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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마존은 무림맹에 실망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소종
작품등록일 :
2022.07.05 18:01
최근연재일 :
2022.09.05 18:03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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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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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758

작성
22.07.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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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화. 핏빛 안개

DUMMY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소진의 처소


장호와 소진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헌데, 어찌 일공자를 의심하지? 내가 듣기로는 삼공자가 먼저 움직일 것이라던데.."


소진의 예상은 삼공자가 아니었으나, 장호를 시험했다.


"보통은 그렇겠죠, 삼공자는 간교한 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니까요. 하지만 그는 겁이 많아 상대를 파악하지 못한 체 어떤 행동을 취할 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공자는 다르지요."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르지?"


"사람들은 그를 곰이라 생각하겠지요, 허나 그렇지 않습니다. 신교내에서 가장 많은 전서구가 오가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혹시.."


"맞습니다. 일공자의 처소지요. 일공자는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는 걸 겁니다. 술수는 알지도 못하는 순수한 강골인 척. 정말 필요할 때 꺼내보이겠지요. 그 한방을"


새똥을 뒤집어쓰고 있던 사람이 맞나?라는 표정을 짓던 소진이 대답했다.


"그 말이 맞다고 하면 일공자는 더더욱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건 너무 노골적인데?"


"아니지요, 현 상황을 다시 보십쇼. 첫 번째, 사공자의 처소에 화살이 날아들었으나 두 번째, 누가 쏜 것인지 모른다. 그 뿐 아닙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의심되는 새끼는?"


"...삼공자겠지"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이간계지요. 일공자는 바라는겁니다. 이번 기회에 사제들이 치고받아 싸우고 또 지쳐 쓰러지기를. 그 끝을 보고 있는겁니다. 그 곰인척하는 새끼는"


'이거 보통 물건이 아니구나, 제법 쓸만한 걸 주웠어'


소진은 장호를 인정했다. 이 자는 실로 군사라 할 수 있는 자


"아무 생각없이 전서구 먹이나 주고 놀고 먹던건 아닌가 보네?"


장호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아 뭐.. 보이는걸 어쩝니까. 하여튼 저런 새끼들이 제일 싫어요. 깨끗한 척, 순수한 척 남 뒤통수나 치는 새끼들!"


장호가 한바탕 열을 올리며 일장 연설을 시장하려던 그 때, 한수가 급하게 등장했다.


"사공자! 괜찮소!?"


"빨리도 오십니다. 다 끝났습니다."


"휴, 그럴줄은 알았으나 혹시 모르니 와봤소. 근데 이자는? 장호 군사 아니오?"


"소인 장호, 천마군장을 뵙습니다"


제법 깍듯히 예를 표하는 장호.


"근데 군장은 이 친구를 제법 아는가 보오?


"알다마다, 이 친구 전대 마뇌가 데려온 녀석이오. 뭐 지금은 전서구 관리나 하며 시간을 축내고 있다길래 언제쯤 정신차리려나 했는데.. 사공자에게 붙었소?"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호오.. 새똥 묻은 녀석이 진흙더미 속에 금강석일 줄이야?'


"저것이 사실이냐?"


"에, 뭐 그렇습니다. 사실 말씀드렸었죠."


"내가 기억을 잃기전에?"


"네."


딱!


소진은 장호를 한대 쥐어박았다.


"왜 때립니까! 좋은 머리 아깝게!"


"맞을 짓을 하니까 맞지. 다음부터 말해야 될 정보는 미리미리, 말하지 않아도 내놔. 두 번째는 주먹이야"


소진은 자줏빛 기운이 서린 주먹을 치켜들며 말했다.


"자자, 그만들 싸우시게, 싸워야할 적이 따로 있는데 식구끼리 싸워서 쓰나. 그래서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역시 삼공자인가?"


한수는 시끌시끌한 장내는 정리하며 물었다.


소진은 장호에게 대답하라는 듯이 눈짓했다.


"...일공자입니다."


"일공자? 삼공자나 이공자라면 몰라도 일공자?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장호가 이유를 설명하여 소진, 한수, 소영은 한 배에 탄 동지처럼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새 해가 고개를 든 아침


"...기에 한 두어달 정도는 아무일도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장호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소진과 한수, 소영이 모두 피곤했는지 골아떨어졌다.


"휴.. 잘 온거 맞나?.."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후회하는 장호였다.


---------------------------------


시간은 어느덧 장호가 소진의 일행에 합류하게 된지 두어달 후


장호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는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소진 일행. 물론 소진은 제외였다.


"..후욱..후욱.."


가부좌를 튼 소진의 주변에는 자줏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일순간 소진으로부터 기운이 폭발하는 듯 방사하였다.


사라락


매화였다. 흩날리는 자줏빛 매화. 화산의 장문인만이 피울 수 있다는 자줏빛 매화. 백헌이 피운 매화가 이러했을 것이다. 아름다웠겠지.


어느덧 눈을 뜨고 매화를 바라보던 소진의 눈가가 시려올 때, 눈치 없는 한수가 말을 걸었다.


"이야.. 장관이오, 사공자. 벌써 벽을 깬 것이오? 오성이었지, 아마?


"크흠, 그렇소. 앞으로 세 단계. 세 번의 벽을 깬다면 대성할 수 있소. 다만 이후부터는 지금처럼 빠르게 벽을 깰 수 없을 것 같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오"


잠시 옛 생각에 울먹거리다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수에게 답했다.


자하신공을 찾은지 거의 일년. 이토록 짧은 기간에 자하신공 오성에 도달한 자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왜냐고? 자하신공 외 모든 화산의 무공을 통달한 자가 자하신공을 배울 일이 없었을 테니까'


그는 마치 경주를 앞둔 경주마처럼 자하신공을 독파했다.


"군침이 도는 무공이오. 나랑 한번 붙어봅시다, 사공자"


"미치셨소? 아무리 그래도 군장이랑 내가 싸우는건 수지타산이 안맞지"


"우리 사이에 이러기요? 그리고 그 내공 제법 신기하오. 마치.. 정파의 것 같지만 마기가 서려있소. 무언가..조화롭달까? 아무튼 한 번 붙어봅시다!"


"흠, 그럼 내기 하나 합시다.


"내기? 무슨 내기?"


"내게 열 수를 양보하시오. 그리고 그 안에 군장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내면 언지든지 소원하나 들어주시오"


"흐음...소원?.. 뭔가 손해보는것 같은데.. 까짓거 그럽시다! 그대신, 나의 일검을 버티는 것도 추가해주시오. 그래야 타산이 맞소"


"그러시던가"


갑작스럽게 성사된 둘의 대결, 소진은 열수를 선공하고, 한수는 일검를 후공한다.

소영과 장호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난 사람처럼 자리 깔고 앉아 본격적으로 구경을 준비했다.


"누가 이길 것 같소?"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으나.. 공자께서 이기시길 바래요!'


"이긴다고는 못하는구만?"


".. 고..공자님 힘내세요!'


------------------


한수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대련을 서는 것은 처음인 소진. 뭐랄까.. 거북이?.. 사방이 딱딱한 껍질로 뒤덥힌 거북이다.


".. 그럼 먼저 가겠소"


소진의 선전포고에 까닥거리며 손짓으로 응수하는 한수


'방심하고 있을 때, 강하게 간다'


순간 폭발하는 듯 강렬한 자줏빛 기운이 소진을 뒤덥는다.




자하기를 폭발시키며 달려나간 소진의 첫 수. 육합검법 일식 찌르기(衝)


의외에 간결한 검결에 한수는 제법 놀랐으나, 치켜들었던 검을 틀어 검결을 파훼한다.


'한 합에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


애초에 허수였다는 듯이 튕겨나간 힘을 역으로 이용하여 내려 꽂히는 자주빛 매화. 자하기를 머금은 매화는 그 자체로 살초였다.


이십사수매화검 십구초, 낙매성우(落梅成雨)


쾌의 극을 넘어 환의 묘리를 한잎 한잎 담아 펼쳐내는 매화 물결이 일순간 내려꽂히는 관경과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향취에 한수는 순간 집중을 놓칠 뻔 했다.


!


독구검(獨龜劍) 제3식 절격(絶隔)


신을 수호하는 자의 첫 검결, 폭포수 처럼 떨어지는 매화 물결(節)을 둔중해보이는 거검(巨劍)으로 잘라냈다.


'저 덩치에 저 검으로 저게 가당키나 한 움직임인가? 나는 한수를 잘못봤다. 저 자는 거북이가 아니라 현무(玄武) 그 자체'


신의 수호자인 그를 평하기 가장 적절한 묘사였다.


"내가 이래뵈도 천마군장이오."


'그렇다면.. 빠르게 간다..!'


재차 내달리는 소진, 그런 소진을 한수가 찰나간에 놓쳤다.


"호오.."


마교의 심장부에서펼쳐지는 화산의 무공에 한수의 흥미는 극에 달했다.


암향표(暗香飄)


이름마저 노골적이고 진득한 살의를 담는 듯한, 그 자체로 살법(殺法) 이자 보법(步法)인 화산의 절기!


죽음의 향기를 머금은 소진의 몸놀림은 어느덧 한수의 목덜미를 베어내었다.


'베엇다..!'


깡!


튕겨나는 소진의 검, 대놓고 당황한 티를 드러냈다.


"이게 돌이야, 사람이야? 군장. 당신 괴물인 줄은 알았으나, 이정도 일줄은 몰랐는데?"


박장대소하는 한수


"크하하하, 이 한수, 질 내기는 하지 않소. 내 몸에 생채기가 나 본 적이 언제였더라, 사실 기억도 안나오, 크하하하하!"


한수는 제법 신이 났는지 소진의 처소에 딸려있는 연무장이 떠나갈 듯 웃었다.


소진은 한수가 방심한 틈을 타, 재차 공격에 나섰으나, 역시나 무위에 돌아갔다.


어느덧 마지막 기회를 남겨둔 소진, 한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후.. 숨차 죽겠네. 이번에는 군장 차례로 합시다. 때리다 죽겠소"


"어차피 내가 이긴 내기니 마음대로 하시오. 허나 잘 받아야 할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죽소"


..!


순간 뒤 바뀐 기의 흐름. 소진의 검이 가늘게 떨려온다.


'내가 겁먹었냐고? 전혀. 나는 여느 때 보다도 부동심을 유지하고 있다. 단지, 저자의 폭압적인 기파에 검이 비명을 내지르듯 뒤틀리는 것일 뿐.'


한수는 뿌리내린 거목마냥 제자리에서 손에 들린 거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자세를 취했다.


"나의 무공은 독구검(獨龜劍). 말 그대로 거북이를 형상화 한 극한의 방어 무공이오. 그리고 사공자에게 펼칠 이 초식은 독구검의 유일한 살초(殺招)요."


한수의 선전포고에 소진은 대비했다. 지난 수련 동안 창안한 비장의 절기(奇妙)를.

어느덧 흩뿌려지는 자색 기파,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색은 이전에 비해 더욱 짙었다. 그것은 마치 자하(紫霞)가 아닌 혈하(血霞), 핏빛 안개였다.


'반드시.. 죽인다..'


소진이 무슨 짓을 꾸민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수는 한 발 내밀며 거검을 뽑아 공기를 짖이겼다.


독구검 살식, 살격(殺隔)


상대를 죽여내 막아내겠다는 일념을 담아 찰나의 순간에 뽑아낸 거검. 순간을 가속하여 접어낸 듯 순식간에 소진에게 도달했다.


"안돼!"


무엇인가 위험함을 느낀 장호는 스스로도 모르게 외쳤다.


쾅!


대포알처럼 쏘아지는 소진. 수 장의 거리를 날아가 연무장 벽에 처박혔다.


"사공자..!"


"공자님!!!"


날아간 소진에게 달려가는 장호와 소영. 한수 또한 제법 당황햇는지 손에 들린 검을 집어던지고 소진에게 한달음에 달려나갔다.


한수가 한 발을 내딛는 순간.


휘청


그 때, 한수는 인중을 타고 흘러내리는 찐듯한 액체를 느꼈다.


".... 저 미친놈이.."


욕지기가 치미는 한수. 사공자의 암수에 당해서? 아니. 한수는 진심으로 걱정했었다. 그런데 자기 꼴을 보아하니 소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 한방을 노린것이었다.


소진은 자신의 검이 한수의 거검에 닿기 직전, 검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는 찰나의 시간을 쪼개 암향표를 펼쳐 내가중수법의 묘리를 담아낸 촌경을 내질러 한수의 단전에 닿았고 폭발적인 자하기를 한수의 단전에 뿌려낸 것이다.


기절한 소진, 아쉽게도 결과적으로는 한수의 승리로 보였다.


장호가 기절한 소진을 대신하여 말했다.


"이 내기는 한수 군장께서 승리하신 걸로.."


"아니, 내가 졌다"


!!


정신을 잃은 소진을 들처메고 이야기하는 한수


"이 망할 놈은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죽이지 못하니 검을 노릴 것이라는 것을. 당돌한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로 미친놈 일줄이야... 의원은 부르지 않아도 될 걸세. 단지 깨어나면 며칠 내공 운용을 삼가라고 전하게. 그리고.. 망할 소원도 정해두라고"


소진을 침상에 내려둔 한수는 제법 화난 표정으로 소진의 처소를 떠났다.


이내 힘겹게 눈을 뜬 소진


"공자님! 괜찮으세요?"


걱정에 소진을 흔들며 상태를 물어보는 소영과 장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진은 웃으며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기절했다.


"한방....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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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존은 무림맹에 실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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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마지막 매화 +1 22.07.26 974 17 11쪽
19 19화. 단 하나의 진실 +1 22.07.25 1,019 19 10쪽
18 18화. 걷혀지는 그림자 +1 22.07.24 963 17 10쪽
17 17화. 이 짓을 두번이나? +1 22.07.23 1,038 16 9쪽
16 16화. 악연은 추억으로 +1 22.07.22 1,026 18 11쪽
15 15화. 우연한 악연 +1 22.07.21 1,061 17 10쪽
14 14화. 잃어버린 고향으로 +1 22.07.20 1,081 18 13쪽
13 13화. 폭발하는 분노 +1 22.07.19 1,093 19 12쪽
12 12화. 출교(出敎) +1 22.07.18 1,153 18 9쪽
11 11화. 옛 친우의 부름 +1 22.07.17 1,226 21 11쪽
10 10화. 걸어갈 길 +1 22.07.15 1,225 20 13쪽
9 9화. 핏빛 매화 +1 22.07.14 1,352 20 15쪽
8 8화. 싸움의 시작 +1 22.07.13 1,360 21 12쪽
7 7화. 대어(大魚) +1 22.07.12 1,501 21 10쪽
» 6화. 핏빛 안개 +1 22.07.11 1,640 25 12쪽
5 5화. 신이 되어야겠다 +1 22.07.10 1,743 26 10쪽
4 4화. 나아가는 운명 +1 22.07.10 1,819 30 11쪽
3 3화. 신교의 보물 +1 22.07.08 1,959 28 11쪽
2 2화. 천마신교 사공자. 소진 +1 22.07.07 2,333 30 10쪽
1 1화. 잘라낸 운명 +1 22.07.05 2,661 3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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