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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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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01.10 13:51
최근연재일 :
2011.10.27 11:58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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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21
추천수 :
273
글자수 :
26,423

작성
11.10.25 10:29
조회
8,213
추천
35
글자
8쪽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2)

DUMMY

제롬은 4황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황궁의 전용 마구간에 도착해 있었다. 기사들의 연무장과 그리 멀지않은 곳에 지어진 마구간은 군마는 물론 마차를 끄는 말과 짐말등 황궁에서 쓰는 모든말을 관리하고 있었기에 그 규모가 대단했다.

넓은 마장을 자유로이 뛰고있는 몇 마리 말들을 훑어보던 제롬의 시선이 사람들이 한데 뭉쳐져 구경하듯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리로 가봅시다.”

마차에서 내린 제롬과 하이드는 사람들 틈으로 섞여들어 한 마리 말을 볼 수 있었다.

“저것이 블러드 스톰이군.”

보통의 말보다도 덩치가 조금 큰 빅레드종인데 블러드스톰은 그보다도 조금 더커 우람한 덩치를 자랑했다.

검은빛에 거의 가까운 붉은 털을 가졌고 그와 대비되게 갈퀴는 흰빛을 띄고 있었다.

“히이이잉! 푸르륵.”

“히야, 그놈 성격참.”

“허어, 위험하이.”

다섯 명이나 되는 조련사들이 달려들어 블러드스톰을 잡아 고삐를 채우려는데 녀석의 성격이 워낙에 흉포해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블러드스톰은 주인을 가려 아무나 등에 태우지 않는다고 하는데 보아하니 녀석은 주인이 아직 없는 것 같군요.”

제롬의 말에 하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성격이 고약하다면 예까지 끌고 오는것도 애를 먹었겠군요.”

제롬과 하이드의 말을 듣고 있던 옆의 남자가 콧방귀를 끼더니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흥! 나 산샤드가 아니었다면 블러드스톰이 이곳에 있는 것도 기적이지.”

하이드가 깜짝놀라 사내를 돌아봤다.

“누구신지?”

제롬도 의아한빛으로 산샤드를 살폈다. 복색을 보아하니 황궁의 사람은 아닌듯했다.

‘카포왕국에서 왔군.’

아마 진상품으로 쓰일 블러드스톰과 빅레드 들을 끌고온 조련사 같았다. 제롬이 말을 붙였다.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령이 없어서인지 손을 타서인지 블러드스톰은 황궁에서 꽤나 능력 있다고 평가받는 조련사 다섯이 달려들어도 고삐하나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산샤드는 구경만을 하며 냉소했다.

“이미 놈의 인수인계가 끝났으니 나는 관여할 바가 없소. 설마 대 제국인 세피온에서 저깟 말한마리 못다룬다고하면 그 무슨 창피겠소?”

산샤드의 도발적인 말에 하이드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좋은 말들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고 말을 조련하고 다루는 기술 또한 뛰어나기로 소문이 난 카포왕국이다.

누가 보더라도 제국의 조련사보다는 카포왕국의 조련사가 더 실력이 뛰어나리라. 그렇다고 그것을 인정할 수도 없었다.

하이드의 표정이 잔뜩 굳어져있는데 제롬이 웃으며 나섰다.

“블러드스톰같은 명마는 주인이 가려지면 오직 그 주인의 말만을 듣고 따른다고 하는데, 주인을 가리는 데는 조련사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산샤드가 냉소했다.

“흥, 어디서 들은 것은 많은가보군. 허나 내가 맡은 임무는 블러드스톰 한필과 빅레드 다섯 필을 제국에 잘 인도하여 전달하라는 명뿐이었소.”

산샤드의 고압적인 태도에 제롬이 어색히 웃으며 물러섰다. 그가 마구간의 책임자도 아닌바에야 더 이상 나서서 무얼하겠는가.

산샤드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날뛰는 블러드스톰을 구경했다. 자신도 얘까지 블러드스톰을 끌고오며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클클, 셈통이군.’

타는 것이야 오직 주인만을 태운다지만 돌보는 것 만이라면 주인 외에도 가능했다. 허나 자신과 같이 경험이 많고 숙련된 조련사에게도 어려운 일인지라. 블러드스톰을 처음 보는 제국의 조련사들이라면 며칠이 걸려도 고삐하나 채우지 못할 것이다.

‘흥, 제국 놈들이 그렇지.’

산샤드는 고생하는 제국의 조련사들을 보며 자신의 기술적 우위에 우월감과 함께 쾌감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제롬이 블러드스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4황자를 찾기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기사제복차림의 사내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플릭스 기사단이군.’

마리아 황비와 그의 아들인 4황자 다비드의 호위를 맡은 서른 명 규모의 기사단의 제복이었다. 기사가 급히 말에서 내려 군중들 틈의 어느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가죽 튜닉을 챙겨입은 경장차림의 사내는 청년이라 하기에는 아직 풋내가 난다고 할까. 청년을 보는 제롬의 눈에 놀란빛이 떠올랐다.

‘4황자님이시군.’

경장차림의 청년은 이제 갓 성인이 된 4황자 다비드였다. 다비드는 호위기사가 가져온 양피지를 풀어 읽어보고는 얼굴 한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바마마께서 윤허하셨구나.”

다비드는 양피지를 들고 마구간의 책임자 도르도 남작에게 다가갔다.

“블러드스톰을 내게 내리신다는 아바마마의 명이오.”

양피지를 받아 읽어본 도르도 남작은 난색을 표했다. 저토록 귀한 명마를 선뜻 한량과 같은 4황자에게 내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은 블러드스톰을 길들여 2황자인 피에르황자에게 진상할 생각이었다. 블러드스톰의 가치는 한량인 4황자의 손에 넘어가 사냥말로 쓰이기엔 과분하다.

마땅히 군마로 길들여져 기사인 2황자에게 주어져야하는 것이다. 허나 황제의 명령서까지 내려온 마당에 그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끄응, 알겠습니다. 이제 블러드스톰은 4황자님의 소유입니다.”

도르도 남작은 희대의 명마가 한낱 사냥말로 쓰여질 처지에 놓이자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고 겉으로 표를 낼수는 없었다.

“블러드스톰은 주인을 정하기 전까지는 그 성정이 매우 난폭하여 승마하기 어렵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도르도남작이 황자를 향해 고개를 숙인 후 산샤드를 향해갔다. 사신단의 책임자로 온 산샤드의 태도가 하도 고압적인지라 그의 도움 없이 직접 부딪혀가며 천천히 블러드스톰을 연구하며 길들일 생각이었는데 할 수 없게 되버렸다.

‘큭, 저놈에게 머리를 숙여야한다니.’

도르도남작이 낭패한 표정으로 산샤드를 향해 가는데 뒤에서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화, 황자님!”

“응?”

뒤돌아본 도르도남작이 너무 놀라 눈이 툭 튀어나왔다.

언제 간 것인지 황자가 블러드스톰의 코앞에 가있었다. 조련사들이 그런 황자를 보며 쩔쩔맸다.

“저, 저 황자님, 위험합니다!”

도르도 남작도 화들짝 놀라 만류했으나 다비드는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제롬이 흥미로운 눈길로 다비드의 행적을 쫓았다.

제국의 황자가 위험한 저토록 무모하게 위험을 자초하는것만해도 경악할 일이지만 제롬은 정작 다른 것에 흥미를 나타내고 있었다.

‘눈빛이 다르다.’

사내는 본디 자기가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그 눈빛부터가 다르다 했던가. 저녁만찬에서의 무료하기 그지없는 4황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기대감이 잔뜩 어린 눈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비키거라.”

“화, 황자님.”

다비드가 블러드스톰을 둘러싼 조련사들을 물렸다. 우람한 덩치의 블러드스톰을 올려다보는 다비드의 눈빛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명마라는 빅레드품종에서도 희귀한 명마중의 명마라. 과연 대단하구나.”

명성에 걸맞는 덩치와 위용이었다. 흉흉한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장을 쪼그라들게 하는 것이 있어 그 기개가 남달랐다. 말 중의 왕, 희대의 명마다웠다. 저 등위에 타고 들판을, 산을 내달리면 그 기분이 어떠할까.

그의 입매가 쭉 찢어지며 웃었다.


작가의말

내일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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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4) +7 11.10.27 8,492 33 9쪽
7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3) +12 11.10.26 8,170 35 10쪽
»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2) +9 11.10.25 8,214 35 8쪽
5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1) +6 11.10.25 8,519 33 8쪽
4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3) +8 11.10.24 9,233 32 8쪽
3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2) +6 11.10.24 9,085 31 7쪽
2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1) +6 11.10.24 10,230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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