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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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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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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작성
24.04.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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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DUMMY

생사마도의 일초.


그것은 생사마도가 상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베었다고 생각했거늘, 상대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그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역량으로 좌지우지 되는 적 따위에게 무슨 매력이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 지어진 미소였다. 그렇게 승부를 즐기는 그였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이었다.


‘자. 어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을까?’


그는 조금보다도 조금 더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가 소매를 자른 이유는 극쾌를 추구하는 그의 일초에 조금이라도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줄이기 위해 자른 것이었다. 그렇게 무도를 추구하는 그가 지금 용운휘를 조금 더 진지하게 상대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상당한 집중력 즉, 정력(定力)을 소모하는 것이다. 특히나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정력(定力)의 소모는 눈에 보이진 않아도 용운휘의 몸에 흐르는 땀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용운휘에게 있어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온다.’


어느 한순간 용운휘는 그렇게 직감했다. 좀 전과는 달리 내기가 분출하기 직전의 순간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기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경맥의 꿈틀거림이 피부 위로 조금이지만 눈에 보인 것이다. 죽음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나서야 무야시경이라는 능력이 개화한 탓이다.


카아아아아앙!!!


“크으으으으으윽.”


둘의 주변에 있던 서정방과 백노경의 귀를 붙잡을 정도의 굉음이 터져 나왔다.


쾅!!


뒤늦게 또 한 번의 충격음이 흘러나왔다. 도격은 막아냈지만 도격에 실린 기세마저는 막아내지는 못한 탓에 용운휘가 건물의 벽을 뚫고 날아갔다.


생사마도는 용운휘가 날아간 곳으로 발길을 옮겨 아래로 내려왔다.


“흐음...”


용운휘는 날아가던 도중 등을 나무에 부딪치고 나서야 몸을 멈출 수 있었다.


“후욱..”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생사마도의 모습에 용운휘는 바로 검을 들어올렸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일초를 다시 한 번 받아냈다는 것에 생사마도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조금 전. 분명 녀석은 내 공격에 내기가 따라오지 못했거늘.’


절정고수와 일류고수의 차는 그저 내기의 질과 양만이 아니었다. 내기의 운용속도마저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한 것이 절정고수.


그렇기에 용운휘는 기를 운용하는 것이 상대의 도격에 반응한 육체보다 느렸기에 날아간 것이다. 허나 생사마도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해서 다시 일어났는가 였다.


두 번 씩이나 막아낸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막아내는 것과 내기로 충격을 받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그렇기에 이해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그 미약한 내기가 담긴 검격을 마주한 자신의 손에 느껴진 손맛은 또 무엇인지.


“좋아...재미있어. 아무래도 자네는 꽤나 흥미로운 상대인 것 같군.”


“...”


즐거움에 차 자연스레 말이 많아진 생사마도와 달리 용운휘는 그저 말도 없이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진광혼(陳狂魂)이다.”


생사마도 진광혼이 용운휘를 적수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허나 용운휘는 여전히 그런 인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으니.


“흠. 이 정도의 집중을 보이는 상대에게 실례했군. 좋아. 그럼 계속해볼까?”


진광혼이 도를 고쳐 잡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그 후로 이어진 싸움은 뒤늦게 내려온 백노경과 서정방에게 있어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언제 절정고수와 합을 주고받는 이의 싸움을 볼 수 있었겠는가.


검격과 도격이 대지를 가르고 뒤흔들었다. 경기가 흘러나와 사방을 어지럽혔다. 진광혼의 도에는 어느새 도기가 맺혀져 무엇이든 갈라버릴 것만 같았다.


카앙!


도기가 실린 도격 한 번에 용운휘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싸움을 펼치고 있는 진광혼의 머릿속을 사로잡은 것은 의아함이었다. 어떻게 놈은 자신의 초식들을 피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눈앞의 용운휘는 불가해의 존재였다. 자신의 생사절도의 일초 육혼일별을 막아낸 것은 그래도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본격적인 생사절도의 초식들을 풀어내며 도기까지 동원했음에도 용운휘는 용케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도에 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보인다. 아니 느껴지는 것인가?’


용운휘는 눈치챘다. 새하얗게 된 머리와 몸속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는 것을. 공격이 오기전 경맥을 부풀리는 내기의 움직임, 상대의 발도 시에 울리는 진각, 바람을 가르는 도격.


이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순간을 알려준다는 것을.


자신이 공격하는 박자는 쉽게 지울 수가 없는 법. 특히나 오랜 시간 단조로운 싸움만 해왔던 진광혼의 공격은 여러 초식을 구사해도 단조롭기 때문에 용운휘에게 너무나도 읽히기 쉬웠다.


무(舞)든 무(武)든 결국 기원은 하나. 그것을 실현한 것이 공손대랑의 검기혼탈무였다. 무(舞)를 수련한 그녀였기에 도달한 경지를 용운휘가 다시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무귀일(舞武歸一) 누구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검기혼탈무의 구절 하나를 용운휘는 싸움에서 깨달은 것이다.


‘칫.’


진광혼은 계속되는 싸움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의 마음속을 헤집고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로서는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 바로 공포였다.


인간에게 있어 알 수 없는 기괴한 상대만큼 불안과 공포를 가져오는 것은 없다. 그것은 절정고수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급한 그가 선택한 것은 근접거리에서의 도격이 아니라 도기의 방출이었다.


웅! 웅!


크게 내지른 도격으로 거리를 벌린 진광혼이 내기를 도의 끝에 모으고 또 모았다. 두 번이 호흡이 지나가고 충분한 기가 모이자 그는 도기를 그대로 내뿜었다.


이 초식의 이름은 천극지격(天極之擊)으로 진광혼도 생사대적을 만나 두어번 정도 사용했을 뿐인 초식이었다.


용운휘는 기회가 왔음을 느끼고 자신의 검을 불렀다.


“가린(佳鱗)!!”


[알았느니라!]


검 끝과 도기가 부딪치는 순간 터져 나와야 할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다. 마치 도기를 삼켜버린 듯이, 흡수해버린 듯이 용운휘의 검안으로 사라졌다.


“아..?”


진광혼조차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기사에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우우웅!!


적가린이 검명을 토하며 외쳤다


[돌려주마!!!]


진광혼은 자신이 날린 도기가 그대로 날아오는 기이한 현상에 허겁지겁 도를 들어올렸다.


콰앙!


미처 내기를 끌어올리지 못한 진광혼이 도와 함께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모습은 용운휘가 싸움의 초반에 당한 모습 그대로였다. 싸움의 끝이었다.


[꺄하하핫. 마치 널부러진 꼴이 개구리같구나.]


적가린은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에 신이 난 것인지 신명난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후우....후우.”


그와 정반대로 용운휘는 진탕된 속을 가라앉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급한대로 속을 다스린 그가 고개를 돌렸다.


흠칫!!


용운휘의 시선을 받은 서정방이 그대로 바지를 적셨다.


“히...히익.”


그 자신도 의도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감히 용운휘가 절정고수를 꺾을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그였기에 후환이 너무나 두려웠다.


백노경이 용운휘에게 다가가 몇 마디 나누며 다가오는 중에도 그는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다리를 떨었다. 극한의 공포로 다리가 풀린 탓이었다.


“으...으으.”


용운휘가 한발짝 씩 걸어올 때마다 달아나고 싶은 그였지만 그의 못난 다리는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그럼 거래를 계속해볼까?”


용운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서정방은 다리뿐만 아니라 턱까지 덜덜 떨었다. 그의 턱이 딱딱 소리를 내는 동안 용운휘는 서정방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



백노경은 용운휘의 말에 따라 서정방의 목깃을 잡아 끌어 다시 하오문의 건물 안으로 올랐다.


안에 들어서자 사공헌이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은....괴물이었군.”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공헌은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절정고수를 눈앞에 있다고는 하나, 절정고수와 절정을 눈앞에 둔 이는 하늘과 땅차이라도 말해도 좋은 만큼의 차이가 있는 법.


그렇기에 그가 눈앞의 용운휘를 경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이.”


백노경이 아직도 얼이 빠져있는 서정방의 뺨을 두들겼다.


“아..아..”


서정방은 안 좋은 꿈에서라도 깬 것 마냥 소리를 내었지만 그에게 있어 현실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이거 완전 맛이 갔는데, 사제?”


“후우...”


콰지직!


용운휘가 바닥에 널부러진 서정장의 사타구니 앞에 검을 박아 넣었다.


[야. 지린내 나!!!]


적가린이 시끄럽게 외쳤으나 용운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서정방에 대해 위협을 할 뿐.


“제대로 답 안하면 그대로 베어버린다?”


“아....아알게쯥니다.”


서정방이 급하게 말하다 혀를 씹었다.


“우선 마문일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가급적이면 돈의 흐름이나, 그들에게 복속된 이들 중 불만을 가진 이들에 대한 정보를 가져와.”


서정방이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잠시 용운휘의 눈치를 살피고는 말했다.


“그것이...아무래도 저희 문주님의 재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그래?”


용운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듣기론 하오문에 문주 같은 건 없다던데?”


“아닙..아닙니다. 저는 그저 분타주라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용운휘는 말을 하는 서정방이 아닌 사공헌을 쳐다보았다.


“거짓말이오. 하오문에 분타라는 개념은 없소. 그저 다들 협력체에 가까울 분이지. 제놈들이 뭐라고 우리 개방처럼 분타가 있단 말이오.”


“당신이 뭘 안다-”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사공헌에게 다급히 외친 서정방이었으나 도중에 들린 개방이라는 말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사이 용운휘의 손바닥이 사공헌의 뺨에 날아들었다.


철썩!! 콰당!!


내기가 실린 손바닥 한방에 서정방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사형 좀 깨워보시오.”


“아아.”


백노경은 용운휘의 말에 일층으로 내려가 주전자에 물을 채워왔다.


쏴아아아악!


서정방은 찬물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


“똑바로 대답하지 않을 때마다 점점 더 손속이 거칠어진다는 말 따윈 하지 않아도 되겠지?”


끄덕끄덕.


서정방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고. 아니오라는 대답이 또 나올 때는 내 검이 어디를 노릴지 모르겠으니 알아서 판단하고..”


“예..옙!”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공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뭐랄까 안 되어 보이기는 하지만...왠지 모르게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해야 할까?


‘아니....아니야...나는 달라.’


애써 자신을 다독이는 사공헌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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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1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5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6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9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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