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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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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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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70

작성
22.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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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 육가장

DUMMY

호남성의 성도(省都)인 장사.


예부터 곡창지대로 유명한 이 도시는 장강을 끼고 있어 활발한 교역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덕분에 상인으로 거부(巨富)가 된 이들이 제법있는데 육가장(陸家場)의 육선회도 마찬가지였다.


조부 때부터 장강을 통한 무역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 지금은 장사 삼대거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가 바로 육선회였다.

그의 나이, 쉰다섯.

그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


‘물론 내가 회귀하기 전의 이야기지.’


육선회는 고질적인 두통이 있었다. 수많은 의원이 다녀갔지만 잠깐 좋아질 뿐, 완치하진 못했다.

그 두통이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지병이 아니긴 하지.’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육선회의 두 번째 부인이 그를 죽이고 자기 소생인 셋째 아들을 장주로 세우기 위한 독살이었다.


‘흔하디흔한 이야기지 뭐.’


그의 죽음에 의문을 느낀 첫째 아들은 치밀하게 조사를 벌였고 결국 사인(死因)을 밝혀냈다.


‘그 이야기로 장사가 한바탕 소란 스러웠지.’


당시에는 그런 큰 부자도 별수 없구나, 하며 넘겼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육선회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 아니, 죽더라도 나한테 두둑하게 챙겨준 후에 죽어야지.


‘내가 살려주마, 육선회.’


육선회는 목숨을 구해서 좋고, 나는 원하는 걸 얻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지난 보름 간, 나는 공진회륜공과 함께 그동안 익힌 무공을 다시금 몸에 익혔다.

자고로 고수는 정기신(精氣神)이 조화로워야 하는 법, 이 시절에 빠져 있던 기(氣)를 채우니 순식간에 경지가 상승했다.


‘곧 회귀 전의 경지를 회복할 수 있겠어.’


원래는 무공을 가다듬는 즉시 천무검서를 얻으러 가려 했지만, 꽤 먼 길이라 자칫 시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선 육선회부터 처리하려고 온 것이다.


어느새 나는 장사 중심부에 있는 육가장에 도착했다.


“여기로군. 정말 우라지게 크구나.”


거대한 대문이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었다.

그뿐인가. 담벼락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펄, 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멈춰라!”


나를 발견한 문지기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아쭈?’


확, 마.

내가 인마, 네 주인을 살리실 분이다.


“여기는 육가장이다! 신분을 밝혀······.”

“알고 있다.”

“······뭐?”

“현판에 저렇게 크게 쓰여있는데 모르겠냐?”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문지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린놈의 자식이 말본새가······!’


그가 발끈하며 나서려는데 옆에 서 있던 다른 문지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본가를 찾은 용건이 뭔가?”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삐딱하게 서서 거만하게 말했다.


“나는 방무진이다. 장주를 만나러 왔다.”

“방무진? 처음 듣는 이름이군.”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곧 많이 듣게 될 거야.”

“장주님은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다. 약속이 되어 있는 건가?”

“아니.”

“그렇다면 돌아가라.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왈패 같은데 본장은 너 같은 놈이 어찌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뭐? 왈패? 감히 나를 그런 쓰레기와 비교해?!”


나는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문지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가라. 괜히 후회하지 말고.”


‘이놈 봐라?’


난 그제야 놈의 기도를 읽었다.


‘정제된 기도, 제법이네. 높게 쳐주면 이류 끝자락 정도?’


한낱 문지기를 하기엔 지나치게 강했다. 그러고 보니 허리춤에 검도 차고 있었다.


‘이건 또 몰랐네. 육가장에서 키운 무인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수준의 무인이 문지기를 할 리가 없다.


‘그렇군. 육선회의 상태가 심각한 거야. 그래서 혹시나 소요가 일어날까 곳곳에 무인들을 배치한 거군.’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대로 육선회가 죽으면 곤란하다.


“제법 지위가 있는 거 같은데 단도직입으로 말하지. 육 장주를 살리고 싶으면 날 그에게 데려가라.”

“······!”


그 순간, 문지기의 손이 움직였다.


스릉!


오우, 깔끔한 발검.

어느새 그의 검이 내 턱밑에 와 있었다.


“괜찮은 검수네.”


막을 수 있었지만 살기는 없었기에 그냥 뒀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자. 당황한 것은 그였다.


“네놈······ 뭐냐? 본장의 상황에 대해 뭘 알고 있지?”

“이럴 여유가 있나? 속는 셈 치고 육선회에게 데려가 달라니까.”

“······.”


문지기의 동공이 흔들렸다.


‘반신반의하고 있겠지. 아씨, 이러다가 육선회가 죽으면 완전 나가린데······.’


나는 왼손을 슬쩍 움직였다.


툭.


“······!”


내 손이 턱밑에 있던 검을 옆으로 밀어냈다.

뻔히 눈을 뜨고도 내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문지기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떻게······!”


간단한 정중동(停中動)의 묘리다. 최소 일류 급은 되어야 할 수 있지.


“봤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 목을 치는 건 일도 아냐.”


문지기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공을 익혔어? 전혀 기도를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그의 생각을 짐작했다.


‘후후후, 이게 바로 공진회륜공의 공능이지.’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어지간한 이들은 기도를 읽어내지 못한다.


“답답하구만! 육 장주 주변에도 너 같은 고수들이 있을 거 아니야? 내가 허튼짓 못 하게 감시하면 되잖아!”

“······.”


내 호통에 마음을 정한 그가 옆에 있던 문지기에게 말했다.


“자리를 지키고 있거라. 나는 이자를 데리고 잠시 안에 들어갔다 오겠다.”


역시 무공 센 놈이 최고다. 쉬이 믿기 힘든 말일 텐데 먹히잖아?

문지기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황 무사님, 괜찮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이 자가 사기꾼이라면 욕을 좀 먹으면 돼.”


나는 코웃음을 쳤다.


“흥, 오히려 상을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따라와라.”


그그긍!

드디어 육가장의 문이 열렸다.


“거, 문턱 한번 되게 높네.”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라.”

“내가 경거망동하면? 막을 수는 있고?”


그가 인상을 썼지만 나는 전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수 주제에 건방 떨기는.’


황 무사는 길을 따라 이동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육가장이구만.’


바닥에는 그 비싼 청석이 줄줄이 깔려 있고 건물의 기둥들은 모두 귀한 금강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외에도 값비싸 보이는 것들이 수도 없이 보였다.


‘와, 여긴 건물만 뜯어서 팔아도 삼대가 배 터지게 먹고 살겠네.’


드디어 육가장 내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함을 자랑하는 장주전에 도착했다.

그 앞에는 호위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서 있었다.


‘저 자는······.’


익히 알고 있는 놈이었다.


‘청풍비검(淸風飛劍) 손무겸.’


장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검수로 무당(武當)의 속가제자 출신이다.

비록 속가제자에 불과하지만 그 위상은 직전제자 못지않았다.

그가 갑자기 나타난 나와 황 무사를 번갈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황섬,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저놈은 또 누구고?”


내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황섬이 뭐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놈? 언제 봤다고 놈이야?”


그러자, 손무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보면 어쩔 거야?”


나도 보란 듯이 그놈을 노려봤다.


“허!”


황섬이 재빨리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장님. 저자가 꼭 장주님을 봬야겠다고 해서······.”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이 상황에 외인을 함부로 들여?”

“그게······”


황섬이 목소리를 낮춰 뭔가 말했다. 손무겸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더니 나를 응시했다.


“······그래?”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봐, 호위대장, 당장은 내 말을 믿기 어렵······”


순간, 날카로운 기운을 느꼈다.


슈아악!


어느새 튀어나온 손무겸의 검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갈랐다. 하나,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무당의 태청검(太淸劍)이네? 열심히 했나 보군. 자세가 안정적이야.”


손무겸의 동공이 흔들렸다.


‘단 일검이었는데 내 검술을 알아봐?’


나는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살기를 뿜어냈다.


“방금은 간단한 시험이었지? 내가 지금 마음이 급해서 그냥 넘어가는데 한 번만 더 해봐. 그땐 뒷일 책임 못 져.”


놈의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이 녀석, 만만치 않아.’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가볍게 피한 몸놀림도 그렇고 살기 또한 대단했다.

손무겸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가 장주님을 살릴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이 들을까 무서운지 매우 작은 목소리였다.


“그래. 몇 번을 말해야 하나?”


생각보다 내 목소리가 크자, 당황한 손무겸이 나무랐다.


“목소리를 낮추게!”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지 않나?”

“······장주님의 상태는 어떻게 알았나?”

“그게 그리 중요한가? 당장 위독한 장주를 살리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손무겸은 내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뚫어지라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담담하게 웃어줬다.


‘얼른 장주 보러 가자, 손가야.’


네가 고민해 봤자 별수 없지.


“만약 허튼 짓을 하면······”

“안 한다고! 어차피 네가 옆에서 지켜볼 거잖아?”

“······따라와라.”


확실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내 신원조차 확인하지 않고 순순히 데려가는 것을 보니.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나는 드디어 장주전 안으로 들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 침소 앞에 멈춰 섰다.

거기에는 육선회의 장남, 육인혁이 서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인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역력했다.


‘평판은 꽤 좋던데 실제로는 어떠려나?’


지독한 수전노(守錢奴)인 육선회와는 대조적으로 배포가 크고 예의를 아는 이라고 알려져 있다.


‘훤칠하니, 인상은 좋군.’


육인혁이 우릴 발견하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호위대장? 여긴 왜······ 이 자는 또 누구요?”

“죄송합니다, 소장주.”


손무겸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육인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


그는 곧바로 나를 보며 물었다.


“소협, 정말 아버지를 살릴 수 있소?”


역시 예의를 아는 놈이군. 언행이 달라.

그럼 나도 소장주 대접을 해주지. 겸사겸사 자주 보게 될 테니.


“물론이오, 소장주. 내가 손을 쓰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요.”

“보아하니 의원도 아니신 듯 한데 어찌······”

“그 방법은 영업 비밀이라 밝히기 좀 그렇군. 대신 확실하게 살려 줄 테니 걱정 마시오.”


육인혁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 효자네. 이대로 육선회가 죽으면 지가 다 먹을텐데도 저런 얼굴이라니.’


회귀 전엔 육선회가 죽은 이후, 육가장은 한동안 내홍(內訌)을 겪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권을 잡은 육인혁은 육선회 생전보다 더욱 육가장을 성장시켰다.


‘능력 있는 놈이니 친하게 지내야지.’


손무겸과 눈빛을 교환한 육인혁은 스스로 다짐하듯 말했다.


“좋소, 시간이 없으니 소협을 한 번 믿어보겠소. 부디 장주······ 아니, 아버지를 부탁하오.”


육인혁이 침소의 문을 열려고 하자, 나는 재빨리 그의 만류했다.


“그 전에. 내가 계산은 정확한 걸 좋아해서 말이오.”


과연 유능한 육인혁은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소?”

“역시 말이 통하는군. 내가 육 장주를 살리게 되면······.”


나는 조용히 요구조건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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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금강역사(1) +5 22.05.20 2,203 56 11쪽
8 8화 보상을 챙기다. +3 22.05.19 2,245 59 12쪽
7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4 22.05.19 2,226 62 10쪽
6 6화 수전노 +2 22.05.18 2,211 58 12쪽
» 5화 육가장 +3 22.05.18 2,291 65 12쪽
4 4화 흑사방 +2 22.05.17 2,351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41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33 79 13쪽
1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5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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