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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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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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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
글자수 :
409,810

작성
24.03.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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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DUMMY




사불인은 어이가 없어 잠시 말을 잊었다. 그리고 이내 분노가 차올랐다. 어떻게 된 것이 이 산 구석 촌 문파는 불쾌함만이 가득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젠 아주 미쳐버렸구나.”


살을 저미는 살기가 용운휘를 덮쳤다. 용운휘가 딱히 미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도발이었을 뿐.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자신이 살 확률을 일 푼이라도 더 늘리려는 그의 전략이었다. 그는 평정을 잃어버린 무인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해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검이었다.


검을 쥐고 나서 왠지 모를 충동이 몰려왔다. 왠지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그를 종용했다.


도발을 하기 위함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검의 알 수 없는 마력 때문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중요치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되돌리겠는가. 이미 뱉은 말은 화살이 되어 사불인에게 꽂힌 것이다.


용운휘는 왠지 모르게 착 가라앉은 머리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조금 전의 호흡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몸으로 전생하고 나서 몇 안 되는 싸움에서 몇 번이나 느낀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몸에 배어있는 그대로 무의식중에 호흡했을 터였다. 허나 그런데도 자신의 감각이 전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졌다. 바로 왕교운과 싸웠을 때였다.


두 번째는 곡후와의 싸움에서였다. 이때도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도 호흡을 시작하고 검무를 시작하니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의 초식들이 펼쳐졌다.


세 번째는 백노경과의 싸움이었다. 그 때가 되어서야 용운휘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자신의 토납법과 벽력일무문의 검무는 묘한 상생작용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은 지금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해 사불인을 쓰러트리느냐 였다.


“후우우...”

‘어떻게 한다? 어떻게 한다? 어쩐다지? 생각해라. 생각해. 이혁망.’


이런 곳에서 죽기 위해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닐 터. 생사의 위기 속에 용운휘의 사고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찰나와도 같은 시간 속에 무수한 사고가 이어지던 중.


[뭘 망설여? 네 모든 것을 그 미친 춤에 바쳐]


웅!!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듯한 충격이었지만 소리의 주인의 누구인가를 찾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온다.’


[깊게. 깊게 빠져들어. 네 시조, 그 미친 년처럼 말이야.]


‘깊게....’


목소리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먼저, 목소리의 마력이 이끌려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웁.”


그 어느 때보다도 호흡을 길게 들이마시고, 들이마신 숨은 곧 내력으로 화한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깊고도 길게 이어지는 숨은 몸을 달구었다. 마치 달구어진 화로처럼. 몸이라는 이름의 화로 속에서 내기가 전신의 경맥을 거치며 정제되어 갔다. 정순함을 뛰어넘어 지극히 순수한 기였다.


강호상의 수많은 문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렇게 탁기 한 점 없는 순수한 내기에까지 도달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용운휘의 몸에서 흐르는 내기는 가히 순청지기(純淸之氣)라고 불릴만한 수준의 내기였다.


강호에서 논하는 정순하다, 불순하다 차원을 뛰어넘는 내기의 질, 그것이 기인 공손대랑의 이름이 강호상에 새겨진 이유였다.


수백 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지나, 지금 공손대랑의 검무가 펼쳐지고 있었다.


춤의 시작은 음양개천(陰陽開天)였다. 내공심법으로 만들어진 양기와 음기를 동시에 구사하는 초식이었다. 음양의 조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 초식은 하늘마저 찢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용운휘가 초식을 펼치려는 모습을 본 사불인이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네 사문의 계집이 보여주지 않았더냐. 그 초식 따위로 내 몸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


상대방이 말을 하거나 말거나, 용운휘는 검무에 빠져 검을 펼치는 도중이었다.


“쯧.”


혀를 찬 사불인이 기를 끌어올렸다. 그가 익힌 철개공(鐵鎧功)을 운기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전신을 철로 만들어주는 무공이었다. 그는 절정고수에 닿기도 전에 이 무공으로 수십의 일류고수를 격살한 적이 있을 정도로 도검의 무인들과는 상성이 유리한 무공이었다.


벨 수 없다면 그 어떤 도검이든 무용지물이기에 그는 마문일세 안에서도 특히나 회주의 신임을 받는 이였다.


그가 철개공을 운기하고 있을 때는 그 어떤 이라 하더라도 쉽게 뚫을 수는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절정고수 이상, 적어도 그와 비슷한 내공수준에 이르러서야 그의 철개공을 뚫는 것을 노려볼 수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불인은 조금 전과 똑같은 초식을, 그것도 일류 정도나 되어 보이는 버러지가 펼쳐 보인다는 생각에 헛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사불인의 전신에 철개공의 기운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철개공과 난화혈장, 두 개의 무공은 짝으로서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철개공 하나만으로는 단순한 호신기공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철과도 같은 육신에 장법이 더해진다면 그 어떤 상대라도 꺾을 자신이 있는 사불인이었다.


“그 검을 휘두르는 것이 네 마지막이다.”


사불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운휘의 검무가 이어졌다.


우웅!


파공음과 함께 음양개천이 펼쳐졌다. 사공인은 자신만만하게 왼손을 들어오려 검로의 진행방향에 손을 끼워 넣었다.


서걱.


둘의 격돌과 동시에 오싹해지는 절단음이 들려왔다. 보통의 초식이 펼쳐졌다 함은 으레 경기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좀 전에 악령화가 펼친 음양개천처럼 말이다. 허나 용운휘의 검초엔 경기의 파편 따위는 한 점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 점에 극한으로 집중된 내기가 모든 것을 가르고 지나갔을 뿐.


절단음이 들리고 곧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사불인의 왼손이었다.


사불인의 눈에는 자신의 팔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아....아앗. 내.....팔. 누구도 베지 못했던 내 팔이....’


그저 잠깐의 시간동안 사불인은 말 그대로 자신의 팔이 떨어져나갔다는 것에 온 정신이 집중되었다. 허나 얼어붙었던 시간은 언제고 흐르는 법,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말로 할수 없는 격통이 사불인의 몸을 덮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큰 비명이 태항산을 울렸다.


“내 팔....내 팔!!!!”


사불인은 자신의 왼쪽에 생긴 빈자리를 매만졌다. 허나 오른손에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불인의 머리는 그제야 자신이 베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지 못할 검이라면 애초에 휘두르지를 않겠지.”


격통으로 신음하는 사불인의 귓가에 싸늘한 용운휘의 말이 들려왔다.


“네....네 놈...네 놈. 죽인다.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 버린다!!!!”


“......어지간히 머리가 나쁜 놈이군. 지금 네 놈은 목숨을 걱정해야 할 주제라고.”


오싹!


사불인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철개공같은 종류의 호신기공은 한번 깨진 이상, 다시 운기해서 전신에 기를 둘러야 하는 법이다. 한 손을 잃은 상태에서 전신의 운기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불인은 자신할수 없었다. 그 자신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철개공을 익히고 그가 베이거나 상처를 입은 적은 극히 드물었다.


수많은 경험을 쌓은 그가 바로 결단을 내렸다.


솨악!


사불인이 택한 것은 도주였다. 자존심이나 명예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택한 것이다. 그것이, 아니 그래야만 흑도의 무인이었다.


“흥. 안 되지.”


용운휘가 바로 따라붙으려는 순간, 용운휘의 귓가에 홍령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휘야. 령화가....령화가.”


우뚝.


용운휘의 신형이 바로 멈추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홍령이 악령화의 맥을 잡고 있었다.


용운휘가 다가서자 홍령이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령화가..아주 좋지 않단다.”


“아주 좋지 않다니요? 상세가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단중혈 바로 아래쪽에 파고든 경기가 주변의 혈도는 물론 경맥까지 진탕되어서 바로 손쓸 방법이 없구나.....자칫하면...”


용운휘는 뒷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결국 목숨이 달려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상대의 경기가 그대로 남아서 령화의 내기의 흐름을 막고 있단다. 내기를 불어넣어서 어떻게 도와주려고 해도 절정고수의 경기를 어찌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절정고수가 무서운 것이었다. 절정에 이르러 의념으로 기의 방향성을 좌우하게 되었기에, 상대를 해하고자 한 경기로 입은 내상은 치유하기가 극히 까다로운 것이다.


“후우우우우우우우.”


용운휘가 숨을 깊이 마셨다. 좀 전에 펼쳤던 검무처럼 깊게, 호흡에 깊게 빠져들었다.


홍령도 그것을 느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맥을 짚던 손을 떼고 물러나 그저 용운휘가 하는 바를 지켜보았다.


용운휘가 전신을 내달리는 내기를 손에 집중하고는 이내 악령화의 단중 부근에 손을 올렸다.


부우우욱.


내기가 흘러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홍령은 그저 입술을 깨물고 용운휘가 하는 바를 지켜보았다. 비록 그것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찌 사제가 자신의 사저를 구하려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홍령은 내심 악령화를 지금 여기서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내공을 이용해 타인을 치료하는 내가요상술(內家療傷術)은 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절정의 고수 정도는 되어야 구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절정고수의 의념은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른 의념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법이었다. 홍령은 용운휘가 방금 사불인이 물리친 것은 보았지만 결코 용운휘가 절정고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용운휘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평범했기 때문이다.


그저 사불인이 합공을 상대하다 지쳤거나, 알 수 없는 검기혼탈무의 묘용덕택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후우우우...”


용운휘가 기를 다 불어놓고는 손을 떼었다.


“좀 봐주시겠습니까?”


홍령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용운휘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저 악령화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악령화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은 단중에 올려 상세를 살폈다.


악령화를 살피던 홍령은 잠시 후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용운휘를 돌아보았다.


“우...운휘야.”


내부를 진탕시키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성한 한쪽의 기운이 쇠한 다른 기운을 잡아먹는 것처럼 몰아내고 있었다.


용운휘는 잠자코 홍령의 말을 기다렸다.


“살았다. 살았어. 아니....령화는 죽지 않을 거란다. 네게...네가 살렸어!!”


홍령이 용운휘를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이군요.”


용운휘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옮겼다.


“어딜 가느냐?”


“흉수를 쫓아야지요.”


용운휘의 단호한 음성이 산문을 울렸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오늘 중에 한 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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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0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5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5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7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9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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