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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님의 서재입니다.

멍멍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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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작품등록일 :
2019.08.27 10:54
최근연재일 :
2019.09.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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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35

작성
19.08.2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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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진격의 인턴

DUMMY

제 3 화


새롭게 생긴 능력에 얼떨떨했지만 찬혁은 빨리 적응해내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는 더 이상 그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울리던 마지막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능력이 발전할수록 아버지를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그 말. 그 한 마디 만으로도 불타오르기에 충분했다.


그 때 찬혁의 전화기가 울려왔다.


[엄마]


“네 어머니.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아직 못 깨어나셨어. 같이 저녁이나 먹자꾸나. 어디쯤이니?”

“네 금방 들어갈게요. 병원 근처라 얼마 안 걸릴 거예요.”


병원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나니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워야 했기에 직장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돌아가면서 일을 하다 보면 능력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능력을 발전시키기엔 최적의 장소니까. 하루에 만나는 강아지만 해도 20마리가 넘으니까.’


**


휴일을 끝내고 돌아온 병원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토요일은 병원이 가장 바쁜 날이었기에 보호자들과 강아지로 대기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때


갑작스레 리셉션을 보는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는 시츄를 안고 들어오며 외쳤다.


“응급이에요! 선생님들.”


김원장은 이미 진료실에서 다른 중환자의 상담을 하고 있었기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결국 2년차인 황진호가 급히 청진기를 들고 시츄의 심박동을 체크했다.


‘잡음은 들리지 않는군.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전염병에 의한 폐렴을 체크해 보는 게 좋겠어.’


파랗게 질려버린 시츄의 혀를 보고 그는 간호사들에게 산소처치를 지시했다.


“지아쌤. 산소 아직 준비 안됐어요?”

“지금 연결 됐어요.”


재빨리 산소를 연결하고 시츄의 코에 대주자 조금씩 혀의 색이 붉게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더 심한 응급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 그는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움직임이 거의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보정 없이는 라인을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찬혁쌤. 이리 와서 보정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찬혁 또한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짐작하고 있었기에 재빨리 다가가 보정을 시작했다. 개인적인 감정 따위가 끼어들 겨를이 없었다. 시츄의 몸을 숨이 막히지 않게 살짝 잡은 뒤 팔을 들어 혈관을 찾기 쉽게끔 도와주었다.


시츄와 닿고 몇 초 지나지 않은 그 때 갑자기 찬혁의 귓가에 색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멍.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못 쉬겠어. 멍]


‘이 아이의 목소리다. 가슴이...아프다고?’


“정신 어디에 두고 있는 거예요? 똑바로 잡아주세요.”


예민해진 황진호의 목소리에 정신을 다잡고 다시 보정에 집중했다. 다행히도 어린만큼 혈관이 잘 보이는 아이였고 그 덕에 라인고자인 그도 한 번 만에 잡을 수 있었다.


“일단 보호자 상담부터 해야 하니 산소 유지하고 락타실린(항생제) 투여해주세요. 수액 유지속도로 달아 주시구요.”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게 수액을 맞는 속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과량을 주입하면 혈관과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버리기에 폐에 물이 차거나 복수가 생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당 들어가는 양을 계산한 뒤 기계를 통해 설정해 주곤 한다.


가장 기본적인 속도가 유지 속도이기에 황진호는 그에 맞춰 속도설정을 하고 지시했다. 하지만 찬혁은 가슴이 아프다는 아이의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가슴이 아프다는 건 심장일 가능성이 높아. 어리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어차피 흉부 방사선은 찍어야 하잖아.’


“황선생님. 흉부 방사선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차트상 아이 나이가 9개월이야. 심청진상 잡음도 없었어. 일단은 폐렴에 준해 응급처치 하는 게 맞아. 뭘 안다고 끼어들어? 그리고 보호자 동의부터 받는 게 순서 아니야?”


어차피 찍어야할 방사선 사진 이었지만 비용 문제에 민감한 보호자들이 있었기에 합당한 이유였다. 때마침 김원장이 진료실에서 나오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 환자를 앞에 두고.”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 1살령 시츄입니다. 원장님. 산소처치 후 청색증 돌아온 상태입니다. 폐렴으로 의심하고 보호자 상담을 들어가려는 중이었습니다.”


김원장이 다가가 찬혁이 감싸고 있는 시츄의 심장소리를 청진기로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음으로는 폐쪽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었다. 황진호와 달리 노련한 움직임이었다.


“Furosemide 0.6ml 뽑아와.”


이뇨제였다. 이뇨제가 의미하는 바는 컸다. 어떤 이유에서건 폐에 물이 찼다고 느꼈을 때 쓸 수 있는 주사제였다. 뽑아온 이뇨제를 잡혀있는 라인에 그대로 투여했다.


“환자 산소방에 넣어 두고 호흡수 줄어들면 바로 가슴쪽 엑스레이부터 찍어.”


“아까 전의 상황은 다 들었다. 최선생. 어째서 방사선을 찍어야 한다고 한거지?”


‘시츄가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그런 건데. 그대로 대답했다간 미친 놈 취급 받고 병원에서 쫓겨나겠지..?’


합당한 대답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 그는 적당한 핑계를 찾았다.


“폐렴이든 심장병이든 엑스레이는 어차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장병이라면 수액을 맞는 것이 독이 될 테니까요.”


“흠. 그럼 방사선을 찍고 나면 뭘 할 생각이었나?”


당황했지만 정답이 심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음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폐에 물이 찬 것이 확인되면 원장님처럼 이뇨제 처치를 먼저 했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살려야 하니까요.”


“하하하. 맞았네. 저 아이는 자네가 살린 거야. 수액을 맞았으면 상담하는 동안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었네. 폐에서 Crackle(폐에 물이 찼을 때 청진기에서 들리는 소리)이 들리더구만. 이 아이 내가 담당하고 자네가 보조하도록 하게. 응급 상황을 넘기면 차후 자네에게 넘기도록 하지.”


황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고집 때문에 아이를 죽일 뻔 했다는 생각이 들자 아찔했다. 폐 쪽을 청진하지 않은 것 또한 명백한 실수였기에 할 말이 없었다.


“황선생은 좀 주의하도록 하고. 인턴 선생들보다야 잘해야 하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환청 같은 게 아니야. 진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 프로그램 같은 것에서 보고 사기라고 생각했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된 거잖아?’


그게 다가 아니었다. 상태창에 쓰여 있는 대로라면 내과와 외과 그리고 영상술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만한 능력이 동반된다면 그 무엇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보호자를 만날 동안 흉부 방사선좀 찍어 놓아주게. 찍은 다음 호흡수 계속 체크하도록 하고. 무슨 일 있으면 그냥 진료실 열고 말해주게.”


그렇게 김원장은 보호자를 만나러 들어갔다. 방사선을 찍으려 아롱이에게 다가가자 조금 안정되었는지 가쁜 숨을 조금 천천히 쉬기 시작했다.


[멍. 죽다 살았네...멍. 그래도 주사는 싫다 멍....나한테 아프게만 하는 나쁜 놈들이다. 멍.]


다행히 녀석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아보였다. 하기 싫어하는 녀석을 데리고 가 방사선을 찍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응급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착하지. 아롱이 정말 잘했다. 산소방에 들어가서 조금만 기다리자?”


찬혁은 내심 기대했다. 그들의 마음 속 말들을 들을 수 있다면 내가 하는 말 또한 그들에게 전달되진 않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츄 아롱이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예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엑스레이는 잘 찍었나?”


상담을 마친 김원장이 나오자마자 엑스레이를 찾았다. 지금 상황에서 사태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네. 무사히 잘 찍었습니다. 호흡수도 많이 안정됐어요.”


“최근 다른 아이들과 접촉한 일이 없다고 하니까 아마 전염병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접종도 다 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지. 마지막으로 이뇨제에 대한 반응까지 종합해서 보면...”


아직까진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듯이 엑스레이 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관찰하며 명암을 조절해댔다.


‘분명 또 질문하실 것 같은데. 내과술은 대체 언제 생기는 거야. 영화에서 보면 딱 이럴 때 떠오르더니.’


옆에서 함께 엑스레이를 보던 인턴 동기 수민이 원장에게 반문했다.


“PDA(동맥관 개존증) 아닌가요..?”


원장은 흠칫 놀랐다. 자신도 여러 질병 중에서 고민하다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던 차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고작 1년차 인턴이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거기까지 도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수민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1살 강아지가 가질 수 있는 심장 질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천적인 기형일 가능성이 높겠죠.”


“선천적인 질병이 꼭 동맥관 개존증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맞습니다. 그것만으론 단정 지어선 안되죠. 하지만 방사선 사진을 보시면 좌심방과 우심방 그리고 주폐동맥이 모두 확장되어 있습니다. PDA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배웠습니다.”


김원장이 의심하고 있는 부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심장의 혈관기형 중 가장 흔할 뿐만 아니라 대동맥과 폐동맥이 연결되기에 수민이 말한 신호들이 특징이 분명했다.


“자네 정말 대단하구만. 1등으로 졸업했다고 하더니 확실히 다르긴 달라. 초음파를 보면 조금 더 확실해지겠지.”


똑 부러지는 수민의 대답 덕분인지 김원장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올해엔 꽤나 괜찮은 인턴들이 들어 왔구만. 우리 때와 달라. 그래도 제일 잘 한 것은 최선생일세.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상태를 제대로 살핀 덕분에 아이 목숨을 구했으니 말이야.”

말을 마친 김원장은 아롱이를 데리고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한참이 지나 초음파를 모두 본 그는 찬혁에게 다가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처음 받아보는 원장의 따뜻한 가르침에 찬혁은 그간의 서러움이 눈 녹듯 씻겨 내려갔다. 그리곤 믿음 서린 눈빛을 보내며 그에게 지시했다.


“내일부터 아이 상태는 자네가 직접 확인해서 나한테 알려주게. 저 아이는 PDA가 확실해. 투약도 처음엔 내가 하겠지만 앞으로는 공부해서 자네가 조절해보게. 상태만 안정되면 곧 수술에 들어가야 할 테니 말이야.”


원장의 말이 끝나자 갑작스레 눈 앞에 하나의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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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원장의 신임을 얻어라.]


그간 관계가 좋지 않았던 원장과의 사이가 아롱이를 통해 호전 되었습니다. 아롱이의 상태를 잘 파악해 전달 하십시오.


전달 횟수 0/5


퀘스트 보상 : 랜덤아이템 박스 1개, 원장의 신뢰도 +20, 동물 외과학 활성화


퀘스트 실패 페널티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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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이 좀 켜고 들어와라.’


작가의말

역시 12시에 글쓰는게 버릇이 되어서 연재시간 들쭉날쭉해져 버리네요.


행님들 너무 사랑합니데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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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날카로운 첫 진료 +4 19.08.30 360 10 11쪽
4 4화 진격의 인턴(2) +1 19.08.30 234 10 11쪽
» 3화 진격의 인턴 +3 19.08.29 276 11 11쪽
2 2화 각성 +7 19.08.28 287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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