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패왕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01.10 13:51
최근연재일 :
2011.10.27 11:5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74,922
추천수 :
273
글자수 :
26,423

작성
11.10.24 10:42
조회
10,230
추천
32
글자
8쪽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1)

DUMMY

1장, 황제의 걱정











세피온 제국.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며 대륙땅덩어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국.

여러 나라 중 그 적수가 없어 유일무이하게 제국이라 칭하는 강대국이었으나 황제가 늙어 나이가 들어가는데 쉽사리 황태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자리를 놓고 벌이는 집안싸움에 나라가 안에서부터 곪아가고 있었다.

황제는 30년이 넘는 재위기간동안 폭정을 취하지도 나라를 위기에 빠트리지도 않고 무난히 다스렸으나 한 가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것이라면 황비를 많이 두어 슬하에 자식이 많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가장 뛰어난 황자를 후계로 삼고자 차일피일 황태자즉위를 미루니 황제의 수명이 오늘내일하는 지금에 와서는 황궁 내에서도 버젓이 암살이 행해지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연일 대전회의를 열어도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황자가 최고라 치켜세우며 후계자옹립을 도우니 답답하기만 했다.

거기에 개중 뛰어난 자식을 후위로 세우려고 미루어 두었던 것을 이제와 비교해보니 딱히 누구하나 특출한 것 없이 7명의 황자가 고만고만하니 고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야 1황자가 태어났을 때에 곧장 황태자로 임명해버릴 것을 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황제는 후계자의 옹립을 놓고 제 3의 인물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 지닌 학식이 깊고 따르는 제자들 또한 하나같이 특출한지라 그 위명이 대륙을 떨어 울리고, 권력욕이 없어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대륙을 떠돌며 제자를 가르치는 데에만 열을 쏟는 괴짜가 하나있었다.

가진 땅 한 쪼가리 없었으나 전대 황제로부터 명예공작으로 봉해진 드리미티공의 선택이라면 귀족들 또한 속으로야 몰라도 앞에서는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세간에는 드리미티공이 현자로까지 추앙받고 있으니 그 선택을 받은 황자는 자연스레 민심까지 얻게 되리라.

“폐하. 카스칼 백작이 입궁하였사옵니다.”

“오! 카스칼. 지금 어디에 있느냐?”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심복인 카스칼 백작. 드리미티 공을 모셔오라는 밀명을 받고 궁을 나선지 두 달이지나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접객 실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시종의 말에 황제가 걸음을 빨리해 접객실로 향했다. 정사를 돌보는 궁이 아닌 황제의 개인 거처인 황제궁의 접객실인지라 그의 친위기사단을 빼고는 보는 눈이 없었다.

“황제폐하 납시오.”

시종의 목소리에 접객실에 있던 카스칼백작과 얼굴을 다 가리는 후드가 달린 로브를 입은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폐하.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

황제가 웃으며 답했다.

“카스칼백작. 정말 수고 많았소.”

황제가 부드럽게 웃으며 후드를 눌러쓴 자를 보았다.

“드리미티공. 갑갑하실 텐데 이제 벗으셔도 됩니다.”

황제는 카스칼백작에게 드리미티공이 입궁한 것을 감추라고 지시했었다.

“폐하. 이분은 드리미티공이 아니옵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황제의 반문에 의문의 사내가 로브에 달린 후드를 젖혀 얼굴을 내보였다. 20대의 젊은 미남자의 모습에 황제의 눈썹이 휘어졌다.

“드리미티공을 모셔오라 했더니 웬 청년인가.”

“그것이……. 이 청년은 드리미티공의 마지막 제자입니다.”

“제자?”

그의 따르는 제자들의 수가 백을 넘는다. 황제가 친히 칙서를 내려 청했는데 스스로 오지 않고 제자를 보내다니.

황제의 얼굴에 노기가 서리는 것을 보고는 청년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읍했다.

“폐하, 스승님은 작년 겨울 세상을 떠났사옵니다. 스승님께서는 어디에도 알리지 말라하여 함구하고 있었사옵니다.”

“으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황제가 낮게 침음했다. 이미 노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현자의 별은 너무도 조용히 지는구나.”

황제가 낮게 중얼거리고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명망 있는 학자가 그것도 현자라는 칭호까지 붙은 이가 죽었는데 세상은 너무나 조용하고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 현자께서는 어찌 가셨나?”

“위장병이 도져 앓아누운 것이 5년 전이었습니다. 4년간 병마와 싸우다 가셨습니다.”

“그래. 임종은 지켜드렸는가.”

“네, 소신이 마지막을 지켜드렸사옵니다.”

황제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졌다.

“그래 장하구나.”

“제자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폐하.”

“먼 길 오느라 피곤하였을 터인데 쉬어가게나.”

“네, 폐하.”

잠시 머뭇거리던 청년이 공손히 대답하고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접객실을 빠져나갔다.

카스칼 백작과 둘만이 남게 되자 황제는 급히 물었다.

“어찌된 일인가? 현자께서 그리 가시다니…….”

“소신도 크게 놀랐사옵니다.”

“현자의 죽음이 일 년이 지났는데도 알려지지 않다니……. 으음. 헌데 저 청년은 왜 데려온 겐가?”

현자인 드리미티에게 할 부탁이었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소용없어진 지금 현자의 마지막제자는 왜 동행해 왔다는 말인가.

“그것이…….”

카스칼 백작은 자신이 겪은 일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현자가 워낙에 정처 없이 떠돌기를 좋아하는지라 그의 거처는 정해진 곳이 없었다.

카스칼백작은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겨우 실마리를 얻어 그를 직접 모시러 간 것이 한 달 전이다.

드리미티공이 있다는 어느 작은 마을의 아담한 별장에 들어선 카스칼백작은 황량하고 낡은 별장에 고개를 갸웃해야했다.

그의 명성이라면 그 밑에 수학하는 제자만 해도 어마할 것인데 별장은 아담하기만하고 인기척이 없었다.

“계십니까?”

끼익.

백작의 말에 문이 열리며 낡았지만 단정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미소 지으며 나왔다.

“귀인이 오셨군요.”

“여기에 드리미티공이 계시다는데 맞소?”

“맞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차를 내어와 카스칼백작에게 권한 청년은 담담히 현자의 사망소식을 알려왔다. 현자는 여행도중 몸이 아파 앓아눕더니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는 한명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을 물렸다.

그리고는 그 제자와 함께 이곳에 정착하고 육 개월을 병상에서 앓다가 그만 조용히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어찌하여 알리지 않았소?”

“스승님의 유언이셨습니다.”

현자의 죽음은 큰 이슈다. 황궁에 알렸다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예우로써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줬을 것이다.

드리미티공이 없는 이상 볼일이 없다고 생각한 카스칼백작은 차를 다 마시고는 집을 빠져나왔다.

현자의 죽음은 충격적이고 큰 이슈다.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청년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에게 정체를 감추었는지 그저 병든 아버지를 모신 청년이 일 년 전 그 집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물어물어 마을의 공동묘지를 찾아가보니 작은 비석이 새워진 무덤이 있었다. 기도를 하고는 다시 청년을 찾았다.

그런데 청년은 여행이라도 가는지 짐을 챙겨놓고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네 어디 가는가?”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간 여기서 지냈습니다. 이제 그것을 이룰 때가 아닙니까.”

“현자의 유지가 무엇인가?”

“스승님께서는 저를 보고 새로운 태양을 인도하는 자라 하셨습니다. 카스칼백작님은 본디 스승님께 무언가 부탁을 하기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맞는지라 카스칼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이 환히 웃었다.

“스승님의 유지는 폐하께 직접 전하겠습니다.”

얼떨결에 청년과 함께 궁으로 향하게 된 카스칼백작은 여행도중 청년의 박학다식함과 지혜에 생전의 드리미티공을 보는듯했다.

‘이자야말로 진정한 드리미티공의 수제자이구나.’

그래서 둘이 함께 입궁하게 된 것이다.

카스칼백작의 말을 모두 들은 황제는 옅은 신음을 흘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왕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2권 출간 안내입니다. +8 12.01.10 2,211 4 -
8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4) +7 11.10.27 8,492 33 9쪽
7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3) +12 11.10.26 8,170 35 10쪽
6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2) +9 11.10.25 8,214 35 8쪽
5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1) +6 11.10.25 8,519 33 8쪽
4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3) +8 11.10.24 9,233 32 8쪽
3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2) +6 11.10.24 9,085 31 7쪽
»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1) +6 11.10.24 10,231 32 8쪽
1 패왕기 - 서장 +12 11.10.24 11,388 3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