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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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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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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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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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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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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화 비무 (1)

DUMMY

벽력일무문의 한 구석에 있는 수련장 안에서 이야기가 열띤 오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용운휘 앞에 있는 악령화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음....”


용운휘가 대답할 말을 고르던 중 악령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검기혼탈무를 익힌 이들은 모두 일곱이다. 그 중 내문제자는 우리 셋. 결국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우리 셋이다. 세 명으로 서하검기에 있는 열일곱 명을 정말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뭐?”


악령화는 물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홍령까지 놀랐다.


“운휘야.”


참다 못한 홍령이 용운휘의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용운휘가 입을 열었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물론 때로는 가만히 사태를 주시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인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더라도 그것을 강하게 이루겠다고 하는 염원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죠.”


“.....염원. 염원이라고? 그것이 우리 유파의 목숨을 걸만큼 의미 있는 것이냐?”


용운휘가 보여줬던 신위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홍령이지만 지금은 그저 회의감에 휩싸였다. 단단한 현실을 깨지 못하는 이상 같은 건 수없이 경험해온 그녀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루어 낼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결과라고 해도 그 시작은 믿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들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 생각했기에 본문에 남아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


풋내 나는 이야기였다. 헌데도 무언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너.....내가 아는 운휘....그 아이가 맞는 거냐?”


악령화의 입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제가 누구겠습니까?”


“......”


용운휘는 정곡을 찌른 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승산은? 싸움은 고작해야 삼일 후다.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결심을 굳힌 악령화가 물었다.


“사저 혼자서 어디까지 해낼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많이 잡아도 여섯 정도겠지.”


“사고께서는?”


“셋이다.”


“아홉이라...몇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악령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용운휘가 재차 물었다.


“사저께서 수염 사형보다는 사형보다는 강한 것 같은데....본문에서 사저보다 강한 이는 없는 겁니까?”


악령화는 백노경을 지칭하는 말에 잠시 웃으며 대답했다.


“없단다.”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는 거지요?”


“......우리는 누가 나오느냐를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지. 검기혼탈무는 익힌 자들은 모두....반쪽짜리니까.”


“무슨 말인지 자세히 알려주시죠.”


“후우.....네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정말로 실감되는구나. 새삼스럽게 검기혼탈무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니.”


“.....”


“검기혼탈무는 하나의 동공이자 검무다. 검무를 닦으면 닦을수록 자연스레 몸과 무공이 닦이는 법이다. 허나 보통의 무공과는 다른 것이 있지.”


“그게 무엇입니까?”


“검기혼탈무의 내공심법은 내공의 양보다는 질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치중되어 있다. 수대를 거치는 동안 각양각색의 검기혼탈무의 전승자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질이 좋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한 법이니까.”


“........그러니까....음...결국 내공의 양이 많지 않아서 오래 싸울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까?”


정곡을 찌르는 용운휘의 질문에 악령화와 홍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환호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지. 정말로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일단 검기혼탈무를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시겠습니까?”


챙!!


말을 들은 악령화가 즉시 검을 빼들었다. 날이 세워지지 않은 가검의 끝이 흔들렸다. 그것이 검무의 시작이었다.


어느 한 곳에서 멈추는 일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가히 검무라 칭할 정도였다.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검무가 끝난 것은 이 각이 지나서였다.


“후우우우....”


단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쳤음에도 꽤나 버거웠던지 악령화가 숨을 내뱉으며 운기했다.


“후우우우....나는 네가 사매들과 검을 나누었다고 들었다..”


“뭐....그렇긴 하죠. 단지 뭐랄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긴 했습니다만...그 비무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 말을 못하겠군요.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


“.......”


악령화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은가? 그냥 아직도 혼란 속에 있는 아이의 말에 이끌려 버린 게 아닐까.’


“그나저나 최소 여덟....여덟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군요.”


듣던 이들의 귀를 확 뜨이게 하는 용운휘의 말이었다.


“무슨 소리냐.”

“정말이더냐?”


의구심에 쌓인 악령화와는 달리 홍령은 용운휘의 말을 반겼다. 용운휘가 보여준 일검, 그것을 목격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다.


눈으로 묻는 악령화에게 용운휘는 대답하고자 검을 꺼냈다.


“남은 삼일 동안,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좋다.”


사고에게 말만 들었지, 깨어난 이후의 한 번도 용운휘의 검을 보지 않은 악령화이기에 선뜻 응했다. 자신의 사제가 보이는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사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궁금한 악령화였다.


악령화가 검을 빼들고 외쳤다.


“간다!”



***



서로 간에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누군가는 오지 않기를 바랐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이날이 오기만을 바랐을 수도 있다.


생각이 어떻든 간에, 모든 이는 느끼고 있었다. 이 비무가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양 파벌 간에 높아지는 긴장감은 언제 어떻게 해서든 터지게 될 일이었음을 당사자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비무를 반대했던 악령화마저도 사실 어느 정도는 이 일이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저 용운휘가 터트리지 않았더라도 백노경이나 다른 누군가로 인해 조만간 일어날 일이었다.


냉정해지고 나니 그 사실을 깨달은 악령화였다.


‘저 아이와의 비무 덕분일까?’


악령화는 열 일곱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데도 무엇 하나 두려운 건 없었다.


“약간 서늘하긴 하지만....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어떻습니까?”


백노경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악령화에게 물어왔다. 그의 얼굴은 이 날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수염을 밀어 깨끗한 상태였다.


“그래.”


악령화가 짧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백노경은 잠시 움찔했다. 대답에 담겨있는 묘한 자신감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올랐지만 그것을 털어버리려는 듯 잠시 목을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고는 입을 열었다.


“처음엔 누구부터입니까? 뭐 당연히 사-”


“접니다.”


자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끊겼다는 사실에 백노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허나 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이 돌아가자 얼굴은 바로 풀어졌다.


“사제가? 하하...사제가 먼저 나온다니. 큰 결심을 했군.”


백노경은 이 일을 만들어준 장본인이 바로 용운휘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여태까진 그저 마냥 미워보였던 놈이었지만 정신을 잃고 이런 행운을 만들어주다니, 복을 가져오는 복신(福神)으로 보일 정도였다.


“예..뭐....수염이 어디론가....갔군요?”


“음. 뭐....문파의 체면도 있으니 말이야. 나름대로 위엄이 설 것이라고 생각해 기르긴 했는데, 너무 지저분하게 자라니 깎았지.”


자신의 승리를 자신하는 말이었다. 문파의 체면이라, 결국 자신이 문파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습니까?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기르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용운휘의 말에 홍령과 악령화는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띠었다. 셋의 묘한 반응에 잠시 멈칫한 백노경이 말을 이었다.


‘후.....이미 포기한 건가? 그나마 다행이군.’


묘하게 마음이 서늘했지만 그것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백노경이 셋의 반응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며 애써 말을 이었다.


“그런가? 사제가 내 수염을 마음에 들어해준다니 고맙군. 그럼 슬슬 시작할까 하는데.”


“예.”


용운휘는 이미 비무장으로 올라간 채였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비무에 나서는 이는 세 명이 맞지요?”


백노경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어 악령화에게 물었다.


“물론이다.”


“그렇군요.”


그제야 속으로 쾌재를 부른 백노경이 비무대에 올라갈 이를 호명했다.


“사숙, 부탁드리겠습니다.”


백노경의 부름에 한 중년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나를 부른 것 맞나?”


“예.”


명백하게 불만스러워 보이는 중년인이었지만 백노경의 대답엔 거리낌이 없었다.


중년인의 이름은 곡후, 홍령의 사제가 되는 이였다.


“후우우...”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곡후가 긴 한숨을 내뱉고는 비무장을 향해 올랐다. 오르던 도중 그의 눈길이 잠시 홍령을 향했지만 홍령쪽에서의 반응은 없었다.


‘쯧.’


곡후는 마음속 깊이 한탄했다. 긍지가 높았던 벽력일무문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기억을 더듬으며 슬퍼하고 또 슬퍼했다.


비록 자신이 서하검기를 택하긴 했지만 다른 이들처럼 검기혼탈무를 질시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그릇으로는 검기혼탈무보다는 서하검기가 낫다는 견지에서 서하검기를 익혔고, 그저 대를 잇기에는 서하검기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백노경의 편에 섰을 뿐.


결코 이런 파벌 싸움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이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는 망설임에 휩싸인 채로 그는 허리의 가검을 뽑아들었다.


“오거라.”


“.....공증인이나 심판은 없습니까?”


용운휘가 곡후와 백노경 양쪽을 살피며 물었다. 백노경이 대답하기도 전 곡후가 큰 소리로 말했다.


“검을 부딪치는 자가 자신의 승패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느냐? 너와 내가 인정하면 그만인 것을 누구의 인정이나 판단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도 그렇군요.”


용운휘가 순순히 대답했다. 허나 곡후는 그것마저 못마땅했다.


‘쯧. 경박하기는. 장문사형....어쩌자고 이 아이를 받아들인거요.’


곡후는 장문사형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책망했다. 비록 이 일이 언젠가는 터질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사태를 터트린 장본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곡후였다.


“조심하십시오.”


“하. 네가 지금 나를 염려하는-”


타앙!!


용운휘의 몸이 곡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일견 보기에는 섬전처럼 보일 정도의 속도였다.


“크읏!!”


갑작스럽게 서하검기의 기수식을 펼친 곡후가 신음을 내질렀다. 눈으로 보고 막은 것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가 날아온다는 감각에만 의존해 간신히 막은 것이었다. 허나 분명히 막아냈음에도 상대의 검에 실린 위력이 상당해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다시 갑니다.”


용운휘는 펼친 검을 거두며 다시 공격을 예고했다. 유려하게 움직이던 검 끝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검의 궤적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말도 안 돼...”


비무를 지켜보던 이들 중 몇몇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용운휘가 펼치고 있는 것은 바로,


“유라돈좌?”


서하검기의 초식이었다.


시퍼런 검광을 토하며 곡후의 주변을 점한 검로가 지켜보던 이들은 물론 곡후의 눈까지 어지럽혔다.


챙챙챙차앙!!


허나 평생을 걸고 익힌 무공이었기에 곡후는 반사적으로 몰려오는 변화를 간신히 상쇄할 수 있었다.


“후욱...후욱..”


허나 방어에 성공하기 위해 희생한 것은 이 싸움에 있어 너무나 큰 것이었다. 급히 돌린 내기로 인해 팔의 경락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오고, 그 부분에서는 내기가 오가는 감각마저 사라졌다.


다음을 대비하기 위해 곡후는 서둘러 내기를 운용했다. 허나 그럼에도 내기는 느껴지지 않으니 마치 밑 빠진 독에 술을 붓는 느낌만이 몸을 지배할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날아오고 있음이니, 곡후는 내기가 담겨있는지 아닌지조차 모른 채 그저 검을 들어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합!!”


카아앙!!!


크나큰 기합소리와 함께 이루어진 검끼리의 충돌.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기합을 지른 곡후였지만 무의 신은 그를 돌보아주지 않았다.


곡후는 검을 놓친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용운휘는 담담하게 검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사숙?”


“내가.....졌다.”


곡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백노경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찡그려졌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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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5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0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3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7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89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09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4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3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8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4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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