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밤고양이 : 약속해 미안할 일 없도록

2부 8화 문화차이? 아닐 텐데요. (1)

5구역 국제동물학교. 코뿔소샘과 도베르만샘은 처음 보는 호화 학교에 눈이 커졌다. 학생식당은 쇼핑몰의 푸드코트처럼 음식코너가 나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드라마에서 보던 호화교복을 입었고 학교 설비도 최신식이었다. 국제동물학교는 월 수업료가 100만 도토리가 넘게 들어갈 정도로 귀족들만 다니는 학교였다. 물론 외교관동물들의 자녀들도 많았다.

코뿔소샘: 저기... 밍크가 소리왕국말은 할 줄 아나요?^^;;;

상담교사동물: 그럼요!^^ 3개 국어를 할 줄 아니까~ 걱정 마세요. 기사단에서는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조사도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베르만샘: 국제동물학교는 가르침청하고 직접 관계가 아닌 거죠?

상담교사동물: 사설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부분~ 외교관동물 가족이나 외국계 기업 자녀... 다양한 동물들이 다니지요~ 소리왕국 귀족 자녀들도 있습니다.^^

상담교사동물은 코뿔소샘과 도베르만샘을 상담실로 안내했다. 상담실 안에는 낮은학교 5학년 나이의 밍크가 앉아 있었다. 상담실 입구에는 외국인인 담임교사동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담임교사동물이 외국어로 말하고 상담교사동물이 통역을 했다.

상담교사동물: 지금 담임선생님이 많이 불안해하세요. 밍크가 토론수업시간에 체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도 놀랐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밍크가 친구들 반응을 보고서 더 당황을 했다고 해요. 지금 밍크가 엄청 불안해하고 있다고 해요.

코뿔소샘: 체벌이라고 하셨는데... 밍크가 수업시간에 뭐라고 했나요? 그리고 밍크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상담교사동물: 부모님이 화를 낼 때, 체벌용 막대기로 손바닥이랑 발바닥을 때린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데요. 아버님이 소나무왕국 대사관에서 일하신다고 해요. 정확한 직급은 모르신다고...

도베르만샘: 부모님은 소리왕국어를 하시나요?

상담교사동물: 아버님은 못하시고, 어머님은 하실 수 있다고 해요.

코뿔소샘과 도베르만샘은 밍크가 친구들 반응에 더 놀랐다는 부분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졌다. 코뿔소샘은 상담교사동물의 통역으로 담임교사동물을 안심시켜놓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코뿔소샘과 도베르만샘이 국제동물학교에서 현장조사를 시작할 때, 굿밤고양이는 길시티청 아동과 회의실에 있었다. 중요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굿밤고양이 외에는 모두 두목급의 동물들이 모였다. 비버두목이 아파서 굿밤고양이가 대리로 참석하였다.

길시티의 신고해야나간다 기관은 모두 8개였다. 길시티 직영의 아동센터, 그리고 ‘동물교단’ 위탁의 북동부기관, 그리고 ‘구해줘’ 단체 위탁의 3구역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5개의 기관은 모두 ‘동네사람들’ 단체 위탁 운영이었다.

동네 두목1: 시티청 과장이 바꿨다더니 인사하자고 전부 부른 거겠죠?

동네 두목2: 단순한 인사는 아니라고 주무관동물이 말하던데요.

동네 두목3: 그나저나 비버두목님이 많이 아프신가 봐요? 팀장님이 대신 오신 걸 보면?

굿밤고양이: 검진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출근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북동부 두목: 굿밤팀장님이 많이 바쁘겠네요~ 3구역 기관은 인원도 제일 적은데.

굿밤고양이: 모기두목님 나가실 때도 공백기가 있어서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여러 두목들이 웅성거리는 사이에 시티청 아동과장동물이 들어왔다.

아동과장동물: 다들 많이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티장님이 아동학대에 관심이 많으셔서 앞으로도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 준비 자료를 좀 봐주시지요.

주무관동물이 아동학대대응방향이라는 문건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용을 읽은 두목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굿밤고양이도 내용을 읽고서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굿밤고양이: 안녕하세요. 3구역 신고해야나간다 기관 굿밤팀장입니다. 두목님이 편찮으셔서 대리 출석했습니다. 일단 시티장님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분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여기 적혀있는 내용과 아동학대대응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명이라도 인력충원은 꼭 필요해서 이해가 되는데요. 여기... 기관명을 바꾸는 부분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목적이 있나요?

아동과팀장동물: 저기... 그 부분은 직영 아동센터 요청으로 반영했습니다. 기관명이 너무 명확하지 않아서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데 불편하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시티청에서 간판까지 싹 갈아드리려고 합니다.

굿밤고양이: 지금 말씀하시는 이 명칭 ‘아동학대방지센터’는 이미 5년 전에 사용하지 않기로 해서 법령에서도 없어진 단어로 알고 있습니다.

아동과팀장동물: 아! 그 부분은 문제가 없습니다. 시티 조례를 바꿔서 근거를 만들면 됩니다.

굿밤고양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기관명은 법령에 근거되어 있습니다. 조례를 바꾸더라도 상위법과 충돌하는 것 아닌가요?

아동과장동물: 그런 건 크게 문제 안 되니까 걱정 마시고~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빨리 간판들 주문하시고 사진들 찍어서 시티청에 제출해주세요. 기관 당 200만 도토리씩 지원할 겁니다.

여러 두목동물들은 술렁거렸다. 2달도 안남은 기간에 갑자기 돈을 줄 테니 간판을 바꾸고 기관명을 바꾸라고 한 것이다. 기관명은 전국 공통으로 복지법에 근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티청이 요구한 명칭은 5년 전에 법령에서 사라진 명칭이었다.

굿밤고양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실 문제가 아닙니다! 기관에 학대피해가족들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러 옵니다. 간판에 아동학대라고 써버리면 2차 피해를 당하게 만드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5년 전에 명칭을 바꾼 이유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3가지 이유로 이 간판문제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1. 학대피해아동 및 가족들의 낙인(2차 피해) 예방

2. 상담원들이 현장출동 시 대상자 자극 예방

3. 상위법인 복지법에 ‘아동학대방지센터’라는 호칭이 사라졌음. ‘신고해야나간다 기관’이 아동학대신고, 출동, 조사, 사례관리 등을 하도록 되어있음

굿밤고양이의 강한 우려표시에 아동과장동물은 조금 당황했다. 많은 두목들은 시티청과 관계가 나빠질까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동과팀장동물: 아... 하하하 그래서 의논하는 거 아닙니까? 무조건 하라는 것은 아니고 의논을 해서 결정하는 것이지요.

굿밤고양이: 제가 알기로는 시티장님의 공약은 아동학대근절과 예방이었습니다. 명칭과 간판을 바꾸는 것이 공약 실천인가요?

아동과팀장동물과 주무관동물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굿밤고양이는 탁상공론과 세금낭비를 하려는 시티청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인 통보 회의는 끝났다.

기관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굿밤고양이는 코뿔소샘의 연락을 받았다.

코뿔소샘: 팀장님~ 회의 잘 끝나셨나요? 저기 현장조사 중인데요. 조금 난감해서요.

굿밤고양이: 탁상공론에 세금낭비... 제대로 목격하고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코뿔소샘: 그 국제동물학교에 출동했는데요. 학대? 문화차이? 그것도 조금 머리 아픈데... 피해아동이 학대피해보다는 학교에서 입장이 난처해진 부분을 더 상처?나 문제로 보고 있는데 어렵네요. ㅠㅡㅠ

굿밤고양이: 혹시... 아이가 비협조인가요?

코뿔소샘: 비협조?라고 하기보다는 문제인식이 안된다고 할까요? ㅠ,ㅠ...

굿밤고양이: 제가 그 쪽으로 이동할게요!

난감한 도베르만샘과 코뿔소샘은 굿밤팀장이 올 때까지 밍크를 설득하고 있었다.

코뿔소샘: 밍크야~ 누군가를 때리는 행동 자체가 폭력이고, 막대기로 때렸다면 도구를 사용한 폭력이란다. 아동들한테 그런 폭력을 하는 걸 학대라고 하는 거야.

밍크: 그렇게 많이 아프지도 않아요. 그리고 소리왕국 법이잖아요! 저는 오히려 선생님들이 일을 크게 만들어서 더 걱정이에요. 반 친구들이 저를 불쌍하게 쳐다보잖아요!

도베르만샘: 친구들도 걱정하는 거란다. 그리고 우리가 무조건 부모님을 나쁜 동물이라고 하는 건 아니란다. 이야기 들어보고 집에서 혼내는 방법을 바꾸는 것도 할 수 있는 거야.

밍크: 그래서 꼭 우리 엄마, 아빠를 만나야 되요?

코뿔소샘: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그리고 막대기로 때리는 방법이 불법이니까 바꾸셔야 한다고 이야기 할 거야.

밍크는 난처해하면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밍크: 우리 엄마가 알면 짜증낼 거란 말이에요! 그냥 여기서 저만 만나고 끝내주세요~

아동의 비협조는 현장조사에서 만나는 어려움 중에 가장 크다. 피해사실을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대부분의 비협조적인 아동은 사실을 축소하거나 숨기려고 한다.

코뿔소샘과 도베르만샘이 진땀을 빼는 동안에 굿밤고양이가 학교 상담실에 도착했다.

코뿔소샘: 팀장님~ 아동이 체벌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이 없네요. 그리고 부모님과 만나는 것도 거부적으로 나와서 사실 확인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버님이 대사관 직원이라는데 외교문제는 없을까요?

굿밤고양이: 어느 정도 직급 이상이라면 치외법권 때문에 우리가 개입하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일단은 아동 설득부터 해보죠.

굿밤고양이가 밍크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밍크: 아저씨가 더 높은 동물이죠? 우리 부모님 그냥 놔두면 안돼요?

굿밤고양이: 내가 팀장은 맞지만 법으로 꼭 해야 하는 일까지 맘대로 정할 수는 없단다.^^ 밍크야~ 먼저 부모님이 알게 되면 뭐가 가장 걱정이 되니?

밍크: 당연히... 제가 말해서 일이 생겼으니 혼나겠죠! 진짜! 별 일도 아닌데!

굿밤고양이: 아까~ 반 친구들하고 선생님들이 놀란 부분을 보고 밍크가 더 놀랐다고 들었어. 밍크는 왜? 놀랐어?

밍크: 그야... 다른 애들도 그렇게 집에서 막대기로 맞고 혼나는 줄 알았으니까요...

굿밤고양이: 밍크가 놀란 것처럼~ 다른 친구들도 놀란 거란다. 모든 학생들이 집에서 매를 맞고 사는 건 아니거든. 그리고 때리는 것이 나쁜 방법이라고 결정이 되었으니까 법에서도 금지시킨 거란다. 아마~ 부모님이 아직 모르실 수도 있지 않을까?

밍크: 그럴 수도 있어요! 부모님은 어렸을 때 더 많이 맞았다고 했으니까요!

굿밤고양이: 그래 모르신다면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지?

밍크: 제가 혼나지 않을까요?

굿밤고양이: 밍크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너는 잘못한 일이 없잖아? 왜 혼나야 하지?

밍크: 제가 말해서 일이 생겼잖아요...

굿밤고양이: 밍크가 말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소리왕국에서는 이웃들도 때리는 걸 보면 신고를 한단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이야기 해줄래?

밍크: 뭘 말하면 되요?

굿밤고양이: 밍크가 집에서 혼날 때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주면 된단다.

굿밤고양이와 밍크의 대화를 지켜보던 도베르만샘이 코뿔소샘에게 물었다.

도베르만샘: 와~ 밍크가 협조할 것 같은데요! 혹시 팀장님이 조사면접기술로 조사하실까요?

코뿔소샘: 요즘에 중앙기관 교육 다녀오시고 자주 연습하시던데... 개방형 질문인진 뭔지...

도베르만샘: 우리도 배워야겠죠?

코뿔소샘: 아직 다른 기관들은 특별법이나 조사기법에 대해서 소극적인데... 우리는 뭐 팀장님이 너무 적극적이라서... 어차피 할 거면 먼저 하는 게 나은 거라고... ㅡ,ㅡ;;;

속삭이면서 대화하는 두 동물을 뒤로 하고 굿밤고양이가 조사면접기술로 밍크와 대화를 시작했다.

굿밤고양이: 지금부터 내가 밍크한테 질문을 할 거야~^^ 시작하기 전에 3가지 약속을 하자!

1. 사실만 말하기

여기 볼펜을 내가 연필이라고 하면 사실일까? 아닐까? 거짓말이지? 볼펜은 볼펜이니까~

2.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주기

밍크가 내가 키우는 햄스터의 이름을 알까? 당연히 모르겠지? 몰라요! 라고 하면 되는 거야.

3. 내가 밍크가 해준 말을 다시 물어볼 때 틀렸으면 틀렸다고 해주면 되는 거야.

밍크가 소리왕국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소나무왕국이라고 말하면 아니요! 소리왕국인데요! 라고 말해주면 되는 거야.^^ 쉽지?

밍크: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굿밤고양이: 자~ 그럼 밍크가 아침에 눈을 떠서 지금 나를 만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나는 순서대로 말해볼까?

굿밤고양이가 규칙정하기를 하고 기억회상훈련을 하는 동안 상담실 밖에서는 코뿔소샘이 상담교사와 대화 중이었다.

상담교사동물: 그래도 밍크가 태도를 바꿔서 다행이네요~^^

코뿔소샘: 아까... 팀장님이 치외법권이 해당하면 저희가 개입할 수는 없을 수 있다고 하시던데요. 아버님이 대사관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지 알 수 없을까요?

상담교사동물: 아까 담임선생님한테도 물었지만, 직장만 아신다고 했어요. ㅠ,ㅠ

코뿔소샘: 쉽지는 않겠어요. 어머님만 소리왕국어를 하시고 아버님은 못하신다니...

상담교사동물: 소나무왕국도 아동학대관련 법이 있지 않을까요?

코뿔소샘: 소나무왕국으로 돌아가신다면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소리왕국법으로 개입해야 하는데요. 치외법권은 그걸 막을 수 있거든요.

상담실에서 굿밤고양이의 현장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굿밤고양이: 자~ 밍크가 해준 말을 내가 정리를 해볼게. 틀리면 틀렸다고 말해줘야 해~^^

집에서 밍크가 거짓말을 하거나 숙제를 밀리고 약속을 어기면 부모님이 나무로 만들어진 막대기로 손바닥을 10대 정도 때리고, 발바닥도 20대 정도를 때린다고 말한 거지?

밍크: 정확하지는 않지만 10대~20대 사이로 때려요.

굿밤고양이: 그리고 피가 난 적은 없지만, 잘못 맞아서 다리에 멍이 든 적이 있고 아버님이 약을 발라주셨다고 했지?

밍크: 네! 맞아요! 제가 피하다가 다리를 잘못 맞았어요.

굿밤고양이는 감정조절이 안 되는 일방적인 폭력이 아닌 생활체벌 강도의 신체학대라는 부분을 확인하고 조금은 안심했다. 가족규칙의 기준이 있는 체벌사용은 대화로 훈육방법을 변경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굿밤고양이의 기대보다는 조금 어려운 국면으로 흘러간다.

2부 8화 (2)에 계속~

작가의말

외국사례는 쉬운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