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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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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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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810

작성
24.03.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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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새로운 육체

DUMMY

“사제. 사제.”


“으....응..”


짝짝.


보드라운 손바닥이 이제 막 소년을 벗어난 청년의 뺨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음.....”


햇빛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청년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뺨을 두드리는 여인의 손바닥이 아니었다면 분명 계속해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정신 좀 차려봐 사제.”


청년의 눈이 간신히 뜨여졌다. 천근같은 눈꺼풀이 간신히 올라가자 그의 눈에 햇살이 쏟아졌다.


“으.....”


“사제?”


“누구?”


“정신 좀 차려. 사제. 하나뿐인 이 사저도 알아보지 못 한다니 농으로도 듣지 못하겠어.”


“아....음.”


이혁망이 아무리 대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런 갑작스런 사태에 굳어버리는 것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이혁망의 떠올린 기억처럼 그는 이미 죽었다. 헌데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서 숨 쉬고, 또 자신을 사제라고 부르는 여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혁망은 눈앞의 여인을 잠시 바라보았다. 당연히 기억에 없는 인물이었다. 마치 그린 듯한 이목구비를 보고 있자니 자신이 죽어 선계에라도 온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신이 언제 이런 절세미인을 본적이나 있었던가.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이혁망은 그제야 자신의 몸에 정신이 미쳤다. 그는 곧 손을 들어 응시했다.


‘내 .....손이....이렇게 생겼었던가?’


결코 아니었다. 색은 물론 길이와 생김새까지 전혀 달랐다. 게다가 손에 남아있는 흔적은 이혁망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군데군데 지문이 닳아 없어진 것이 마치 고된 훈련을 거친 무인의 손과도 같았다.

‘뭐야.’


이혁망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방안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스레 만들어진 것이 보통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이 언제 이런 고풍스런 방을 본적이나 있었던가.


너무나도 어색하고 이질감에 이혁망이 손으로 침상을 더듬으며 일어나려 했다.


“사제...일어나려고?”


여인이 이혁망을 부축해왔다.


“거진 일주일만에 일어난 거야. 아직은 좀 힘들지 않겠어?”


“이....일주일?”


이혁망이 입을 열었다. 허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이질감에 이혁망은 지금 그가 쓰고 있는 가죽을 벗겨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 아무래도 기억이 분명하지가 않은가보네.”


“.....네.”


이혁망은 일단 상황을 알고자 상대의 말을 적당히 받았다.


“그래......이주일 전 사제가 곡기도 끊고 본 문의 검기혼탈무(劍器渾脫舞)의 끝을 보겠다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잖아.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소리도, 소식도 끊겨서 걱정된 나머지 내가 억지로 들어갔더니.....”


“......”


그녀가 잠시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혁망은 그저 상대가 말을 계속 잇기만을 기다렸다.


“사제가 파리한 안색으로 누워 있었어. 정말.....그때는 사제가 주화입마라도 당해서.....잘못된 줄 알고 제 정신이 아니었어.”


“.......”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그녀의 감정이 어떻든 이혁망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거기다 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이 몸뚱아리와 그에 관계된 것들을 듣지 않고서 자신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으....윽.”


잠시 집중했기 때문일까? 이혁망은 두통이 몰려옴을 느꼈다.


“괜찮아?”


“아...아무래도 아직은 일어나는 것이 무리인 것 같아요.”


“그래.....일주일 만에 일어났으니 그럴 수 있어.”


눈앞의 여인이 슬픈 기색으로 말했다. 절세미녀의 처연한 기색이 마음을 흔들 법도 했지만 이혁망은 냉정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아픈 척을 하며 정보를 조금씩 얻어 누군가의 행세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그것이 이혁망의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화두였다. 허나 결론은 금세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의 행세를 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근데...”


“응?”


“제가 누구죠?”


“뭐?!???”


“그리고 당신은......누구죠? 사저라니....


눈앞의 여인이 크게 뜨여지며 경악의 눈빛이 흘러나왔다.


“그....그런....거짓말이지? 사제.”


그녀의 경악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



“기억이 없다고?”


중년의 미부가 이혁망의 몸을 손으로 더듬으며 물었다.


“예.”


“기억하고 있는 게 무엇이더냐?”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중년의 미부는 이혁망의 대답을 들으며 계속해서 진맥했다.


“.......하.”


진맥을 마친 중년 미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습니까?”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미녀가 말을 건넸다.


“삼혼칠백 중 삼혼에 이상이 있는 것 같구나. 아무래도 주화입마 때문에 머릿속 삼혼이 상한 게 아닌가 싶다.”


“그....그런.”


“슬퍼할 것 없다. 아니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고(師姑).”


“이것아.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삼혼이 상했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숫제 따져 물으려 드는 사질(師姪)을 보던 중년 미부, 홍령이 살짝 사납게 물었다. 벽력일무문(霹靂一舞門)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다음 대를 이을 악령화가 경거망동하는 꼴을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까?”


“그래. 삼혼이 상했다면 아무리 좋게 봐줘도 백치가 되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죽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놈을 보거라. 사리분별이 불가능 하더냐? 그렇다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더냐?”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못난 것. 언제까지 저 애를 네가 싸고 돌 셈이냐? 저 아이는 이미 다 큰 아이다. 오히려 네가 한사코 감싸고 들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하느냐?”


“......”


홍령의 꾸짖음에 악령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사제가 어째서 그렇게 검기혼탈무에 목을 걸었는지, 전혀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것이지. 단순히 기억만 날아가고 몸과 정신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냐.”


“......하지만.”


“후우....,다른 아이들이 왜 구태여 케케묵은 옛 문규까지 들고 나왔겠느냐? 네가 그럴수록 저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이냐.”


홍령의 거듭된 꾸짖음에 악령화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혁망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볼 뿐이었다.


‘꽤나 복잡한 사정이 있나 보군. 골치 아프게. 쯧’


이혁망은 자신이 새로운 몸을 빌어 다시 생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받아들인 상태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살아났다는 것이 중요한 법. 지금은 이 몸뚱아리가 어떠한 처지인지 하나라도 빠지지 않고 파악해야 했다.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악령화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운휘의 상태는 이제 안심해도 되는 상태가 맞습니까?”


“.....그래. 이것아.”


“다행입니다.”


악령화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는 것이냐.”


“잠시....잠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후.....알았다.”


악령화가 방안에서 떠나자 홍령은 자리에 일어서서 거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이 열렸다.


“어디 이상하거나 아픈 곳은 없는 것이냐?”


“예.”


“후우....그나마 다행이구나. 내 좀 전에는 령화 그것이 있어서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다만.....혹시라도 이상이 있다면 바로 나를 부르도록 하거라.”


“그러니까....제 사고가 맞으시죠?”


“그래.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말해 줄 테니 기억해두도록 하거라. 네 사고의 이름은 홍령이란다.”


이혁망은 사고의 이름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연기를 보였다. 그의 비상한 머리는 몸을 옮기고 나서도 변함이 없어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은 터였다. 지금 보이는 행동은 그저 자신이 기억상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홍령은 갓난아기처럼 여러 번 되뇌며 말하는 이혁망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다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 이름은 용운휘란다.”


“운휘. 운휘. 운휘. 운휘. 운휘. 운휘. 운휘. 운휘.”


홍령은 용운휘가 그렇게 되뇌는 모습을 지켜보다 잠시 후 방을 떠났다. 깨어난 지 얼마 안된 아이가 더 이상의 심력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여긴 탓이었다. 삼혼이 상한 이를 본 것은 그녀도 처음이기에 어떠한 일이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



약당에서 지내는 날은 나쁘지 않았다. 이혁망 아니, 이제 용운휘인 그는 약당에서 지내며 필요한 정보들을 모았다.


자신이 죽은 날짜와 새롭게 태어난 날짜의 차이는 일주일 정도였다. 죽고 거의 바로 이몸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거기다 이곳 역시 산서성의 근처로 자신이 죽은 곳과 이곳은 그리 멀지도 않았다. 물론 죽기 전에는 깊은 산 속에 이런 문파가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벽력일무문이라.’


공손대랑이라는 희대의 기인. 벽력일무문은 그런 공송대랑의 무공이자 검무를 이었다고 전해지는 문파였다. 용운휘는 어느 문파의 전설이나 일화가 그렇듯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는 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용운휘는 문파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손에 남은 수련의 흔적도 있고 지금 자신의 몸에 얼마만큼의 내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기에 이혁망일 때 배운 운기토납법을 운용해 자신의 몸을 천천히 관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몸이라 그런지 토납법을 한동안 운용해도 좀처럼 기의 축적이 되지 않았다. 아니, 기의 축적은커녕 기 자체가 느껴지질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주변의 상황은 물론, 자신까지 잊어버리며 토납법에 집중하게 되자 마침내 기감이 열리며 자신의 몸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헛.’


천천히 자신의 몸을 둘러보던 용운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토납법으로 쌓아올린 내기와는 전혀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단전과 내기가 자신의 몸 안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납법은 기초 중의 기초, 어디까지나 기감을 트이기 위한 기초단계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결코 내기의 축적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옛 선인들에 의해 무공이 막 만들어진 시기에나 쓰이던 아주 비효율적인 방법이었고,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저 입문 시기에나 행하는 그런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토납법만을 익힌 과거와 내공심법을 익힌 지금의 내기가 차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그것이 용운휘 본인이 쌓아올린 내기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경맥을 관조하며 살피던 용운휘는 귓가에 무언가가 들려왔다.


‘발소리?’


발소리임을 느낀 용운휘는 관조를 그만두고, 토납법의 숨쉬기도 천천히 멈추었다.


“후우우우우...”


‘누구지?.....이 발소리는 홍령이나 악령화....둘 다 아닌데.’


용운휘가 호흡을 완전히 끝마치고 일어나려는 순간 약당의 문이 열렸다.


“여어. 꼬맹이.”


그 순간, 활기찬 목소리가 용운휘의 귓가에 들려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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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2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6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6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8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2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80 36 12쪽
»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8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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