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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님의 서재입니다.

멍멍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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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작품등록일 :
2019.08.27 10:54
최근연재일 :
2019.09.17 01:11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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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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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글자수 :
65,935

작성
19.08.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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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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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위기의 인턴

DUMMY

제 1 화


아침 7시 30분


요란스럽게 울리는 핸드폰 알람소리에 청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아후...음냐...”


그렇게 30분이 흐른 뒤 갑자기 정신이 든 청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시계부터 확인한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진다.


‘아 망했다. 지각이야!’


허둥지둥 머리만 씻고 말리지도 않은 채로 지하철에 몸을 실은 그는 운 좋게 빈 자리를 발견하고 자리에 앉아 급히 전화를 걸었다.


[김원장님]


‘휴우. 또 나 때는 인턴이 지각하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하시려나.’


뚜우.뚜우.

수화음이 길어질수록 속이 타들어가며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수화기 너머로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최선생. 무슨 일인가?”

“네. 원장님. 그게....제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하아. 왜 또 사실대로 이야기했을까.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됬을 텐데.’


예상한대로 수화기 너머로는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허 참. 인턴이 늦잠 잤다고 전화 받기는 또 처음이네.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너 동기들보다 진료 1달 늦게 들어갈 줄 알아. 끊어 임마.”


“죄송합니다...원장님..”


뚜.뚜.뚜.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는지 수화기에서는 어떤 응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명백히 잘못한 부분이라 뭐라 할 말도 없네. 어제 동기놈이랑 늦게까지 술만 안마셨어도!’


결국 지하철은 정해진 시간에 도착했고 시계는 9시 2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오성 동물병원]


꽤나 멋드러진 건물의 1층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병원.

그도 언젠간 이런 병원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해 지원한 병원이었지만 인턴으로 일하는 그에겐 좋은 기억만을 가지긴 힘든 곳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이미 병원은 전쟁터였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여 재빨리 들어가 탈의실에서 스크럽복으로 갈아입었다.


같은 인턴인 수민이 열심히 원장 옆에서 보조를 하고 있었다. 슬라이드 글라스(현미경검사를 위한 도구)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분변검사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 자식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왜 이렇게 쌩쌩한거야!’


그렇게 멍하니 병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여유롭네? 지각해놓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선생님.”


고개를 푹 숙인 그의 모습에 간호사들이 안쓰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비록 함께 일한지 2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도 2년차인 황진호보다는 모나지 않은 찬혁이 더 다가가기 편한 탓에 연민을 느꼈다.


“됐고, 저기 입원환자 마리 소변봤네. 저대로 두면 발이 다 젖을 테니까 어서 치워줘.”


“네 알겠습니다.”


재빨리 대답한 찬혁은 입원장을 열고 새로운 패드를 들고 가 소변으로 젖어있는 패드를 갈아주었다. 여느 인턴이었다면 간호사가 할 일을 자신에게 시켰다며 속으로 욕을 할 법도 했지만 찬혁은 전혀 불만 없이 일을 진행했다.


‘나라도 더 빨리 치워줘야지. 아이들이 불편해 하는 것 보단 나으니까.’


그렇게 10여분 정도가 흐르자 진료실에서 나온 원장이 찬혁을 노려보았다. 가벼운 진료였는지 모든 것을 안에서 끝내고 나온 모양이었다.


그리곤 모든 직원이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했다.


“전수민 선생. 다음 달부터 접종 진료 들어가도록 하지. 최선생은 한달 정도 더 배우도록 하고.”


얼떨떨해진 동기 인턴 전수민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제가 예상 질문지를 좀 뽑아 보았는데 점검 받아도 될까요?”


어떤 원장이라도 좋아할 만한 태도였다. 접종을 하러 온 사람들은 단순히 접종만 하러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었다.


접종에 포함된 질병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것부터 시작하여 어떤 간식을 먹여야 아이에게 좋을 지에 대한 것까지 하나하나 상담을 하기 때문에 원장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 봐. 이렇게 준비가 철저하니 내가 진료를 빨리 안 넣을수가 있나. 최선생은 좀 보고 배우도록 하고.”


크게 호통을 치는 것보다 더욱 모욕스러운 언사였다. 찬혁은 누구보다 환자를 향한 마음만큼은 컸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수민이가 잘하긴 하지만 열 받는 건 어쩔 수 없네. 대놓고 경쟁을 시키시니. 휴우...’


할 말만 하고 들어가는 원장을 뒤로하고 수민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넸다.


“축하한다. 이제 진짜 수의사가 된 기분이겠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은 녀석은 괜히 미안한지 사과부터 해오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너 술 약한 거 알면서 괜히 끝까지 같이 있자고 해서.... 좀 더 일찍 자리를 끝냈어야 됐는데.”


“내가 늦게 일어난 탓이지 뭐. 일찍 진료 들어가면 너한테 조언도 좀 받고 좋지. 신경 쓰지마.”


‘어차피 황진호는 잘 알려주지도 않는 데 뭐. 차라리 수민이한테라도 조금씩 배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울소재의 대학을 나온 그에게는 좀 더 많은 인프라와 지식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졸업 석차 또한 2등. 나와는 다르게 많은 것을 준비한 녀석이었기에 확실히 배울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찬혁쌤. 라인(수액이 들어가는 곳) 좀 잡아주실 수 있으세요?”


간호사 중 가장 년차가 높은 김지아가 다가와 부탁을 해왔다. 수액이 다 새버렸는지 팔 위쪽이 퉁퉁 부어있었다. 흔한 일이기도 하고 삼일 정도만 지나면 괜찮아졌지만 문제는 이런 일이 너무 잦았다는 점이다.


특히 한 사람의 손만 거치고 나면 이렇게 된다는 것. 원장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기에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2년차인 황진호였다.


“위쪽이 많이 부었네요. 라인 아예 막혔어요?”

“네...오늘만 벌써 2번째에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안쓰러워서 선생님께 부탁 좀 드리려구요.”


‘휴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네.’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하얀 말티즈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씩 꼬리를 흔드는 것이 보였다. 병원만 오면 아픈 것만 하기에 싫어할 법도 하건만 구해달라는 듯이 쳐다보는 저 눈길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 저 귀여운 녀석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낫게 해주자. 지금은 그걸 생각하는 게 우선이야.’

“라인 잡을게요.”


토니캣을 묶고 준비한 뒤 알콜을 뿌리고 요골정맥을 찾아 빠르게 찔러 들어갔다. 다행히 잘 잡혔는지 피가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성공했네. 다행이다.’


헤파린 캡(수액이 들어가는 통로를 막아주는 뚜껑)을 닫은 뒤 카테터를 고정시킨 뒤 라인이 잘 들어가는지 확인까지 마치자 간호사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결국 환자 관리의 몫은 그녀의 임무였기에 꽤나 예민해져 있었던 터이다.


“감사해요. 선생님. 이 정도면 3일 동안도 거뜬히 유지되겠는데요?”


말티즈 둥이도 고마움을 아는지 다가와서 손을 핥아주었다.


**


어느덧 다가온 퇴근시간에 둥이의 보호자가 면회를 왔다. 후배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살가운 행동을 보이는 황진호가 허겁지겁 둥이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입원장으로 달려갔다.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보호자와 함께 면회를 들어온 그는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장수치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떨어지는 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선생님. 감사해요. 둥이랑 시간 좀 보내다 갈게요.”


면회가 시작된 지 5분 정도가 지나자 보호자가 급히 간호사와 황진호를 찾았다.


“선생님. 둥이 오른쪽 팔에 너무 심하게 멍이 들었어요. 그 주변으로 부어있기도 하구요.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당황한 그가 난색을 표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수액을 맞았던 부분이 조금 부었나 봅니다. 마사지해주면서 최대한 가라앉도록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제가 말하기 전에 아셨어야죠.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말이 된단 말이에요?”


소동은 점점 커져갔고 결국 원장선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원장이 나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둥이의 쾌유를 약속하고 나서야 진정된 보호자가 황진호를 째려보며 병원문을 나섰다.


“황선생.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자네 라인 제대로 잡을 줄 몰라? 라인이 새는 건 나도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그렇지만 그걸 한참이 지난 이제야 알아챈 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미리미리 환자상태를 체크해야지. 수액을 맞는 게 가장 중요한 아이 아닌가.”


머뭇거리던 황진호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게..제가 진료를 들어가느라 잠깐 최선생에게 맡겨 두었는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찬혁은 뒷통수를 세게 후려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잡은 라인이 샜다고? 분명히 확인하고 입원장에 들어갔는데.’


“그게 사실인가. 최선생?”


완전하게 사태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네...그런 것 같습니다.”


“지각을 했으면 더 정신을 단단히 차려먹고 일을 해야지. 황선생한테 전달 안하고 뭐했나?”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병원 스텝들의 모든 눈이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만 같았다. 부끄러운 마음 보다는 억울한 감정이 더 컸다. 자신에게 내려진 오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변명을 해봤자 병원에서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황선생도 잘한 건 없어. 주치의가 직접 확인해야지 그걸 인턴한테만 맡기고 핑계댈 게 아니란 말일세. 꼼꼼히 체크하도록 하게. 맡은 환자가 그리 많지도 않지 않은가.”


“네 알겠습니다. 더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장의 타이름이 끝나자 하나둘씩 퇴근을 준비했다. 교대근무자가 온 탓이었다. 스쳐 지나가며 본 황진호의 얼굴에서 묘한 웃음기가 보였다. 그 얼굴을 보자 자신의 잘못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더 짙어졌다.


탈의실로 모두가 향하고 있을 때 찬혁은 둥이의 입원장을 열고 팔을 확인해 보았다.


‘내가 잡은 라인은 멀쩡해. 아까 부어있던 그 팔이야. 멍이 들 정도로 잘못 잡아놓고 나한테 덮어 씌웠단 말이야?’


억울하고 분했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큰 분쟁을 만들었다간 본인의 이미지만 더 깍아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치사한 새끼. 그냥 죄송하다고 말하고 넘어갔으면 될 일을 가지고 날 걸고 넘어지다니.’


그 때 동기인 수민이 와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찬혁아. 괜찮아? 절대 네 탓 아니야. 우린 아직 인턴인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다. 신경 쓰지마.”


“내가 잘못한 거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오늘 내가 잡은 라인은 왼쪽 팔이야. 부은 오른팔은 황선생님이 잡았던 곳이라고.”


“그게 진짜야? 황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너한테 덮어 씌운 거란 말이야? 같이 가서 따지자. 이대로 넘어가면 너만 억울하잖아.”


“됐어.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오늘 지각한 것도 있고 해서 오히려 원장님한테 더 찍히기만 할거야. 분란 일으키는 녀석이라고 생각하실 게 분명해.”


“휴. 인턴생활 진짜 지긋지긋하다. 난 저런 선배는 안돼야 겠어 진짜.”


“늦었는데 우리도 퇴근하자. 너한테라도 털어놓으니까 맘이 좀 편하네.”


작가의말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행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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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진격의 인턴(2) +1 19.08.30 234 10 11쪽
3 3화 진격의 인턴 +3 19.08.29 275 11 11쪽
2 2화 각성 +7 19.08.28 287 12 11쪽
» 1화 위기의 인턴 +7 19.08.27 44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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