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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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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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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작성
24.04.0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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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DUMMY

마문일세에는 일곱 명의 절정고수가 존재했다. 한 명만 있어도 중소문파는 그대로 뿌리가 뽑힐 수도 있는 것이 절정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일곱 명이나 한 곳에 속해 있었으니, 산서성에서 그들과 대적할만한 곳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런 마문일세가 어느 날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들에게 돈줄을 책임지고 있는 천귀전장(天龜錢莊)부터였다.


천귀전장의 장주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장부를 보며 돈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는 평생 돈만을 보고 살아온 사람으로, 장부에 적혀있는 액수만 보아도 황홀함을 느끼는 이였다.


평소처럼 일을 마무리 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는 그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길은 자신의 처소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호위무사들이 철저히 보호하는 곳이었다. 그런 이에게 낯선 이가 있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돈을 주고 고용한 호위무사들이 술이라도 먹으러 갔나 싶어 그들을 해고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허나 그의 눈에 낯선 방문객이 든 도가 들어왔다.


“누-”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가 소리지려는 찰나, 그의 입은 누군가의 손으로 덮혔다.


“-읍!!!우으!”


발버둥을 치려해도 그의 목과 입을 감싸고 있는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발버둥 치는 그의 귀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르릉.


기묘한 금속음과 함께 그의 등에 무언가가 닿았다. 등에 느껴지는 한줄기의 서늘함.


“조용히 하라고.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지도 모르니.”


장주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입을 막은 건 풀어주지”


장주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중년인이었다.


“...도...돈을 노리고 온 것이오?”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의 고객 중에 마문일세가 있는 건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요?”


“알아.”


“...!!”


장주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알면서 ....이런 짓을 한단 말이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 돈을 내놓을 것이냐 아니냐지.”


“...내가 돈을 다루면서 이런 경험이 없었을 것 같소?”


“킥. 그런 말은 위협에 꼬리 내리지 않고 했어야지.”


“...”


“당신이 선택할 것은 두 가지 뿐이야. 마문일세에서 맡긴 돈을 모두 나에게 전하거나, 그도 아니면 죽거나.”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 마문일세가 그 돈을 잃어버린 나를 가만히 둘리도 없고, 당신에게 죽거나 마문일세에게 죽거나. 매한가지 아니오.”


“죽여도 그냥 죽이지는 않지.”


중년인의 목소리는 장주에게 있어 지옥에서 들려오는 사신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천귀전장 장주 은천해. 지금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꽤나 구린 짓들을 해왔다고 들었는데. 뻔한 것 아닌가?”


“...”


“기대 되는군. 여태 귀한 몸으로서 살아온 그 노구에 가해지는 고문을 어떻게 견딜지.”


은천해의 몸이 덜덜덜 떨렸다.


중년인은 은천해의 손가락을 가볍게 쥐고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볍게 짓눌렀다.


빠각!!


“크아아아아아악!”


“이런. 좀 시끄럽군.”


은천해의 고집은 한 손가락의 모든 손가락이 부셔지기 전에 끝이 났다. 그는 마치 혼이 나간 상태로 중년인에게 전장이 보유한 마문일세의 돈을 모두 넘기겠다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진즉에 이럴 것이지.”


“으.....으.”


“당분간 비밀리에 안가를 마련해 줄 테니 거기서 출타한 척을 하라고.”


“또...또 찾아오겠다는 이야기요?”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도 그것이 신경이 쓰였는지 은천해는 급하게 물었다.


“아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올 테니 그 사람을 따라가라고. 나를 다시 만나거나 마문일세의 추궁을 당하는 것보단 낫잖아? 어차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중년인은 그렇게 은천해를 뒤로 하고 떠나갔다. 산서성 안에서는 제법 큰 천귀전장에서의 사건. 이 사건을 아는 이는 소수의 몇몇뿐이었고 크게 회자되지는 않았다.


허나 이와 비슷한 일들이 연속해서 터지고 나서야 강호에서도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마문일세를 대적하려 한다는 소문이 말이다.


천귀전장뿐 아니라 마문일세에 식량을 제공하는 상단은 물론, 그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대장간은 물론 의류를 제공하는 상단까지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소문이 안 퍼질래야 안 퍼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


인피면구를 쓰고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용운휘가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돌아오자 백노경이 물었다.


“괜찮으냐?”


“뭐가 말이오?”


“...본문의 무공에 무엇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검기혼탈무를 익힌 이들은 내공의 순도가 높은 반면 지속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지속력이 없다는 것은 운기요상도 힘들다는 말이다.”


백노경은 열흘 가까이 쉬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자신의 사제가 걱정되었다. 내상은 그만큼 무림인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였다.


“...별 걱정을 다 하시오, 사형은? 내 얼굴이 부상자의 얼굴로 보이오?”


용운휘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듯이 내공을 운용해 무거운 기세를 발출했다.


“...정말로 요상하군. 사저도 그리 누워있는데 왜 너만..”


“뭐. 이것저것 짚이는 구석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고, 일단 급한 불을 끄도록 합시다.”


“뭐... 그건 그렇지. 이제 놈들도 눈치를 챘을 터인데...무슨 수를 써오지 않겠느냐?”


“마지막에 들렀던 상단에서 마문일세가 파견한 일류 정도의 고수들이 깔려 있긴 했었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남은 것은 이십일뿐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놈들이 다른 거래처를 뚫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뭐...놈들의 수중에 돈이야 어느 정도 남아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내버려 둘 수야 있겠소?”


“뭔가 수가 있느냐?”


“개방과 하오문에서 모은 정보로 인하면 놈들은 이렇게 세력을 규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소. 그것도 모두 하나같이 강압적인 방법이었고. 이렇게 뒤흔들었으면 슬슬 반기도 나올 수있고, 그도 아니면 반대 연합이 만들어지기도 쉬울 거요.”


“...다른 문파들이 나서줄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뿐이다. 그치 들이 우리를 위해 나서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뭐 그때는 그때요. 일단 저 치까지 해서 수중에 쓸 수 있는 패는 많아졌소.”


용운휘가 가리킨 것은 구석에 등을 대고 비스듬히 서있는 진광혼이었다.


“...”


용운휘의 말에 진광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 자네는 내 먹잇감이네. 누군가가 자네를 쓰러트리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어 그때까지만-”


“그럼 내가 마문일세의 누군가에게 쓰러져도 좋다는 말이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결국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나를 도와야 한다는 얘기인데 뭘 그리 부정하시오?”


“...”


진광혼은 이런 류의 이야기는 별로 깊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걱정 마시오. 이 일만 넘기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싸워줄 터이니. 질릴 때까지 말이오.”


“...그 말 믿겠네.”


용운휘는 무공광적인 진광혼의 성격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궁지에 몰린 지금 그의 처지에선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써야만 했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것이 마문일세였다. 단순 계산으로도 사불인만한 놈들이 여섯 명이 남아있는데다, 일류급의 정예 무사들까지. 어떻게 생각해도 무리였다.


허나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 지난 생애에 꿈꿨던 광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멈춰 설 수는 없었다.


앞으로 두 세 개의 조각만 더 모인다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용운휘였기에 그것을 찾기 위해, 만들기 위해 오늘도 상단 하나를 들쑤시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방에 사공헌이 급하게 들어왔다.


“여기 있었소?”


“방금 전에 왔소.”


사공헌의 물음에 용운휘가 답했다.


“그럼 오늘은 예정대로 그 상단에?”


“그럼 달리 갈 곳이 있겠소?”


“요상하군 요상해.”


사공헌이 의아한 표정으로 거듭 말했다.


“뭐가 말이오?”


“당신과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이가 달리 또 있는 것 같소. 허...”


“...”


용운휘는 예감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조각이고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고.


“자세히 말해보시오.”


“자세히 말하고 말 것도 없소. 누군가가 당신처럼 마문일세에 복속된 문파들을 하나 둘씩 치고 있소. 개방도 중 수십 명이 목격한 일이오.”


“혼자?”


“그렇소. 어떻게 보면 당신보다도 더 미...”


사공헌이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자는 지금 어디 있소?”


“...모르오.”


“최대한 빨리 찾아주시오.”


“...알았소.”


용운휘의 어조에서 급한 것을 느낀 사공헌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개방의 정보망에 드디어 그 괴인의 소재가 들어왔다. 또 다시 마문일세의 아래 있는 문파를 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용운휘는 사공헌에게 들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바로 밖으로 나가 말을 타고 떠났다.


“지금 가서 시간을 맞출 수 있겠어?”


용운휘 옆으로 따라붙은 백노경이 말위에서 물었다.


“억지로라도 맞춰야 하오. 그런 우군을 그냥 손 놓고 보낼 수는 없소. 마문일세 놈들도 가만히 좌시하지는 않을 터이니.”


말을 끝마친 용운휘는 이내 타고 있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저...저거.”


백노경은 똑같은 시기에 말 타는 것을 배웠는데도 말을 모는 것에 너무 차이가 나는 것에 놀랐다. 용운휘나 자신이나 똑같이 사공헌에게 말을 모는 것을 배웠는데도 이리 차이가 날 줄이야.


‘나도 기억을 좀 잃었으면 좋겠군. 저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면’


백노경은 그저 용운휘의 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말을 몰았다.


“...먼저 가지.”


그 옆에 있던 진광혼까지 백노경을 추월해 용운휘의 뒤를 따랐다.


“이거야 원...사형 체면이 말이 아니군.”



***



아침을 먹지도 않고 떠난 용운휘는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목표로 하던 월무현에 도착했다. 월무현 산 끝자락에 있는 만검문이 있는 방향을 살피며 나아가던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무사들이 나타나 가로 막았다.


“이곳은 통행금지다. 그러니 목표로 하는 곳이 있다면 돌아가라.”


“...”


용운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말에서 내려와 근처의 나무에 묶었다.


무사들은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병장기를 꺼내들었다.


“그래, 이런 외진 문파에 아무 이유도 없이 방문객이 찾아올리는 없겠지. 네놈은 누구냐? 방금 전의 그 놈과 한패더냐?”


“...그가...아직 살아있기는 한가?”


“하. 그놈이나 네놈이나 곧 죽을 목숨이건데 그것이 궁금하더냐?”


“그렇군.”


“그러니 목을 길게-”


퍼어억!


“엌?”


말을 내뱉던 무사는 갑작스레 자신의 명치에 틀어박힌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긴 보검이 그의 몸을 꿰뚫은 것이다.


“으....어커어억.”


“묻는 말에 대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용운휘는 나머지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쳐랏!!”


무사의 말이 숲을 쩌렁쩌렁 울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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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0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5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0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5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4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9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5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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