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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님의 서재입니다.

멍멍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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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이
작품등록일 :
2019.08.27 10:54
최근연재일 :
2019.09.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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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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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글자수 :
6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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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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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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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각성

DUMMY

제 2 화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이 시간에 전화가 올 리가 없는데?’


찬혁의 어머니는 부산에서 돼지국밥 장사를 하고 계셨기에 이 타이밍에 전화가 올 리가 없었다. 아들이 일하는 데에 방해가 될까봐 전화를 자주 하지 않을 뿐더러 하더라도 장사가 일찍 마감된 날에만 전화를 걸었었다.


“김여사니임. 무슨 일이세요?”

“찬혁아. 큰일났다. 글쎄 너희 아버지가 쓰러지셨단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아이고.”


순간 머리가 멍해져왔다. 한달 전 명절에 뵙고 왔을 때만 해도 정정하던 아버지가 어째서 쓰러지셨단 말인가.


“지금 병원인거에요? 주소 좀 찍어주세요. 당장 달려갈게요.”

“부산 백병원에서 이제 막 수술 들어간다고 연락이 왔어. 엄마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찬혁이 너는 운전하지 말고 기차타고 와. 흥분해서 사고 나면 안 되니까.”

“알겠어요. 걱정말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갈게요.”

급하게 비행기표를 알아봤지만 이미 7시라 마감이었다. 다행히 검색해보니 ktx표는 아직 남아있어 급히 결제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걱정 많이 하실 텐데. 어서 가서 왜 쓰러지셨는지부터 설명을 들어야겠어.’


그의 답답한 속 때문인지 달리는 기차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지만 결국 병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응급실의 전경은 아비규환이었다. 울고 있는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의료진까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최만수 환자 아들입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지금 응급실에는 안 계시구요. 금방 조회해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급한 마음에 그냥 전화기를 들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 도착했어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지금 아버지 수술 중이셔.....내가 내려갈게. 넌 어디니?”

“저 지금 응급실에 있어요.”

“그래. 내가 금방 갈 테니까 거기서 기다려.”


찬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얼굴이 눈물범벅인 어머니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눈물을 닦아내고 걸어오고 있었다.


“대체 뭐 때문에 쓰러지신 거래요..? 병명은 나왔어요..?”

“뇌졸중이래. 어려운 말을 잔뜩 써 대서 자세히 알아듣진 못했지만 뇌에 피가 차서 응급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이 동의했어. 더 늦어지면 힘들 것 같아서...”


‘뇌졸중이면 휴우증이 꽤나 심각할 텐데. 아무리 동물병원에서 일한다지만 아버지 건강 하나 제대로 체크해내지 못하다니.’


그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가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말해왔다.


“수술 끝났단다. 빨리 올라가보자.”


수술실을 나선 의사가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그들을 향해 간략히 설명을 시작했다.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워낙에 빨리 병원에 도착한 덕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뒤끝을 흐리는 것이 무언가 불길한 것을 감지한 두 사람은 하염없이 다음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동맥류의 출혈이 워낙 컸던 탓에 뇌 일부가 손상되었습니다. 차후 경과는 깨어나신 뒤에 보아야 겠습니다만 아마 장애를 가지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찬혁은 화를 낼 수 없었다. 나름 의료진으로서 상황을 충분히 예상한 것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생명을 살려 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장애라니....제발 아버지가 우릴 기억만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제발...’


**


삐익 삐익


중환자실의 ECG 기계에서는 심장이 잘 뛰고 있다는 신호만이 반복되었다. 산호포화도 또한 정상이었지만 찬혁의 아버지 최만수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언제쯤...깨어나시려나...’


“엄마. 저 산책 좀 다녀올게요. 30분 아니 1시간만 다녀올게요.”


병실 옆 간이침대에서 그를 바라본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나이의 그가 감당하기엔 힘든 현실이라는 것을 안 탓이다.


‘휴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신은 나에게 이런 벌만 내리는 걸까. 왜!’


병원을 빠져나온 그는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었을 때 그의 눈 앞에는 횡단보도와 한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가 보였다.


발랄하게 꼬리를 흔들던 녀석은 횡단보도 반대편의 핫도그를 먹는 아이를 보더니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옆의 주인은 목줄을 쥐고 있었으나 잠깐 한눈을 팔았는지 손아귀의 힘이 풀려 제대로 리트리버를 컨트롤 하지 못했다.


‘뭐하는 거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밖을 데리고 나오지 말았어야지.’


결국 주인이 목줄을 놓치자 손쌀같이 달려나간 리트리버가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달렸다. 막 횡단보도를 다 건너려는 순간 트럭이 빵빵대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큰 소리에 놀란 리트리버가 얼어버린 탓에 곧 트럭에 부딪힐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어떡해! 케빈!”


주인의 비명을 뒤로한 채 찬혁이 재빨리 몸을 날렸다.


‘이 상황에 나까지 없으면 어머니가 많이 슬퍼하실 텐데. 참 나도 이기적인 놈이다.’


끼이이이익


그 다음에 들려야 할 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의아한 찬혁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보았다. 사방이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든 것이 멈춰있었다. 비명을 내지르던 리트리버의 주인과 트럭. 심지어 리트리버마저 입을 벌린 채 멈춰있었다.


‘이게...어떻게 된 일이지? 시간이 멈춘 거야?’


혹여나 자신도 멈춰 있는 것은 아닌지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보았다. 무리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큰 리트리버를 들고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옮겼다.


그때 머릿속에 울림이 들려왔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청년이로구나. 자넨 아직 죽을 때가 아닐세.]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설마 내가 이미 죽어버린 건가?’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유체이탈이라면 자신의 시체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니던가.


[죽은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내 미천한 힘이지만 너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싶구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꿈을 꾸는 거라도 좋으니까..’


“제 아버지를 원래대로 돌려주세요. 쓰러지시기 전으로요.”


[이 와중에도 자신을 위하지 않고 부모를 위하는 그 마음이 갸륵하구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율법에 의해 그것은 불가능하다. 소원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자네의 아버지의 운명을 정한 것은 명계에서 정한 일. 그것을 비트는 것은 내 권한 밖이네.]


“지금 저에겐 그것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살아나는 것이 왜 저를 위한 일이 아니란 말입니까!”


소원마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찬혁은 울분을 토해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미안하네. 율법을 거스를 순 없어. 오히려 자네의 능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떤가. 스스로의 힘으로 아버지를 도우는 것은 율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아니니 말일세.]


“그렇다면 그 힘을 저한테 주십시오. 아버지를 다시 원래대로 돌릴 힘을요.”


[쉽진 않겠지만...알겠네. 자네의 뜻은 이루어졌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야.]


마치 전원이 다시 켜진 것처럼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럭이 급정거를 해 횡단보도의 반 이상을 넘어간 뒤에 운전석의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젊은 놈이 죽고 싶어 환장 한거야? 빨간 불에 왜 뛰어들고 난리야. 어!?”


찬혁은 트럭 운전수의 날 선 외침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죽을 뻔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리트리버가 자신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빤히 쳐다보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알림이 울려왔다.


[동물 치료사가 되셨습니다. 상태창을 열어보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일이 정말 꿈이 아니었단 말이야..?’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찬혁에게 또 다시 알림이 울려왔다.


[동물 치료사가 되셨습니다. 상태창을 열어보시겠습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래. 상태창 열어봐.”


[상태창]

이름 : 최찬혁

직업 : 동물 치료사 Lv.1

스킬 : 동물교감 Lv.1, 동물 외과술(비활성화), 동물 내과술(비활성화), 동물 영상술(비활성화)


눈 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을 믿기 어려웠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듣기만 했을 때에는 현실을 부정할 수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자 훨씬 더 와 닿았기 때문이다.


어리둥절 하고 있던 그 때 갑자기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멍. 좋아. 멍. 구해줘서 고마워. 케빈 무서웠다. 멍.]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큰 소리를 외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는 것은 꼬리를 흔들고 있는 리트리버 뿐이었다.


‘설마....교감이라는 게 이 녀석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였어?’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케빈의 보호자로 보이는 여자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케빈. 괜찮은 거야? 누나가 미안해. 한눈을 팔면 안되는 거였는데...”


보호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는지 케빈은 그녀의 얼굴을 핥아주며 양 어깨에 손을 얹어 매달리기 시작했다.


[멍. 걱정마라. 멍. 누나. 나 멀쩡하다. 멍.]


‘리트리버가 똑똑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능이 이렇게나 높을 줄이야. 이 정도면 어린 아이 수준은 충분히 되겠는데?’


신기한 눈으로 리트리버를 바라보고 있자 다시 녀석이 찬혁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는 케빈을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가까이서 본 보호자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굳이 따지자면 긴 생머리를 한 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마치 뒤를 돌아보는 광고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자 연예인과 닮아있었다.


미인은 모든 게 용서된다고 했던가. 몇 분 전 마음 속의 욕은 뒤로한 채 쑥쓰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과 단 한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기에 귀까지 빨개질 지경이었다.


“저...그게...괜찮습니다. 다친 곳 없어요.”


[멍. 누나. 이 사람 좋다. 멍. 아빠삼고 싶다. 멍.]


‘기특한 녀석.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임마.’


“나중에라도 아픈 곳이 생길 수 있으니까 제 명함 하나 드릴게요.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은 괜찮은데 혹시 모르니 받아두도록 할게요.”


‘살다보니 이런 분의 명함도 받아보는구나.’


MH 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 최인하


‘어려 보이는데 벌써 대표이사라니...오르지 못할 나무다.’


잠깐이나마 즐거운 상상을 했던 찬혁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이후 가벼운 대화와 함께 인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해운대 주변의 거리였기에 강아지들이 많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무슨 조건 같은 게 있는 걸까? 아깐 분명히 서있기만 해도 케빈의 목소리가 잘 들렸는데..’


작가의말

행님들. 

2화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두둠칫 두둠칫~

추천과 선작은 제 원동력입니데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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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동물 외과학의 힘(3) +2 19.09.09 162 7 11쪽
10 10화 동물 외과학의 힘 +1 19.09.07 228 12 11쪽
9 9화 동물 외과학의 힘 +3 19.09.05 193 13 11쪽
8 8화 특별한 인연(2) +4 19.09.03 197 10 11쪽
7 7화 특별한 인연 +4 19.09.02 205 10 12쪽
6 6화 무엇이든 맡겨만 주세요 +2 19.08.31 312 11 11쪽
5 5화 날카로운 첫 진료 +4 19.08.30 361 10 11쪽
4 4화 진격의 인턴(2) +1 19.08.30 234 10 11쪽
3 3화 진격의 인턴 +3 19.08.29 276 11 11쪽
» 2화 각성 +7 19.08.28 288 12 11쪽
1 1화 위기의 인턴 +7 19.08.27 44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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