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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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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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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810

작성
24.03.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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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습격

DUMMY


용운휘가 건물 내에서 한창 사숙들과 대화를 하던 것과 같은 시각. 벽력일무문에도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숙”


벽력일무문의 외문제자 중 바깥의 일을 책임지고 있는 손적이 얼굴을 보인 것이다. 평소엔 언제나 연락을 하고 오던 그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선물까지 들고 말이다.


“왠 일인가? 언제나 연락을 하고 오더니.”


벽력일무문의 지객당주(知客堂主) 왕양이 의아한 얼굴로 손적을 맞이했다.


“하하....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는 법이죠.”


손적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저 물건들은 뭐고?”


“슬슬 문파의 생필품들도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가져왔습니다. 곽맹 사숙께서 요청하신 것도 있고 해서.”


산 속에 사는 문파라고 한들 생필품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결국 인간인 것이다. 손적은 벽력일무문과 바깥을 이어주는 소통로 그 자체인 이였다. 그렇기에 이처럼 내문 제자이면서도 마음대로 문파를 드나들 수 있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가? 곽맹 사형도 참....그나저나 자네도 참 묘한 시기에 왔군 그래.”


“아....예의 그 건입니까?”


“....자네가 생각하는 일은 이미 지나갔고.....지금은 그저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지.”


“그렇습니까?”


손적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점이 왕양에겐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었다.


“흠......이상하군. 언제나 본 문의 기류를 신경쓰지 않았나?”


“아.....아무래도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겠습니까?”


“뭐.....다들 그렇게 생각은 했지.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왕양의 시야에 무엇인가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손적이 데려온 하인이 꺼낸 짐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


‘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피던 왕양이 입을 열었다.


“이보게, 적. 뭔가 이상한 걸 가져온 것 같은데. 저건-”


푸우욱!


왕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왕양의 등을 꿰뚫었다.


“쿼.....크억..”


검붉은 피거품이 왕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왕양의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즉사였다. 그의 등을 꿰뚫은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손적이 데려온 하인이었다.


“.....쉽군 쉬워. 산속에서만 지내서 그런가. 경계심이라곤 전혀 없군 그래.”


“......”


자신이 데려온 하인이 소속한 문파의 어른을 죽이는데도 손적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


“스......습격이다!!!”


왕양이 쓰러지는 모습을 우연히도 본 내문 제자가 한 발짝 늦게야 소리를 질렀다. 머리가 뒤늦게 사태를 이해한 것이다.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는 그를 손적의 하인 중 한명이 뒤쫓았다.


“쯧....일이 영 깨끗하게 되질 않는군. 이래서야...”


손적의 지근거리에 있던 하인에게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그가 발을 옮기려 하자 손적이 그를 불러세웠다.


“자...잠시만.”


“음? 왜?”


하인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야....약조한 바를 지켜주시오. 하라는 대로 다 하지 않았소....”


“약조라? 흠....그랬던가?”


“분명 산에 오를 때 그러겠다고 하지 않으셨소.”


손적은 심정이 다급해지자 급하게 말을 올렸다.


“아아. 분명 그러겠다고는 한 게 기억이 나는군.”


휴우우우.


손적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손적을 얼어붙게 하는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음이니.


“헌데 어쩐다지?”


“......그게....무슨 뜻이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기 때문일까? 손적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분명히 약조하지 않았소?!”


피가 식는 것같은 차가운 분노가 몸을 지배했음에도 손적에게선 격양된 반응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단호한 음성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평생 몸담고 있던 문파를 배반했는데 자네를 길러준 문파만 손해를 보고, 자네만 이득을 본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내 생각으로는 둘 다 똑같은 피해를 받아야 그나마 좀 낫겠지 않나 싶어서.”


“이.....이..”


손적은 그제야 상대가 애초에 약속을 지킬 마음 따윈 추호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울분에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협잡꾼 놈들-”


손적이 허리춤의 칼을 잡은 순간, 그의 몸이 삼등분 되어 바닥에 피를 뿌렸다.


‘아....아....나는 도대체....무얼...위해..’


그것이 손적이 생애 마지막 순간에 품은 생각이었다.


“쯧.....이래서 배신자 놈들이란 마지막까지 믿을 수 없다니까.”


그 배신을 강요한 자의 입에서 되려 손적을 탓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감정한 목소리와 어조에서 목소리의 주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사갈 같은 것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였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은 발을 옮겼다. 벽력일무문의 안쪽으로 말이다.


그런 그의 뒤를 나머지 네 명이 각자의 무기를 든 채 뒤따랐다.


“왠 놈들이야!”


그들을 멈춘 것은 여인의 큰 음성이었다.


“츱. 이런 산골짝에도 인물은 있군.”


무리 중 가장 앞에 서있는 사내는 홍령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옆에 있는 악령화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누구요?”


“목소리까지 완벽하군. 크. 오기 전까지는 귀찮았는데 그런 생각이 싹 자라지는군. 어떠냐? 계집. 하룻밤 수청 정도면 이 문파, 내일도 존속하게 해주마.”


어느새 사내의 하반신에 굴곡이 생겨났다.


“.......”


“이..이 씹어죽일.”


사내의 말을 들은 악령화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고, 홍령은 분노에 가득 차 욕설을 내뱉었다.


채앵.


악령화가 허리의 검을 빼들자, 홍령 또한 뒤늦게 검을 빼들었다.


“쯧. 권주는 무시하고 벌주는 고르는군. 게다가 진즉에 검을 빼들어 기습했어야지. 이제 와서?”


사내의 비아냥은 비아냥대로 흘러나올 뿐이고, 악령화와 홍령은 아랑곳 하지 않고 칼을 들고 움직였다. 그러자 그에 호응하듯이 사내 주위의 하인 네 명이 그 둘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어디....태항산 근처에서 선녀니 검선이니 뭐니 하는 벽력일무문의 고명한 솜씨를 지켜볼까?”


사내의 말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나머지 네 명의 사내가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두 명 대 네 명.


혼자서 이 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허나 악령화의 손속은 거침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경지는 이미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정의 검객이었기 때문이다.


음양개천(陰陽開天), 쌍룡산산(雙龍刪山), 청룡탐조(青龍探爪) 검기혼탈무의 세 가지 초식이 연환 되어 펼쳐졌다. 무형의 검기가 응축되어 형상화된 검기가 검날과 함께 공간을 누비며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몰아쳐갔다.


두 명의 사내는 각자 장창과 도를 사용해 몰아쳐오는 검영에 대항했다. 허나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무기는 검기와의 부딪침에 그 수명이 다해 부셔졌다. 그 뒤를 뒤따르듯이 두 명의 사내는 전신이 베여져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후우우우.”


악령화는 얇게 숨을 몰아쉬며 내기를 조절하고는 바로 홍령에게 달려드는 두 명 중 한명에게 달려들었다. 남은 두 명은 설마 이렇게 빨리 동료가 당할 줄은 몰랐는지, 홍령과 악령화에게 순식간에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생각 외로군. 계집. 날 두 번이나 놀래 키는구나.”


“누구냐 너는.”


악령화가 말라가는 단전에 내기를 채우기 위해 얕게 숨을 내뱉으며 내기를 조절했다.


“훗. 그렇게 서둘 것 없다. 들려오는 네 호흡소리로 이미 알 것은 다 알아봤으니 말이다.”


사내의 말에 악령화가 몸을 흠칫 떨었다. 마치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켰다는 느낌에 악령화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좀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한 번의 싸움만으로 그 정도면.....더는 볼게 없겠구나.”


사내는 마치 악령화의 목숨정도는 자신의 주머니에 있다는 듯이 평온히 말했다.


“자 와라. 계집. 네 발톱정도는 그냥 이 자리에서 받아줄 테니 말이다.”


“......그 자만이 어디까지인가....한번 보잣!!!!!!”


노룡출해(努龍出海)


악령화는 시작과 동시에 검기혼탈무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절초 중 하나를 펼쳤다. 내기의 소모가 커, 그녀 자신도 익히고 사용한 적은 몇 안 되는 절초였다. 그것을 사내와 대결을 시작하자마자 뿌린 것은 그만큼 그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성난 용이라는 초식의 이름처럼 검은 사방을 어지러이 춤추며 검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내 사내의 몸이 검광에 그대로 꿰뚫렸다.


‘끝났어!!’


악령화가 그렇게 자신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그녀가 사내를 잡았다고 확신한 순간 바로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이게 다냐?”


악령화는 화들짝 놀라 뒤로 급하게 물러섰다. 절정의 도검천이었다. 허나 그것은 의식적으로 펼친 것이 아니라 그저 몸에 배어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초식의 대부분은 무공의 모용을 십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컸고, 지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의 내기는 이미 삼 할도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당황함으로 펼친 보법의 진로 따위, 사내가 꿰뚫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도검이란 정말이지 안타까운 무기야. 닿아도 베지 못한다면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까.”


사내는 어느새 악령화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주먹을 뻗었다.


쾅!!


“꺄앗!!!”


악령화는 상상도 하지 못한 위력의 일격에 방어 채로 뒤로 날아가고 이내 바닥을 굴렀다.


카앙.


반사적으로 들어 올려 방어에 사용한 가검은 구부러진 채 바닥을 뒹굴었다.


“쯧.....이거야 원. 오늘 밤 품을 계집이 먼지를 뒤집어쓰니 흥도 가라앉는군.”


사내는 자신의 고간을 한 번 살피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려...령화야!!”


홍령의 안타까운 외침이 울렸지만 사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홍령이 막 나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검이 날아왔다.


쐐애애액!


검은 사내의 얼굴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사내는 검이 어느 정도 접근하며 들려오는 소리에 눈치를 챘다. 그는 몹시 급히 검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바로 검을 피하기 위해 상반신을 비틀었다. 그의 상반신이 인력을 무시한 채로 공중에 멈췄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것은 발뒤꿈치만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몸을 바닥과 수평으로 만드는 철판교(鐵板橋)였다. 가히 신법이 절정에 달했다고 말해도 좋을 숙련도였다.


“감히.....어느 놈이...”


사내는 자신의 예상을 깬 일에 더해, 방해까지 받아 처음으로 감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사내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용운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


용운휘가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이 반갑게 인사하자 사내의 얼굴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누구냐. 네놈.”


사내는 으르렁거리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먼저 말하는 놈이 먼저 자신을 밝혀야지.”


용운휘가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마문일세(魔門一勢)의 사불인(謝不人).”


사내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살심이 들었을 때 항상 행하는 그의 습성이었다.


“벽력일무문 십 칠대 제자 용운휘.”


곧 벌어질 싸움을 예감한 탓일까? 용운휘 또한 냉랭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작가의말

전화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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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5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0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3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7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89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09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4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0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3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8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4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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