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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18 17:21
연재수 :
248 회
조회수 :
11,201
추천수 :
686
글자수 :
1,321,598

작성
22.05.23 00:04
조회
65
추천
7
글자
12쪽

10. 축하합니다 10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DUMMY

한 호흡에 걸쳐 듀시아의 지팡이 끝으로 파란빛의 집광체가 맺혔다.

그는 자신에게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아룡을 향해 집광체를 날렸다.

아룡이 몸을 비틀어 집광체를 피했지만 날개가 그의 마법에 스쳤다.


쩌저적


한쪽 날개가 얼어붙은 아룡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쿠우우우웅


거체가 추락하며 만들어낸 흙먼지 섞인 바람에 떼르 가문을 상징하는 듀시아의 흑발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장면에 지원자들 사이에서 감탄 섞인 비명이 새어나왔다.


'뭐... 쟤가 잘생기긴 했지.'


넷 역시 저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녀를 괴롭힌 자들 중에는 '잘생긴 듀시아가 어떻게 내가 아닌 저런 천박한 가문의 계집에게!' 같은 질투에서 비롯하여 괴롭힌 경우도 심심치 않게 섞여있었다.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실력, 거기에 떼르라는 명문가 출신이다 보니 그를 마음에 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키야아악"


날개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얼음이 점점 퍼져나가 아룡의 몸에 닿았다.

그러나 아룡이 거세게 몸부림치자 몸을 덮으려던 얼음은 물론 날개의 얼음까지 깨져버렸다.


"6단계 정도로는 안되고..."


얼음에서 빠져나온 아룡을 보며 그가 중얼거렸다.

그는 처음의 마법을 재현한 이후 곧바로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마저 완성시켰다.

총 한 호흡 반에 걸친 마법이었다.

몸이 자유로워진 아룡이 다시금 날아올랐으나 제대로 날아오르기도 전에 그가 날린 두번째 집광체에 적중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 얼음 마법이었다.


이전과 다르게 아룡이 빠져나오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7단계도 안되네. 쯧."


그는 재차 이전과 같은 마법을 호흡수만 늘려 사용했다.


"다시 없을 천재라더니 저건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지?"


듀시아의 등장에 엉덩이를 들썩 거리며 노골적인 기대감을 비치던 칠번대의 말이었다.

그가 기대했던 광경은 듀시아가 압도적인 마법으로 아룡을 찢어 발기는 그림이었다.


"아무래도 실험이라도 하는 모양이에요."

"뭘 알아내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룡을 앞두고도 저런 여유라니. 배짱은 마음에 듭니다."


오번대와 육번대가 번갈아 가며 말했다.


듀시아가 두 호흡 반에 걸쳐 만들어낸 얼음 마법은 결국 아룡을 온전히 얼릴 수 있었다.


"8단계는 되어야하고..."


아룡을 얼렸으니 공격하면 될 것을 이번에 그는 아룡을 노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칠번대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쳤다.


"듀시아 이놈! 시험이 장난이라도 되는 게야!"


소리 증폭 마법에 걸린 그의 목소리가 훈련장 안을 가득 메웠다.

칠번대 대장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이 쏠릴 때에도 듀시아는 여전히 얼어붙은 아룡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더 기가 찬 칠번대는 얼굴이 시뻘개져 더 크게 소리쳤다.


"네 까짓게 감히 정규군 대장의 말까지 무시하는 것이냐!"



쩌적

챙그랑


칠번대의 엄포에도 꼼짝않던 듀시아는 아룡을 뒤덮은 얼음이 깨지고 나서야 아룡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칠번대를 돌아보면서도 지팡이 끝으로 집광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확인할 게 있어서 잠시 지체했습니다."


집광이 겨우 반 호흡이나 이뤄진 시점이었다.

아룡의 기다란 송곳니는 이미 그의 코앞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샛노랗게 맺혀있던 집광체가 터지며 벼락 줄기가 뻗어나왔다.


"케륵."


입천장을 파고 들어간 벼락이 그대로 아룡의 머리를 꿰뚫자 아룡의 몸이 듀시아 앞에 허물어졌다.


"허어..."


노기를 띠던 칠번대의 얼굴은 이미 경탄으로 바뀌어있었으며 다른 이들의 얼굴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떼....떼르 듀시아 통과."


듀시아는 칠번대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리고는 훈련장을 떠났다.

이번대가 감탄사를 던지며 말했다.


"이야. 겨우 반 호흡이라니. 천재네요. 수습이 뭐야. 정식 부대원 건너뛰고 곧바로 조장을 맡겨도 되겠는데요?"


정식 부대원의 자격이 한 호흡에 6단계 위력의 마법을 재현해내는 것이니 듀시아는 그 기준을 한참 웃도는 셈이다.


"확실히 차기 대현자라고 불릴만 하네요."

"어떻게... 육번대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재능으로 치자면 육번대께서도 만만치 않잖아요?"

"저랑 비교하는 것 자체게 저 아이에게 실례인 것 같습니다."


일개 학생이 선보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을 두고 대장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훈련장에서 나온 듀시아가 넷에게 속삭였다.


"8단계, 여섯 호흡."


끄덕


넷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잠깐 사이 머리가 뚫렸던 아룡 모형은 원상 복구되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그런데 1차 시험에서 필살기를 사용하는 의미가 있나? 어차피 6단계 위력이면 부서지고 끝나는 시험이잖아. 내가 노력해서 10단계 위력 마법을 재현했다고 해봤자 누가 알아주냐는 말이지.

- 아룡 모형은 현재 군사 훈련에 이용되는 모든 마법의 집합체야. 딜람과의 마법 대전에서 사용된 갑옷 기억하지? 갑옷에 새겨진 마법도 아룡 모형에서 따온 거야.

- 내 마법의 위력이 측정이 된다는 거야?

- 응. 6단계 이상의 위력으로 공격을 받으면 몸체가 상처를 입게 만들어 놓은거야. 그리고 그 위력은 기록으로 남아. 그러니까 넌...

- 필살기로 아룡을 죽여버리면 된다는 말이네. 알았어.

- 뭘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 아직 한 호흡에 6단계도 못 맞추면서.

- 우이씨. 야!


후우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한 넷이 시험관에게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아룡이 날아올랐다.

넷은 곧바로 엄폐물을 향해 뛰었다.


"정말로 저 아이를 받으실 생각입니까? 이레님?"


이번대가 일번대에게 물었다.

처음 넷이 제출한 지원서를 받고서 대장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은 넷이 떼르 딜람을 이긴 것은 물론 떼르 가주의 마법까지 막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다.

연합전이 벌어질테니 아무리 저주받은 가문이라도 실력이 좋다면 받아야 한다는 쪽과 실력이 좋아도 저주받은 가문이라는 자격 없는 자를 받을 수는 없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정규군의 실질적인 총대장이라 할 수 있는 이레 일번대 대장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 논쟁이 과열될 무렵, 논란을 종결한 이가 등장했다.

카밀로테의 지도자인 대현자가 나선 것이다.


- 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은 아이가 그 가문 출신이라죠?

- 네. 대현자님. 그래서 지금 그 아이를 받을지 말지 논의 중입니다.

- 오르디나 이레, 일번대 대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 ... 고민 중입니다.


이에 대현자는 '출신 가문이 문제가 되어선 안돼요.'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저기 모든 핏덩이들을 뽑고 싶은 생각이 없네. 다만 핏덩이들을 뽑아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저 아이가 뽑을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일세. 저 아이의 존재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면 안 뽑으니만 못 할테니 말이야."


이러니 저러니 말해도 결국 요약하자면 다른 지원자보다 더 엄한 잣대를 들이밀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사이, 넷은 아룡에게 붙잡히지 않고 엄폐물에 들어갔다.

그녀는 듀시아가 한 말을 떠올렸다.


'8단계, 여섯 호흡.'


아룡을 얼려두기 위해서는 8단계 위력에 상응하는 힘을 쏟아 부어 얼려야 한다는 뜻이며 아룡이 얼음에서 벗어나기까지 총 여섯 호흡이 걸린다는 뜻이었다.





엄폐물에 몸을 들이받는 아룡을 보며 넷이 마법을 준비했다.

오래지 않아 그녀의 지팡이 끝으로 새파란 집광체가 맺혔다.

아직 재현하지 않았건만 그녀 주위가 서늘해졌다.

하얀 숨을 내쉬며 넷이 집광체를 터트리자 그녀가 서있는 곳을 시작으로 주변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엄폐물에 몸을 부딪히던 아룡은 당연했으며 바닥에 박혀있던 마법석까지 얼었는지 엄폐물이 사라져버렸다.


"아... 저거 비쌀텐데. 설마 나한테 물어내라고 하진 않겠지."


길게 금이 간 아쿠아마린을 보며 드는 잡념을 애써 털쳐내며 넷은 아룡과 거리를 두고 섰다.

그녀의 필살기는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섯 번의 호흡에 걸쳐 만들어낸 집광체가 그녀의 낡은 지팡이를 부드럽게 감싸자 지팡이 주위로 얼음이 엉겨 붙기 시작했다.

뭉친 얼음 결정은 서서히 모양을 이뤄 기다란 창대 끝에 기형적으로 커다란 창날이 붙은 모양의 창의 모습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넷이 비교적 쉽게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마법의 위력을 결정하는 데는 쏟아붓는 힘, 즉 힘의 총량이 가장 중요하지만 마법이 재현되는 방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같은 힘을 소모하여 재현한 마법이라도 넓게 퍼뜨린 바람 마법과 한 점에 집중시킨 바람 마법의 위력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재현 방식을 잘 설계한다면 같은 힘을 들여서 더 높은 위력의 마법을 재현할 수 있었다.

그녀가 10단계의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설계가 필요했다.


얼음 창의 창대는 낡은 지팡이를 심으로 하여 얼음이 엉겨붙은 형태였고 지팡이 끝부분부터 거대한 창날이 달려있는 구조였다.

그녀는 창을 만들 때 일부러 지팡이 끝과 창날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이 빈 공간에 두 번의 호흡에 걸쳐 만들어 낸 붉은빛의 집광체가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그녀가 준비한 필살기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때마침 얼음을 깨부순 아룡이 몸을 비틀며 얼음을 털어내고 있었다.

듀시아의 얼음을 빠져나오는 데에 여섯 호흡이 걸렸지만 이번에 아룡을 붙잡아둔 얼음은 얼음 마법에 특화된 넷의 얼음이었기에 빠져나오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그녀는 지체없이 창을 잡은 팔을 머리 뒤로 잡아당겼다.

허리부터 어깨까지 한계까지 당겨진 순간 그녀가 힘차게 발을 내디디며 팔을 휘둘렀다.

아직 어설프기는 하나 나름대로 자세가 잡혀있는 투창이었다.


연습했다고는 해도 근육이 단기간에 늘지는 않는 노릇이라 창은 맥없이 천천히 날아갔다.

변화가 생긴 것은 창이 어느 정도 날아간 이후였다.

넷이 줄곧 꽉 움켜쥐고 있던 다른 쪽 손을 힘차게 펼치는 순간.


퍼엉


얼음 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림과 동시에 거대한 창날과 창대가 분리되었다.

창대에서 떨어져나간 창날은 그대로 가속하여 아룡을 향해 날아갔다.


쒜에에엑


날아오는 창을 보며 거리를 재던 아룡은 갑작스레 가속하여 쇄도해오는 얼음의 창날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얼음으로 된 창날과 몸체가 부딪히면서 낸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소리가 났다.


퍼어엉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희뿌연 연기가 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연기 속에서 둔중한 울림이 일었다.


쿠웅


곧 연기가 걷히고 넷이 쏘아낸 얼음 창날의 결과물이 드러났다.

쓰러진 아룡의 몸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분명 기대했던 대로의 결과물일 것인데 어쩐지 넷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


"아... 조졌네."


넷은 아룡 몸체 중앙에 박혀있는 마법석이 박살낸 것을 보고 작게 뇌까렸다.


"저건 진짜 진짜 비쌀텐데... 나한테 물어내라고 하려나?"


그녀가 열심히 완성한 필살기는 아룡 모형을 무참히 죽이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지갑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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