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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0,736
추천수 :
1,927
글자수 :
45,170

작성
22.05.17 16:43
조회
2,882
추천
82
글자
10쪽

1화 방무진, 회귀하다

DUMMY

하오문(下午門)은 약하다.

무림의 가장 밑바닥, 그게 바로 하오문이다.

빌어먹게도 내가 바로 그 하오문의 문주 방무진이다.


억울하다. 하오문에 제대로 된 무공만 있었다면.

하다못해 내가 무공에 조금만 빨리 입문했다면 지금보단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을 텐데.


뭐? 나 혼자 강해져서 뭘 하겠냐고?

천만의 말씀, 문파를 대표하는 절대고수 한 명만 있어도 그 문파의 위상이 달라진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찾아왔다.



* * *



“하아, 하아, 하아.”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 손에는 꿈에서라도 바라던 천무검제(天武劍帝)의 비급, ‘천무검서(天武劍書)’가 들려 있다.


“썩을······.”


욕지기가 절로 치밀었다. 비급을 손에 넣으면 뭘 하는가. 이미 사신(死神)이 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는데.


왼팔은 이미 날아가고 없었고 한쪽 다리도 부러진 상태, 가슴뼈는 함몰되어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비수처럼 찌른다.


단전에도 구멍이 뚫려 내공이 줄줄 새고 있다. 살아남는다 해도 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하리라.

눈앞에 서 있는 개자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다니 제법이구나, 독사(毒蛇).”


독사라. 그러고 보니 그리운 호칭이다.

하오문의 문주가 되기 전까진 그리 불렸었지.


“독사라. 오랜만에 들어보는군. 왜 갑자기 옛 생각이라도 나는 거냐?”


"말이 짧구나. 설마 내가 누군지 잊은 건 아니겠지?"


“시펄, 이 상황에 존대를 바라는 거냐? 네놈도 참 눈치가 없구나.”


나와 비슷한 연배인 독고 놈은 사흑련(邪黑聯)의 련주, 독고성이다. 비열하고 음흉하기로 따라갈 자가 없는 놈이지.

그놈 옆에 있는 곰 같이 생긴 놈이 발끈했다.


“하오문주 따위가 감히 사흑련주께 저따위 막말을!”


그의 이름은 방태상, 사흑련의 보유한 오패(五霸) 중 한 명으로 패력도(敗力刀)라 불리는 대단한 고수다.


대신 머리가 떨어진다. 그것도 많이.

신기하긴 하다. 저런 돌대가리가 어떻게 고수가 된 거지?

독고성이 손을 들었다.


“참으시게. 어차피 곧 죽을 놈이니 작은 반항 정도야 할 수 있지.”

“예, 련주.”


그때, 또 다른 인영이 나타났다.


“뭐냐, 아직 쥐새끼를 처리하지 않은 건가?”


청수한 인상에 새하얀 수염을 기른 신선풍의 노인이다. 검붉은 도복까지 입고 있어 도인처럼 보이지만, 저건 겉모습일 뿐.


십대마인(十大魔人) 중 한 명인 사도광괴(邪道狂怪), 구십에 가까운 나이인데도 죽지도 않는 노괴물이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빈정거렸다.


“쥐새끼라니 말이 심하네? 내 덕에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 노괴야?”


이곳은 거대한 공동(空洞), 바로 삼백 년 전 천하제일고수였던 천무검제의 비급이 숨겨져 있던 장소다.


극비에 습득한 정보였는데 저 독고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와 협박질을 해대는 통에 마지못해 저놈들을 데리고 이곳에 왔지.

사실, 여기에 설치된 함정으로 놈들을 다 죽일 거라 기대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빌어먹을, 이놈들 너무 강해.’


사도광괴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호오, 다 죽어가는 놈이 아직 입이 살아 있구나? 감히 노부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지껄이다니.”

“과찬이다, 이 새끼야.”


내 말이 기분이 나빠졌는지 놈의 안색이 변했다.


“······당장 그 입을 찢어주지.”


끔찍한 살기를 내뿜는 사도광괴가 손을 쓰려는데 독고성이 말렸다.


“잠깐 시간을 주시지요, 대협. 그동안의 정도 있으니 마지막 말을 들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


조심성 많은 새끼, 내게 숨은 수가 있나 떠보려는 거다. 하긴 벽력탄(霹靂彈)이라는 말에 놀라 한발 늦게 움직인 것도 놈이니까.


그때, 한 놈이 더 나타났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소? 얼른 비급을 회수하여 여길 떠나야 할 것이 아니오?”


살수 조직 중 세 손가락에 꼽힌 다는 살막(殺幕)의 막주였다.

저 새끼 때문에 함정의 절반 이상 무력화되었지.


‘제길, 이젠 일말의 가능성마저 없네.’


살수 출신답게 내가 도주하려고 봐 논 방위에 자리를 잡았다.

살막, 사흑련, 십대마인놈들이 천무검제의 비급을 얻고자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다.

사도광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막주의 말이 옳네. 정파 놈들이 들어오기 전에 처리해야지.”


놈들은 은밀히 일을 추진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림없지.


‘이놈들아, 내가 바로 하오문주다.’


정파의 위선자 놈들에게 정보를 흘린 것이 주요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놈들이 오려면 시간이 꽤 남은 듯했다.


‘도저히 방법이 없을까?’


다른 놈들과 눈빛을 교환한 독고 놈이 은근하게 말했다.


“독사, 내가 자네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지? 순순히 비급을 이쪽으로 던지게. 그러면 우린 손을 쓰지 않고 그대로 물러나겠네.”


‘약 팔고 있네, 시펄놈이.’


어림도 없는 소리, 내 손에서 비급이 떠나는 순간 난 죽음 목숨이다.


‘제기랄!’


너무 억울하다. 암울한 하오문에도 드디어 작은 희망이 생기는가 했는데.

나는 오른손에 들린 천무검서를 내려다보았다. 내 몸에서 흐른 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뭐, 양피지로 만들어져 있으니 알아보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내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기대하는 척, 독고성을 쳐다보았다.


“그 말, 정말이냐?”


내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하자, 독고 놈이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당연하지. 우리도 여기서 자네와 실랑이를 할 여유가 없네. 어서 내놓게. 더 늦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

“그렇구만. 하지만 이걸 줘도 어차피 난 죽을 텐데?”

“무슨 말인가. 우리가 떠나고 나면 정파 놈들이 올걸세. 협의에 목숨을 거는 놈들이니 절대 자넬 모른척하지 않을 거야.”

“호오, 그럼 내가 그들에게 비급의 행방을 말해도 괜찮겠네?”

“······!”


대번에 놈들의 얼굴이 굳었다. 차마 그것마저 괜찮다고 말할 순 없겠지.


‘속이 다 보인다, 이 개새끼들아.’


독고 놈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물론 괜찮지 않네.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함구해주면 안 되겠나?”

“크크큭. 너, 그렇게까지 날 믿어?”


독고 놈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순순히 비급을 내놓을 생각이 없구나. 시간을 끌 생각이었어.”

“눈치 빠른 새끼, 그걸 이제 알았냐?”

“······.”


더 이상의 대화가 불필요하다는 듯 네 놈이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죽는 것도 억울한데, 네놈들 좋은 일 시켜줄 순 없지.’


“옜다, 이놈들아!”


나는 대뜸 천무검서를 허공을 던졌다.


“엇!”


놀란 네 놈이 동시에 도약했다. 서로 먼저 비급을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네놈들이 그럼 그렇지.’


씨익 웃은 나는 품에서 검은 공을 하나 꺼냈다.


“이번엔 진짜 벽력탄이다!”


외침과 함께 검은 공을 비급을 향해 던졌다.


휘릭!


“······!”


순간, 놈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미 한번 속았지만, 내가 진짜 벽력탄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하진 못한다.


“제길!”

아무리 비급이 귀해도 제 목숨만 할까. 그들은 고수답게 허공에서 몸을 틀어 벽력탄(?)에서 멀어졌다.

절묘한 신법이었다.


‘시펄, 경공도 후덜덜하네.’


상관없다. 어차피 이걸 유도한 것이니까.

나는 멀쩡한 한발로 힘껏 도약했다.


타앗!


솟아오른 내 눈앞에 천무검서가 들어왔다. 그 순간, 검은 공이 터졌다.


퍼엉!!


“앗!”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속았다!”

“연막탄이야!”


당연하지, 바보들아. 벽력탄이 얼마짜린데 나한테 있겠냐?


“소심한 새끼들아! 비급은 내 저승길에 가져가마!”


나는 마지막 진기를 모아 손을 뻗었다.


슈욱!


악류장(岳流掌)이라는 그나마 하오문 무공 중 쓸만한 장법이었다.


“안 돼!”

“멈춰라, 이놈!”


놀란 놈들이 뒤늦게 뛰어올랐지만 소용없었다.


파앙!


내 손바닥이 정확히 천무검서의 표지를 후려쳤다. 그런데.


“······!”


당연히 산산이 분해될 줄 알았던 천무검서가 멀쩡했다.


‘뭐, 뭐야? 어지간한 고수도 정통으로 맞으면 버티기 어려운······.’


그 순간, 비급에서 새하얀 빛을 뿜어냈다.

파아아아아!


빛은 나를 완전히 감싼 것으로도 부족해 이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어?’


빛에 닿는 순간, 나는 몸이 아주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통증도 없어지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

“----!”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하지만 머리가 울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우우우웅!


‘뭐야.’


나는 억지로 눈을 떠 보았다. 시커먼 천장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응?’


“--야!”

“-- 이 새끼야, 얼른 일어나!”

“너한테 건 돈이 얼만데!”

“일어나라고, 시펄!”


‘무슨 소리야? 나한테 하는 말인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니 팔각형의 철창이 보였다.


“어라?”


그제야 공동에서 빛에 휩싸여 정신을 잃었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철창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역시 독사야!”

“그리 쉽게 질 리 없지!”

“어서 일어나라, 독사!”


‘이게 대체······’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니 거구의 사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만호?”


한때, 나의 왼팔이자 충직한 수하 였던 만호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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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금강역사(1) +5 22.05.20 2,199 56 11쪽
8 8화 보상을 챙기다. +3 22.05.19 2,242 59 12쪽
7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4 22.05.19 2,224 62 10쪽
6 6화 수전노 +2 22.05.18 2,210 58 12쪽
5 5화 육가장 +3 22.05.18 2,289 65 12쪽
4 4화 흑사방 +2 22.05.17 2,350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35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29 79 13쪽
»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3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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