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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오대리, 이종족 휴게소 개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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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22 15:25
최근연재일 :
2024.01.13 18:4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05,186
추천수 :
2,553
글자수 :
279,656

작성
23.12.12 08:00
조회
2,422
추천
60
글자
12쪽

합의는 없습니다만.

DUMMY

농사를 안 지으니 잠이 늘었다.

일어나긴 힘들었지만, 이장에게 엿 먹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기택씨 계십니까?”

“자는 것 같은데 제가 깨워올게요, 잠시만요.”


마당에서 경찰과 대화하는 원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후..


똑똑.


“야 기택아 밖에 진짜 경찰관들이..”

“알고있어, 지금 나간다.”


이른 아침 이미 외출복 차림인 것을 본 원형이 꽤나 당황한 표정이다.


나는 당당히 마당으로 나가 경찰관들을 맞았다.


“아침 일찍부터 고생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오기택씨 되십니까?”

“네, 맞아요.”

“다름이 아니고 도난신고가 들어와서요.”

“예?”


분명 그 노인네 짓이지.

이장놈은 역시 선을 수시로 넘는다.


“혹시 이장님이 신고한거 맞을까요?”

“신고자는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송이버섯 도난신고가 들어왔는데 오기택씨가 의심된다고 해서 조사차 나왔습니다.”

“하아.. 그렇군요.”


내 표정과 한숨만으로 경찰들도 신고자를 알았단걸 눈치챘을거다.


이런 신고가 한 두번이 아니었던지 그들도 멋쩍게 웃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특별히 뭐 하실건 없습니다,질문 몇가지에 답만 해주시고 조사하는데 협조만 해주시면 충분합니다.”

“예, 그러죠.”


질문은 별거 없었다.

어제 직접 송이를 옮긴 적이 있는지, 어디에 두었는지부터 그 이후엔 어디가서 뭘 했는지.


“필요하시면 저희 집 앞을 찍는 CCTV 영상도 제공하죠.”


피의자로 의심받고 있기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아, 이게 있었군요.”

“예 최근에 설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뭘요, 저도 제 결백을 밝히려면 협조해야죠.”


CCTV 영상에서는 송이버섯을 두고 집에 오는 길 내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

적어도 집에 들고오진 않았단거고.


이장댁과 우리집 중간에 있는 마을회관 근처 유일한 CCTV 영상에도 내가 왔다갔다 한 영상이 찍혔다.


그 시간만 분석해도 다른 곳에 송이를 숨길 시간 따위는 없다.


“별 일 없을 테지만, 뭐라도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고생하세요.”


내가 범인이란 단서는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아침부터 내 기분을 잡치게 한 장본인을 만나야겠지.


경찰서에서 나와 집에 가기 전.

나는 인근에 열린 오일장에 들렀다.


“사장님 이거 송이 키로에 얼마씩 해요?”

“자연산은 요것밖에 없고, 양식은 키로에 12만원.”

“그럼 자연산 다 넣어서 20만원어치만 주세요.”


그렇게 전 날 이장이 건넨 것과 비슷한 양의 송이버섯을 사서 마을로 향했다.


“야 오가야. 어디갔다 오는겨?”


집 앞의 낙엽을 쓸던 이장이 나를 발견하곤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역시.


“경찰서 다녀오는 길입니다.”

“경찰서는 왜 간겨?”


시치미를 떼는 모습에 열이 확 뻗쳤지만..

일단은 참아줬다.


“제가 뭘 훔쳤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머랴?”

“이미 알고 계시지 않아요?”

“아니이~ 나는 말여 암만 생각해도 너 밖에 없는겨, 송이에 발이 달렸댜? 마당 안에 둔기 어까정(어디까지) 갔댜?”

“그건 저도 모르죠.”

“근디 그건 머여?”

“예? 이거요?”


걸려들었다.


이장이 내 손에 들려있는 버섯봉지에 관심을 가졌다.


“오는 길에 버섯 좀 사왔어요, 하루종일 하두 버섯버섯 거리길래 저도 버섯이 먹고싶어서요.”

“이봐! 이게 엊저녁(어제 저녁)에 그 버섯 아녀!! 이 도둑노무자식! 할멈! 경찰불러 경차아알!!”

“아니, 제가 고작 이 버섯을 훔쳤을 것 같아요?”

“훔쳤을 것 같은게 아닌겨! 지금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디 뭔 소리여! 너 이놈 여서(여기서) 딱 붙어있으라고.”

“하.. 그러죠.”


진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에 본 경찰이 다시 왔다.


그간 안쓰럽게 생각한 이장의 아내가 진짜로 나를 신고했다.


끼리끼리는 사이언스인가.

덕분에 이제 마음에 걸릴 것도 없다.


“아니 이장님 심증만으로 자꾸 이렇게 신고하시면 어떡해요, 이미 조사도 끝났습니다.”

“끝나긴 뭘 끝이 나! 지금 저저 봉지 안보이는겨?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어?”

“뭡니까 이게.”


두 경찰이 다가와 내 손에 든 봉지를 확인했다.


“어..? 기택씨 이게 웬..”

“아침부터 계~속 버섯 얘기만 들으니까 버섯이 먹고싶어져서 사왔습니다.”

“아..하필..”

“하필 송이버섯 얘기를 듣다보니까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당당한 모습에 경찰도 꽤나 곤란한 모양.


“말이 되는겨? 그것을 똑같이 양도 따~악! 요만큼 이라니께!”

“하아.. 이장님 일단 진정하시구요. 저희가 조사 중이니까 조금 기다리시면..”

“이장님 그냥 제가 이거 드릴테니까, 가서 사모님이랑 드세요. 뭐 겨우 버섯 몇개가지고..”

“뭐여?!”


경찰관들이 이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내가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이장은 너무나 활활 잘 타올랐다.


“내가 배려해서 좋은 땅도 싸게 팔아 줬더만! 뭐?! 겨우 버섯 몇개? 내 그깟 버섯 때문에 이런거라 생각하는겨?!”

“아이~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제가 제 버섯 드리는거예요.”

“야 이 샹노무 새끼야!”


화가 난 이장이 욕지거리를 내뱉자 경찰들이 뜯어말렸다.


“이장님 그렇게 욕하시고 하면 안돼요.”

“화가나면 그럴 수도 있죠, 이장님 근데 화가 그렇게 잘 나면 제 명에 못 살아요. 오~래 사셔야죠.”

“선생님도 그만 하시죠.”

“예, 뭐. 전 이장님이 걱정되서요.”


이장은 당장에 내 따귀라도 한대 올려칠 기세였다.

하지만 경찰들에게 막혔고..


이렇게까지 된 이상.

이장과의 관계를 확실히 끝내주는게 맞겠지.


“아휴 이장님.. 어르신이 그렇게까지 저를 때리고 싶으시다면.. 맞아드려야죠.. 여기 여 뺨이라도 댈까요?”


경찰관들 사이로 한발 다가서자, 거친 솥뚜껑 같은 손이 날아왔다.


짝!


눈 깜짝할 새였다.

이장의 손이 닿는 순간,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 이엘리스가 ‘땅의 주인’을 보호합니다. ]


사실 내 뺨 위에 얇게 도포 된 이엘리스의 기운이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허허.. 진짜 때리실 줄은 몰랐네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이! 어르신! 이러시면 큰일 난다니까요!”


진심으로 뺨에 맞은 듯 연기를 하자, 경찰관이 이장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와~ 이 동네 무섭네 무서워.”


휴대폰을 바로 세워든 유원형이 다가왔다.


“뭐.. 뭣허는겨! 이 썅노무 자식들이!”

“아 그리고 그 버섯은 자연산이랑 양식이랑 섞여있어요, 이장님꺼랑은 달라서 죄송하네요. 다음에 자연산 더 사다드릴게요.”

“뭐여?!”


내 말에 이장이 다급하게 내용물을 자세히 살폈다.


“이..이..”


평생을 시골에 살아 온 이장은 양식 송이를 바로 알아봤을 것이다.


“물론 제가 훔치지 않았단 증거가 확실히 나와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 맞은 것까지 해서 명예훼손에 폭행까지 전부해서 죄를 묻겠습니다.”

“선생님 뭐 그렇게까지.. 어르신이 다혈질이셔서..”

“그러니까요 어르신이 다혈질이라 뭐 송이버섯 때문에 경찰에 신고까지하고 그랬을까요?”


경찰이 나이 든 이장을 감싸려 했지만, 물러날 생각 따위 없다.


“그려 이 도둑노무 자식아! 어디 헐 수 있는거 다 해봐라! 동네 사람 중에 도둑질 할 넘이 너 뿐이 없는겨!”

“하.. 일단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이장님 같이 서로 가시죠.”

“뭐여?! 나더러 거길 왜 가자고 하는겨.”

“이유가 뭐가 됐든 때리셨잖아요.. 그것도 저희가 보는 앞에서 그러시면 저희가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저 도둑넘부터 잡아가야 할 거아녀!”

“같이 가실 겁니다.”


결국 서에서 나온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갔다.


“주변 CCTV 다 확인해봤는데요, 범인은 찾았습니다.”

“그려! 그래서 이 눔도 같이 와야 된다고 했자녀! 잘 됐어 얼른 깜빵이 쳐 넣으라니께?!”

“아잇, 어르신 목소리 좀 낮추세요.”


잔뜩 텐션이 오른 이장을 보고도 난 평정심을 유지했다.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뺨까지 맞으셨다구요.”

“예.. 뭐.. 뺨은 괜찮지만 동네 부끄러워서 얼굴 들고 다니질 못하겠네요.. 이장님 때문에요.”

“하.. 백번 이해합니다.”


이장은 평소에도 경찰서를 수도없이 들락거렸다.

그런 그는 경찰들에게도 골칫거리일 뿐.


“그래서 범인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장에게 엿 먹일 생각이 먼저긴 했지만, 이 사달을 만든 범인도 궁금했다.


그게 확실해져야 더욱 당당할 수 있다.


“예, 여기 영상 보시죠.”


인적 드문 시골이었지만, 최근 휴게소 사업 덕분에 마을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나는 사람이 많아서 확인하기 어려우셨겠네요.”

“그렇진 않았습니다. 사람은 많지만 화면을 보시면 오사장님이 두고 간 봉지가 사라질 때까지만 확인하면 되니까요.”

“그건 그렇죠.”


영상을 빨리감기 했지만, 마당에 봉지가 놓인 후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꽤 오랜시간동안 없었다.


날이 점차 어두워갈 무렵.


“어?! 지금! 여기요.”


빨리감기라 하더라도 확실히 보였다.

사람이다.

하지만 한 눈에봐도 나보다 훨씬 작은 실루엣.


“자, 천천히 돌려보죠.”


다시 봉지가 있던 시간대로 돌아간 영상이 1배속.. 아니 0.5배속으로 재생됐다.


“여기!”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그쵸?”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형사님과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그때.


“무신!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겨! 저 놈이 범인이라니께! 엎드려서 그려 엎드려서! 여봐! 지금 나헌티 들린 요 봉지가 고것이라니께!”


그 시끄럽던 경찰서의 이목이 단숨에 이장에게 집중됐다.


“아휴! 이장님 자꾸 이렇게 소란 부리시면 철창 신세를 못 면해요.”

“그려.. 뭘 또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랴 임경장. 얌전히 얘기해도 댜(돼)~”


임경장이 철창을 가리키고 나서야 이장이 조용해졌다.


“진정하시고 이장님도 이리와서 화면을 제대로 보세요.”


그제야 범인이 나라고 장담하며 뒤로 물러 서 있던 이장이 다가왔다.


“자 다시 보시죠. 더 여기서 화면을 중지해 보면.. 여기 보이시죠?”


임경장이 가리킨 화면에는 살짝 열린 대문 사이로 작은 체구의 여성이 빼꼼이 들어와 봉지 안을 확인하더니 이내 봉지채 들고 떠났다.


“확실하진 않지만 대문 높이를 생각하면 키가 160센티미터 가량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쨌든 제가 범인이 아닌 건 확실해진거죠?”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임경장의 대답을 듣고 이장을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아..아니.. 저것이 왜.. 이럴 순 없는겨!”


이장은 내 표정에 짜증 낼 겨를도 없이 영상 내용을 부정하듯 손바닥으로 모니터를 쳐버렸다.


“하.. 진짜 이러진 않으려고 했는데.. 이장님 이리 오세요.”

“시방(지금) 머허는겨! 놔! 임경장 왜 이랴!”

“이장님 완전히 공무집행방해 중이예요! 일단 여기 들어가 계세요.”


결국 임경장의 손에 끌려간 이장은 철창 안에 갇혀버렸다.


“야 임경장아! 이러는게 워딨댜(어디있어?)”

“임경장님 그럼 제 무고는 밝혀진거죠?”

“그렇죠, 이장님 때문에 마음 고생하셨겠어요. 저희도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는 해야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해요.”

“아뇨, 무고한 사람을 확인도 없이 신고한 게 문제죠.”

“뭐여?! 니들 지금 뭐라고 떠드는겨! 내 욕하는겨?!”


철창 안에서도 이장의 고함은 이어졌다.


“경장님 그럼 전 먼저 가봐도 될까요?”

“예,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보세요.”


임경장과 인사 후 그대로 철창 앞으로 걸어가 이장 앞에 섰다.


“이장님 저한테는 죄가 없다네요. 오늘은 못 나오실 것 같으니 이 버섯은 제가 먹을게요.”

“네가 아니면 누가 내 송이를 가져갔다는겨!”

“그건 알아서 알아보시구요, 참. 저 때리셨던건 잊지 않으셨죠? 조만간 한빛이란 회사에서 찾아올거예요.”

“뭐여? 거서(거기서) 날 왜 찾어!”

“제가 고소할거거든요. 이번 일은 한빛에서 맡아주기로 했어요.”


현재 한빛은 국내 최고의 호화 변호인단을 가지고 있다.

내가 신경 쓸 것은 앞으로 이장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지켜보는 정도가 다겠지.


“뭐여!! 야! 오기택이!!”


말을 마치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이장이 날 불러세웠다.

나는 마지막 한마디를 위해 돌아섰다.


“참.. 합의는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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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도지사 너마저.. 23.12.15 1,780 48 11쪽
21 굿바이 이장놈(1) +4 23.12.14 2,058 49 11쪽
20 굿바이 이장님 23.12.13 2,270 51 13쪽
» 합의는 없습니다만. 23.12.12 2,423 60 12쪽
18 이장은 나를 열 받게 해. 23.12.12 2,322 49 12쪽
17 전설의 경비원 +1 23.12.11 2,764 56 13쪽
16 국내 3대 명의 +2 23.12.10 2,802 58 14쪽
15 국내 3대 명의 23.12.09 3,112 62 13쪽
14 최고의 조력자. 23.12.08 3,247 69 12쪽
13 포탈신고는 군청에서 +1 23.12.07 3,434 72 13쪽
12 이엘리스가 더 있었네? +1 23.12.06 3,574 77 14쪽
11 전직장의 햇살 23.12.05 3,685 80 12쪽
10 무너지는 송시원 +1 23.12.04 3,820 79 12쪽
9 최고의 투자자들. +1 23.12.03 3,915 85 13쪽
8 이장 땅 따먹기(2) +3 23.12.02 4,149 92 14쪽
7 이장 땅 따먹기 +2 23.12.01 4,338 93 12쪽
6 진상 집합소. +1 23.11.30 4,480 91 11쪽
5 김대표는 내 커피셔틀. +3 23.11.29 5,093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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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엘리스 최다 보유자. +3 23.11.27 6,016 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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