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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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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01.10 13:51
최근연재일 :
2011.10.27 11:58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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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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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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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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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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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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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4)

DUMMY

사흘 후 제롬은 하이드의 이른 방문에 서둘러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4황자님은 사냥을 일찍 나가십니다. 서두르시지요.”

제롬은 어리둥절해하며 따라나섰다.

“아직 새벽이 아니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여 사위는 푸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었다. 대개의 귀족들이 한낮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사냥에 나선다.

“4황자님은 황궁의 사냥터에 가시지 않습니다. 황궁 밖으로 나가시지요. 한번 나가면 며칠을 있다 돌아오십니다.”

제롬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황궁 내에도 황족들의 취미수렵을 위해 황족전용 사냥 숲이 존재했다. 헌데 제국의 황자가 위험천만하게 황궁밖에 나서다니.

“폐하께서 허락하신단 말씀이오?”

제롬의 놀란 얼굴에 하이드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한 달간을 봐오며 제롬이 이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말리면 몰래 나가시니 이제는 그저 내버려두는 처사이지요.”

제롬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4번째 황자이긴 하나 엄연히 제국의 황자일진데 이토록 내버려두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성인이긴 하나 아직 18살의 4황자가 아니던가.

‘황제께서는 4황자를 포기하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단 말인가.’

고민하는 사이 마차는 어제의 마구간에 도착했다. 고삐를 매고 안장까지 얹은 써니를 탄 다비드가 마장을 달리고 있었다.

조련사가 건네주는 말에 제롬이 올라타자 하이드가 꾸벅 인사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의 제롬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한창 써니를 타고 달리던 다비드가 다가왔다.

“다 온 것같으니 그만가지.”

“네, 전하.”

다비드를 선두로 호위기사 넷이 그 뒤를 따랐다. 제롬이 의아함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하, 소인이 듣기로는 황궁 밖으로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호위를 늘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다비드는 물론 아포를 비롯한 호위 기사들까지 제롬의 말에 실실 웃었다. 벌써 이렇게 단출하게 성 밖을 나서던 게 몇 해째던가.

“어디 전쟁이라도 하러 가는가? 내 나라수도를 가는데 호위가 무에 필요한가?”

다비드의 말이 맞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 제롬은 이도저도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혹여 불순한 무리들이 나타나 위해를 가하면 어찌 할것인가.

제롬을 생각을 아는지 다비드가 이어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니 걱정하지 마시게. 죽으려면 벌써 죽었을 목숨이 아직까지 살아있지않나?”

다비드가 그 말을 끝으로 말을 몰았다. 제롬은 다비드가 말하는 이가 그 스스로를 칭함을 알기에 대답치 못했다.

호위기사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아포가 전전긍긍하는 제롬을 보며웃었다.

“복장이 이러하니 알아보는 이도 없을걸 세. 궁 밖을 나가거든 호칭에 유의하게.”

“알겠습니다.”

제롬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도 그렇고 호위기사들도 그렇고 제례복이나, 기사복 대신 여행자들이 흔히 입는 복장에 가죽튜닉을 껴입었을 뿐이다.

안장에 매달린 활과 화살 통, 검등이 이들을 영락없는 사냥꾼 내지는 용병으로 보이게 했다.

6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4황자 일행은 조용히 황궁 문을 빠져나왔다. 한두 번이 아닌지라 문지기도 조용히 군례하며 배웅했다.

“자, 가볼까?”

황궁을 나선 다비드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자신을 옭아매고 구속하는 모든 것들을 벗어던진 기분이다.

“하얏!”

“히이잉!”

일행은 말을 달려 수도의 동문을 빠져나와 그대로 달렸다. 이 앞의 지형을 떠올린 제롬은 급히 물었다.

“알레고리숲에 가십니까?”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삼나무 숲으로 동쪽으로 말을 달려 다섯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숲이었다.

“잘 아는군. 그럼 숲의 초입에서 보세. 하야!”

다비드가 말을 남기고는 써니의 고삐를 후려쳤다. 황자가 쭉 앞으로 나아가자 아포가 호위기사 둘을 돌아보았다.

“모스, 에레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둘은 대답과 동시에 말을 박차 튀어나갔다.

“네, 하얏!”

“하!”

두 호위기사가 4황자를 쫓아가자 아포가 제롬을 돌아봤다. 그 표정을 보니 어리둥절한 것이 많이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제롬의 염려는 당연하였다. 경비가 삼엄한 황궁안도 아니고 수도마저 벗어난 지역이다. 혹여 불순한 무리를 만나면 어찌할 것인가.

아포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따라다니며 호위하는 것이 제 임무지요.”

황자가 아직 어려 철이 없으면 그 호위책임자가 적정선에서 행동의 제제를 가할 수도 있는 일이다. 위험한곳을 돌아가자고 한다든지, 호위의 수를 늘리자던지 말이다.

허나 아포는 전혀 그러한 요구가 없었다. 그저 4황자가 하는 데로 따라다닐 뿐이다. 제롬은 그것이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4황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호위기사가 아닌가.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

제롬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아포가 말을 이었다.

“워낙에 고집이 강하시고 운명을 믿는지라 말려도 소용이 없지요.”

“운명이요?”

“제게 한날 그러시더군요. 그토록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쉽게 죽을 운명은 아닌 것 같다고 말입니다.”

“으음.”

죽을 고비라는 말에 제롬이 옅게 신음했다. 아무리 지지기반이 약하다고는 하나 4황자도 엄연히 다음대 황위의 후계자다. 쟁쟁한 다른 황자들의 견제가 없는 것이 더 이상했다.

오히려 그 세력이 미비한 4황자는 미리 죽여 없애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황위다툼은 제롬의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아포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러할 것이다.

“허면 지금도?”

아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탑의 사고 이후로는 제가 할 일이 많이 줄었지요.”

마법신동으로 불렸던 4황자다. 열한 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때부터 암살시도가 없었다면 그전까진 계속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으리라.

‘어쩌면 죽음에 초월한 것일 수도.’

4황자의 친모인 마리아황비는 아무런 제반세력이 없다. 방패막이가 없는 4황자는 그 위협을 홀로 감내해야 했으리라.

그 어린나이에 황성 안이 얼마나 무섭고 답답했을까. 써니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는 모습이 마치 자유를 갈망하는 몸부림 같았다. 제롬은 4황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했다.

‘헌데 묘하단 말이야.’

지금까지 제롬이 보기에 4황자는 황자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자유를 갈망하는 것 같았다. 실제 삶 또한 자유분방하게 즐기며 하고픈 데로 사는 것 같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어.’

지금의 모습 데로라면 황궁 안에서 떠도는 뜬소문과 별달라 보이지도 않지만 제롬은 무언가 하나가 빠진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4황자님의 진정한 실체란 무엇인가.’

제롬은 4황자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겉모습만을 보면 지극히 황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귀족가의 한량의 모습이다.

헌데 진실한 모습을 보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한 제롬 그 자신이 4황자의 내면을 유추해낼 수 없다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사람을 읽어내는 내 능력이 모자라거나, 4황자 스스로가 자신을 감추고 있던가.’

어려서부터 눈치가 빨랐던 제롬이다. 현자의 제자로 수학하며 비상한 눈치는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재주로 발전했다.

인물을 보는 안목은 스스로 자부할 정도이다. 헌데도 4황자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뜬구름과 같으니 제롬으로써는 더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4황자는 스스로를 감추고 있다.’

무엇을 감추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한 절제력으로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냥하며 쏘다니는 모습이 꾸며진 모습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제롬의 시선이 저 멀리 신나게 써니를 타고 달리는 4황자의 모습이 담겼다. 진정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다. 일단 사냥을 나서면 며칠은 걸린다하니 이번에 4황자를 확실히 보아둘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한마디가 황제의 결정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중하고 신중하여 나쁠 것이 없다.

그때 아포가 다급한 음성을 내뱉었다.

“이런, 속도를 내야겠군. 하얏!”

아포가 앞으로 치고 나가자 또 다른 호위기사 파울로와 제롬도 덩달아 속도를 높였다.

말을 달리는 와중에 제롬이 무슨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숲을 향해 달리던 4황자가 돌연 방향을 바꾸어 북으로 가고 있었다.

제롬의 시선이 북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숲의 가장자리를 흐르는 솔테르강이 위치해있었다.

“응?”

제롬은 눈을 부릅뜨고 안력을 돋워보았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강 근처에 일단의 무리들은 분명 사람이었다.


작가의말

아, 2차전도 이기고 ㅎㅎ
시장선거도 끝났고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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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3) +12 11.10.26 8,182 35 10쪽
6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2) +9 11.10.25 8,218 35 8쪽
5 패왕기 - 2장 4황자 다비드 (1) +6 11.10.25 8,525 33 8쪽
4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3) +8 11.10.24 9,242 32 8쪽
3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2) +6 11.10.24 9,096 31 7쪽
2 패왕기 - 1장 황제의걱정 (1) +6 11.10.24 10,241 32 8쪽
1 패왕기 - 서장 +12 11.10.24 11,402 3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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