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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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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67
추천수 :
1,927
글자수 :
45,170

작성
22.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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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화 금강역사(1)

DUMMY

천무검서가 잠들어 있는 곳은 바로 하남성에 있는 천중산(天中山)이다.


삼백 년 전 천하무림을 독존(獨尊)했던 천무검제는 스스로 천하무림의 중심이라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천하의 중심에 있는 산’인 천중산에 자신의 유진(遺塵)을 남겼다고 한다.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을 넘봤다는 천무검제는 제자를 남기지 않았다.


‘웃기는 양반이야. 뭐? 자기 무공을 이을 인재가 없어?’


수많은 기재들이 그를 찾아가 제자로 삼아달라 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고고한 천무검제의 눈에 차는 인재가 없었던 것이다.


‘뭐, 덕분에 내게도 기회가 온 거지.’


천무검제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정말로 우연한 일이었다.

손이 느린 수하 하나가 고서적을 정리하다 실수로 물에 빠뜨렸는데 놀랍게도 책의 글들이 지워지며 몇 글자가 남았다.


[천무재천중(天武在天中)]


아리송한 말이었지만 나는 이것이 천무검제의 흔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직감이었다.

그리고 그 고서적을 시작으로 극비에 조사를 벌였고 천무검제가 남긴 것이 천중산에 있음을 확인했다.

수 년간 노력 끝에 간신히 천무동(天武洞)을 발견하여 막 공략을 시작하려는데······.


망할 독고 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지.


‘틀림없이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어.’


정말 믿을만한 수하들과 은밀히 진행한 일이다. 그들 중 배신자가 있지 않고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엔 나 혼자 간다.’


천무동의 수많은 함정과 기관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어쩔 수 없다.

회귀 전의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

준비를 하다 보니 한 가지 찝찝한 것이 있었다.


‘만호 이 자식은 왜 안 와?’


내게 졌으니 진작에 와서 탄복했다며 수하로 삼아 달라고 해야 하는데?

보름 간 수련할 때도 은근히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찾아오지 않았다.


‘회귀 전과 달리 너무 쉽게 이겨서 그런가?’


만호는 내가 반드시 다시 얻어야 할 수하다. 그의 우직함과 충성심은 내 뒤를 맡기기에 충분하다.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는 가지 않기로 한 지하투기장으로 향했다.



* * *



화화객잔(花火客棧).

늙은 노파가 혼자서 운영하는 곳인데 워낙 맛이 없어서 아무도 찾지 않는 객잔이다.

심지어 건물도 낡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다.

가끔 이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체 왜 이 객잔이 망하지 않는지 신기하게 생각한다.


‘당연하지. 객잔은 위장일 뿐이고 진짜는 지하투기장 입구 중 하나니까.’


특히 화화객잔은 출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나는 화화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끼익.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이 운다.


‘이건 좀 고치지. 언제 무너질지 알고.’


객잔 주인 행세를 하는 노파가 멍하니 앉아있다.


“파파(婆婆), 안녕?”


내 말에도 반응이 없다. 눈과 귀가 어두워서 잘 보지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익숙한 듯 주방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자 우락부락하게 생긴 거한이 철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날 발견한 놈이 반색했다.


“어? 이게 누구야, 금강역사를 쓰러뜨린 독사 아니야?”


이 녀석 이름이 뭐더라? 아, 맞다.


“왕삼, 오랜만이야.”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대전비를 두둑하게 받더니 며칠 신나게 놀다 온 거야?”


흥, 겨우 그 돈으로 며칠이나 놀 수 있겠냐?


“그냥 일이 있었어.”

“오, 드디어 새로운 일인자가 다시 실력을 보여주는 건가?”

“그건 아니고. 혹시 금강역사, 만호가 여기 있나?”

“금강역사? 아,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네게 패한 후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

“······그래?”


그럼 집에 있나?

어쩌지? 집은 모르는데.


“어쨌든 잘 왔어! 지하투기장의 최고의 흥행표인 독사와 금강역사가 없으니까 그동안 지하투기장이 너무 심심했어.”

“······.”

“어서 들어가 봐. 멋진 경기를 기대할······”

“됐어.”

“응?”

“난 지하투기장 은퇴했으니까 다신 나 찾지 마.”


왕삼의 얼굴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안 한다고 인마. 수고해라.”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자, 잠깐!”


왕삼의 다급한 부름을 외면하고 나는 화화객잔을 나왔다.


‘흠, 어쩐다?’


그냥 나중에 찾아봐?

아니다. 녀석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놀게 둘 순 없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네 녀석이 할 일이 있단 말이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렇지! 사부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명색이 하오문 지부장인데 그 정돈 알겠지.


‘지금 사부는······.’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멈칫했다.


‘호오, 이것 봐라.’


나를 중심으로 포위하듯 몰려오는 이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발소리로 보아 무공을 모르는 놈들인데······. 아.’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멍청한 놈들,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이지.’


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타타타탓!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튀어나온 장한, 여덟 명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어이, 독사.”


그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나를 불렀다.


“어이구, 이거 거웅(巨熊) 형님 아니오?”


넙데데한 얼굴에 작은 눈, 곳곳에 흉터가 가득한 삼십 대 중반의 사내가 속칭 ‘큰 곰’으로 불리는 왈패였다.

원래는 그도 지하투기장 출전자였는데 은퇴하고 지금은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거웅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행히 건강해 보이네? 한동안 안 나와서 걱정했잖아.”

“에이, 그럴 리가.”

“뭐, 잡설은 생략하고. 어쨌든 어서 들어가자. 네가 다시 나오길 학수고대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싫은데?”


거웅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왕삼한테 한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냐?”

“어, 맞아.”

“하! 이러면 정말 재미없는데.”

“어쩌라고. 난 그만뒀으니까 이만 꺼져 줄래?”


거웅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독사야, 이 바닥이 말이야. 네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냐. 알면서 그러네.”


나는 피식 웃었다.


“까고 있네. 그거야 내가 정하는 거지.”

“네놈이 어디서 돈 좀 벌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거 다 치료비로 날리고 싶냐?”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뭐래, 등신이. 그걸 다 치료비로 쓰려면 수십 번은 죽었다 살아나야 해. 뭘 알고 하는 소리야?”


거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똘똘한 놈인 줄 알았는데······. 말이 안 통하네.”

“나도 마찬가지다. 뭘 입 아프게 떠들고 있어? 어서 들어와.”

“후회하지 마라, 독사.”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야말로 후회할 거야.”


거웅이 뒤로 한 말 물러나며 말했다.


“귀한 상품이니 뼈는 상하지 않게 해라.”


그의 말과 동시에 일곱 명의 사내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이미 내 실력을 알고 있으니 머릿수로 찍어 누르려는 것이다.


근데 어쩌지? 예전의 내가 아닌데.


‘느려, 너~무 느려.’


공진회륜공 덕분에 반응속도나 동체시력이 이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흑사방 놈들을 상대할 때도 느꼈지만 굳이 내공을 안 써도 일반인은 상대가 안 되겠는데?'


정면에서 달려든 놈이 주먹을 휘두른다.


부웅!


비록 무공은 익히지 않았지만, 확실히 거웅의 부하들답게 기세가 흉흉하다.


‘뭐, 그래봤자지.’


한걸음.

단 한 걸음으로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가볍게 왼손을 뻗었다.


빠악!


“악!”


달려들던 관성과 내 주먹의 위력이 합쳐지며 단숨에 놈의 코뼈가 박살이 났다.

녀석이 코를 움켜쥐며 주저앉는 사이, 다른 놈들이 접근했다.


“이놈!”


좌우의 달려드는 두 놈.


‘단순하구만.’


다시 한걸음, 이번엔 뒤로 물러났다.


빠박!


“억!”

“컥!”


두 놈의 머리통이 크게 흔들렸다.


‘손맛 좋네.’


그게 끝이 아니다. 뒤에서 접근하던 놈이 갑자기 내가 가까워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엇?!”


등신.

당황하지 말고 그냥 공격했어야지.

손을 쓰기도 귀찮아 그냥 뒷머리로 놈의 안면을 들이받았다.


빠악!


“어억!”


단, 세 걸음.


그걸로 장정 넷이 무력화되었다. 심지어 무공도 쓰지 않았다.


‘쉽네, 쉬워.’


남은 세 놈이 멈칫하며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서 달려들어야지? 멍하니 보고 있음 어떡해?”

“도, 독사 너 이놈······!”

“안 오면 내가 간다?”


내가 움직이자, 놀란 놈들이 재빨리 두 손을 들어 머리를 보호한다.


“오, 오지 마!”


아무래도 네 놈의 머리통을 박살낸 것이 강렬했던 모양이다.


“날 너무 단순하게 보는데?”


퍼퍽!


“끄억!”

“컥!”


퍼억!


“끅!”


내 주먹이 놈들의 아랫배를 강타했다. 어찌나 충격이 큰지, 녀석들이 그대로 배를 움켜잡으며 주저앉는다.


‘쩝, 손맛이 머리통만 못하네.’


그냥 머리를 노릴 걸 그랬나?


“죽어!”


섬뜩한 감각이 옆구리로 파고든다. 기회를 노리던 거웅이 날카로운 비수를 내지르고 있었다.


‘귀엽네.’


제법 길쭉한 비수였지만 거웅이 들고 있으니 작은 과도(果刀) 같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놈의 움직임은 진즉에 파악하고 있었다. 뭘 하려는지 궁금해 그냥 두었을 뿐이다.


착!


기세 좋게 들어오던 비수가 내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잡혀 멈춰버렸다.


“헉!”


거웅의 작은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상품이라더니 그냥 죽이려고?”

“어, 어떻게 맨손으로······!”

“잘 잡으면 돼.”


나는 그대로 손가락을 비틀었다.


땡강!


단숨에 비수가 부러져 버렸다.


“에이, 좀 더 튼튼한 놈으로 가져오지, 그랬어?”

“······.”


충격이 큰지, 거웅은 부러진 비수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난 진득한 살기를 내뿜으며 녀석의 뺨을 툭툭 쳤다.


탁, 탁!


“투전주(鬪戰主)한테 가서 전해. 또다시 날 건드리려 한다면 아예 투기장을 쓸어버린다고.”


잔뜩 겁먹은 거웅은 차마 입을 열진 못하고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막 몸을 돌리려다 멈칫했다.


“아, 거웅이 널 그냥 보내주면 내뜻이 잘 전달이 안 되겠구나?”

“······!”

“잘 치려다 쓰러진 네 수하들보다 네가 너무 멀쩡하면 이상하지, 안 그래?”

“아, 아니······”


거웅아, 그러게 적당이 건방을 떨었어야지.


“사, 살려······.”


안 죽인다, 인마.

넌 그래도 나름 대장이니까 양손으로 패주마.


내 주먹이 녀석의 안면을 강타했다.


빡!

“악!”

녀석이 안면을 움켜쥐며 주저앉는다.

짜식이. 덩치값도 못하고 엄살이 심하네?


나는 본격적으로 양손을 쓰기 시작했다.


퍽! 퍼퍽!

빠악!


"쿠에엑!"


오우, 역시 거웅이야. 손맛이 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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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금강역사(1) +5 22.05.20 2,206 56 11쪽
8 8화 보상을 챙기다. +3 22.05.19 2,245 59 12쪽
7 7화 생사신의(生死神醫) +4 22.05.19 2,227 62 10쪽
6 6화 수전노 +2 22.05.18 2,212 58 12쪽
5 5화 육가장 +3 22.05.18 2,291 65 12쪽
4 4화 흑사방 +2 22.05.17 2,351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41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34 79 13쪽
1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5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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