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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0,766
추천수 :
1,927
글자수 :
45,170

작성
22.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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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DUMMY

육선회가 죽을 위기에 처할 동안 육가장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천하삼대신의(天下三大神醫) 중 그나마 종적을 찾기 쉬운 생사신의(生死神醫)를 초빙한 것이다.


빈자(貧者)가 아니면 절대로 의술을 베풀지 않기로 유명한 생사신의지만 육가장에서 거금을 기부하기로 약조했기에 마지못해 장사로 오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생사신의는 육선회가 죽은 다음 날, 도착하지.’


그게 바로 오늘이다. 이미 육선회가 살아났으니 할 일은 없겠지만.


‘내가 볼 일이 있단 말이지.’


원래, 뒤늦게 도착한 생사신의는 의외로 육선회의 사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의혹을 느낀 육인혁이 그에게 부탁하여 시신을 부검한 덕이었다.


늦은 탓에 육선회를 살리지 못했던 생사신의는 미안한 마음에 최선을 다했고 덕분에 육인혁은 흉수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음, 이번엔 어찌 되려나? 이미 독기는 내가 다 먹어서 흔적도 없을 텐데.’


어찌됐든 육인혁이 육가장의 주인이 되는 게 여러모로 육가장이나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뭐, 방법이 없진 않지.’


육선회를 암살할 거냐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에이, 그건 선 넘었지.

내가 애써 살린 사람을 다시 죽일 정도로 모질진 않다.

육인혁이 양해를 구하고 나가자, 나는 다시 객청으로 가 느긋하게 기다렸다.


‘아마, 지금쯤 육선회를 진찰하고 있겠지.’


후후후, 깜짝 놀랄 거다.

아무리 신의라도 그런 경우를 보긴 드물 테니.


“그나저나 점심까지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막간을 이용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공을 확인했다.


‘묵직하구나. 흐흐흐.’


육선회의 몸에서 흡수한 기운 덕에 단전의 크기가 서너 배는 커진 듯하다.


‘이미 내공은 회귀 전과 필적할 정도야.’


좀 억울하네.

그때는 영약도 꽤 많이 먹었었는데.


‘어차피 상관없어. 이번엔 그때보다 훨씬 강해질 테니까.’


그 망할 독고 놈과 십대마인 놈들을 압도할 무력을 손에 넣을 것이다.

어쨌든, 내 단전에는 여러 기운들이 혼재되어 있다. 보통 무인들의 내공은 한가지 속성을 띠지만 공진회륜공은 다르다.


‘억지로 섞지 않는다. 각 기운의 개성을 그대로 존중하지.’


음양의 조화라는 태극(太極)보다 이전의 혼원(渾圓)을 추구하는 신공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먹기 따라서는 흡수한 독기로 독공(毒功)을 쓸 수도 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신공이 바로 공진회륜공이다.


‘여기에 천무검제의 무공을 더하면······.’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대인, 안에 계십니까?”


시비의 목소리였다.


“있다, 말해.”

“본가를 방문하신 신의께서 대인을 뵙고자 합니다. 어찌할까요?”


씨익.

예상대로군.

드디어 호구 이호(二號)가 제 발로 찾아왔다.


“만나겠다고 전해라.”



생사신의 유현.

그의 첫인상은 다소 강퍅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성불(性佛)이라 추앙받는 사람답지 않게 인상은 영······.


‘고집 센 꼰대 같이 생겼구만.’


칠십 대에 백발이 성성했지만, 기세만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무공도 모르는 노인네가······.’


좋은 걸 많이 처먹었겠지.

아,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긴 들었다.


“자네가 육 장주를 치료했다고 들었네.”

“맞소. 신의도 육 장주를 봤으니 알 거 아니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사신의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오히려 너무 깨끗하게 치료를 하여 놀랐네.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쌓이는 온갖 잡스러운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더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이왕 살렸으니 오래 살라고 그리했지요.”


생사신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내가고수겠지?”


역시 신의로군. 내가 내공으로 기운을 제거한 걸 알아봤어.


“하지만 의술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군.”

“음? 무슨 뜻이오?”

“아무리 잡스러운 기운이라도 어느 정도는 몸에 남아있어야 하네.”


어랍쇼?


“특히 노인들은 원기가 많이 부족하지. 당장은 괜찮지만 이대로 두면 신체의 균형이 무너져 오래 살지 못하네.”


나는 괜히 머쓱해졌다.

아, 그런 거였어? ······미리 말 좀 하지.


“물론 육 장주 같은 사람은 예외네. 노부가 필요한 약을 복용시킬 거고 몸에 좋은 영약이나 보양식을 많이 챙겨 먹을 테니 별문제는 없을 거야.”


아니, 이 양반이 지금 누구 놀리나?


“그럼 결국 괜찮다는 말 아니오? 깜짝 놀랐네.”


생사신의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다음부턴 조심하란 말일세. 불필요해 보이는 기운이라도 함부로 제거하면 그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니.”


맞는 말이네, 맞는 말이야.


“명심하리다.”


음, 사부한테도 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그래도 잘했네. 자네가 처치하지 않았다면 육 장주의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어.”

“그건 맞소. 어제 죽었을 걸?”


생사신의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재미있군. 어찌 그걸 그리 장담하나?”

“응?”

“의술도 상식적인 수준밖에 모르는 듯한데.”


이 양반이 제법 날카로운 구석이 있네.

나는 대충 둘러댔다.


“그냥 감이오, 감.”

“그런가.”


별로 믿는 표정이 아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신기하긴 하군. 육 장주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엄청난 내공의 고수일 줄 알았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생각보다 자네가 지닌 내공의 양이 적어서 말일세. 아, 물론 자네 나이를 생각하면 엄청나긴 하지만.”


뭐야, 설마 내 공진회륜공의 내공을 읽었어?


“자넨 나름 꽁꽁 숨긴다고 숨긴 모양인데 노부의 눈을 속일 순 없지.”


쳇, 역시 천하삼대신의인가? 만만치가 않네.


“잠깐 자네의 기(氣)를 보여줄 수 있겠나?”

“······.”

“순수한 호기심일세.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되네.”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거절하기도 뭐하네. 하여튼 노련하다니까.


“그러지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내공을 집중하자, 내 손에 얇은 기막(氣膜)이 생성되었다.


파앗!


흐릿한 회색빛이 감돌았다.

생사신의의 눈빛이 번뜩였다.


“잿빛 강기(剛氣)라.”


그렇다. 그래서 회륜(灰侖)이다.


“정말 특이하긴 하군. 마공(魔功)도 아니고 사공(邪功)도 아니고 정공(正功)은 더더욱 아닌 기운이라니.”


천하의 수많은 신공절학이 저 분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진회륜공은 달라.’


저들보다도 윗줄에 있는 게 공진회륜공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나저나 오래 볼 위인은 아니군. 밑천이 거덜 나겠어.’


“충분히 봤지요?”


나는 얼른 손을 거둬드렸다. 생사신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봤네.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네.”

“그럼 볼일은 다 보신 거요?”

“그렇다네.”


후후, 그럼 이제 내 차롄가?


“시간을 내줘서 고맙네.”


어허, 어딜.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생사신의를 향해 대뜸 물었다.


“손자(孫子)는 잘 크고 있소?”

“······!”


생사신의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자네······”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무리 생사신의라도 구양절맥(九陽絶脈) 앞에선 쉽지 않지.”


구양절맥.

선천적으로 양기가 강하고 전신의 경맥이 군데군데 끊겨 있는 천형(天刑)이다.

총명한 두뇌를 타고나지만, 보통 열다섯을 넘기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쿠우우!


생사신의가 막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이 움푹 파였다.


쩌저적!


‘와우, 능구렁이 영감인 줄 알았는데 내공만땅 괴물이었네?’


장담하건데 공력만 따지면 천하에서 생사신의를 따라갈 자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


파사사삭!


그와 나 사이에 있던 탁자가 가루가 되어 날렸다. 그야말로 무식한 기운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 주눅들 내가 아냐.’


나는 서둘러 공진회륜공을 운용해 몸을 보호했다. 전신에 쏟아지던 압력이 삽시간에 약해졌다.


생사신의가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며 물었다.


“네가 어찌 그걸 알고 있느냐?”


회귀했으니까?

물론 알려줄 순 없지.


“그건 영업 비밀. 내가 알기로 올해 열다섯인데 어떻게든 살려야 하지 않겠소?”

“······!”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가 천천히 기운을 거둬들였다.

어느새 냉정함을 되찾은 그였다.


“자네가 영호 이야기를 꺼낸 건 이유가 있을 터.”


유영호, 생사신의의 보물 같은 손자의 이름이다.


“당연하지.”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군.”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기운에 의자마저 바스러져 없었던 것이다.


“······그냥 서서 듣지.”

“편한 대로 하시오.”

“말해보게. 자네에게 영호를 살릴 방법이 있는가?”


씨익.

그래, 이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


회귀 전, 생사신의는 모든 의욕을 잃고 갑작스레 은거를 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가 밝혀졌는데 그건 바로 손자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돌아온 생사신의가 한 사람을 치료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역시 구양절맥이었다.

그는 십 년간 손자를 앗아간 구양절맥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르오.”

“뭐? 지금 노부를 놀리는 겐가?”

“그럴 리가. 그 방법은 이미 생사신의 당신이 알고 있지 않소?”

“······!”


그렇다. 생사신의는 이미 방법을 찾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손자를 살리지 못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만년혈삼(萬年血蔘), 그게 필요하지 않소?”


만년설삼보다 훨씬 희귀한 삼이 바로 만년혈삼이다. 붉은빛을 띠고 있어 혈삼이라 불린다.

손자가 죽기 전부터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것을 십 년 동안 찾아냈으리라.

물론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


“자, 자네가 어찌 그걸······!”

“잘하면 내가 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소? 나랑 거래를 하는 것이.”


생사신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끝났구만.

넘어왔네, 넘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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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금강역사(1) +5 22.05.20 2,205 56 11쪽
8 8화 보상을 챙기다. +3 22.05.19 2,245 59 12쪽
»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4 22.05.19 2,227 62 10쪽
6 6화 수전노 +2 22.05.18 2,212 58 12쪽
5 5화 육가장 +3 22.05.18 2,291 65 12쪽
4 4화 흑사방 +2 22.05.17 2,351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41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34 79 13쪽
1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5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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