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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리 님의 서재입니다.

군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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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리
작품등록일 :
2017.11.01 17:01
최근연재일 :
2018.01.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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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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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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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449

작성
18.0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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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군인 판타지, 63화

DUMMY

<앨리스>


?!

대화를 나누던 상대의 표정이 멍해진다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체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저 표정을 짓는 이유마저 짐작할 수 없으니까.

어이없는 와중에도.

평소의 준걸이었다면. 상대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헌데.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습니다만...”

준걸은 매우 딱딱한 말투로 그녀의 상념을 끊어버렸다.

움찔!

매우 작은 몸의 떨림을 통해 앨리스가 준걸의 말을 들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런 반응을 보인 후에도 시간이 제법 흐른 후에야.

마치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듯한 멍한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어?”

그렇게 돌아온 눈동자에 처음으로 떠오른 감정은 ‘의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통해 준걸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 대화 중 나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한 건가?’

앨리스라 불리는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고 그녀에 대해 알게 된 순간.

준걸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앨리스를 만나기 전의 준걸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준걸이 글루디아 대륙으로 넘어 온 후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방침으로 결정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우선은 내 맘대로.’ 였지 않은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마저 내 뜻대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지는 않겠다는 뜻에서였다.

헌데 지금의 상황을 보라.

남자로써 존경할 만한 카이서스라고 해도.

그가 이 왕국에서 절대적 권력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연락이 두절되어 있었다고 해도.

준걸도 모르는 사이에 준걸이 원하지도 않은 일을 떠맡고 있다.

아직 수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준걸이 원하던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명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준걸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밝혔을 지도 모른다.

그녀가 데바와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앨리스의 행동을 보면 그녀는 적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아니. 경황 상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나리타스’

데바와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되기도 전부터 들었었던 이름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카드 왕국을 대표하는 정보길드의 이름이니까.

이 길드의 유용함을 멀리 가서 찾을 것도 없다.

샘이 이번 던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고 얻은 곳도 나리타스였으니까.

왕국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전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아카드 왕국 내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니까.

이런 유용한 단체와는 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좋다.

허나. 불행하게도.

이런 정보길드의 수장을 준걸이 죽였다는 것이다.

아직은 직접 겪은 당사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혹여나. 거기서 생존한 사람들 중 조직에 충성심 높은 사람이 고자질이라도 한다면.....

준걸로써는 매우 귀찮아질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정보가 뛰어난 적만큼 귀찮은 상대는 없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눈앞의 여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예측한 대로. 그녀가 정보조직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준걸이 도움을 준다면.

최소한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도 현재 나리타스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예전부터 간절히 바라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던 준걸이 준비한 정보 단체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죄... 죄송해요.”

저 어리숙한 모습이 준걸에게 더욱더 커다란 확신을 준다.

“괜찮습니다. 그저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준걸의 태도도 달라졌다.

어차피 하게 될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본론으로 돌아가죠. 저의 질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리타스 내에 있는 정보를 담당하는 부분을 흡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보아도 무방한가요?”

“.... 네 맞아요. 폐하께서 저를 통해 이루시길 원하는 목적임과 동시에 저도 원하는 바입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폐하께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상인인 저를 찾은 목적은 역시 금전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방문인가요?”

“...네. 저에겐 따로 자금을 조달할 방법 없어요. 그리고 폐하께서는 지금의 행동을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꺼려하세요.”

왜?

라는 의문이 튀어나올뻔했지만 참아내었다.

지금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니까.

“그건 생각보다 다행이네요. 얼마를 원하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저에게 가장 여유 있는 분야가 돈이니까요.”

뭔가 어려운 다른 부탁보다는 돈을 주는 것으로 퉁 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돈을 잃을 뿐이니까.

하려고하는 목표와 자신을 찾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래서. 원하시는 금액이 얼마입니까? 폐하의 명이시니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런데.

“......”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녀에게서 대답이 없다.

그래서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세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영역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예상 금액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 막대한 자금의 전부를 제가 모두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예상 금액이라도 먼저 알려주세요. 제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 저는 아직 그런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어요... 제가 들은 것은 카론이라는 분이 진님을 찾아가면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말이 전부였어요.”

“뭐?”

무의식적으로 반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지만 준걸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말을 통해 파악된 두 가지 정보로 머릿속이 가득찼기 때문이다.

우선은 카론.

어찌되었든 왕국 밖으로는 숨겨진 인물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말은.

카이서스가 진심이라는 뜻이다.

이유까지 추측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정보길드의 흡수를 원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앨리스의 말투.

주체가 그녀에게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제키의 지시를 받은 8살짜리 카렌과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한 조직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그 조직을 담당하기로 내정되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있지 않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무크로. 앨리스 파비앙 다리오는 어떤 인물이지?”

“...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그녀의 방문 전 무크로를 찾아갔을 때의 반응이 떠오른다.

무크로는 페리티아 1등급의 기사다.

가진바 능력만큼 중용되었던 인물이라는 뜻이다.

비록 데바의 숨겨진 무력이었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었을지라도.

적어도 데바의 혈족과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최측근이었다.

그런 무크로가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지금 구축하신 세력이 나리타스 전체 조직의 몇% 정도 입니까?”

“......”

침묵이라니....

“설마 조직 내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다.

카이서스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점 조직으로 이뤄진 정보길드의 특성상 아무런 기반이 없는 인물을 통해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 아는 사람이 조금 있을 뿐이에요.”

“허허허.”

헛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친거 아닌가?

지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왕국 제일의 정보길드를 흡수하는 과정에 협력하라고?

이건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

차라리 나리타스와 전력을 다해 부딪쳐서 없애버리는 것이 쉬워 보일 지경이다.

아니 그 전에.

“제가 이해한 현실이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 전에 확인부터 하죠. 이야기를 통해 보면 당신은 나리타스 내부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할아버지와 황제폐하가 연결되어 있다는 이런 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

이 정보는 아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정황을 보면 카이서스는 자신의 비선을 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레벨이 아니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앨리스는.

“저는 잊혀진 존재였으니까요.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었고. 제가 손녀였다는 사실도 아마 그 분은 잊으셨겠죠. 그 덕분이에요. 할아버지와 폐하를 이어주는 연락책. 실제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에 조직 내에서도 말단들만 하는 그 일을 제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준걸은 의문이 생겼다.

지금 앨리스가 하고 있는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진실성이 철철 넘치고 있으니까.

그래도.

직접적인 말을 나눈 적도 없지만. 나리타스라는 조직을 만들고 이끌었다는 것에서 데바라는 사람이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보에 민감한 사람이....

자신의 손녀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이 걸린 말단의 일이라고 표현되었지만. 왕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를 그런 손녀에게 주었다는 부분은...

그녀도 알지 못하는 어떤 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머릿속을 떠다니는 의문을 뒤로하고.

“그렇다면 더 이상하군요. 방금의 말로 앨리스가 조직 내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는데. 어째서 폐하께서는 그런 당신을 통해 그 조직을 흡수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으며 조용히 품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증명하는 패의 모양의 그것.

준걸도 자주 보았고 심지어 소지하고 있는 그것은.

아르젠이었다.

그리고 아르젠을 확인한 순간.

어렴풋이.

카이서스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짐작이 간다.

아니나 다를까.

“저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기에. 그 분이 하셨던 말을 그대로 읊어 보겠어요.”

잠시 말을 끊은 후 이어지는 앨리스의 말을 통해.

“간절함이 클수록 그리고 그런 절박하고 간절할 때에 받은 도움을 사람은 잊을 수가 없어. 이것을 잊는 인간 외적인 것들도 존재는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이라고 하시더군요.”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카이서스라는 인물을 설명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그가 가진 가장 강한 욕구.

인재에 대한 욕심이 정답이었다.

허나.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아직 완벽하게 정황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나리타스라는 조직을 흡수하는 과정을 아무것도 없는 앨리스에게 맡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아르젠을 통해 카이서스가 정보조직을 얻는 것보다 앨리스라는 사람을 얻고 싶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미 완성 된 거대한 조직보다....

눈앞의 여인의 가치가 큰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에 잠겨있을 때 들려오는 말소리에.

“저..저기. 진님. 아까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물어도 될지 몰라서 망설이던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별 생각 없이 허용한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죽으셨나요? 아니면 아직 살아는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는 그 어떠한 의문도 없었다.

확신을 가지고 데바의 행방에 대해 준걸에게 묻고 있었으니까.

어떻게라는 의문과 동시에 매우 안타까움을 느끼는 준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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