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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의 영주님이 흙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12.19 16:26
최근연재일 :
2023.02.06 0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87,403
추천수 :
2,377
글자수 :
271,659

작성
23.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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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0화

DUMMY

“누가 만들었는지 겁나게 거시기 해불구마잉.”


항아리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꼭두새벽부터 김순자 명인을 포함한 식품관리팀 전원이 작업장에 모여들었다.


“마음에 드세요?”

“말해 뭐한다요 입만 아프제,기똥차 불구마잉.”


멸망 전, 그렇게도 과학이 발달했음에도 김순자 명인은 항아리를 고집했다.


“장은 독에서 묵혀야 제맛이랑게.”

“이모,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 부탁드려요.”

“근디 볏짚도 없다 안하요? 숯도 넣고 싸악-! 소독 한번 해봐야 쓰겄는디.”


숯은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지금 볏짚은 커녕 이제 모가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동욱이의 능력을 쓰더라도 벼가 익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어쩔 수 없죠, 숯은 이따 만들어볼게요.”

“그러드라고.”


전 날 항아리를 만드는 동안 식품관리팀은 불린 콩을 삶기 시작했다.


“메주 띄울 때도 지푸라기 까는게 좋긴헌디, 어쩔 수 없구마잉. 있는대로 해봐야지.”


콩을 삶기 시작하자, 온 영지에 콩 삶는 구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흐음.. 아 저 콩만 주워먹어도 맛있겠다..”


콩을 노리던 하이에나같은 영지민들이 콩이 삶아지고 있는 솥뚜껑을 열기위해 잡는 순간.


휘익!

퍽!퍼벅 퍼버벅!!


김순자 명인의 커다란 나무주걱이 영지민들의 손등을 후려갈겼다.


“미쳐불겄구마잉, 다들 굶고잡지? 한알만 먹어보드라고.”

“네에···”


맞은 영지민의 손등은 불이 난 듯 새빨개졌다.

다정했던 김순자 명인도 음식 앞에서는 단호했다.

허욱은 영지민들의 그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자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자! 다들 밥 시간까지 열일 합시다!”


혼자 산지가 10년이 되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이런 평범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듯한 따뜻한 일상을 보내는게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 쭉 이런 일상이 이어지기만을 바랬다.


*


“아직 방을 따로 쓸 순 없어, 둘이 따로 지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20대중반쯤의 남여 고양시민을 따라 두 남매가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허욱 헌터가 데려온 두 사람이었다.


“예, 지낼 공간이 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따 만나자.”


방이 몇개 없어 단체로 생활할 수 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같은 성별끼리 방을 써야했고 두 사람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오빠인 박수호는 박대훈 헌터와 같은 방이었다.


“여긴 8명이 함께 지내는 방이야.”

“좋네요.. 맨날 길거리 생활만 하다가..”


말과는 달리 박수호는 어딘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혹시 어디 불편해?”

“아뇨, 좋아요.”

“화장실은 저쪽에서 쓰면되고,식사는 이쪽으로 나가서 저 끝 방으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박수호는 듣는 둥 마는 둥 그저 곳곳을 살피기만 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이따 내가 부르면 나와 좀 있으면 식사시간이니까.”

“네.”


박수호에게 안내를 해주었던 자는 곧장 밖에서 시민들과 농사일을 하고있는 박대훈에게 향했다.


“헌터님!”

“어떻습니까, 잘 적응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아이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때 마침 여동생 박수지를 안내했던 여자가 다가왔다.


“여동생은 거의 말이 없고 오빠만 찾아요.”

“일단 지켜봅시다.”

“예.”


그 이후로도 고양시청은 매일같이 바쁜 일상이었다.

농사일 뿐 아니라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내내 안정적인 숙소건물을 짓는 팀과 몇몇 인원은 허욱의 영지에 있는 노인들과 아이들을 위해 마차와 비슷한 형태의 이동수단을 만들었다.


“오늘도 고생했다 수호,수지.”

“고생하셨어요 헌터님.”


다행히 며칠간 수호,수지 남매도 영지내에서 자잘한 일들을 도우며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쭉 고양시에서 살았던거야?”

“그러다가 저는 작년부터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했었어요.”

“그럼 어떻게 알고 온거야?”


박수호의 말대로라면 사건이후 어디가 어디인지 알기는 힘들었지만, 고양시까지 단순했던 버스노선이 방향을 기억하며 몇날며칠간 확신할 수 없는 길을 걸어 본가에 닿았다고 했다.


“하필 부모님은 집에 계셨고, 놀러나갔던 동생은 살아남아서 마침 무너진 집 앞에 와 있었단거야?”

“네.”


어딘가 의심스러운 스토리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의도를 알 수 없는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생많았겠네, 짜식.”


박대훈은 그저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아니예요.. 받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의심스러운 말을 하고있지만서도 녀석은 아직 스물을 갓 넘은 어린녀석이었다.

박대훈 같은 강한 헌터도 충격 받을만 한 사건 이후 박수호 남매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다.


“앞으로는 어쩔 생각이야.”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동생도 성인이되고 서울이 복구되면 저는 다시 돌아가야죠.”


별거 아닌 계획이었지만, 이런 상황에도 그런 밝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게 대견하면서도 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래, 그래야지. 고양시도 서울에 뒤지지 않게 빨리 복구 시킬테니까 동생도 걱정말고.”

“네.”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난날 자정을 겨우 넘긴 밤.

고양시청의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에 여자들 숙소에서 박수지가 소리없이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남자들 숙소쪽으로 향했다.

남자들 숙소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끼익-


숙소 문이 열리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호가 나왔다.


“가자.”

“오빠, 그냥 여기에서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 안될까..?”

“아냐, 이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그렇게 사람이 많은 서울이랑 비교가 될 것 같아? 거긴 S급 헌터들도 있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박수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따뜻하고 끈끈한 고양시민들에게 정이 든 모양이었다.


“우리도 고양사람이잖아, 꼭 서울로 가야겠어? 가봤자 학교는 언제 생기겠어, 분명 여기에도 우리 두 사람 일할 곳은 많이 생길거야.”

“사람은 서울로 가야돼. 일자리야 생기겠지만, 당장 거기보다 안전한 데도 없을거고 협회장님이 하신 말씀 내가 얘기해줬잖아.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위치를 선점 할 수 있다고.”


허욱에게는 그저 삼송역쪽에서부터 걸어온 듯 이야기했지만, 박수호는 고양시가 아니라 서울시청에서 부터 출발했었다.

그 뒤로는 박대훈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지만, 시청에서의 일은 협회장과 이 남매만이 알고 있었다.


“하아.. 난 가기 싫은데..”

“아무말 말고 오빠만 믿고 따라와.”


이 늦은 밤 남매는 밭에서 자라난 농작물들 대부분을 아공간에 넣기 시작했다.


“없어졌습니다!!”


지난 밤에도 지쳐서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던 박대훈이 바깥 소란에 단박에 일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헌터님 큰일났어요, 이제 수확만 하면 되는 것들이 밭에서 싹 다 사라졌어요, 마차 설계도랑 도시개발 계획서까지 흔적도 없다구요.”

“그게 무슨..!”

“분명 그 년놈들 짓입니다!”

“누굴 말하시는겁니까.”


비몽사몽한 박대훈 앞에서 시민 한명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허욱헌터가 데려온 그 어린 남매 말입니다! 그것들이 전부 챙겨 달아난거라구요.”


박대훈의 영지내에 중요한 것들 대부분이 남매와 함께 사라졌다.

마차는 이미 만들어진게 있었기에 어떻게든 설계도를 다시 그려 제작 할 수 있고, 도시개발 계획도 박대훈과 주요시민들이 기억하고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식량이 없으면 어떻게 버팁니까..! 그리고 그 계획서랑 설계도를 들고간 것을 보면···”


시민의 말 그대로였다.

그 어린 것들 둘이서 도시개발 계획서나 설계도로 할 수 있는건 없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거나, 지시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붙어먹기 위해 챙긴 것이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두 녀석이 어디로 갔냐는건데..”

“허욱헌터일겁니다.”

“그럴리가요.”

“허헌터가 그 녀석들을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시민은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듯 계속 허욱을 의심했지만, 박대훈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허욱헌터님의 영지는 우리보다 훨씬 발전해 있습니다. 굳이 그런것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우리 계획이 필요했다거나 망치고 싶었다면 얼마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치만···!”


박대훈의 단호한 태도에 시민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박대훈도 이들의 최종 목적지를 알아야한다는 의견은 같았다.


“적어도 더 시골로 가지는 않았을겁니다.”


더 나은 도시개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박대훈의 영지가 도움을 받은 허욱은 아닐거라고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


서울에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지원팀이 돌아가며 주변 경계를 하는 것과 김용현이 무료함을 핑계로 작업하는 것 외에는 모두가 쉬어가기로 한 하루였다.


“대장! 호수에 물이 다 찼어요.”


며칠간 호수에 물을 채우던 이수혁은 마침 내린 비 덕분에 힘을 덜 들이고도 물을 전부 채울 수 있었다.


“그동안 고생많았어.”


이수혁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채워진 호수를 보여주고 싶어 대장을 졸라 호숫가로 나왔다.


“날씨만 좋았으면 하루쯤 쉬고 단체로 소풍이라도 나왔을텐데 말이야.”

“다음에 하면 돼죠. 그나저나 물고기라도 한마리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아쉬워요!”

“그러게.”


지금 영지내에는 영지민들을 제외한 생명체가 오로지 돼지 몇마리와 멀리서 날아온 새들이 전부였다.

호수가 생긴만큼 수생생물들도 생겼으면 하는 욕심이 자라났다.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네!”

“덕분에 진짜 예쁜 호수를 갖게됐네. 고맙다 수혁아.”


허욱의 칭찬에 이수혁은 뛸듯이 기뻤다.


띠링-


[ 영주에 대한 ‘이수혁’의 신뢰도가 100퍼센트에 달했습니다. ]

[ 영지민 ‘이수혁’의 잠재력이 발현됩니다. ]

[ ‘이수혁’의 능력이 3배 증대됩니다. ]


단 2퍼센트만 오르면 되는 상황에도 일반적인 식사로는 신뢰도 오르는 속도가 더뎠다.

그 와중에 허욱의 칭찬 한마디로 1퍼센트가 넘는 신뢰도가 올랐다.


‘물을 세배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으려나.. 아니면 많이..?’


둘다 일 수도 있다.

뭐 영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능력이긴 하지만.. 이미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기에 이수혁의 능력 증대는 특별히 기쁠 정도는 아니었다.


“저 왠지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요, 대장이 칭찬해주셔서 그런가.”

“웃기고 있네, 무슨 내 칭찬 들었다고 기운이 넘치냐. 그 넘치는 기운으로 일하게 그놈의 칭찬 매일 해줄게.”

“헤헿.”


두 사람은 내리는 비를 보며 기분좋게 웃었다.

하지만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두터워졌다.


“집에 문제는 없겠죠..?”


너무 많이 내리는 비에 전부 흙으로 지어진 영지가 걱정되었다.


“걱정마라 수혁아, 그랬으면 네가 물 채워놓은 물탱크나 우물도 다 망가졌어야지.”


애초에 허욱이 지어놓은 건물들은 물이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압축해 흙알갱이 사이사이 공간이 사라졌고 거의 모든게 방수가 되고 있었다.


“그래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네.”

“제가 이 많은 물까지 다 조종할 수 있었으면 대장을 위해서 이렇게 빠악-!!”


이수혁이 우스광스럽게 양손을 들어올리는 순간이었다.


“수..수혁아?!”


세차게 내리던 비들이 허공에 물방울 상태로 멈춰섰다.


“말도 안돼!! 이수혁! 너 대단하잖아!”


영지 밖에는 여전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적어도 영지 안쪽에 내리던 비가 허공에 멈추었고, 오히려 더 놀란 이수혁은 바닥에 쓰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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