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기 - 서장
서장
아주 어릴 적 어머니께 크게 혼이 난적이 있었다. 그때의 충격이 꽤 컸는지 아직까지 머릿속에 똑똑히 그 기억이 남아있었다.
내가 네 살 때의 일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말문이 일찍 트인 나는 말을 곧 잘했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좋아 한번 들은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런 내가 선생으로부터 글자를 배운지 일주일이 되어 모든 글자를 깨우쳤을 때 어머니에게 가서 자랑을 한일이 있었다.
그때의 기쁜 듯 슬픈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너는 이 사실을 절대 알려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그것만이 너와 내가 살길이다.”
그때 당시에는 왜 혼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우는 어머니가 싫어 알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어린 내게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고역이겠는가.
그러나 어머니의 신신당부로 글공부도, 역사공부도 모르는 척 이해되지 않는 척을 해야 했다. 모르는 척 하느니 안하는 것이 낫다. 자연스레 흥미를 잃었다.
조금 더 내가 자랐을 때의 일이었다. 한창 마법에 재미를 느껴 마탑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이 열한 살이던가. 두 손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에 희열을 느끼던 그런 때가 있었다.
마법사가 되려면 손바닥에 서클을 이루어야한다. 나는 바로 그 직전의 단계에 있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내 재능에 난리를 피워댔다.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마법의 신동입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흥분해서 떠들어댔고 나또한 기대에 차있었다. 그 사실은 오래지 않아 어머니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가 나는 또 크게 혼이 나야 했다.
“너는 마법사가 되고 싶은 게냐?”
“네, 꼭 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또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네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제발 이 어미를 위해…….”
언제나 같은 소리. 귀를 막았다.
어머니를 위해 나는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난 이해력이 빨라 내가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상황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마탑은 큰 폭발이 일어나는 사고가 있었다. 내가 일으킨 사고이니 나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신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더 이상 마나가 느껴지지 않아요.”
내말에 마법사들은 허둥지둥 놀라며 크게 아쉬워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모두들 개탄했다.
“어찌하여 이런.”
“하늘이 황자님의 재능을 질시하는가.”
걱정하는 듯 안심하는 묘한 어머니의 눈빛을 보았을 때 나는 내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하고 싶으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나는 목적 없이 컸다. 하루세끼 양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늘 비단옷을 걸쳤으며 손만 까닥하며 부릴 하인들이 수십이다.
죽을 때까지 이 풍요는 이어질 것이다. 조용히 살기만 하면 말이다.
대륙에서 제국이라 칭하는 유일무이한 국가. 세피온제국. 비천한 하인출신의 후궁 소생 4황자의 생활은 무료하고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왕기를 쓴 진설우입니다.
새 연재라 두근거리네요.
오늘부터 일일연재와 가끔의 연참으로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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