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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님의 서재입니다.

멍멍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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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작품등록일 :
2019.08.27 10:54
최근연재일 :
2019.09.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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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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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판도라의 상자(2)

DUMMY

제 13 화


처음으로 수술 후의 방사선에 개인적인 의견을 넣고 싶어질 정도였다. 깐깐한 영상의의 기준을 충족시켜 주는 방사선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요골골절 수술 중 최고라고 생각해. 핀을 박은 위치와 골절면의 일치까지 딱 교과서에 나올만한 사진이야.”


‘얼마를 주더라도 이 녀석은 데려와야 해. 찬혁이만 있으면 동네 동물병원이 아니라 그 지역을 먹는 병원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은 이제 포화 상태였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거쳐온 수의사들이 많아지면서 실력이 없는 동물병원들은 조금씩 도태되어갔다.


도태된 병원들이 망해가면서 전반적인 동물병원들의 수준과 실력이 평준화 되어있는 실정이기에 둘은 그간 병원을 열기 망설여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부족한 외과 영역을 받쳐줄 확실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영상 영역에 대해서는 이을수는 꽤나 유명한 편에 속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의 제자였기에 실력이 보증되었고 야간 수의사인 송유빈 또한 여러차례 응급상황을 겪으며 응급과 내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아 잔뼈가 굵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수술 실력을 보여주는 외과의가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이름깨나 날린다는 동물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는 것이다.


생각을 끝마친 이을수가 유빈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어왔다.


“유빈아. 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바로 지분을 주고 바로 원장으로 같이 가는 게 좋겠어. 인턴 수준이 아니야.”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 절대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이야기의 주인공인 찬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진은 잘 전송 됐어요? 어떤가요?”


둘은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휴. 틀어져 있으면 어쩔지 고민했는데 다행이네요. 그럼 전 다시 튼튼이 보러 가겠습니다.”


입원장에서 진통수액을 맞고 있는 튼튼이는 수액의 효과가 조금씩 도는지 이전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통증을 보일 때는 빨랐던 호흡수가 이젠 정상인 분당 30회 정도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입원장 앞에는 미리 수술방에서 나온 수민이가 튼튼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미소를 지은 찬혁이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제 좀 안정되어 보이지?”


“그러게. 호흡수도 그렇고 소리도 안 질러. 방금 방사선 사진 팍스로 봤는데 진짜 잘했더라. 원장님이 너한테 수술 맡기시겠던데?”


“에이 말도 안 돼. 김원장님 내공이 몇 년인데 그분을 대신하냐. 내가 접종했던 환자들 중성화나 해야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찬혁이었다. 이번 수술은 동물외과학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받은 혜택과도 같은 능력 덕에 제대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도 이와 같은 요행은 없을 것이었기에 이와 같은 계획을 세운 것이다.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해. 섣불리 욕심 부렸다가 삐끗하면 황진호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어.’


그때 갑자기 완전히 깨어난 튼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어대며 입원장 앞의 두 사람을 바보면서 말이다.


[멍. 무서워. 하지 마. 나 미워하지 마. 너무 아프단 말이야. 멍.]


찬혁의 마음이 아려왔다. 깨어나고 처음 본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고 등을 돌려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 집에 있는 것 물어뜯지 않을게요. 때리지 마세요. 멍.]


‘뭐....뭐라고?’


깜짝 놀란 찬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수민에게 고정되어 있는 튼튼이의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수민아.....대체 왜....”


“나 불렀어?”


“아니. 아니야. 할 말이 있었는데 까먹어버렸네. 하하. 이제 튼튼이도 안정된 것 같으니까 나도 이만 가볼게. 내일 오전 출근이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 내가 내일 휴일이니까 마무리까지 하고 들어갈게. 임시보호자지만 너한테 정말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원장님께 무슨 소릴 들었을지 모르겠어.”


말을 이어나가는 수민의 눈가에 조금이지만 눈물이 고여 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찬혁은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금방 회복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일 잘 쉬고 출근할 때 보자.”


옷을 갈아입고 병원 밖으로 나서서 택시를 잡아 탄 찬혁의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했다.


‘아까 들려온 목소리가 잊혀 지질 않아. 튼튼이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


세상에 강아지만큼 솔직한 동물은 없었다.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하루 종일 기다릴 때도.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주인이 화를 내면 눈치를 볼 때도. 항상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녀석들이었기에 찬혁은 3개월간의 우정보다는 튼튼이의 마음속 소리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말했듯이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었다. 아까 보인 수민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그의 마음을 또 다시 어지럽혔다. 도무지 그 행위가 연기라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아저씨. 제가 탔던 곳으로 다시 차 돌려주세요.”


“응? 이제 거의 다 와 가는데?”


“제가 병원에 깜빡 잊고 뭘 놔두고 와서요. 최대한 빨리 가주실 수 있을까요?”


“뭐 지금이야 차 막히는 시간도 아니니 금방 가지. 손님이 원하시면 가야지.”


기사 아저씨는 급히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로를 변경한 뒤 유턴을 해 버렸다. 시계는 벌써 새벽 2시를 가르키고 있었기에 택시를 제외한 다른 차량들은 거의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택시는 금새 동물병원 앞에 도착했다.


“8900원이네. 현금으로 할거야?”


마침 병원 입구에서 수민이 나서는 것이 찬혁의 눈에 발견되었다.


“여기 만원이요. 저 물건 찾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으니 그냥 다른 손님 받으세요. 잔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를 놓쳐선 안 되었기에 찬혁은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 택시에서 내려 수민의 뒤를 밟았다.


‘왜 걸어가는 걸까. 쟤 집은 분명 강남 쪽인데. 지하철역은 이미 지났어.’


얼마쯤을 걸었을까. 찬혁은 핸드폰을 켜 시계를 확인했다.


[3:30 am]


벌써 한 시간 가까이를 걸은 그가 주택가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한 시간이나 걸어온 만큼 당산동의 시내와는 거리가 꽤나 떨어진 곳이었다. 찬혁은 수민을 놓칠세라 거리를 조금 더 좁혀갔다.


그렇게 10여분을 더 걷다가 수민이 갑자기 한 허름한 주택에서 걸음을 멈춘 것을 확인했다. 집 앞에서 잠깐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열쇠를 꽂아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쾅.


철문으로 되어 있었기에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수민의 소재지를 파악한 찬혁은 한 숨 돌렸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수민을 놓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집중한탓에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탓이었다.


커다란 엑스표시가 각 건물마다 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유난히 인기척이 없다는 느낌에 스산함마저 감돌았다.


‘재개발 구역인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 것 같은데?’


월.월.월월


수민이 들어간 집에서 커다란 대형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재빨리 옆 건물의 대문을 찾아 문을 열어보자 열려있었는지 저항감 없이 문이 열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스릴러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무서워 죽겠네. 진짜.”


가로등 불빛만이 집을 비추고 있었기에 찬혁은 핸드폰 라이트를 켜 시야를 밝혔다. 그리곤 재빨리 2층집의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올라서자 옆 건물의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불빛이 제대로 없어 뚜렷하진 않았지만 흐릿한 사람의 인영과 꼬리를 흔드는 골든 리트리버가 눈에 비춰졌다. 영락없이 주인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수민은 그렇게 리트리버의 사료를 챙겨주고는 집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5분 정도를 기다렸지만 수민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일단 저 집으로 넘어가야 해. 내일이 쉬는 날인데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온 것 자체가 너무 수상하잖아.’


생각을 마친 찬혁은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집이었기에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저쪽으로 넘어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탁 트인 시야에서 아래를 바라보자 담벼락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옥상의 쓰다 남은 의자를 들고 다시 1층의 마당으로 내려간 그는 담벼락을 넘어 착지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놀랄 법도 하건만 멀리 있던 리트리버가 달려와 앞발로 찬혁을 반기는 듯 올라타기 시작했다.


“쉿. 착하지. 앉아.”


그러나 마냥 사람이 좋은지 만져달라며 계속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조금 더 있다가는 크게 짖어댈 것 같아 초조한 순간 머릿속으로 전에 보았던 티비 프로그램의 장면이 떠올랐다.


흥분한 동물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손바닥에 먹을 것을 숨기고 냄새를 맡게 해 주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재빨리 사료를 한움큼 쥐어 리트리버의 코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리트리버는 자리에 앉아 손바닥의 냄새를 킁킁대며 맡다가 가만히 주저앉았다.


“그래. 기다려. 옳지. 먹어.”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자 리트리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 맛있다. 뒤뜰에 있는 친구들도 주고 싶다. 멍.]


“뒤뜰이라고...?”


찬혁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수민이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뒤뜰에 도착하자 그가 마주한 광경은 꽤나 놀라웠다.



3단으로 쌓여진 2개의 철창. 그리고 그곳에 갇혀 있는 3마리의 조그마한 강아지들. 제대로 치워주지 않았는지 대변과 소변이 풀밭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느다란 철창에서 오랜 시간동안 서있느라 그들의 발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도대체!’


분노가 가시질 않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증거들이 그의 추악한 이면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찬혁은 망설이지 않고 철창을 열어 3마리의 강아지를 철창에서 순서대로 꺼내어 주었다. 그들도 구원의 손길을 바랬는지 저항 없이 찬혁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강아지를 꺼내었을 때 찬혁의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완료 – 동물의 생명을 구하라]


퀘스트 달성 조건 : 위험에 빠진 동물 5마리의 생존 (5/5)

퀘스트 실패 조건 : 위험에 빠진 동물의 사망에 개입 (0/5)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튼튼이를 비롯해 아이들의 위험을 구해준 탓에 퀘스트가 완료된 것이었다. 알림창이 사라면서 자신의 시야 오른쪽 아래에 말풍선과 같은 모양의 파란색 창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창은 자신을 눌러달라는 듯 계속해서 노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찬혁이 손가락을 뻗어 창을 누르자 스킬에 대한 설명이 나열되었다.


작가의말


행님들 추석 연휴 잘 보내셨죱?


휴 안좋은 일은 항상 겹쳐 일어나나봐요.


어쩌겠어요. 이게 운명인가보죠.


두명의 탈주자가 돌아오길 바라며 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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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동물 외과학의 힘(3) +2 19.09.09 162 7 11쪽
10 10화 동물 외과학의 힘 +1 19.09.07 228 12 11쪽
9 9화 동물 외과학의 힘 +3 19.09.05 192 13 11쪽
8 8화 특별한 인연(2) +4 19.09.03 197 10 11쪽
7 7화 특별한 인연 +4 19.09.02 205 10 12쪽
6 6화 무엇이든 맡겨만 주세요 +2 19.08.31 311 11 11쪽
5 5화 날카로운 첫 진료 +4 19.08.30 360 10 11쪽
4 4화 진격의 인턴(2) +1 19.08.30 234 10 11쪽
3 3화 진격의 인턴 +3 19.08.29 275 11 11쪽
2 2화 각성 +7 19.08.28 287 12 11쪽
1 1화 위기의 인턴 +7 19.08.27 44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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