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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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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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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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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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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운명

DUMMY

동장군이 힘이 가장 강한 시기가 찾아왔다. 동장군의 위세는 며칠 째 물러갈 기색도 없어 태항산과 벽력일무문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벽력일무문의 모습과도 같았다.


용운휘에게 일곱 명이 패배한 순간 서하검기 파벌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워졌고, 그걸 모를 백노경도 아니기에 바로 항복을 외쳤으니 깊은 내홍은 끝이 난 것과 다름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문파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뿐이었다.


허나 누구나가 그것을 기뻐할 수는 없었다. 백노경은 물론 서하검기에 속한 이들은 승자의 선처만을 바라고 있었으니 그들에겐 그저 지금 매 순간이 좌불안석이었다. 물론 총 인원이 오십 명이 채 되지도 않는 문파가 절반이상이 속한 파벌을 단지 파벌싸움에서 졌다고 내칠 수는 없었다. 그런 짓을 저지를 만큼 무도하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이는 적어도 검기혼탈무 파벌 내에는 존재치 않았다.


“후우우.”


허나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


용운휘는 악령화의 말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문파를 이어받는다는 것, 그것을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가 악령화 그녀 자신이기에. 자신이 할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개중에는 생각이 다른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었다. 설사 누군가가 열렬히 자신을 지지한다고 한들 그래서는 벌거벗은 문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백노경이 문주가 것보다도 못할 터였다.


그렇게 악령화와 용운휘가 아무 말도 없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도중 곡후가 방안에 들어왔다.


“아.....사숙.”


“편히 있게나.”


곡후는 악령화에게 짧게 한마디 던지고는 시선을 용운휘에게 돌렸다.


‘크아.....정말이지 골치 아프군. 주인을 따라다니는 개도 아니고.’


용운휘는 정말이지 골치가 아팠다. 이 양반이 뭘 잘못 먹은 것인지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통에 곤란한 지경이었다. 거기다 그냥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 마치 무언가를 바라고 따라다니는 것이 용눈휘가 그를 개라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양반이 그래도 눈치가 있으면 괜히 나를 추대하거나 해서 문파를 다시 두 동강 내려고 하지는 않겠지.’


강호의 밑바닥에서 굴러먹은 용운휘였기에 문파원들의 마음은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물론 강호의 권모술수에 비하면 깨끗하기 그지없는 이들이 벽력일무문의 일원들이었기에 더욱 훤히 보이는 탓도 있었다.


‘그나저나 검기혼탈무와 서하검기의 합일이라.’


용운휘는 요 며칠 문파 내의 사람들이 자신만 보면 주목하는 이유는 틀림없이 그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 부분도 민감한 것이 결국 문주의 자격이 아니던가. 그렇게 고민하며 머리를 굴리는 용운휘의 귓가에 곡후의 말이 들려왔다.


“사질, 밖에서 얘기 좀 하지.”


어느 사이엔가 건물 안에 들어온 곡후가 용운휘를 불렀다.


“......예.”

‘이 양반은 몇 번이나 불러내놓고 실없는 이야기만 하더니 언제까지 변죽만 울릴 셈인지.’


물론 용운휘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곡후는 나름대로 자신의 사질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리고 오늘 곡후는 모종의 결심을 하고 용운휘를 찾아온 상황이었다.


밖으로 나서고 한참을 걷던 곡후가 입을 열었다.


“사질.”


“네. 사숙.”


“혹시 검기혼탈무와 서하검기의 합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바가 있나?”


‘정면으로 오는군.’


“글쎄요. 저로서는 확실히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혹 아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확실히 뭘 알아야 말을 해주지 이 양반아.’


“흐음....”


곡후는 잠시 말을 고민하자 용운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문헌이라도 남아 있는 건 없습니까?”


“문헌이라.....거의 존재치 않을 거야....오히려 구전 쪽이 그나마 남아있는 쪽에 가깝지.”


“......구전이라 함은?”


“......중요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되네. 시조께서는 기인 중의 기인이라.....딱히 구전으로 남기신 것도 많지 않고.....그나마 말년에 창안하신 검기혼탈무가 구전으로 전해지던 걸 선대의 누군가가 정리한 것이니 말 다했지.”


“그랬습니까?”

‘신기한 양반이군.’


용운휘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누가 중요한 무공을 비급도 없이 구전으로만 전한다는 말인가. 단 한 구절만 잘못 되어도 창시자가 전하고자 했던 무공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무공이었다. 그런 무공을 전부 구전으로만 전하다니.....삼류문파의 소속이었던 그도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분께서는 무인보다는 예인(藝人)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아마 본인께서도 후대에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걸세. 무공을 잇는데 필요한 게 무엇인가 그런 부분을 한 번도 고려하지 않으신 거겠지. 물론 그분이 있었기에 본문도 탄생한 것이지만, 그 덕에 후대의 사람들이 고생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후우......저도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면 좋겠습니다만....”


“그래.....기억이 날아간 자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 그래도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는가?”


“예.”


“그때 그랬던가? 검을 잡으니 마치 지난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느껴졌다고.”


“그렇습니다.”


“홍령의 얘기로는 삼혼이 상했다고도 하고.”


“예.”


“혹시 어쩌면...어쩌면 말일세.”


“.....?”


곡후가 말을 돌려 말하는 모습에 용운휘가 의아한 얼굴로 응시했다.


“검기혼탈무는 상단전에 관계된 것일지도 모르겠어.”


“.....상단전이요?”


용운휘로선 의아한 말이었다. 평생 삼류문파의 토납법만을 익힌 그로선 상단전이라는 이야긴 뜬 그름 잡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하단전도 평생 채워보지 못한 그에게 중단전이니, 상단전이니 하는 이야기는 도통 와 닿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일 뿐이라네. 너무 깊게 새겨듣지는 말고. 검기혼탈무의 이름도 그렇고 자네가 상단전에 무언가.....이상이 있었던 상황이니 든 생각이네.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라네. 사실 무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니 말일세."


“....복잡하군요.”


“그래.....세상사가 다 그렇듯이....어디 명쾌하게 풀리는 일이 없지. 본문의 무공도. 후계자도. 후우...”


‘......이 양반 후계자 얘긴 왜 꺼내는 거야. 불길하게....’


안 좋은 낌새를 느낀 용운휘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사숙 그럼 저는 이만...”


“아 잠깐. 나랑 같은 항렬의 이들이 자네를 좀 보자고 해서 말이야.”


“......저를 말입니까?”


“아아. 그래. 오랜 시간 자네를 잡아 두진 않을 거야. 자.”


용운휘가 자리를 벗어나기도 전 곡후가 용운휘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밀기 시작했다.


‘......힘으로 벗어나기도 뭐하고. 곤란한데.’


용운휘는 그렇게 곡후에 이끌려 벽력일무문의 구석에 있는 건물 내로 향했다.


"저기 안일세."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군요."


"아아... 문파 내에서도 소수만 드나드는 곳이니. 더욱이 기억을 잃은 자네라면 더욱 그럴 만하지."


용운휘와 곡후는 건물 안으로 발을 옮겼다. 안에는 비무장에서 얼핏 보았던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오오...왔나?”


“정말이지, 가까이서 보니 헌앙하게 생겼군, 그래.”


“자 안으로 들어오게나.”


모여있는 중년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문파가 어려운 지경에서 막 벗어났기에 용운휘로서도 불미스러운 일은 만들 수 없었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어울렸다.



***



건물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년인 중에 한명이 차를 끓여 가지고 왔다. 곡후의 사질 중 한명으로 어딘가 날카롭게 생긴 곡후와는 달리 청수한 인상이었다.


"들게."


청수한 인상의 중년인, 곽맹의 말에 따라 용운휘가 내밀어진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후르르륵.


“어떤가? 본문에서도 귀한 용정차인데 입에 맞는가?”


“예 뭐...좋군요"


곡후가 데려온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살가운 기색으로 용운휘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운휘에겐 그 점이 오히려 더 가시방석처럼 느껴졌다.


곡후가 괜히 이들과 자신을 만나게 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 처음 보는 건물까지 자신을 데려온 것은?


용운휘가 내심 고민하던 사이, 먼저 움직인 것은 곡후와 그의 사질들이었다.


“문파의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서 묻는 거네만... 혹시 자네가 원하는 것은 있나?”


“원하는 것이라 하시면...?”


“뭐 그저 가벼운 질문일세. 본문을 짊어질 젊은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을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해서 말일세. 아무래도 그런 일을 겪은 참이니. 해서 묻는 걸세.”


하필이면 거절하기 어려운 시점에 꺼내든 말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결국 확실히 입으로 답지 않는다면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 비록 다른 의도가 보인다고 해도 항렬 상 용운휘가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


"아아, 깊게 생각할 것은 없고 그저 가볍게 얘기하는 것이니 말일세."


용운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따뜻한 차를 마셨기 때문일까? 용운휘는 내심 품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음...아무래도 본문이 잘 되면 좋지 않겠습니까?"


"잘 된다 라....막연하군 그래."


"뭐... 명문정파에 들어 강호에 이름을 떨친다. 뭐 그 정도면 문파에 속한이라면 대충 품을법한 소원이라고 생각합니다만은.."


용운휘의 그 말을 들은 중년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피더니 그들은 반색하며 얘기를 시작했다.


“사질이 그런 생각이라면 우리가 보여줄 것이 있다네.”


“보여줄...것 말입니까?”


“그래. 자네에게도 나쁠 것은 없다네. 자자, 저쪽으로 가겠나?"


중년인들은 용운휘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어깨를 잡고, 또 등을 밀었다.


‘이것 참. 이 양반들이...’


용운휘가 그렇게 이끌린 건물 안쪽에는 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저 안에 있는 걸 내게 보여주려는 것인가? 설마하니 무공 비급도 아닐 테고, 크기로 봐선....’


용운휘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 중년인이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너무 오래되어 벽과 구분하기도 힘든 나무 상자가 소리로 자신이 존재함을 알렸다. 그리고 상자가 열리자 한줄기 빛이 상자 안을 감돌았다.


‘뭐지?’


용운휘는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발을 앞으로 옮겼다.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호?”


그 모습에 중년인들과 곡후가 눈을 빛내며 응시했다.


상자를 열었던 중년인은 어느새 옆으로 물러난 채 용운휘와 상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용운휘가 상반신을 숙여 상자 안을 응시하자 무언가 진동이 느껴졌다.


웅!!


용운휘의 눈앞에서 검이, 그 몸을 떨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무상자에서 먼지는 물론 상자의 삭은 부분까지 떨어졌다. 그것을 지켜보는 용운휘의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있었다.


강호상에는 때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존재한다고 한다.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는 운명이 말이다. 지금 용운휘에게 닥친 만남은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그 자신은 결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밤에 급하게 적고 나와서 후에 수정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턱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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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3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8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89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4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3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8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4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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