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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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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01.10 13:51
최근연재일 :
2011.10.27 11:58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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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24
추천수 :
273
글자수 :
26,423

작성
11.10.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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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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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7쪽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2)

DUMMY

카스칼백작의 말을 모두 들은 황제는 옅은 신음을 흘렸다.

“분명 새로운 태양을 인도하는 자라 했는가.”

“네, 폐하.”

아무나 궁에 드릴 수는 없는 일. 카스칼백작도 청년의 그 말이 의미심장하여 궁으로 데려온 것이다. 황제가 밖에 대고 소리쳤다.

“여봐라. 아까 그 청년을 다시 데려오거나.”

잠시 후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청년이 접객실로 들어섰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청년을 보며 황제가 물었다.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제롬이라 하옵니다.”

“현자께서 남기신 말씀이 있다했느냐?”

“네, 폐하.”

“무엇이냐?”

제롬은 한번 공손히 고개를 숙인 뒤 말문을 열었다.

“스승님께서는 마지막순간 제게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머지않아 궁에서 사람이 와 황제를 배알할 날이 올 것이니, 제게 말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황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엇이더냐?”

“내가 죽고 나도 세상은 한동안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국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으니 큰 혼란이 도래할 것이다.”

예언과 같은 말에 황제와 카스칼백작이 마른침을 삼키며 경청했다.

“황제가 결단의 칼을 빼들었을 때엔 이미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 제국의 안위가 걱정이다. 해서 나의 제자 제롬을 남긴다. 하였사옵니다.”

“으음.”

제롬의 말을 곱씹던 황제가 진중히 말했다.

“너는 내가 왜 드리미티공을 찾았는지 아느냐?”

“제가 넓으신 폐하의 생각을 어찌 알겠사옵니까, 다만 스승님의 남기신 말에서 한 가지 추측을 할뿐이옵니다.”

“말해 보거라.”

“외람되오나, 제국이 이미 위기에 처해 사분오열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시며 세피온의 이름을 지키는 것은 가장 뛰어난 황제를 내세우는 길뿐이라 하였습니다.”

“크흠.”

제롬의 당돌한 말에 카스칼백작의 심기가 불편한듯했으나 황제의 앞인지라 무어라 말은 못하며 기침만을 해댔다.

“폐하께서는 제게 새로운 태양의 인도를 맡기시려는 것이 아니온지요.”

잔뜩 굳었던 황제의 얼굴이 서서히 펴지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네 말이 맞다. 겉으로야 아무렇지도 않다지만 제국은 이미 전쟁초야나 다름없다.”

황제는 말을 하고는 생각에 잠기었다. 그 때문에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드리미티공을 초청하려 하지 않았던가.

드리미티공 정도의 학자가 인정하는 후계자라면 정통성에 더해 다른 황자들을 지지하는 귀족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명분 또한 얻게 된다.

제롬이 드리미티공의 제자로써 총명하고 학식이 깊다하나 현자라고 불리던 드리미티공의 명성과 권위는 없었다.

어차피 다음 대 황위를 결정하는 것은 현 황제인 본인의 몫이다. 허나, 자식들이 모두 부모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으니 누구를 황태자로 삼을지는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개중에 가장 뛰어난 자라.’

애초 그것 또한 드리미티공을 초청해 황자들의 제목을 보이게 할 셈이 아니었던가. 황제의 눈이 제롬으로 향했다.

“제롬이라 했느냐?”

“예, 폐하.”

“네게 맡길 일이 있다.”

제롬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하명하시옵소서.”

“황자들을 모두 만나본 뒤 황자들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궁 안의 귀족들은 믿을 수가 없다. 저마다 지지하는 황자들이 따로 있고 중립파라 하더라도 그저 이리저리 세력을 젤뿐이다.

어쩌면 드리미티 공으로부터 수학한 제롬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 또한 여태껏 자식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황명을 받드나이다. 폐하.”

황제가 이번엔 카스칼백작을 보았다.

“카스칼백작. 그대가 제롬 경을 도와주시오.”

“네, 폐하.”

인사 후 황제의 접객실을 나오자 카스칼백작은 즉시 일련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황자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폐하의 선택을 도울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진실 되게 이야기 해야할걸세.”

“네, 백작님.”

“자네의 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으이.”

카스칼백작은 신신당부와 함께 황궁내의 지리에 능한 시종하나를 제롬에게 붙여 주었다.

“조만간 다시 부를 것이니 여독을 풀고 있게.”

시종을 따라간 제롬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작이나 후작쯤 되는 귀족들에게는 머무르는 별장을 내어주지만 그 아래 하급귀족이나 손님들에게는 이렇게 방을 내어준다.

하지만 그 방도 제롬이 전에 살던 곳과 비교하면 휘항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넓은 침대는 네 명이 누워 뒹굴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궁 안과 밖의 생활이 이토록 다르구나.’

“제롬님의 짐은 정리하여 놓아두었습니다.”

시종의 말에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니 그의 배낭이 놓여있었다. 카스칼백작의 일행에 끼어 황궁으로 들어온 것이니 여행 장비를 챙길 필요 없이 제롬은 책 몇 가지를 배낭에 넣어 왔을 뿐이다.

“고맙습니다.”

제롬의 인사에 시종이 싱긋이 웃으며 고개 숙였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저 줄을 당겨주십시오. 그럼.”

시종이 나서자 방에 홀로 남게 된 제롬은 의자에 앉아 배낭을 뒤적였다. 곧 그의 손에 한권의 책이 딸려 나왔다.

책을 보는 제롬의 얼굴에 슬픈 빛이 떠올랐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겨주신 유산이자 보물. 낡고 색이 바랜 겉표지를 훑었다.

제목조차 없는 낡은 책은 스승이신 드리미티공이 세상을 떠돌며 자신의 오랜 꿈인 이상향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은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부터 강한군대를 도모해 외척으로부터의 방비를 철저히 하는 것까지 드르미티공의 국가경영에 대한 총체적인 생각과 방법들이 기술되어있었다.

스승님은 이 책을 제롬에게 남겼다. 일 년이 넘도록 보아온 책인지라 이미 그 내용은 제롬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각인으로 남았으나 스승님의 유일한 유품인지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스승님…….”

스승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 배고프고 착취당하던 삶을 잊지 않으시고 명성을 날린 이후에도 백성들의 삶을 불쌍히 여기며 가르침을 베풀며 대륙을 떠돌았다.

그렇게 드리미티공의 제자가 된 전쟁고아 출신의 제롬은 어린 시절의 참상과 스승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

“스승님이 바라던 이상향을 꼭 이루고 말겠나이다.”

스승님이 바라던 이상향을 실현함으로써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히 정책들을 수용할 왕을 찾아야 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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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3) +8 11.10.24 9,233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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