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3,857
추천수 :
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3.30 20:09
조회
1,557
추천
23
글자
11쪽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DUMMY

“당신은 누구요?”


백노경은 미심쩍은 얼굴로 상대의 정체를 캐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홀연히 나타난 사내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개방인가?”


“뭐??”


백노경은 놀라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호오....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사내가 엷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째서는 무슨. 개방에서 나온 후부터 계속 눈초리가 느껴졌는데.”


용운휘의 말에 백노경은 놀란 얼굴로 용운휘와 낯선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로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고, 눈치 채지도 못한 일이었다.


“헤에.....감이 좋으시군.”


“쯧. 사형 갑시다.”


“아니....아니 잠깐.”


금세 방향을 바꿔 떠나가려는 용운휘와 백노경 앞에 사내가 다시 나타났다. 마치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한 수법은 머릿속에 축지법이 떠오를 정도였다.


“너무 성급하시구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의사표현 한 것 같은데?”


“아직 이야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너무하구려. 이야기는 들어보고 나서 결정해도 되지 않겠소?”


“...짧게 끝내기를 바라오.”


“크. 화통하시군. 좋아. 말 그대로의 의미요. 그쪽은 마문일세의 정보를 원하는 것 같으니 협조적이지 않은 하오문보다는 우리 쪽이 낫지 않겠소?”


“...개방도 딱히 협조적이지는 않았는데?”


“...하하. 그거야 뭐 처음 보는 이들이 갑자기 정보를 원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소?”


“이상하군.”


“뭐가 말이오?”


낯선 사내는 진심으로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개방보다도 콧대가 낮은 하오문도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데 개방이 무엇 하러? 아니지. 질문을 바꿔야겠군. 무엇을 위해?”


“......”


낯선 사내는 혀를 다셨다. 생각만큼 쉽게 일이 진행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게 중요한 것이오?”


“당연하지. 그쪽이 개방인지 아닌지조차 사실 지금은 확인된 것이 없으니까. 의도도 알 수 없이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무림에선 금기나 다름없지.”


“아니 그쪽이 개방이라고 이미-”


“증명할 것이 없나 보군. 그럼 얘기는 여기서 끝이다.”


“잠깐....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소.”


말을 마친 용운휘가 발을 옮겨 지나치려는 찰나, 사내가 돌연 용운휘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사내는 분명 잡았다고 생각했으나 용운휘가 그 순간에 세 발짝 물러나 상대가 붙잡는 것을 피해냈다.


‘헛.’


전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대화는 물론,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자신의 금나수까지 흘려지는 상황에 사내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자칫하면 낭패를 볼지도 모르겠구나.’


“짜증나게 구는군. 이건....공격으로 봐도 되겠나?”


흠칫!!


사내는 왠지 모를 오싹함에 몸을 흠칫 떨었다.


“잠깐 분명 나는 좋은 의도로-”


“말만큼 허무한 것도 없는 법이지.”


용운휘가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자 사내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기도따위는 그저 평범했으나 검이 곧추 세워지자 질식할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육감일까? 그도 아니면 공포였을까?


사내가 순간 몸을 빼기 위해 퇴보를 밟은 순간 용운휘가 검으로 찔러 들어왔다.


‘큿!!’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변화를 담긴 검은 그야말로 검광의 폭포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검격이 아니었다면 순간 눈과 마음을 빼앗길 정도의 절경이었다. 허나 그것은 분명 사내에게 향하고 있는 검이었다.


사내는 익히다 못해 익이 박힌 팔선취환보(八仙醉幻步)를 극성으로 펼쳐 자리를 벗어났다. 허나 검은 계속해서 사내를 쫓아왔다.


“흡!!”


사내는 그 집요함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저 자신은 서로간에 좋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마치 생사대적처럼 이리 몰아 붙인다니...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법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선 도움닫기, 조주(助走) 거리가 필요한 법이다. 이미 가속되어 날아드는 검격을 피할만한 속도를 지금 바로 내기 위해선 조주가 필요하지만, 그럴 여유도 상황도 아니었다.


사내는 긴장한 안색으로 바로 손을 꺼내들어 자신의 절학 중 하나인 용음십삼수(龍吟十三手)를 펼쳤다.


사내로서는 자신이 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개방의 후개 중 하나로서 길러진 몸이었다. 개방의 방주로부터 사사했고 젊은 나이에 누구나가 선망하는 절정의 벽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 또래 중 자신을 당할 자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런 그가 단 이 초 만에 궁지에 몰리고 후개들에게 전해지는 용음십이수를 꺼내들다니. 게다가 더욱 믿겨지지 않는 것은 용음십이수를 펼치고 있음에도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내는 용음십이수 중 초반부의 삼 초식을 퍼부었으나, 검의 폭풍에 장법은 순식간에 와해되어 흐름이 끊어졌다. 초식이 펼쳐질 때마다 기묘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는 용음십이수가 용음을 토하기는커녕 장법을 펼치는 손의 소매만이 꿰뚫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용의 비늘이 너덜너덜하게 벗겨진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용이 검의 그림자에 휘감겨 그 모습을 감추었다.


‘꾸...꿈이야. 꿈이 아니라면 이럴 수가..’


사내는 검세에 밀려 바닥에 쓰러진 채 자신의 코앞에 있는 검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얼마나 피땀을 흘려 무공을 닦아 왔단 말인가? 다음대의 방주로 선택받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수련해왔거늘...그런 자신이 시골구석의 무인에게 패배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먼저 공격을 해왔으니 후회는 없겠지?”


용운휘가 검을 들어올렸다.


사내는 그 말이 귓가에 흘러 들어오고 나서야 꿈에서 깨어났다.


“자...잠깐. 잠깐만. 기다리시오.”


“....할말은 없다고 했을 텐데.”


“나...나는 개방의 후개요. 정말이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는 법이지.”


용운휘의 단호함에 사내는 급하게 자신의 속을 뒤졌다.


“보...보시오. 이것은 개방의 신물(信物)이오. 개방의 후계자들에게만 전해지는.”


사내는 다급히 외쳤다.


용운휘가 잠시 백노경을 바라보자 백노경이 말을 꺼냈다.


“맞는 것 같은데 사제. 나도 개방의 친구로부터 그런 이야기는 들었어. 개방의 후계자한테 전해지는 신물이 있다고는.”


“그럼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가 없군.”


“그...그렇지 않소, 분타..분타로 돌아가면-”


용운휘는 허리춤의 칼집을 쥐고 사내의 손바닥을 후려쳤다.


“크으으웃!”


무방비한 상태로 팔을 얻어맞은 사내가 들고 있던 신물을 놓쳤다. 용운휘는 그렇게 공중으로 날아가는 신물을 잡아 손에 쥐었다.


“확실한건 아니니 일단 이 물건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걸로 하지.”


“그으...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정말로-”


“시끄럽고. 이제 다시 말해봐. 왜 다시 찾아왔지?”


“...무슨 말이오?”


“왜 보내놓고 다시 찾아와서 좋은 이야기 따위를 늘어놓느냐고. 애초에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할 거라면 다시 와서 그럴 필요가 없었을 텐데. 요컨대 개방으로서는 나서기 껄끄럽고 당신 개인으로서 나서고 싶었던 것 같은데. 왜지?”


“.....”


사내는 정곡을 찔려 입을 살짝 벌리고 용운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그건”


“쯧. 아무래도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맘이 없나 보군. 이것.”


용운휘가 손에 들고 신물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꾸구국!


용운휘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은 눈으로 보면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자...잠깐. 설마...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아니라 믿소. 잠깐 잠깐.”


사내의 말에 용운휘가 손을 들어 올리며 그대로 신물을 뭉개려들자 사내가 헐레벌떡 용운휘의 다리를 붙잡았다.


“부탁이오. 그것이 깨지면 안 되오.”


“그럼 당장 이것을 깨서 개방의 방도들이 있는 곳에 던져놓기 전에 순순히 말하라고.”


사내는 용운휘의 협박에 하나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지. 이름은?”


“사공헌(司空獻)이오.”


“신분은?”


“개방의 후개 중 한명이오.”


“우리와 그 좋은 이야기를 하려던 목적은?”

“.....개방의 방주가 되기 위해 공을 쌓고 싶었소.”


“이제야 바른 말이 나오는군. 그래. 구체적으로 어떤?”


“.....당신들이 마문일세와 좋지 못한 관계 같아서 내가 정보를 제공하고, 만약 당신들이 그걸로 활약한다면 그 때 마문일세의 정보라도 좀 캐고 싶었소.”


“흠....요컨대 당신의 출세를 위해 이쪽을 이용하려던 것이었군?”


“아니....말이 왜 그렇게 되는 것이오. 그쪽도 원하는 정보를-”


“말은 아 다르고 어가 다른 법이지. 그쪽이 원하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정보를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무슨 말이오?”


“요컨대 당신의 정보 수집을 위해서 우리를 호랑이 굴에 집어넣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게 무슨-”


“우린 아무래도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것 같은데. 말만으로 믿어달라는 것만큼 강호에서 믿기 어려운 것은 없다니까?”


“...”


사공헌은 입을 다물었다. 용운휘가 자신의 진심이 어떠한들 말만으로는 결코 믿지 않으리란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이제야 좀 말귀를 알아듣는군. 정보를 모아와.”


“...알겠소. 마문일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오겠소.”


“아니. 아니지. 가능하면 오늘 중, 아니면 내일 오전 중으로 하오문에 대한 동향과 정보를 모아와. 써먹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사공헌은 입을 떡 벌렸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무서운 놈이다.’


내심으론 경악하는 사공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최대한 빨리 구해보겠소. 그러면 신물은...”


사공헌이 대가를 바라는 강아지마냥 용운휘를 응시했다.


“이것은 일이 잘 처리되면 돌려주도록 하지.”


“아니, 그것은 너무한 것 아니오.”


“하아아...”


용운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했을 텐데. 말만으로는...”


사공헌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알았소. 그러면 마문일세에 대한 정보까지 들려주면 돌려주는 것이오?”


“음....글쎄, 어떠려나.”


“설마 신물로 언제까지고 나를 부려먹을 생각이오!”


사공헌은 그제야 화가 났는지 다소 언성을 높였다.


“설마. 이쪽도 그렇게까지 철면피는 아니야.”


“그럼?”


“그냥 마문일세를 없앨 때까지만 도와주면 돼. 그러면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겠지?”


“그...뭐...”


사공헌을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당신들 둘이서 그게 무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우리가 둘이라면 그 둘이 죽지 않게끔 좋은 정보들을 가져다주면 되는 거야.”


‘빌어먹을. 된통 걸렸군.’


사공헌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지경에 빠졌는지 눈치 채고 한탄했다.


‘하늘이여, 내가 뭘 그리 잘못 했습니까?’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5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0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3 21 12쪽
»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8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89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09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4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3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8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4 5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