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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졸업자가 즐겜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은휼T
작품등록일 :
2018.10.26 11:31
최근연재일 :
2018.12.14 12: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609
추천수 :
165
글자수 :
120,210

작성
18.11.17 10:25
조회
261
추천
7
글자
11쪽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3)

DUMMY

“Pus Ro Dar!!”


“으아아아아!!!!”


4번째 뉴비마저 처참한 표정으로 추락사했다.


그런거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종착지점에 도달하기 직전 찍히는 사진같은 표정.


다음에 또 찾아오면 벽에다가 붇여놔야지.


자신의 흑역사를 마주한 사람은 정신을 온전히 차리지 못한다는걸 이용한 방법이다.


저걸로 또 당하면 집에 남아도는 이불이 없게 되겠지.


“후. 항상 인간에게 당하고 사는 몬스터들의 슬픔을 이걸로 잘 알았겠지.”


이런걸로 알 수 있다면 그건 ebs강사가 되도 손색이 없다.


“그럼 이제 몇 명 남은거야?”


“글쎄. 한명일걸.”


가이드와 동행한 뉴비는 총 5명.


그중에 4명을 회색 화면을 보게 했으니, 소거법으로 남은건 하나.


아, 참고로 회색 화면은 죽으면 시야가 회색으로 물들어서 부르는 일종의 ‘밈’이다.


“크크크. 남은 한명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참교육 시킬까.”


아현이 제일 의욕적이고 신났다.


난 처음 한두번은 재밌었지만 계속 하다보니 감칠맛이 없다고 할까. 솔직히 질린 감이 있다.


참신하지 않아.


우린 참신을 원하다.


참신을 넘어서 병신같은 거면 더욱 좋다.


“새로운 걸 원해?”


“뭐어...계속 아현이 발로 차버리는 패턴이니까 말이야.”


“....그래.”


수진이가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불안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가 차오른다.


또 어떤 병신같은 일이 일어날까.


골때리는 친구들이 많으면 역시 인생이 재밌지. 당하는게 나만 아니라면.


“또 한명이 오고 있어. 비명소리를 들었나 봐.”


“후후후. 어리석은 불나방이 한 마리 더 날아들었구나.”


“...잰 자기가 진짜로 몬스터가 된걸로 착각한거 아니야?”


“가능성 있어. 바보니까.”


수진이에게 바보란 말을 들으면 진짜 심각한건데.


아현은 반성좀 해야겠군.


“애들아~ 애들아! 귓속말도 안되고. 진짜로 다 죽었나.”


이윽고 쿠쿠가 말한 마지막 한명이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다가왔다.


나른한 표정.


죽으면 죽는거겠지, 하는 만사 귀찮음이 다 드러나는 얼굴에 이쪽도 할 마음이 깎여나간다.


하지만 아현만은 그렇지 않았다.


되려 활활 불타오르는 그 교육열(?)은 칭찬을 주고 싶을 정도다.


다만 무슨 교육인진 모르겠다.


참교육인지, 보건체육인지, 성교육인지.


그놈의 그라비아 사진은 대체 몇 개째 새로운 걸 붙이고 있는가.


저거 자기도 같이 볼겸 꺼내드는건 아니겠지.


“.....음?”


결국 남자는 거기서 다 거기다.


함정이란걸 알면서도 일단 멈추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이제 타이밍을 완벽히 익힌 아현이 나비처럼 날아 다리를 뻗었고,


“익스플로젼---!!!”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아현과 뉴비를 한꺼번에 덮쳤다.


영문도 모른채 단번에 HP가 된 뉴비와, HP가 반절이 된 채 나락으로 추락하는 아현.


“수, 수진 너!! 내가 꼭 돌아와서 복수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했던가.


아현은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한 채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걸 어째. 아현은 데스 패널티 때문에 몇시간동안 접속 불가가 될텐데.


“후아. 악의 근원을 처리한 영웅 마법사. 아니, 지금은 리치인가?”


수진이는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벽에 붙여있던 그라비아 사진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쿠쿠와 나는 그런 수진이를 보며 힐끔힐끔 시선을 교환했다.


....무섭군, 무서워.






* * *






아현은 더는 없다.


자신의 컬렉션들과 함께 장엄하게 산화했다.


결국 던전에 남은건 나와 쿠쿠, 그리고 수진이 셋뿐.


딱히 이런걸 좋아하지 않는 이와 뭐든게 폭발로 이어지는 바보 하나.


...즐겜에 도움되는 구성은 아니다.


나도 저 둘이나 절벽에다가 밀어넘어트려볼까.


“.....아니지.”


그랬다간 수진이 때문에 며칠간 길드에 돌아가지도 못한다.


더군다나 고위 마법사가 추락사한다니, 그런게 가능할리 없지. 비행 마법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거기다가 쿠쿠는 괴롭혔다고 소문났다간 길마에게 된통 혼난다.


사실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어가기만 해도 엄청 깨지겠지만.


그러니 재미를 볼 때 빠르게 만족하고 물러나는 것이 답이다.


...그렇게 생각한 참이었을텐데.


“이 해골새끼들 어딨어!!!”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빽빽 소리를 지르며 스켈레톤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니는 한명의 유저.


뉴비들을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하던 유저가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살아나선 돌아온 것이다.


“저사람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부활했어?”


“...설마 그거 썼나? 즉시 부활 아이템?”


“으엑. 설마 레이드에서나 쓰는 용도인 그 비싼걸? 화났다고 그냥 쓴거야?”


“눈 돌아가면 충분히 가능하지.”


화가 가라앉고 나면 엄청 후회하겠지만.


리저렉션 포션이라는 아이템이 있다.


전투 중 HP가 0이 되어 사망시 경험치가 조금 줄어드는 패널티를 감수하고 즉시 부활하는 아이템.


마을에서 부활하는지, 죽은 자리에서 부활하는 지는 원래라면 선택이 가능하지만 보통 추락사는 강제 마을행이다.


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시간이 걸린거군.


“여, 역시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은 안좋다고 생각해. 저분에게 사과하고 그만....”


“아니. 딱 좋아.”


“엑!?”


어쩔줄 몰라하던 쿠쿠가 화들짝 놀란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나는게 더 이상하지.


적당한 타이밍에 등장한 새로운 요소를 놓칠 순 없다.


“당연히 환영식을 해줘야지. 아주 성대하게.”


입술을 핥으며 큭큭 하고 소리죽여 웃었다.


어디의 악당이라도 된 것 같다. 아니, 악당이다. 스켈레톤의 변장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난 정말로 악당이다!


“오오. 다시 불이 붙었잖아. 그런 모습 보기 좋아!”


“아냐, 안좋아!”


“뭐 어때. 쿠쿠 너도 조금은 즐겨봐! 항상 진지하지 말고!”


“지, 진지한게 아니라 이쪽이 상식 아니야!?”


“후...쿠쿠. 잘 생각해 봐. 바보들 사이에 정상이 하나 있다면, 누가 이상한걸까? 대부분의 바보가 이상한걸까? 아니면 유일한 정상이 이상한걸까?”


수진이 이런이런, 하고 이마에 손을 짚으며 쿠쿠에게 질문을 던지자, 쿠쿠는 갸우뚱하면서도 조심스레 대답했다.


“...정상이 이상...할까?”


“그렇지.”


수진이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바보라는게 되는데.


하지만 수진이의 저 궤변으로 납득하는 쿠쿠를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바보 좋지. 세상은 바보가 바꾸는 법.


그러니 우리는 바보답게 행동한다.


정상이라면 보통 생각지 못한, 그런 방식을 말이지.


“좋아. 잘 들어. 이번에는 어떻게 할거냐면...”




* * *




“이 빌어먹을 새끼들!!”


재우는 크게 화를 내며 근처에 있던 스켈레톤의 몸을 갈라버렸다.


경추가 끊어진 스켈레톤이 덜그럭거리며 무너져내렸다.


재우의 발이 콰직, 하고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부숴트리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홧김에 리저렉션 포션까지 쓴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재우는 화가 나있었다.


자신을 선망의 눈길로 보며 잘 따라오던 뉴비들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한 것도, 자신이 없어진 뒤 그 뉴비들이 전부 몰살당했다는 것도.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던 스켈레톤들의 모습도.


화가 난 부분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나열할 때마다 분노는 가중됐기에, 감정을 검에 담아 크게 휘둘렀다.


일격에 하나, 둘 날아가버리는 스켈레톤들을 보자니 조금씩 화는 누그러졌지만, 역시 해당 스켈레톤들을 잡지 않으면 완전히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여기 있는 모든 뼈다귀들은 다 오늘 죽었어. 다 제삿날-”


덜그럭, 덜그럭


씩씩 화를 내며 던전을 진행하던 재우의 눈에 묘한 광경이 보였다.


스켈레톤 세 마리가 한곳에 모여있었다.


보자마자 그 ‘특별한’ 스켈레톤임은 알 수 있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몬스터라기엔 너무나도 기묘했다.


바닥에 널부러진 다섯 개의 작은 돌조각.


스켈레톤들은 번갈아가며 그걸 집어서 위로 던졌다가, 바닥에 남겨진걸 몇 개 집어들더니 던졌던 것을 받는 행동의 반복.


그건 재우 역시 익히 아는 ‘놀이’였다.


“이게 뭔....스켈레톤이 공기놀이를 한다고?”


기가 막혀서 자동으로 다리가 움직였다.


고작 공기놀이를 하는데 묘하게 신중한 스켈레톤들의 행동이 거슬리긴 했지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저벅, 저벅하고 발소리가 동굴 내를 울렸지만 정작 스켈레톤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놀이에 집중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동굴 깊숙한 곳까지 누군가가 침입할 거라곤 생각도 못한건지.


쓰러트리려면 지금이 최적의 기회임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자신이 당했던 수모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어야 했으니까.


잔뜩 괴롭혀야 하니 바로 죽일리 없었다.


그렇기에, 재우가 택한건 먼저 판을 엎어버리는 것이었다.


“지금이 놀때냐, 이 새끼들아! 던전 안지켜!?”


검 끝에서 날아간 검풍이 콰앙, 하고 공기놀이를 하던 스켈레톤들의 한가운데를 직격했다.


혼비백산한 스켈레톤들이 그 자리를 뜨려고 하는 모습에 괜히 우쭐해졌다.


자신의 무력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재우였지만.


이내 스켈레톤들이 왜 도망갔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스켈레톤들이 공기로 사용하던 작은 돌멩이들.


그것들이 빨갛게 물들며 부들부들 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콜록.”


재우는 멍하니 기침을 한번 내뱉었다.


말문이 막혀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스켈레톤들이 가지고 놀던 돌멩이들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단 말인가.


전조는 있었다.


검풍이 땅에 부딪힌 순간.


즉, ‘데미지’가 돌멩이에 누적된 순간이 폭발의 시발점.


큰 돌기둥 뒤에 숨어있던 스켈레톤들이 하나둘씩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으로 나와 있는 스켈레톤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거 일정 이상의 충격을 주면 터지는 건데 그걸 또 기가막히게 건드리네.”




* * *




쨔잔. 서프라이즈 프레젠트.


이번엔 다름 아닌 ‘건드리면 터지는 공기놀이’ 였습니다!


사실 우리도 긴장 많이했다.


혹시라도 세게 집거나 세게 던지면 그 순간 돌멩이가 터져버렸을 테니까.


그 덕에 제법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더니 나도 모르게 혼신의 연기를 한것처럼 되어버렸고.


그 결과 멋지게 속일 수 있었다.


참고로 도망가는건 연기가 아니었다. 그건 진짜로 혼비백산에서 도망간거다.


“야, 이처럼 스릴 넘치는 게임은 오랜만이었는데 아쉽네. 더 하고 싶었는데.”


혹여라도 우리가 공기놀이를 끝마칠동안 안나타나면 다음에 할 놀이는 정해둔 상태였다.


무려 해당 돌멩이를 더 양산해서 ‘알까기’.


...판 밖으로 적의 돌을 내보낸다고 세게 쳤다간 다른 의미로 내쪽이 아웃되는 무시무시한 놀이다.


폭발이 관련되니 수진이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


그런 무시무시한 게임을 하진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거 끝나면 또 할래?”


“지랄하지 말자.”


정색하고 한마디 했더니 수진이가 엄청 실망한 분위기로 추욱 늘어졌다.


그 뒤에서 쿠쿠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는건 덤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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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7) +2 18.12.14 279 5 12쪽
23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6) +2 18.12.12 180 4 12쪽
22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5) +1 18.12.11 170 4 11쪽
21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4) 18.12.10 176 4 12쪽
20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3) 18.12.09 170 3 11쪽
19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2) +1 18.12.08 167 5 11쪽
18 그 정체 들킨 몬스터가 해결하는 법(1) +1 18.12.07 188 5 11쪽
17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4) +1 18.12.06 198 7 12쪽
16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3) 18.12.05 200 7 12쪽
15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2) +1 18.12.04 208 8 12쪽
14 그 현상금 몬스터가 도망가는 법(1) 18.12.03 226 8 11쪽
13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4) 18.12.01 216 7 11쪽
12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3) 18.11.29 212 9 11쪽
11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2) 18.11.26 236 9 12쪽
10 그 네임드가 토벌하는 법(1) 18.11.21 225 6 12쪽
9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4) 18.11.19 233 9 11쪽
»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3) +1 18.11.17 262 7 11쪽
7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2) 18.11.08 286 8 12쪽
6 그 몬스터가 괴롭히는 법(1) +1 18.11.05 482 8 12쪽
5 그 랭커가 노는 법(4) 18.11.02 359 7 12쪽
4 그 랭커가 노는 법(3) 18.10.31 496 6 11쪽
3 그 랭커가 노는 법(2) +1 18.10.29 592 10 11쪽
2 그 랭커가 노는 법(1) +1 18.10.26 844 10 12쪽
1 프롤로그 +2 18.10.26 1,005 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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