠가 실명을 불렀다.


이건 제법 화가 났다는 뜻이군.


지금 달래지 않으면 나도 언제 진심 펀치에 당할지 모른다.


“알았어, 미안해. 잠시 생각할게 있었어서.”


“싸우고 난 뒤에 해도 되잖아!”


“당연히 널 믿었지. 현존 최고의 탱커. 명실상부한 탱커 1위이자 부동의 1위. 철옹성!”


“으, 아으...”


칭찬을 계속하자 쿠쿠가 꼼지락거리며 부끄러워했다.


좋아. 조금만 더 하면 화가 완전히 풀릴 것 같다.


“거기다 괴력까지-”


말보다 빠르게 주먹이 날아들길래 간발의 차로 피했다.


위험위험.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지 마!”


풀풀 화를 내더니 삐져버렸다.


나도 분위기타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가 저 말을 쿠쿠가 싫어한다는 걸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나.


“...그런데, 수진. 지금 뭐하는 거야?”


“응?”


내가 로그인 했을 때부터 몇장의 커다란 종이를 들고있던 수진이는 종이비행기를 접기 바빴다.


흔히 사용하진 않는 A2정도의 크기.


정말 종이 비행기를 접기 위해 공수해온건가.


수진이 성격상 그럴 리는 없을건데.


“던전 앞에서 나눠주길래, 투명화 마법 쓰고 몰래 몇 장 나눔받아왔어.”


그건 나눔이 아니라 도둑질일건데.


이 세상 도둑질 피해자들이 기부천사로 바뀌어버렸다.


“던전 앞에서 나눠줬다고?”


던전 앞에서 굳이 이런 거대한 종이를 나눠줄 이유가 있을까.


심지어 뒷면엔 무언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잠깐. 저거 설마?


“한 장 줘봐.”


“안 돼! 이거 다 써서 합체형 비행기 만들거란 말이야!”


“보고만 돌려줄 테니까.”


“아앗! 이 도둑!! 왜 남의 걸 맘대로 가져가!”


“네가 할 소리냐!?”


합체형 비행기라는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실로 궁금하지만, 지금은 다른게 더 급했다.


가져가지 말라며 떽떽거리는 수진이를 간신히 떼어놓고 종이룰 뒤집어 ‘그림’을 확인했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결과에 얼이 빠지고 말았다.


현상금 포스터.


심지어 ONLY DEAD라 적힌 그것엔, 나와 수진이와 쿠쿠가 스켈레톤으로 변장한 모습이 스크린샷으로 제대로 찍혀 있었다.


심지어 그 현상금이라 하면 쿠쿠는 2000만. 수진이는 3000만. 나는 무려 5000만.


이야.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돈 주려나.


“야, 임수진.”


“왜!”


“왜 이걸 보고도 아무 말 안했냐아아아!!!”


순식간에 비행기를 접어, 그 끝부분으로 수진이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덜컹-!


생각보다 종이비행기의 끝부분은 뾰족하다.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던 수진이를 팔짱을 끼며 지켜보고 있자, 던전 입구에 설치해 둔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왔다는 신호와도 같다.


토벌대 잡은지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하나가 더 온 건가. 오늘은 간격이 많이 짧은데.


“정찰하고 올테니까 둘 다 정비하고 있어.”


“안 할거야!”


수진이가 혀를 내밀며 명령 거부를 외쳤지만, 말은 저렇게 해도 착실히 준비할 것이다.


피격당하는게 싫은 쿠쿠야 알아서 잘 할테고.


‘응?’


어느새 제집처럼 구조를 다 꿰찬 던전을 빠르게 가로지르며 가던 중.


분명 입구에서 소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깊숙이 들어온 유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지도가 있다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마치 함정이 있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은-


“....이런.”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레이드 몹을 사냥한다거나, 최전방 필드를 오갈 때 몇 번 지나가면서 본 적 있는 얼굴들.


즉, 상위 랭커들이다.


‘드디어 올게 왔나.’


이들은 여태까지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우리를 잡으러 온, ‘진짜’ 토벌대다.


평균 레벨대는 450~470으로 추정하면 될 것이다.


레벨 차이로 압도적으로 발라먹던 짓은 할 수 없다.


사실상 레벨에 따른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오로지 아이템과 컨트롤 싸움이다.


이것 역시 내가 랭킹 1위라는걸 감안 했을 때 우위에 있는건 맞지만.


“조금 전력으로 해볼까.”


콰앙, 하고 발 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한 이들이 모인 10인의 토벌대.


이건 다른 방식의 즐겜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난 씨익 웃었다.


“쿠쿠, 수진. 이번엔 놀 생각 하지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더 빠르다.


삽시간에 그 둘에게 되돌아간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전했다.


“강한 토벌대야?”


“상위 랭커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방심하면 훅 간다.”


“으음...”


이미 예전에 예상한 부분이었기에 둘 다 큰 반응은 없었다.


올게 왔구나.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우연찮게 우리 구성은 탄탄하게 되어있다.


탱커 쿠쿠. 후방 딜러 수진. 그리고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메인 딜러, 나.


탱커 1위인 쿠쿠나 마법사 3위, 전체 랭킹은 15위인 수진이 역시 쉽게 당할일 없다.


20명 정도라면 아현의 참전을 고려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10명이라면 그래도 할만하다.


“이번엔 함정같은거 없어. 정면으로 격파할거야.”


어짜피 함정을 쳐둔다 한들 그런게 먹힐 상대가 아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할 바에 전력을 보존해서 정면으로 깨부수는 것이 더 낫다.


게다가, 그 편이 더 재밌기도 하고.


“검...이면 되겠지.”


내가 사용하는 무기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익숙한 것이라 하면 당연 검이다.


검만큼 다른 무기에 비해서 쉬이 익숙해지는 건 없으니.


살짝 휘두르자 부웅, 하는 경쾌한 소리가 기분 좋게 대기를 울렸다.


상태는 좋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공간. 교실 5개 정도일까.


검을 들고 싸우기에도 최적인 곳이다.


저벅, 저벅


급하지 않다.


여유가 느껴지는 느긋한 발소리.


그러면서도, 단순한 그 기척 안에서부터 강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찾았다.”


제일 선두에 있던 이가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10명의 토벌대가 순식간에 진형을 갖췄다.


2-3-3-2. 가장 오소독스하며 무난한 포지셔닝.


제일 앞에 탱커 둘이 어그로와 방패 역할을 맡고, 그 뒤에 있는 근접 딜러 3명이 어그로 핑퐁을 해주며 다각도에서 공격.


그 뒤의 원거리 딜러는 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보조하며, 맨 후방의 서포터는 힐과 버프를 담당한다.


각각이 다 상위 랭커들인데 구성조차 탄탄하다.


“왜 이런 특수한 몬스터들이 생긴진 모르겠지만...꽤나 고가의 현상금이 걸려있더군. 좋은 용돈벌이가 될 것 같다.”


“흐음.”


이미 다 이겼다는 듯이 말하고 있군.


분명 이들은 강하지만, 저들 역시 우리의 전력이 어떠한지는 모른다.


많이 말해봤자 입이 아플 뿐이다.


이럴땐 국지 도발이지.


“닥치고, 덤벼.”


가운데 손가락을 한번.


게임을 하면서 몬스터에게 법규를 먹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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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졸업자가 즐겜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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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7) +2 18.12.14 279 5 12쪽
23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6) +2 18.12.12 179 4 12쪽
22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5) +1 18.12.11 170 4 11쪽
21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4) 18.12.10 176 4 12쪽
20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3) 18.12.09 170 3 11쪽
19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2) +1 18.12.08 167 5 11쪽
18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1) +1 18.12.07 188 5 11쪽
17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4) +1 18.12.06 198 7 12쪽
16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3) 18.12.05 200 7 12쪽
15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2) +1 18.12.04 208 8 12쪽
»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1) 18.12.03 226 8 11쪽
13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4) 18.12.01 216 7 11쪽
12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3) 18.11.29 212 9 11쪽
11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2) 18.11.26 236 9 12쪽
10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1) 18.11.21 225 6 12쪽
9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4) 18.11.19 233 9 11쪽
8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3) +1 18.11.17 261 7 11쪽
7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2) 18.11.08 286 8 12쪽
6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1) +1 18.11.05 482 8 12쪽
5 그 랭커가 노는 법(4) 18.11.02 359 7 12쪽
4 그 랭커가 노는 법(3) 18.10.31 496 6 11쪽
3 그 랭커가 노는 법(2) +1 18.10.29 592 10 11쪽
2 그 랭커가 노는 법(1) +1 18.10.26 844 10 12쪽
1 프롤로그 +2 18.10.26 1,005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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