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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리 님의 서재입니다.

군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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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리
작품등록일 :
2017.11.01 17:01
최근연재일 :
2018.01.21 19: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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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57
추천수 :
2,328
글자수 :
371,449

작성
17.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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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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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1쪽

군인 판타지, 1화

DUMMY

<여긴 어디?>


차량 앞에 ‘폭발물’이라는 섬뜩한 붉은 글씨를 한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경고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3인이 차에 타 있다.

한 명은 무언가 다급해 보이고 한 명은 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고 한 명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이상한 조합.

“야. 거원아 아직 멀었냐?”

“아아. 행보관님 방금 휴게소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바로 휴게소가 나오겠습니까?”

“아~. 씁. 어제 먹은 게 잘못됐나 보다. 아침부터 지랄이더니 차타니까 더하네. 아고 죽겠다.”

가운데 앉아있는 준걸은 두 명의 그 다급한 외침에도 무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직을 서며 밤을 새우고 1시간도 못 잤기 때문이다.

국방부 의장대대 전통의장대에 소속되어 20개월의 군 복무를 하고 이제 2주 후면 전역인 준걸은 어제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전역까지 큰 의장행사도 없었고 1년에 두 번밖에 없는 사격도 당직으로 빠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근무 후 잘 자고 있던 자신을 오후 사격용 탄을 운반하러 가는 행보관이 혼자 가기 심심하다는 이유로 억지로 깨웠고 동행을 시킨 것이다.

다른 동기들처럼 당직을 서면서 자는 꼼수도 못 하는 정말 FM의 준걸로써는 지금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행보관이 속에 탈이 나서 방금 휴게소를 들렀으면서도 또 화장실을 찾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소함을 넘어서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오른쪽에서 닦달하는 행보관과 그 닦달을 듣는 운전병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다시 조용히 잠을 청하는 준걸의 모습은 다음 휴게소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


쾅!

“으음.”

이미 짬을 먹을 만큼 먹은 말년 병장 준걸이 주위의 모든 신경을 끊고 잠들었다가 깬 것은 다급하게 문을 닫는 소리 때문이었다.

“아저씨. 잠자는 것도 좋지만 행보관 저렇게 화장실 가면 15분은 있던데 우리도 휴게소 가서 뭐라도 사 먹읍시다.”

슬쩍 운전병의 계급을 보니 상병이다.

운전병 상병 짬이면 저 정도는 되겠다. 싶었지만 어차피 2주 후면 마음대로 먹을 음식에 대한 욕구보다는 잠이 먼저였다.

그래도 권한 성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세요. 저는 지금 당직서고 가는 거라 잠이 더 고프네요.”

“아~아. 그럼 그럽시다. 안에 계속 있을 거면 누가 오거나 하는 것만 좀 확인해주쇼. 이놈의 트럭 잠금장치가 없거든요.” “예~예~. 문 열리는 소리 나면 확인은 할게요. 걱정 마세요.”

나의 말을 끝으로 운전병마저 사라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짬밥은 어디 안 간다고 더운 여름 차 안에 혼자 있는 준걸을 위해서인지 에어컨도 없는 차의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가는 센스에 나중에 고맙다고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


요즘 군대 편해졌다지만 그래도 군기 빡세기로 유명한 의장대에서 근 2년의 시간 동안 구른 준걸의 느낌은 군대를 가지 않은 일반인들 보다 더 뛰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무리 잠이 부족해도,

심심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끌어들인 행보관이 밉다고 해도,

군대라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다.

행보관의 컨디션이 나쁜 것이 한몫해서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아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자면서도 깊은 잠에 빠져들 수는 없는 법.

‘선잠’ 군대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방법.

특히 국방부 의장대는 다른 지역으로 행사를 위해 이동이 잦기 때문에 필수 능력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잠을 자고 있지만, 감각은 서 있다.

아주 짧은 순간 잠이 들었다.

물론 그 잠은 선잠이고.

그런데.

반쯤은 깨어있는 의식에 ‘이상함’이 자리 잡는다.

이상함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시간’.

감각적으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간 행보관이나 매점을 간 운전병이 돌아올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

눈을 감고 자고 있었지만. 반쯤 깨어있는 의식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의 흐름을.

너무 깊게 잠들어서 깨지 못하고 못 느꼈을 확률은 없다.

왜냐하면.

운전병이 말한 차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말 때문이다.

준걸은 군대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차는 의장대 300명의 1년 탄약 소비에 할당된 6만 발의 절반인 3만 발의 탄약이 실려 있다.

탄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당연히 책임 소재의 대부분은 행보관에게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차에 혼자 있는 준걸의 잘못 또한 적지 않다.

군용 물품 그것도 총기와 관련된 일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2주밖에 안남은 군대에 2주가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요. 그 기본을 월등히 뛰어넘는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

숙면을 취하고 싶어도.

선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만약.

지금의 상황에서 깊은 잠을 취하는 경우는.

사라진 두 명이 돌아와서 차가 출발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나 가능한 일.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행동에 따른 상이나 처벌을 받는 상황이라면.

일반인도 그러할 텐데 군인이 대충 할 수는 없다.

하물며 FM인 준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문득.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군필자를 선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준걸은 아까부터 거슬리던 이상한 감각에

번뜩.

눈을 떴다.

흐려졌던 정신이 한순간에 돌아온다.

비상상황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며.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2년을 생활한 군인이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어?!”

주변을 둘러볼 필요조차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주변 풍경이 들판? 숲?

아무튼, 한눈에 파악하기는 힘든 위치였으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던 자신의 눈에 보일 장면은 단연코 아니었다.

눈을 뜨기 전까지 준걸은 자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숙면을 취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순간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되어있던 군용트럭이 들판에 덩그러니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상황을 인지한 준걸이 처음으로 한 행동은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총을 찾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환경의 변화이지만 실제라면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줄 것을 찾는 것은 사람의 당연한 심리니까.

M-16 소총.

요즘 다른 부대는 소총이 K2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하던데 국방부 의장대는 달랐다.

의장행사에서 M16이 더 멋있다는 이유와 미군과의 합동 행사가 많기 때문.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총알이 없는 상태이지만 총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기에는 충분하니까.

총을 챙김과 동시에 차 열쇠도 함께 챙겼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책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열쇠까지 챙긴 후에야.

주변 탐색을 위해 문을 열었는데.

후욱.

“이거 실화냐?”

분명 더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습기를 가득 담은 뜨거운 바람이 전신을 자극하는 와중에 코를 통해 들어오는 싱그러운 공기가.

그 이질적인 감각이 너무도 선명해서 지금의 상황이 꿈이 아님을 바로 자각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겪고 있는 일이 현실임을 받아들인 순간.

처음으로 떠오른 의문은.

‘어떻게 이런 일이?’였지만.

곧 바로.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되지?’로 바뀌었다.

준걸이 위기상황 속에서 사고하는 방식이 그러한지 아니면 의장대로서 보통의 군인들과는 생활환경이 다르다고 해도. 2년간 훈련하며 겪은 군대의 생활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제를 인식한 순간 해결방법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준걸이 한 선택은 ‘대기’.

아직 전체적으로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지금의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지만.

뜬금없이 휴게소에 있던 자신이 숲에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잠시 후에.

휴게소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사라졌든 행보관이 돌아오거나 찾을 수만 있다면.

이런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그러니 잠시 기다리면서 지금을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행동 방침으로 ‘대기’를 선택한 후에야.

준걸은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에 대한 파악을 시작했다.


몇 가지 후보가 떠올랐다.

뜬금없는 공간이동.

뜬금없는 차원이동.

자신의 정신이상.

모두가 정상적이지 않은 후보였지만 지금이 정말 실제라면 상황에 걸 맞는 후보이기도 했다.

현 상태에 대해 생각하며 다음으로 취할 행동 방침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제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확인한 준걸은 새로운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라진 행보관이나 운전병이 돌아오지 않았고.

더 이상의 환경변화도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다음으로 취해야 할 행동은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다.

나중에 책임소재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이상.

자주 읽는 소설책에서나 나오는 일들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짐칸에 엄중히 보관되어있는 탄 박스를 개봉해서 탄들을 꺼내는 일.

그리고 그 탄들을 빈 탄창에 채우는 일.

그런 행동만으로도 준걸은 약간의 안심을 얻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얻었으니까.

상황에는 여유도 있다.

3만 발의 탄에 사격장으로 향하던 차였기 때문인지 예비 탄창도 충분하다.

준걸은 그런 여유를 낭비하지 않았다.

기존의 자신의 것과 행보관이 차에 두고 간 탄띠에 있는 종이를 넣어 부풀린 탄입대 2개를 합쳐서.

총 4개의 탄입대에 30발들이 탄창을 12개나 준비했다.

소총에도 실탄을 넣은 탄창이 결합되어 있는 것은 당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후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대비해서 꾸중 듣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실탄 360발에 소총까지 챙긴 무시무시한 무장.

허리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가.

다시 한번 이곳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다.

무장을 마친 준걸이.

탁.

차에서 내려 이 새로운 곳에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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