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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명 님의 서재입니다.

하오문 역대급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석공명
작품등록일 :
2022.05.17 16:10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0,774
추천수 :
1,927
글자수 :
45,170

작성
22.05.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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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4화 흑사방

DUMMY

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을 때, 우리 집으로 불청객이 불쑥 들어왔다.


“여어, 독사.”


껄렁하게 걸어오는 세 장한, 저놈들, 누구더라?


“너희들은······.”

“깜짝 놀랐다, 야. 금강역사를 이겼다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내 눈을 의심했다니까.”


아, 이제야 기억이 나는군.


‘흑사방(黑砂幇)이지 아마?’


처음 장사에 와 적응하던 시기, 내 재능을 알아본 흑도패 '칠성회'가 나를 영입하려고 안달을 냈었다. 하지만 나는 흑도패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들은 끈질기게 나를 회유하려 했고 난 그들과 일전까지 불사했다.


그들과 수많은 마찰 끝에 극적 타협이 이뤄졌고 거기에는 흑사방의 역할이 컸다.

흑사방주는 내가 마음에 든다며 먼저 제의를 해왔다. 적당한 세를 낸다면 칠성회의 위협에서 보호해 준다고.

지하투기장을 소개해준 것도 흑사방이었다.


‘덕분에 안정적으로 살 수는 있었다만.’


저놈들에게 뜯기니 돈을 모으기가 무척 힘들었었다.

한 놈이 내게 다가왔다.


“대전비, 두둑하게 받았지? 마침, 우리가 술값이 조금 부족해서 말이야.”

“그래서?”

“어허, 이렇게 눈치가 없나? 좀 보태달라는 거지.”


내가 뭐라 하려는데 여진이 먼저 소리쳤다.


“이번 달 보호세는 받아 갔잖아! 더 내놓으란 거야?”


놈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우! 놀래라. 여진 소저는 언제 봐도 참 씩씩하단 말이야.”


같이 온 두 놈이 웃음을 터뜨린다.


“푸헤헤헤!”

“정말이지 귀여워. 조금만 더 크면······.”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놈들 봐라? 슬슬 선을 넘으려고 하네?’


내 기억에 보호세를 꼬박꼬박 내는 동안은 흑사방이 특별히 우릴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물론 가끔 내 신경을 긁긴 했지만 그나마 적정선을 지켰기에 참았다.

칠성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흑도패가 바로 흑사방이었으니까.


놈이 여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못 본 사이 더 예뻐졌네?”


여진의 눈빛이 변했다. 당장이라도 욕이 쏟아져 나올 거 같은 표정이었지만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


아직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든 내 동생은 흑사방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 미안하다, 여진아.

못난 오라비 때문에 네가 참고 살았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거기까지.”


나는 놈의 앞을 막아섰다.


“오, 독사. 꼴에 오라비라고 보호하는 거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스산한 살기가 주변을 감돌았다. 놈도 그걸 느꼈는지 낯빛이 변했다.


“음?”

“너희들, 삼류도 안되는 건달 주제에 뭘 믿고 이렇게 설치냐? 흑사방도라는 거 하나 믿고?”

“도, 독사······.”


내 기세에 눌린 놈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친다.


“감히 우리에게 손을 대려고? 본방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냐?”

“응, 몰라.”


나는 말과 동시에 주먹을 뻗었다.


빠악!


소리 좋고.


“어억!”


한 방에 놈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콧대가 주저앉았다.

역시 공진회륜공이다. 주먹에 실리는 힘이 다르다.


‘심지어 내공은 쓰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지.’


공진회륜공의 수많은 공능 중 하나, 육체개변(肉體改變).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 훨씬 민첩해지고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놈은 내가 손을 쓴 것도 보지 못하고 뭔가 번쩍한 것만 알았을 것이다.


“으어억······.”


놈이 얼굴을 움켜쥐며 주저앉자, 다른 두 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독사! 지금 우릴 상대로 해보겠다는 거냐!”

“그래, 해보자.”


나는 곧바로 두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헉!”


빠악! 빠악!


“악!”

“억!”


두 놈도 뭐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코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공진회륜공을 익히기 전에도 내 상대는 아니었으니 지금은 말하면 입만 아픈 정도다.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라. 또 내 눈에 띄면 그때는 코 뿐만이 아니라 사지의 뼈마디를 조져 줄 테니까.”

“도, 독사!”

“어디 두고 보자!”

“후회할 거다!”


놈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도 못하고 도망치듯 내 집을 떠났다.


“쯧, 별것도 아닌 것들이.”


여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여진도 저들이 내 상대가 아니란 것 쯤은 알고 있다. 단지 그 뒤에 있는 흑사방을 걱정하는 것이다.


“괜찮아.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고생 끝이다, 여진아.

네 오라비는 고수가 되었단다.


“아, 몰라. 오라버니가 알아서 해.”


그러면서 제 방으로 가버리는 여진.


“응, 그래. 오라버니한테 맡겨.”


가만있어 보자. 흑사방이 어디에 있더라?



* * *


귀도안(鬼刀眼) 구상인.


장사의 흑도패 중 손에 꼽히는 세력을 자랑하는 흑사방의 방주가 바로 그다.

하지만 구상인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의 일은 부방주에게 맡겨 놓고 자신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의 처소에서 기루에서 불러들인 기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커~억!”


구상인의 시원한 트림과 함께 사방으로 입 냄새가 퍼졌다. 지독한 향에도 기녀는 조금도 내색지 않았다.


“호호호, 방주님은 트림 소리도 호탕하시네요.”

“흐흐흐, 그러냐? 하긴, 내가 좀 호방하긴 하지.”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가 반쯤 벗겨진 구상인은 기녀의 아첨에 기분 좋게 웃었다.


“자, 한 잔 더 받으세요.”

“오냐.”


기녀가 술을 따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크, 큰일났습니다. 방주님!”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 이는 바로 부방주였다.

구상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채신머리없기는. 무슨 일이야?”

“독사가······.”

“독사? 그놈이 왜?”

“본방에 쳐들어왔습니다!”


구상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쯧, 그 녀석의 성질이 더러우니까 수하들 단속하라고 했지? 적당히 달래서 보내.”

“그,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수하들이 벌써 이십 명이나 놈에게 당했습니다!”


그제야 구상인의 얼굴이 굳었다.


“뭐?”

“독사가 무지막지하게 강해졌습니다! 수하들이 놈의 일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상인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가보자.”


구상인이 부방주를 앞세우며 밖으로 나갔다.


“······.”


홀로 남은 기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독사가?”



나는 한심한 눈으로 흑사방도들을 둘러보았다.


“허약하구나, 허약해.”


개떼처럼 달려들던 흑사방 녀석들은 서른 명 쯤 때려눕히자, 더는 덤비지 않았다.

내 발걸음에 맞춰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그나마 도망치지 않는 걸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흑사방주의 장악력은 대단하다. 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한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나는 피식 웃었다.


‘왔군.’


아니나다를까.


“모두 물러서라!”


흑사방주의 목소리에 녀석들이 썰물처럼 물러난다.

드디어 흑사방주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독사, 이게 뭐하는 짓이지?”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구 방주.”

“내 수하를 저렇게 만들어 놓고 반말까지? 미친 거냐?”

“그건 아니고. 경고를 하러 왔어.”

“경고?”

“이제 너희들의 보호 따윈 필요없다. 더는 세 받으러 오지말고 우릴 건드리지도 마.”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흑사방 문을 닫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흑사방주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쳤구나, 독사. 무슨 수로 수하들을 쓰러뜨렸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맞자.”


그가 빠르게 돌진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음?’


예전이었다면 대단히 위협적이라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내겐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확실히 일반적인 흑도패와는 달랐다.


‘이놈, 무공을 익혔어?’


나름 숨긴다고 숨긴 움직임이지만 내 눈을 속일 순 없지.

사실 조금 놀라웠다. 회귀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봤자,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만.’


삼류를 면한 이류급이랄까?

저 정도면 어지간한 표국에서 번듯한 표사로 일할 수 있을 정도다.


‘어디.’


나는 가볍게 비연보를 밟아 주먹을 피했다.


파앗!


아슬아슬하게 흑사방주의 권격이 빗나갔다. 빗나가기가 무섭게 그의 반대쪽 주먹이 내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역시!’


무술에 의한 움직임과 아닌 것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뚜렷한 특성은 연속성이다.

왈패의 주먹질은 피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무술은 상대가 피하거나 막았을 경우에도 이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흑사방주의 권격은 내 수준에서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었다.


‘잘 봤다.’


더 확인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오른손을 휘둘러 그의 주먹을 쳐냈다.


파악!


“······!”


공격이 너무도 쉽게 막혀 눈이 휘둥그레진 흑사방주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너도 한 번 막아봐.’


빠르고 간결한 권격이었다. 흑사방주는 보법을 밟으며 내 공격을 피하려 했다.


‘어딜.’


나는 갑자기 속도를 올렸고 흑사방주는 반응하지 못했다.


슈슉!

퍼억!


“큭!”


왼쪽 뺨을 제대로 맞은 흑사방주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호오.”


제법이다.


‘코를 노렸는데 그 짧은 순간 고개를 돌렸어?’


생각보다 더 수준이 높았다.


‘좋아,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지.’


나는 재차 거리를 좁히며 양 주먹을 휘둘렀다.


슈슈슈슈슈슈!


“헉!”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권영(拳影)을 본 흑사방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파파파파파파팡!


내 주먹은 한 치 정도 앞에서 모두 멈췄다. 흑사방주는 권영이 일으킨 시원한 바람만을 맞았다.


“······!”


흑사방주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독사, 너······!”

“어때? 막을 수 있겠어?”

“······.”


흑사방주도 이제는 눈치챈 거 같다. 내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수란 걸.


“······원하는 게 뭐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이제 대화를 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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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육가장 +3 22.05.18 2,292 65 12쪽
» 4화 흑사방 +2 22.05.17 2,352 67 10쪽
3 3화 사부와 재회하다. +2 22.05.17 2,442 67 11쪽
2 2화 공진회륜공(共振灰輪功) +2 22.05.17 2,636 79 13쪽
1 1화 방무진, 회귀하다 +3 22.05.17 2,885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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