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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흑야괴요담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괴인h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6
최근연재일 :
2020.06.01 16: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2,183
추천수 :
326
글자수 :
117,558

작성
20.05.13 16: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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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2. 돈은 귀신도 부린다.(4)

DUMMY

필중결(必中訣), 필승결(必勝訣), 필생결(必生訣)로 이루어진 무극삼결은 암인중의 살수들에게 쫓기며 생사를 장담할 수 없던 당시의 암울한 상황에서 내게 드리워진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었고, 나는 무극삼결의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으려 두 눈을 부릅뜨고 외우고 또 외웠다.

언제 암인중의 살수들이 쫓아와 불쑥 칼을 찔러넣을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으로 무극삼결의 한 글자 한 글자를 모두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내 생애 그때처럼 절실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절실하고 초조한 심정으로 머릿속에 글자를 새겨넣듯 그것을 모두 외우던 그때의 심정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이 났다.

‘아마 그때 무극삼결을 얻는 기연이 없었다면... 아마도 난 결국엔 암인중의 살수들에게 추적당하다 죽지 않았을까?’

당시 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는 자연적으로 무극삼결 중 필생결에 우선 주목하게 되었다.

필생... 반드시 산다는 소리 아닌가!

생사의 기로에서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상황에서 필생결에 가장 먼저 관심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필생결은 필생이란 말에 어울리는 공능이 있었지.’

필생결은 하나의 내공심법을 기둥으로 해서, 그것을 이용해 충격을 반감하는 법, 급소를 피하는 법 등으로 시작해서 온갖 방어술의 요결과 위기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요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하나의 거대한 나무와 같은 것이었다.

필생결에 속한 내공심법은 그 나무의 뿌리이자 거대한 줄기와 같은 것이고, 그걸 활용하는 온갖 방어술의 요결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생존술 등은 그 줄기에서 뻗은 가지와 그 가지에 무성히 달린 나뭇잎과 열매 같은 존재였다.

‘그 근원이 되는 내공심법, 회혼불사공(回魂不死功)은 정말 대단한 신공이었지.’

암인중에서 살수 수련을 받을 때 배운 기초적인 내공심법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차원의 심법이라, 그 당시는 상황도 상황이고 해서 심법에 입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필생결의 나머지 부분... 온갖 방어술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생존술 같은 부분을 급한 대로 써먹어야 했었다.

뿌리랑 기둥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곁가지나 잎사귀부터 휘두른 격이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지만, 우선 살고 봐야 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뒤를 쫓아온 암인중의 살수들과 겨루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필생결의 요결을 부분부분 실전에서 써먹으면서 어찌어찌 빠르게 체득해갈 수 있었던 것은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간신히 회혼불사공에 입문한 후, 필생결의 습득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필승결, 필중결의 수련 역시 시작할 수 있었다.

추적해오는 암인중의 살수들과의 사투 속에서 나는 급격히 무극삼결을 체득해 갔고, 그렇게 오 년의 세월을 보내고 난 후 암인중은 더는 무림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 흑야의 지금을 만들어준 근본... 무극삼결.

그 뿌리이자 바탕이라고 할 회혼불사공을 운공하며 나는 점차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마차는 그렇게 쉴새없이 고가상단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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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상단의 일처리는 확실히 깔끔했다.

내가 탄 마차는 중간에 말이 지쳐갈 때, 이미 약속이라도 된 듯 팔팔한 말과 또 다른 마부가 준비되어 있었다.

말과 마부를 교대한 후 마차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다시 강행군을 펼쳤고, 결국 그들은 그 날 안으로 마차를 어느 포구에 도착시킨 후 준비한 배에 바로 태워 출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이 어찌나 깔끔하고 신속했는지 나는 마차가 배 위에 오른지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차가 이미 배에 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배를 타고 하루 반 정도 간 후, 아침에 배에서 내리고 다시 이각 정도 마차를 달리자 저 멀리 커다란 장원과 건물 들이 보였다.

분명 고가상단일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왔어.’

한순간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한 결과겠지만, 그를 통해 고가상단... 아니 고범도가 아들의 일에 어느 정도 조급함을 느끼는지 짐작이 갔다.

그 점이 이미 계산 끝났다고 생각하던 내 마음에 다시금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물주(?)가 조급해할수록 내게 일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연신 압력을 가할 테고, 그 압력에 자칫 나도 마음이 급해졌다가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아냐. 그보다 당장의 일부터 생각하자. 우선은 고범도와의 담판이 먼저다.’

거래라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고범도가 만일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협상에서 유리한 요소였다.

언제나 급한 쪽이, 아쉬운 쪽이 손해 보고 굽혀야 하는 것이 고금의 이치가 아닌가!

나는 반사적으로 필승결을 떠올렸다.

필승결은 쉽게 표현하자면 전술과 전법에 관련된 요결이다.

싸움과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술, 큰 틀에서 싸움과 전투를 승리하기 위한 전법과 전략 등이 골자다.

그리고 그건 많은 상황에 응용할 수 있었다.

... 이런 상황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우선은 냉정, 침착해야 해.’

필승결의 내용은 완벽히 구사한다면 필승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것을 실전에 적용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상대의 역량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또 상대의 역량에 따라 전술과 전법은 매 순간 달라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 십의 힘이 있을 때의 전술, 전법과 백의 힘이 있을 때의 전술, 전법은 같을 수가 없다.

역으로 십의 힘을 가진 적을 상대할 때와 백의 힘을 가진 적을 상대할 때 역시 전술과 전법은 같을 수가 없다.

자신과 상대의 역량, 상황, 상성 등 수많은 요소의 영향에 따라 필승을 위한 전술과 전법은 그때그때 천변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나 냉정, 침착하지 않으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고 그에 따른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다.

거래도 일종의 대결이고 당연히 필승결의 요결들을 응용 적용이 가능하니, 나도 미리 고범도와의 담판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의뢰의 보상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주겠다... 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정해진 액수가 없이 달라는 만큼 주겠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무제한으로 돈을 준다는 소리인데, 세상 어느 천지에 그런 호구가 있겠는가.

하물며 천하제일상단이라는 고가상단이? 그 주인인 고범도가 그런 호구라고?

속된 말로 이번 의뢰의 보상으로 고가상단의 전재산을 달라고 하면 과연 좋습니다~ 하고 줄까?

보수가 무제한이니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고가상단의 전재산을 요구해도 될 거 같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달라는 대로 준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수식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보상 액수는 현실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물론 그것도 분명 엄청난 거금이 되겠지만, 지금 내 상황이 상황인 만큼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낼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고가상단에 온 이상, 주인인 고범도를 만나 서로 인사를 한 다음 의뢰를 하러 가게 되는 것이 순서... 그 자리에서 보상에 대해 어느 정도 고범도의 동의를 받아놔야 앞으로 일이 편해질 것이다.

‘내 입장에서 최선은...’

딱 떨어지는 액수보다 내가 문파를 창건한다면, 거기에 드는 일체의 비용을 후원받는 방식이 가장 좋았다.

하기에 따라 그냥 정해진 액수로 거금을 받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많은 자금을 끌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정도까지 고범도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본격적인 의뢰의 실행에 들어가기 전인 바로 지금, 지금 외엔 더 협상해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의뢰의 이행에 들어갔다는 다음, 거기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도의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의뢰를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일부러 거래를 망치기 위해 진상을 부리고 억지를 피운다는 식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컸다.

내가 명성에 죽고 못 사는 부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미 얻은 명성에 굳이 먹칠할 생각 또한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일단 의뢰의 이행에 들어가면 보상에 관해 고범도와 뭔가 담판을 지을 기회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지금 외엔 기회가 없었다.

‘우선 고범도의 성향을 파악한다.’

고범도를 상대로 거래로 승부해서 내가 이길 순 없었다.

이제 한 삼류나 이류 정도 된 무사가 나랑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하면 비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내가 고범도를 상대한 거래에서 담판을 지어 고범도를 이긴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고범도는 상인, 그것도 대상인이고 나는 무림인이니 애초에 능력 자체가 다르다.

필승결이라고 해도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이뤄줄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류나 삼류의 무인이 나와 싸우더라도 몸 성히 돌아가거나 어찌어찌 목숨은 건지고 내 몸에 어떻게 긁힌 생채기라도 낸다면...

그건 그의 입장에서는 졌지만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쾌거일 것이다.

필승결은 이, 삼류의 무사가 나를 싸워 꺾는 불가능한 일을 하게 해줄 수는 없지만, 위에 말한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줄 수는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범도를 상대로 하려는 것도 비슷한 일이다.

내가 하려는 담판도 일종의 상거래라는 영역으로 본다면, 고범도는 최소 초절정고수고 나는 잘해야 이류... 한없이 후하게 쳐줘도 일류 고수 수준일 것이다.

당연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된다.

먼저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필승결은 자신과 상대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 승리를 위한 발판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탄 마차는 드디어 고가상단에 도착했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어서인지, 마차는 전혀 저지를 받지 않은 채 고가상단의 정문을 통과했다.

‘일반적인 수순대로라면 아마도 곧장 고범도와 면담하게 될 테지만...’

안이하게 지금도 그럴 거라 쉽게 단정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렇게 서둘러서 나를 고가상단으로 모셔온 것으로 부족해서, 도착하자마자 고범도가 허겁지겁 나를 만난다?

이미 신나게 급한 상황이라는 걸 노출한 상태에서 그대로 협상으로 들어가면 그것이 영향을 미쳐 협상에서 질질 끌려가기 십상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 호흡 숨 돌리는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나를 별채나 객청에 머물게 한 다음, 저녁 쯔음에나 만나려 할 거 같은데...’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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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직접 확인하러 가다.(2) +3 20.05.19 820 13 11쪽
10 4. 직접 확인하러 가다. 20.05.18 870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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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3. 조사를 시작하다.(2) +1 20.05.16 923 12 11쪽
7 3. 조사를 시작하다. +3 20.05.15 1,00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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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돈은 귀신도 부린다.(4) +3 20.05.13 1,105 16 11쪽
4 2. 돈은 귀신도 부린다.(3) +3 20.05.12 1,210 17 11쪽
3 2. 돈은 뒤신도 부린다.(2) +3 20.05.11 1,378 16 11쪽
2 2. 돈은 귀신도 부린다. +5 20.05.11 1,788 23 11쪽
1 1. 서장 +6 20.05.11 1,970 2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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