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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0,742
추천수 :
1,927
글자수 :
45,170

작성
22.05.19 18:05
조회
2,242
추천
59
글자
12쪽

8화 보상을 챙기다.

DUMMY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너무도 큰 축복이다.

회귀했다고 깨달은 순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았는데도 물 흐르듯이 계획이 짜였다.


회귀 전에 후회 남을 일이 많았기 때문일까.

이랬다면 달라졌을 텐데.

저랬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수많은 밤을 뼈저린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살았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그 후회를 되돌릴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그 모든 걸 하기 위해 내가 강해져야 한다.’


무력 뿐이 아니라 금력도 중요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힘 중 하나니까.

그래서 육가장을 제일 먼저 찾은 것이다.


‘아, 좋구나.’


육가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이보다 가벼울 수 없다.

지금 내 품에는 두 개의 권리 증서와 한 장의 전표, 그리고 작은 목함이 있다.


증서는 각각 육가장이 운영하는 미곡상(米穀商)에 대한 권리 증서와 여진이 일하는 공방(工房)의 것이었다.


‘공방을 사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육가장 거였어.’


잘 되었지 뭐.

그리고 당장 쓸 수 있는 전표.


소소하게(?) 금자(金子) 오백 냥짜리다. 원래는 이백 냥을 달라고 했는데 통 큰 육인혁이 오백 냥을 줬다.


‘흐흐흐, 역시 내 호구일호답군.’


금자 오백 냥.


회귀 전엔 구경조차 못했던 거금이 손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덤덤하다.

오히려 다른 것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특히 미곡상은······.

이것들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걱정했던 육선회는 보지 못했다.


‘예상 밖이었어. 생각보다 육인혁의 영향력이 대단해.’


내 느낌상 그는 이미 육가장의 실세였다.


‘굳이 알려주지 않았어도 되었겠어.’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독에 대해 넌지시 알려 줬는데 놀랍게도 육인혁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나름 조사를 해본 모양이었다.


‘하긴, 그랬으니 이어서 바로 장주가 되었겠지만.’


둘째 부인은 정말 바보였다.

육선회가 죽으면 육가장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이미 모든 실권은 소장주인 육인혁이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티가 나지 않은 것은 제 아비를 생각해서였어.’


겉보기에 여전히 육선회가 실권을 잡고 있는 듯 보인 것은 육인혁이 그것을 용인했기 때문이었다.

효자야, 효자.


‘이번 일로 생각이 좀 바뀌었을지도.’


그건 육인혁이 알아서 할 일.


‘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지 뭐.’


마지막으로 목함.


무려 생사신의가 만든 영단, 생사신단(生死神丹)이 들어 있는 것이다.

생사신단은 곧 죽을 상처를 입은 사람도 숨만 붙어있으면 살린다는 영약, 여분의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후후후, 아직 만년혈삼을 구하지도 못했는데 이걸 주다니.’


신의가 생각보다 통이 커.

나는 만년혈삼을 구해줄 테니 그에게 생사신단 다섯 개를 달라고 했다.


엄청나게 많은 약재와 오랜 제조과정이 필요한 생사신단은 억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약, 앞으로의 계획에 꼭 필요했다.

그는 반드시 만년혈삼을 구해달라며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생사신단을 줬다.


‘이거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는데?’


만년혈삼을 구할 자신은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자, 이제 집으로 가볼까?”


아, 먼저 전장에 들러 전표 좀 바꿔야겠다.

금자 오백 냥짜리 전표를 소화할 수 있는 가게는 매우 드무니까.



* * *



양손을 무겁게 하여 집에 도착했다.


“여진아! 오라비 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망치가 내 얼굴로 날아왔다.


부우웅!


와, 이런 망치가 우리 집에 있었나?

나는 우측으로 살짝 움직여 가볍게 망치를 피했다.


쿵!


곧바로 여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없이 외박까지 하고 이제야 기어들어 와?”


아, 내가 말을 안 했던가?


“미안하다, 여진아. 그게······”

“시끄러워. 당장 꺼져!”


나는 양손을 내밀었다.


“정말? 내가 가져온 건 좀 보고 그러지?”

“뭐 대단한 거 가지고 왔다고!”

“소고기 등심살.”

“······응?”


여진의 눈빛이 변했다.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 부위다.


“겨우 그걸로······.”

“금가락지랑 패물(佩物)도 몇 개 챙겨왔는데.”


파악!


어느새 다가온 여진이 내 손에 든 걸 낚아챘다.


“제, 제법이네. ······어머, 이건 진짜 귀엽네.”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내가 골라온 패물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도 가게 주인이 추천한 걸로 사 온 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다행이다.

이걸 사 올 생각을 한 나를 칭찬해.

문득 정신이 든 여진이 물었다.


“근데 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걸 산 거야? 설마 또 투기장에······”

“에이, 안 간다고 했잖아. 그리고 투기장 대전비로 그걸 살 수 있겠어?”

“그건 그러네. 그럼 대체 어디서 돈이 난 거야?”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 오라비가 말했지 않나? 돈 버는 방법.”

“음, 사람 패는······ 아니, 사람 살린다는 거?”

“그렇지. 사람 살리고 돈 좀 받아왔다. 그게 다가 아니지.”


나는 품에서 남은 전표를 꺼냈다.


“이게 다 내가 이번에 번······”


사삭!


거짓말처럼 내 손에 있던 전표가 사라졌다.


‘저 녀석, 금나수(擒拿手)라도 익힌 건가? 뭐가 이렇게 빨라?!’


여진은 전표를 확인하며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이게 대체 얼마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충 금자로 오백 냥쯤?”


잡다한 걸 샀지만 아직 워낙 거금이라 줄어든 티도 나지 않았다.


“헉!”

“그걸로 새집도 구하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부터······”


여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라버니, 솔직하게 말해.”

“오라버니라. 역시 돈을 벌어주니 호칭이 바뀌는구나.”


‘야.’ 보단 훨씬 듣기 좋군.


“나 지금 진지하니까 장난치지 마.”

“나도 그래.”


여진이 전표를 내 면전에다 들이밀었다.


“이 돈, 대체 어디서 난 거야?”

“말했잖아. 사람 살리고 받은 거라니까?”

“이 화상이!”


여진이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아무리 사람 목숨이 귀하다고 해도 이런 큰 돈을······”

“육선회.”

“······뭐?”

“육선회 몰라? 장사삼대거부.”

“······설마 그 사람을 살렸다고?”

“어. 목숨이 간당간당했거든.”


여진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와 전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제 실감이 좀 나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부터 새집을 알아보자. 근사한 곳으로.”

“······오라버니가 육 장주를 살렸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여진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오라버니.”


불안하네. 왜 저러지?

녀석이 대뜸 내 등짝을 후려친다.


짜악!


앗, 따가워!


“그럼 더 받아왔어야지! 통이 왜 그렇게 작아!”


아······ 그거였어? 역시 내 동생이다.


“이 오라비를 뭘로 보고! 당연히 더 받아왔지.”


나는 곧바로 공방의 권리증서를 내밀었다.


“네가 일하는 공방, 그것도 이제 내 꺼야.”

“······!”


여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증서를 살핀 녀석이 중얼거렸다.


“······진짜네.”

“설마 육가장이 가짜를 줬겠냐?”

“설마 또 있어?”

“그래. 또 다른 가게도 하나 받아왔지.”


이젠 여진의 눈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무슨 가게?”

“미곡상. 망성(望城)에 있는 거.”


육가장은 대상(大商)답게 미곡상도 여럿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세 곳 중 그나마 작은 망성 미곡상을 받은 것이다.


“미곡상? 그것보다 주단장(綢緞莊, 비단 가게)을 하나 달라고 하지!”


요 녀석, 비단 장사가 많이 남는다는 걸 알고 있구나.

진정해라, 동생아. 나도 잘 안다.


“그건 무리다. 비단은 육가장의 주력 물품이야. 아무리 내가 육 장주를 살렸어도 그걸 달라고 했으면 난색을 표했을 걸?”

“음······.”


잠깐 생각하던 여진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이 미곡상으로 더 큰 돈을 벌 테니까.”


여진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미곡상으로?”


여진의 반응이 당연하다.

쌀은 생필품 중 하나로 안정적인 장사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큰 이문을 남기긴 어렵다.

특히나 곡창지대인 장사에선 가격도 그리 높지 않다.

장사에 있는 대부분의 미곡상은 박리다매(薄利多賣)라고 보면 된다.


“이 오라비에게 다 계획이 있으니 너는 믿고 따라오면 된다.”


너는 상상도 못할 거다. 내가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여진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업적이 있으니 더는 따지지 않았다.


“공방은 너한테 줄 테니까 알아서 해.”

“······그래도 돼?”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그러려고 받아온 건데?”

“고마워.”


입꼬리가 가늘게 떨리는 걸 보니 좋아서 죽겠다는 뜻이군. 후후후.


“저녁은? 지금 해줘?”


나는 차마 바른대로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


“아니, 먹고 왔어.”

“······그래?”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럼 나 혼자 먹으라고 처먹고 왔느냐.’라고 한바탕 소리를 질렀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미안하다, 여진아. 내 입은 이미 틀렸어.’


젠장!

아직도 육가장에서 먹은 음식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 * *



이튿날, 여진은 공방에 들려 곧바로 자신이 주인임을 선언하고 일방적인 휴가를 냈다.

새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나는 모든 걸 녀석에게 일임했다.

같이 다녔으면 좋겠지만, 나는 할 일이 있었다.

곧바로 장사를 빠져나와 망성으로 향했다.


“여기로군.”


망성 미곡상.

장강의 물줄기를 끼고 있는 망성포구(浦口) 지척에 있는 미곡상이다.

그리 크진 않지만 꾸준한 거래량을 자랑하는, 나름 매출이 쏠쏠한 가게다.


‘위치가 좋아.’


이제 내가 점주(店主)로군, 후후후.

가게로 들어서자, 점원이 넙죽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역시 육가장답게 직원 교육이 잘 되어 있어.


“찾으시는 것이 있습니까?”

“지배인(支配人)을 좀 불러 주겠나?”


점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배인님은 왜······?”


“가서 전해라. 새 점주가 좀 보자고 한다고.”


제법 쓸만한 지배인이라는 이야길 들었는데 얼굴 좀 보자.


“아니다, 내가 직접 가지. 어디 있어?”


반신반의하는 점원을 따라 지배인실로 향했다.


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지배인은 담담하게 나를 맞이했다.

삼십 대 후반의 사내로 나름 이쪽에서 경력이 상당했다. 어린 나를 상사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성심을 다해 보고를 했다.


이미 하오문의 문주로 수많은 수하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나다. 잠시만 이야길 나눠봐도 어떤 놈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도일이라. 장부정리도 깔끔하고······ 제법 수완이 있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바꾸려고 했는데.

여섯 명의 점원들도 다 쓸만했다. 완전한 고용승계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긴. 육가장이 직원을 허투루 뽑았을 리 없지.’


어쨌든 나는 점주로서 두 가지 명을 내렸다.

하나는 그냥 하던 대로 미곡상을 운영하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 지배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곡식창고를 말입니까?”

“맞아. 지금 있는 건 너무 작아. 그래, 한 세 개 정도 더 짓게.”

“장사에서도 저희보다 큰 창고를 가진 미곡상은 없습니다만······.”


내 고개가 삐딱해졌다.


“응?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오늘부터 얻은 이익은 모두 창고를 짓는데 투자해. 나한텐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그래. 한동안은 그렇게만 운영해줘.”

“예, 점주님.”


나는 돌연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살기를 내뿜었다.


“······!!”


도 지배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장부 가지고 장난치거나 물건 빼돌리고 이런 짓 하면 알지?”

“무, 물론입니다!”

“좋아, 도 지배인만 믿지.”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간사하다. 감시하는 이가 없으면 엉뚱한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자, 이제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천무검서야, 오래 기다렸지? 곧 내가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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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금강역사(1) +5 22.05.20 2,201 56 11쪽
» 8화 보상을 챙기다. +3 22.05.19 2,243 59 12쪽
7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4 22.05.19 2,224 62 10쪽
6 6화 수전노 +2 22.05.18 2,210 58 12쪽
5 5화 육가장 +3 22.05.18 2,289 65 12쪽
4 4화 흑사방 +2 22.05.17 2,350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37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29 79 13쪽
1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4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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